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종교 탐구<43> 마약이 증명하는 것들-②
세계 종교 탐구<43>▣ 마약으로 종교적 환각을 보다
종교적인 환각을 경험하는 것도 영적인 체험을 했다는 믿음보다는 마약이 보여주는 환각이라는 설명이 더 확실할 것이다. 다음은 각기 다른 시대, 다른 종교의 종교 체험이다.
“공포와 전율을 비롯해서 현기증과 구토와 식은땀이 났다. 그때 어두운 방 안에서 갑자기 번쩍이는 현란한 빛 사이에 환상이 나타났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광경에……하늘과 땅의 경계선조차도 빛의 기둥 사이에서 녹아버린 듯했다.”
– 고대 엘레시우스 제의의 참가자
“갑자기 하늘이 열려 나는 하느님이 보여 주시는 환상을 보게 되었다. 나는 환상 중에 북쪽에서 폭풍을 몰고 오는 큰 구름을 보았다. 그 속에서 불이 번쩍번쩍하고 주위에는 찬란한 빛이 비치고 있었으며……그 불은 아주 밝고 그 속에서는 번개가 치며 그 생물들은 번개처럼 이리저리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 유대교 경전 에스겔서 1장에서
“무지개처럼 현란한 빛이 보였다.”, “태양 주위의 구름이 형형색색으로 빛을 발했다”, “꽃이 하늘에서 떨어졌다.”, “번쩍이는 구(球)가 구름 사이를 회전했다.”
– 파티마의 성모 발현을 목격했다는 사람들의 증언
각 종교의 신자들은 자신들이 종교적 체험을 했다고 믿고 있지만, 섬광이 비치는 등 이들이 보았다고 주장하는 내용은 마약으로 환각 체험을 하는 이들이 목격하는 일반적인 장면 중 하나이다.
미국의 종교학자 휴스턴 스미스는 “적절한 상황에서 적절한 대상자가 환각제를 사용할 경우에는 자연적으로 일어나는 것과 거의 똑같은 종교적 체험을 유도할 수 있다……통계상으로는 자연상태에서 특정한 환각제를 복용할 경우, 오늘날 전 세계 인구의 4분의 1에서 3분의 1가량이 종교적 체험을 할 수 있다……대상자가 강력한 종교적 기질을 지니고 있는 경우, 종교적 체험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은 4분의 3으로 증가하고, 종교적인 장소에서 환각제를 복용할 경우, 그 가능성은 10분의 9로 증가한다”고 했다.
환각 버섯에 함유된 마약성분 실로시빈이 강력한 영적 체험을 유발한다는 것은 1962년 일명 ‘성 금요일 실험’으로도 증명된 바 있다. 1962년의 성 금요일(부활절 직전의 금요일로, 예수가 십자가에서 당했다는 고난과 죽음을 기념하는 날)에 스무 명의 학생을 예배당에 모아놓고 실로시빈 30mg을 제공했다. 실로시빈을 섭취한 학생들은 “오색찬란한 띠들이 다채롭게 눈앞에 펼쳐지는 것을 보았다”는 등 강력한 영적체험을 했다고 답했다.
‘존스홉킨스 환각제 연구단’을 조직한 미국의 정신약리학자 롤랜드 그리피스 박사는 자원자를 360명 이상 모으고 동료 검토 간행물을 50편 이상 내놓은 뒤에야 자신의 연구결과를 발표했는데, 2016년 TED 강연에서 그리피스는 자신이 실험실에서 일상적으로 보는 약물로부터 얻은 황홀경이 인간 역사 내내 타고난 예언자와 선견자가 보고한 내용과 “사실상 똑같다”고 말했다.<자료4>
지금까지 살펴본 바 마약은 종교의 치유 기적과 환각 체험에 도움을 주었으며, 의학 지식이 없던 당시 유용한 치료제였을 텐데 마약은 언제부터, 왜 금지되었던 것일까? 그것은 현대와 같이 마약의 남용이 개인과 사회에 피해를 입히기 때문이 아니었다. 바로 국가의 공인을 받은 한 유일신교가 다른 종교들을 탄압할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함이었다.
▣ 마약을 금지시켜 권력을 독점하다
로마에는 전통 종교, 그리스 종교, 이집트 종교, 샤머니즘, 기타 이민족 종교 등 다양한 종교들이 투쟁 없이 공존하고 있었다. 다신교가 익숙했던 로마에선 황제에게 저항만 하지 않는다면 굳이 다른 종교를 탄압하지 않았다. 하지만 392년, 기독교가 로마의 국교로 공인되면서 마약과 알코올에 대한 태도가 돌변했으며, 마약을 사용하는 모든 종교를 말살하기 시작했다.
당시에는 마약이 거의 유일한 의약품이었으며 시장규모도 너무 커서 마약 사용을 갑자기 통제하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마약이 시중에 유통된다면 마약을 사용해 기독교보다 강력한 영향력을 미치는 종교가 나타날까봐 두려워했던 기독교는 ‘고통은 신의 경건한 징벌이니 마약이 아니라 믿음과 회개로 고통을 극복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며 마약을 금지시켰다. 고통을 줄여주는 마약은 이제 악마의 약으로 간주되었고, 마약을 사용한 종교적 엑스터시, 황홀경을 모두 불법화하고 참여자는 사형에 처했다. 대부분의 종교에서 마약을 사용했기에, 이는 기독교를 유일한 종교로 만드는 데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었다. 이후 마약에 관한 지식은 이교도의 것으로 배척당했고, 테오도시우스 황제 때는 당시 12만 권의 마약 관련 서적들을 모두 불태워버렸다.
14세기경 이슬람이 마약을 금지한 계기도 상대 분파를 비난하기 위함이었다. 초기 이슬람은 마약에 대해 중립적 시각을 가졌었지만 종교적 내분이 일어나자 마약은 상대를 비난하는 수단이 되었다. 마약 사용을 통해 신성한 존재로의 접근을 주장한 수피파 이슬람을 비난하기 위해 정통 이슬람 지도자들은 포도주를 마시는 것은 죄인이며 해시시(대마를 농축한 것)를 피우는 것은 이단자임을 경고하며, 해시시가 무신앙, 급사, 나병, 남색 등과 같은 120가지 문제점을 야기한다고 경고했다.
중세 시대, 십자군 전쟁의 패배, 흑사병, 교회의 타락과 부패, 종교개혁 등으로 가톨릭의 권위가 크게 실추되자 가톨릭은 기존 지배질서를 위협하는 세력을 통제하기 위해 마녀사냥이라는 정치적 희생양을 창출했다. 마녀사냥에 대한 정당성을 확보하는 수단의 하나는 마녀재판에 기소된 자들에게 마약사용 혐의를 씌우는 것이었다. 여인들 중에는 약용식물들의 치료효과를 대대로 전수받거나 알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이를 악마로부터 전수받은 것이라 매도했다.<자료5> 마녀사냥은 점점 고문에 의한 거짓 자백을 하게 만들어 실제 약초를 다루는 여성들뿐 아니라 가톨릭을 믿지 않는 자들을 정당하게 처형하는 수단으로 자리잡았다.
지난 6월 세계마약의 날, 로마 가톨릭교회의 수장 프란치스코는 “우리는 마약 판매상과 공급상들의 악마적인 의도와 행동을 잊어서는 안 된다”면서 “그들은 살인자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얼마나 많은 마약 거래상들이 오직 돈과 권력의 논리에 이끌려 죽음의 약인 마약을 거래하고 있는가?”라며 “예수님께서 고통받는 이들에게 가까이 다가가 그들의 상처를 치유하셨던 것처럼 우리 역시 마약의 굴레에 빠져든, 외롭고 고통스런 사람들이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도록 행동에 나서자”라고 말했다.
하지만 대마초 역사가 크리스 베넷은 대마를 박해하는 것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얘기한 바 있다. “역사에서 알 수 있듯이 대마가 고대 기독교 관유의 주요 성분 중 하나였고 이 기름을 받는 것이 예수와 그의 추종자들을 그리스도인으로 만들었다면, 대마를 사용하는 사람들을 박해하는 것은 적그리스도로 간주될 수 있다.”
▣ 종교는 마약을 근절시켰는가
그런데 마녀사냥까지 감행했던 결과로 과연 마약이 근절되었을까? 마약은 근절되지 않았고, 마약을 금지시켰던 가톨릭에서 마약을 사용하고 전파시키기도 했다. 예를 들면 전쟁을 나갔던 십자군들이 돌아오며 유럽 세계에 마약이 다시 유행하게 되었다. 1858년, 2차 아편 전쟁 후에는 유럽국과 중국 사이에 톈진 조약이 체결되었는데, 톈진 조약은 아편 무역과 그리스도교 포교를 동시에 합법화하는 조약이었다. 이에 많은 중국인들은 서양의 그리스도교를 아편과 동일시했으며, 모르핀(아편의 마약 성분)은 ‘예수 그리스도의 아편(耶稣鸦片)’이라 불렀다. 19세기 말에는 코카인이 들어간 포도주 ‘뱅 마리아니’가 인기를 끌었는데, 뱅 마리아니의 애호가였던 교황 레오 13세는 1898년 뱅 마리아니를 만든 이에게 바티칸 금메달을 수여했다.<자료6>
마약의 불법화가 일반적인 21세기에도 마약을 사용하다 적발되었다는 기사들이 계속해서 보도되고 있다. 언론에 따르면 2014년 1월에는 독일 세관 당국이 바티칸으로 향하던 코카인 선적물을 압수했다. 남미에서 온 이 선적물 안에는 액체 형태의 코카인이 든 콘돔이 14개가 담겨있었다고 한다.
<자료7>
2014년 9월 프랑스에서는 바티칸 시국 외교 차량에서 수 킬로그램의 코카인과 대마가 발견되었다. 두 명의 이탈리아 남자들은 바티칸 외교 차량을 몰고 스페인으로 가서 코카인 4kg과 대마초 200g을 사온 뒤 프랑스로 돌아왔는데, “바티칸 시국 외교단”이라는 문구가 적힌 외교 번호판이 자신들을 보호해 줄 것이라고 믿었다고 한다.
2021년 이탈리아의 40대 신부 스파그네시가 동성애 섹스 파티를 위해 수천 유로의 교회 기금과 기부금을 훔쳐 마약을 구입한 혐의로 체포되었다. 이 사건은 2019년 한 신부가 바티칸 내부에 있는 자신의 아파트에서 “chemsex(약물 복용 후 갖는 성관계)” 파티를 열어 빨간 조명을 설치하고 손님에게 코카인과 대마초가 함유된 보드카를 제공한 혐의로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수사망에 올랐다. 스파그네시의 동거인이 일명 ‘물뽕’이라 불리는 데이트 강간 약물 GHB 1L를 수입한 사실이 발견되며 조사가 시작되었고, 경찰이 두 사람이 살던 아파트를 급습하자 크랙 코카인 흡연용으로 추정되는 병도 발견되었다. 추가 조사 과정에서 스파그네시는 자신이 에이즈에 걸린 것을 알면서도 파트너들과 성관계한 사실을 인정했다.<자료8>
2017년에는 교황 최측근의 비서가 교황청 소유 아파트에서 마약 동성애 난교파티를 벌이다 체포되었다. 지속적인 난교파티에 불만이 쌓인 이웃들이 그를 경찰에 신고하면서 그동안의 행각이 드러났다. 경찰이 아파트를 급습하자 마약에 취해 동성애 환각파티를 벌이고 있는 현장이 적발되었다. 당시 현장에선 다수의 마약이 발견되었고, 남성들은 성행위를 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 아파트는 사제들의 성범죄 조사를 관장하는 바티칸 신앙교리성 소유의 아파트였다.
▣ 종교는 인민의 아편이라는 표현에 대하여
독일의 철학자 카를 마르크스는 “종교는 인민의 아편이다.”라며 종교를 마약에 비유한 바 있다. 이 표현의 메시지는 “종교는 대중을 환상으로 중독시키기만 할 뿐 어떠한 실질적인 구원도 이루지 못한다는 것”이다.
마약은 진정한 기쁨과 즐거움이 아닌 인위적인 신경 자극에 의한 가짜 쾌락을 제공하며 사람들을 유혹한다. 마르크스는 무엇을 떠올리며 이러한 마약의 속성이 종교와 유사하다고 얘기한 것일까? 진정한 종교는 마약 같은 속성을 지니지도, 마약을 사용하지도 않는다. 그의 비판에서 자유롭고 싶다면 종교는 마약과 같이 실체 없는 믿음이 아니라 과학으로 증명되는 믿음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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