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종교 탐구 <41>탄생설화를 사실로 믿는 이들에 대하여-②

세계 종교 탐구 <41>
발행일 발행호수 2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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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제로 처녀를 의미하는가?

그런데 처녀가 출산을 한다는 것은 고대의 상식에도 부합하지 않는데, 처녀잉태라 주장하는 신들이 왜 이렇게 많았을까? 심지어 처녀잉태를 했다는 신들 중에도 다수의 자녀들을 가진 자들이 많았다. 그리스의 헤라 여신도 제우스와의 교합으로 전쟁의 신 아레스, 젊음의 여신 헤베, 출산의 여신 에일레이티이아를 낳았고, 크리슈나의 어머니 데바키도 크리슈나를 낳기 전 이미 일곱 자녀가 있었으며, 처녀생식으로 예수를 낳은 것은 물론 553년 제2차 콘스탄티노플 공의회에서 ‘평생 동정’인 것으로 정한 마리아도 ‘야고보, 요셉, 시몬, 유다’라는 아들과 딸들이 있었다고 성경에 기록돼 있다. 예를 들면 “저 사람(예수)은 그 목수의 아들이 아닌가? 어머니는 마리아요, 그 아우들은 야고보, 요셉, 시몬, 유다가 아닌가? 그리고 그의 누이들은 모두 우리 동네 사람들이 아닌가?(마태복음 13장 55~56절)”, “예수의 어머니와 동생들이 찾아와, 바깥에 서서, 사람을 들여보내어 예수를 불렀다. 둘러 앉아있던 사람들이 그에게 말하였다. “보십시오, 당신의 어머니와 동생들과 누이들이 바깥에서 당신을 찾고 있습니다.”(마가복음 3장 31~32절)”, “마리아가 ‘맏아들’을 낳아 포대기로 싸서 구유에 뉘었으니(누가복음 2장 7절)” “이들은 모두, 여자들과 예수의 어머니 마리아와 예수의 동생들과 함께 한 마음으로 기도에 힘썼다. (사도행전 1장 14절)” 등의 구절들이다.

그런데 당시의 처녀라는 표현은 현대 우리가 생각하는
‘남성과 성관계를 하지 않은 여성’과 다소 차이가 있는 경우도 있었다. 사회 인류학자이자 프랑스 외과의사인 로베르 브리포는 ‘처녀’를 뜻하는 그리스어 ‘파르테노스(Parthenos)’는 생물학적인 처녀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결혼하지 않은 여성’을 뜻한다고 얘기한다. 처녀에게 생물학적 처녀성은 요구되지 않는 것이다. 그의 저서『어머니들』에는 다음과 같이 설명되어 있다.

“처녀라는 말은 물론 일차적인 주요한 의미로서 ‘결혼하지 않았다’는 말인데, 보통 사용되는 의미와는 반대의 뜻을 내포하는 칭호들에 사용된다. 이슈타르 성전의 여사제이자 신전 매춘부인 성창(聖娼)은 ‘거룩한 처녀’로 불리어졌다.”, “그리스어 파르테노스(parthenos)는 결혼하지 않은 여성이라는 뜻이다. 결혼에 의해 태어나지 않은 아이들, 즉 혼외 자식은 파르테니오이(parthenioi)라고 불렀는데, 이는 ‘처녀에게서 태어난 자들’이라는 뜻이 된다.”

또한 이탈리아의 고전학자이자 철학자 줄리아 시사는 2세기 그리스 문법학자 폴리데우케스의 말을 참고하여 처녀성을 지칭하는 파르테니아(parthenia)라는 단어가 출산도 포함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출산을 했는데 어떻게 처녀일 수 있는가? 다음은 ‘성행위가 들키지 않았다면 처녀성 상실이 성립되지 않는다’는 그녀의 설명이다.

“만약 파르테노스가 그 타이틀을 상실하지 않고 혼외정사를 했다면 그것은 그 사건이 알려지지 않아 사실로서 성립하지 않기 때문이다. 혼외정사가 대중에게 알려지면 그 파급효과는 당사자를 파멸시킬 정도이다. (…) 폴리데우케스는 다음과 같은 설명을 하고 있다. “파르테니아스는 파르테노스에서 나온 말인데 이는 법적으로 동거하지 않는 여성(결혼하지 않은 여성)을 지칭하고, ‘스코티오스’는 드러나거나 또는 비밀스럽게 출산을 한 여성이라는 말에서 입안되었다.” 폴리데우케스에 의하면 파르테노스는 아기를 출산하는 것을 기대하지 않는 여인, 처녀성에 위배되지만 결혼하지 않은 소녀, 즉 ‘가짜 숫처녀’인 것처럼 보인다고 말한다.”

동정녀 출산도 실제 동정녀가 출산했다는 말이 아니었다는 기록도 있다. 처녀신을 숭배하는 신전에서는 참배객들이 여신 숭배에 참여하기 위해 신전에 대기하던 ‘처녀’와 교접을 했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이런 신전매춘으로 태어난 아이들을 동정녀에게서 태어났다 하여 신전에서 키웠으며, 매춘한 여자들은 이후에도 처녀로 간주되었다고 한다. 초기 그리스도교에서는 동정녀 출산이 세상의 비웃음거리였는데, 이는 믿기 어려워서가 아니라 당시 동정녀 출산이 너무 흔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에 의하면 고대 당시 사회에서는 실제 처녀가 아닌 자를 처녀나 동정녀로 칭하는 경우가 흔했다. 앞서 살펴본 처녀신 숭배 전통과 함께 생각하면 당시에는 종교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처녀와 동정녀의 존재가 새롭지 않았던 시대임을 알 수 있다.

일반적으로 처녀생식으로 아들을 낳았다는 비과학적 주장에 대해 ‘그 여신, 또는 신의 아들에 대한 신성을 강조하기 위해 꾸며낸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지만, 마리아의 경우 더욱 구체적인 해석이 많이 존재했다. 2세기 그리스 철학자 켈수스는 저서 「참된 가르침」에서 ‘예수는 로마 군인 판테라와 마리아의 사생아’라고 주장했고, 이 외에도 오빠와 근친상간으로 낳은 아들이라는 등 의견이 분분했다. 이 같은 의견들이 제기되는 것은 혼외 임신을 죄악시하던 유대문화와 처녀생식 개념이 흔했던 사회적 배경에 근거하여, 성령으로 임신했다는 주장보다 남편이 아닌 남성의 아이를 가진 것이라는 설명이 현실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당시 유대법에는 “만일 어떤 남자가 유부녀와 간통하는 것이 발각되면 정을 통한 남자와 여자를 다 죽여서, 이스라엘에서 이런 악의 뿌리를 뽑아야 합니다.(신명기 22장 22절)”, “처녀인 여자가 남자와 약혼한 후에 어떤 남자가 그를 성읍 중에서 만나 통간하면 너희는 그들을 둘 다 성읍 문으로 끌어내고 그들을 돌로 쳐 죽일 것이니(신명기 22장 23~24절)” 등의 법이 있었고, 고대 근동법과 법사상의 뿌리가 된 함무라비 법에도 “타인들한테서 불정의 비난을 들으면, 아내는 남편을 위하여 강물에 뛰어들어 자기의 정절을 입증한다”고 되어있다. 이러한 문화권에서 혼외 임신 사실이 알려지면 큰 비난을 들을 것이며 목숨도 위험해지는 상황이었다. 천사가 예수 임신을 알릴 때 “두려워하지 말라”고 얘기한 것을 보아, 마리아도 그 점을 인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에 마리아가 수치심이나 두려움에 당대 이미 존재했던 처녀생식 개념을 차용해 혼외 임신을 해명한 것이라거나, 예수가 사생아라는 출생의 오점을 감추기 위해 예수의 추종자들이 그의 탄생을 미화시켰다는 주장들이 제기되는 것이다.

혼외 자식을 임신한 마리아가 살아남은 이 일화를 들어 가톨릭은 전통적으로 낙태를 반대하는 입장을 취해 왔다. 마리아와 동침하지 않은 정혼자 요셉 입장에서는 자신의 아기가 아니라는 이유로, 또는 원치 않는 임신이라는 이유로, 당시 상황에서는 얼마든지 낙태시킬 수 있었지만, 마리아와 요셉이 임신을 지속했기 때문에 구세주가 탄생하게 되었다며, 낙태 반대론자들은 “예수님도 2천 년 전에 태아로 우리에게 오셨습니다. 태아의 생명을 지켜주세요”라는 논리를 펼친다.

<자료6> 수도사와의 사생아를 낳은 수녀가 아기를 변소에 버리는 장면의 삽화
1327년 제작된 이야기 모음집「성모의 기적」의 삽화로, 한 수도사가 수녀를 유혹하여 임신을 하게 되고, 사생아를 낳은 수녀는 아기를 변소에 버리고 있다. 금지된 관계로 임신하고도, 낙태하지 않고 대신 영아를 살해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성경에서 혼외 임신을 한 마리아도 이를 죄악시하던 당시 사회상을 거슬러, 낙태하지 않고 예수를 낳았고, 가톨릭은 전통적으로 낙태를 반대하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출처: 네덜란드 국립박물관 Miracles de Notre Dame 71 A 24 14r)

이들은 산모의 생명과 인권에 차질이 생기더라도 낙태 금지를 엄격히 고수한다. 중세 수녀원에 분만대가 있다는 사실은 당시 “분만대 없는 수녀원은 마구간 없는 농가와 다름없다.”는 속담에 잘 나타나 있다. 아비뇽 종교회의에서는 사제들에게 ‘임신한 수녀들에게 낙태를 위해서 독물이나 독초를 강제로 복용케하는 살인적 행위’를 단호하게 금지시켰고, 이들은 책임질 수 없는 아이들도 낙태하지 못했다.<자료6> 침메른 연대기에 의하면 ‘수도원 부근의 연못에서 함부로 낚시를 하거나 연못 물을 함부로 퍼내서는 안된다’는 이상한 소문이 퍼져있었는데, 이는 갓난아기 유골이 발견되어 수도원에 나쁜 평판이 생기는 것이 곤란했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실제로 중세 한 수녀원 연못의 물을 빼내자 연못 바닥에서 6,000구의 유아 두개골이 발견되기도 했다. 성녀라 불렸던 테레사 수녀도 집단 강간당한 여성들에게 “낙태만은 안 된다”며 가톨릭의 교리를 강요했고, 그녀가 설립한 수녀원이 신생아 밀매 혐의로 기소된 것을 보면 이들이 얼마나 철저하게 낙태 금지를 고수하는지 알 수 있다.

▣ 처녀생식을 사실로 여기는 믿음에 대하여

기독교에서는 처녀출산이 실제 일어난 사실이라고 믿는다. 기독교 신앙의 기준이자 기본적인 교리를 요약한 신앙고백문 사도신경에도 “성령으로 인하여 동정 마리아께 잉태되어 나시고”라는 구절이 있으며, 특별히 이 구절에서만 고개를 깊이 숙이라는 지시도 있다.

기독교에서는 마리아와 요셉의 신앙을 설명하며,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것을 믿은 것에 대해 크게 칭송한다. 교황 프란치스코도 구세주가 잉태될 것이란 천사의 말을 믿었다는 마리아를 ‘신앙의 완전한 표상’이라고 설교했고, 요셉의 일화를 예로 들어 “종종 인생은 이해할 수 없고 해결책이 없어 보이는 상황으로 우리를 몰아넣지만, 기도를 하여 주님께서 우리가 해야 할 올바른 일을 보여주시도록 우리를 내어 맡기자”며 교리 교육을 하기도 했다. 국내의 한 신부도 “요셉은 바로 직전까지 남몰래 파혼하기로 작정한 자신의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문제해결 방법을 버리고, 이해하기 힘들고 받아들이기 어려운 하느님의 요구를 순순히 따랐다. 믿는 것이 힘들다고 말하는 사람은 요셉의 순명을 배워야 한다. 하느님께 대한 요셉의 멍청함이 인류 구원의 초석이 되었다.”며 요셉의 신앙을 본받자는 설교를 가톨릭 언론 특집기사에 기고하였다. (송용환, “복음생각 (704) 순명은 인류 구원의 초석”, 「가톨릭신문」, 2010년 12월 19일., 10면.)

그런데 미국의 천문학자이자 과학저술가 칼 세이건이 그의 저서에 소개한 한 예시를 따르면, 예수의 탄생설화가 적혀있는 마태복음과 누가복음이 예수가 태어난 지 55~60년이 지나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성경 저술가들의 의도와 그 내용의 진위와 진실성이 검토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칼 세이건은 그의 저서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에서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했다.

<자료7> 실베스테르 1세가 콘스탄티누스 황제에게서 칙령을 받는 장면과 「콘스탄티누스의 기증서」의 사본
사본에서 빨간색 제목에는 “콘스탄틴 황제가 교황 실베스테르에게 보낸 편지”라고 적혀 있다. 교황들은 「콘스탄티누스의 기증서」를 내세워 자신들이 이탈리아의 세속적 지배자이기도 하다는 주장을 정당화해 왔지만, 1440년에 위조문서로 드러났다. (출처: 위키피디아)

“인류의 역사에는 이것과 비슷한 사례들이 많다. 출처가 의심스러운 문서가 갑자기 발견되고, 발견자의 입장을 강력하게 지지해 주는 중요한 정보가 그 문서를 통해 드러난다. 주의 깊게, 때로는 과감하게 조사하다보면 그 문서가 가짜였음이 밝혀진다. 문서 위조자들의 동기를 이해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며 「콘스탄티누스의 기증서」라는 문서를 예로 들었다.<자료7> “콘스탄티누스 1세(274~337년)는 기독교를 로마의 국교로 삼은 황제다. 그는 337년에 세상을 떠났지만 9세기에 갑자기「콘스탄티누스의 기증서」라는 문서에 관한 언급이 기독교 문헌에 등장하기 시작한다. 그 문서의 내용은 콘스탄티누스 1세가 자신의 나병을 치료해준 것에 대한 보답으로 당시 교황이었던 실베스테르 1세에게 도시 로마를 포함한 서로마 제국 전체를 유증했다는 것이었다. 역대 교황들은 자신이 교회뿐만 아니라, 이탈리아 중부 지방의 세속적 지배자이기도 하다는 주장을 정당화하기 위해 「콘스탄티누스의 기증서」를 주기적으로 들고 나왔다. 이것은 중세가 끝날때까지 이어졌다. 그런데 1440년, 이탈리아의 인문학자이자 언어문헌학자 로렌초 발라는 논문을 발표해 「콘스탄티누스의 기증서」가 엉성한 위조 문서임을 밝혀냈다. 기증서의 라틴어는 4세기 궁정 라틴어와 비교했을 때, 마치 런던 사투리와 표준 영어의 관계와 같았다는 것이다. 이후로 로마 가톨릭교회는 더 이상 「콘스탄티누스의 기증서」를 내세워 유럽 국가들에 대한 패권을 고집할 수 없게 되었다.”

<자료8> 남편 없이 처녀생식으로 알을 낳은 뱀
2020년 미국의 세인트 루이스 동물원에서 고령의 뱀이 15년 이상 수컷을 만나지 않고 알을 낳았다.
이에 해외에선 “무염시태? 62세 뱀, 수컷 없이 알을 부화하다” 라는 제목의 기사가 보도되었다. (출처: CNN)

마리아의 처녀 출산이 필요한 자들은 인간의 처녀생식을 믿게 하려는 근거로 성경의 일화를 제시하지만, 그 종교를 믿지 않는 일반인들에겐 상식 이하의 발상일 뿐이다. 2020년 미국의 한 동물원에서 고령의 뱀이 수컷 없이 알을 낳는 사건이 생기자<자료8> “무염시태(원죄 없는 잉태) ? 62세 뱀, 수컷 없이 알을 부화하다” 라는 제목의 기사가 보도되는가 하면, 관련 기사에 “동물계의 성모 마리아”, “성령으로 잉태한 모양이네 누구처럼ㅋㅋ..”, “아뱀 마리아”, “수컷과 접촉 없이 잉태했으면 성경에 올라야겠네” 등 인간이 처녀생식을 했다고 주장하는 성경을 조롱하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우리나라 역사 교육 과정에서도 건국시조들의 난생설화를 가르치지만, 그것을 실제로 믿으라고 가르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그 설화가 사실이 아닌 것이 역사적 사실에 영향을 주진 않는다. 그런데 비현실적 탄생설화를 필사적으로 믿으려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콘스탄티누스의 기증서」의 사례처럼, 사기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탄생설화를 저술한 이들의 의도와 그 사건의 진실성을 검토해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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