미국의 저력을 느끼다

최윤원의 워싱턴교회 신축예배 참석기
발행일 발행호수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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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신보 사진

워싱턴 D.C. 국회의사당 건물을 살펴보다.

13시간의 길고 지루한 비행 끝에 드디어 워싱턴 도착을 알리는 안내 방송이 나온다. 해외 로밍된 휴대폰이 가리키는 시각은 월요일 오전 10시 43분. 한국에서 월요일 오전 10시 40분쯤에 출발했는데, 시간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있다. 흥미롭다. 삶의 어느 순간이 이렇게 다시 주어진다면 그때는 새롭게 살 수 있을까. 아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새로운 시간이 아니라 새로운 각오와 그 각오를 실행할 수 있는 굳은 의지가 아닐까. 현재를 후회 없이 살 수 없다면 시간이 다시 주어진다 해도 무엇이 달라지겠는가.

입국 심사를 마치고 나가니 미주지역 관장님과 교인분들이 반갑게 맞아주신다. 비로소 정말 미국에 도착했구나 하고 실감이 난다.

도시 이름을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의 이름에서 따온 워싱턴 D.C. 국회 의사당보다 높게 건축하지 못하게 했던 고도 제한법 때문에, 중앙에 ‘워싱턴 기념비’만 뾰족이 솟아 있을 뿐 고층 건물은 찾아볼 수 없다. 프랑스 태생의 건축가 피에르 샤를 랑팡이 설계했다는 워싱턴 D.C.는 계획도시답게 도시 전체가 하나의 공원과 같은 느낌을 준다. 조용하고 한적하기까지 한 공원 같은 이 도시가 전 세계가 촉각을 세우는 정치의 중심지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우아하고 고풍스러운 석조 건물들. 100년 전 건축물이나 10년 전 건축물이나 시대를 넘어 이질감 없이 조화를 이루도록 지어 고풍스러운 도시 이미지를 풍기는 것이 인상 깊다. 낡은 건물도 허물지 않고 최대한 원래의 모습을 살리며 아름답게 가꾸어 가는 ‘공원 속의 도시’ 신앙촌의 모습이 떠오른다.

이날 무슨 일이 있는지 백악관으로 가는 길 모두가 통제되고 있어 백악관 가까이 갈 수가 없다. 196개의 감시 위성이 있어 백악관 인근 잔디밭에서 책을 보고 있으면 그 내용까지 해독할 수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삼엄한 경비가 이뤄지고 있다는데, 짐짓 여유로워 보이는 저 건물의 어디쯤에서는 초강대국으로서 세계를 좌지우지할 전략이 세워지고 있을 것이다.

또 하나 인상 깊은 것은 자유국가 미국의 강력한 법질서이다. 자유를 만끽하되 법 앞에는 만인이 평등하고 만인이 법을 존중하며 철저히 준수한다는 국민 의식. 법질서에 대한 불신과 냉소주의가 팽배해 있는 우리나라와는 대조적인 부러운 모습이다. 미국인들의 법질서에 대한 무한한 신뢰야말로 미국을 지탱하는 숨은 힘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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