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종교 탐구 <51> 마약과 AI를 찾는 사람들, 드러나는 종교의 민낯 ①
21세기, 과학과 이성의 주도 하에 미신은 설 자리를 잃어가는 시대. 종교계에는 현재 수상한 기류가 포착되고 있다. 보다 분명한 종교 체험과 진리를 갈망하던 사람들이 기도와 경전을 뒤로 하고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 나선 것이다. 최근 각종 환각성 마약이 검증된 종교 체험의 수단으로 급부상하고, 세계 각국에서 인공지능(Artifical Intelligence, 이하 AI) 신과 AI 사제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시도는 현대인의 영적 갈증을 해소할 수 있을까? 이번『세계 종교 탐구』에서는 종교계에 번지고 있는 마약과 AI 신을 찾는 흐름이 증명하는 바가 무엇인지 탐구해 볼 것이다.
▣ 현대의 종교인들, 신 대신 마약을 찾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종교인들의 마약 범죄가 잇따라 드러나는 가운데, 이제는 종교 행위라는 명목으로 마약을 합법적으로 사용하려는 시도까지 포착되고 있다. 마약의 해악과 위험성을 깨달은 현대 사회에서, 고의적인 마약의 사용은 비도덕적이고 불법적인 행위로 여겨진다. 더욱이 인류를 바른 길로 인도해야 할 종교에서 마약을 사용한다는 것은 모순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종교가 마약 덕분에 발전했다는 가설이 존재할 정도로 종교는 수천 년 전부터 다양한 마약 식물에 의존해왔다. 마약 식물이란 ‘환각을 유발하거나 정신 상태를 변화시키는 성분을 함유한 식물’을 통칭하며, 대표적으로 대마, 페요테 선인장, 아야와스카, 환각 버섯 등이 있다.<참고 자료1: 마약 식물 토막 상식>이러한 천연 마약들은 현재까지도 일부 종교에서 공개적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심지어 마약이 불법인 국가에서도 ‘종교의 자유’를 내세워 합법적 지위를 확보하는 경우도 있다.
■ 대마 (Cannabis)
– 속칭: 마리화나
– 학명: Cannabis sativa
– 주요 환각 성분: THC (tetrahydrocannabinol)
마리화나의 어원을 분석한 논문 『‘마리화나’라는 단어의 신비로운 기원』에서는 대마의 스페인어 명칭 마리화나와 성모 마리아의 연관성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마리화나(marijuana) 는 거의 확실하게, 여성 명칭 ‘마리아 후아나(María Juana)’와 비슷한 소리 때문에 생긴 ‘홉슨-잡슨(Hobson-Jobson)’식 차용어로 보인다. (우리나라로 예를 들면 노터치→노다지) 또한 이 이름은 민간어원의 영향을 받았을 수도 있는데, 스페인 아메리카 문화권에서는 여러 약초의 효능을 성모 마리아와 연관시키는 전통이 있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인 예로, 환각 성분을 가진 식물 살비아 디비노룸(Salvia divinorum) 은 ‘스카 마리아 파스토라(ska Maria Pastora, 목자 마리아의 풀)’로 불린다.”
■ 페요테 선인장 (Peyote)
– 학명: Lophophora williamsii
– 주요 환각 성분: 메스칼린 (Mescaline)
북미 원주민의 종교 의례에서 신성한 식물로 사용되는 페요테는 강력한 환각 성분 메스칼린을 함유한 소형 선인장이다. 페요테는 줄기 상단 부위를 말려 먹거나 차로 마시며, 저녁부터 밤새 진행되는 치유의식 동안 섭취한다.
■ 아야와스카 (Ayahuasca)
– 학명: Banisteriopsis caapi (덩굴)
Psychotria viridis (잎)
– 주요 환각 성분: DMT (N,N-Dimethyltryptamine)
아야와스카는 아마존 원주민들이 오랫동안 영적·치유 의식에 사용해 왔으며, 아야와스카 덩굴과 차크루나 잎을 함께 끓여 차의 형태로 섭취한다.
■ 환각 버섯 (Psilocybin mushroom)
– 속칭: Magic mushroom
– 학명: Psilocybe semilanceata
– 주요 환각 성분: 실로시빈 (Psilocybin)
환각 버섯은 환각 성분 실로시빈을 함유한 버섯으로, 섭취 시 실로신으로 전환되어 환시·지각 변화·강렬한 내적 체험을 유발한다.
예를 들어 아메리카 원주민 교회는 종교 의식에서 향정신성 물질 메스칼린을 함유한 선인장 페요테를 말려서 씹어먹거나 차로 우려내 마신다. 신도들은 페요테를 ‘페요테 정령’으로 인격화하여 기독교의 예수와 상응하는 인디언의 예수, 또는 예수 그 자체로 믿는다. 이 페요테는 미국에서 엄격한 규제등급인 1급(Schedule I) 마약류로 분류되지만, 1994년 미국 원주민 종교 자유법은 페요테를 교회에서 사용하도록 허용했다. 지난 5월에는 미국 워싱턴주의 가이아 교회가 종교 자유 회복법을 근거로 규제등급 1급 마약 아야와스카 사용을 마약단속국에 허가받았다. 이들은 아야와스카를 우려낸 차를 마신 후 신을 보고, 느끼고, 엿보거나 감지했다고 믿으며, 환각제를 ‘신에게로 가는 리프트’라고 주장했다. 지난 8월 미국 유타주에서는 환각 버섯을 사용하는 종교가 마약을 압수하려는 경찰을 상대로 승소했다. 환각 버섯을 우려낸 차를 마시는 것이 진실된 종교 활동이며,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지 말라는 종교 측 주장이 받아들여진 것이다. 종교의 자유라는 무기는 마약의 합법화를 강행시켰고, 덕분에 환각에 취하는 범죄 행위가 종교인에게는 ‘신을 만나는 신성한 행위’로 둔갑할 수 있게 되었다.
한 사례에서는 마약 범죄로 법정에 선 성직자가 마약의 동기로 신앙의 위기를 내세웠다. 지난달 23일, 오스트리아의 한 신부가 마약을 제조하려 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기소장에 따르면, 신부는 사제관에서 1kg 분량의 필로폰을 제조하려다 실패하고는, 구입한 원료와 장비를 사제관에 그대로 보관하다 목격자의 신고로 적발되었다. 신부의 변호인 아스트리드 바그너는 범행 원인으로 “영적 위기(spirituelle Krise)”를 들며 “피고인이 교회에서 더 이상 마음의 평안을 얻지 못했다.”, “어차피 제조에 실패하지 않았느냐”며 선처를 요구했다. 신부 본인도 “당시 저는 영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인생의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었습니다.”, “제가 하는 일이 그저 연극일 뿐이라는 것을 알고, 교회를 떠나고 싶었습니다.”라고 진술했다. 신앙의 길을 택한 성직자가 왜 영적 위기의 상황에서 신이 아닌 마약을 찾았던 것이며, 마약은 정말 신부에게 신앙에 도움이 되는 물질이었을까? 최근 심리학·신경과학 분야에서는 ‘마약이 종교 체험 및 영적 각성을 유도함’을 증명하려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 마약이 보여주는 환각을 종교 체험으로 믿다.
“실로시빈과 성스러운 체험에 대한 연구 조사에 참여할 성직자를 모집합니다.”
이는 미국의 한 기독교 잡지에 실린 존스홉킨스대와 뉴욕대 연구팀의 실험자 모집 광고였다. 광고를 본 성공회 사제 헌트 프리스트는 실험에 자원한다. 영적인 삶에 무언가가 부족하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던 참이었기 때문이었다. 프리스트씨를 비롯해 영적으로 신비로운 경험에 목말라 있을 가능성이 높은 사람들이 모집되었고, 2025년 5월, 연구팀의 논문 『다양한 세계 주요 종교 성직자의 종교적, 영적 태도와 행동에 대한 실로시빈의 효과』가 공개되었다.
실험 대상은 세계 4대 종교 성직자 중 이전에 환각제 경험이 없었던 사람들로, 기독교 성직자(가톨릭 신부, 성공회 신부, 개신교 목사 등), 이슬람 이맘, 유대교 랍비, 불교 승려 등이 참여 했다. 참가자들에게 환각 버섯의 마약 성분인 실로시빈을 알약으로 투여한 후 종교적·심리적 변화 등을 조사했는데, 분석 결과 대조군과 비교하여 실로시빈을 투여받은 참가자들은 종교적, 영적 삶과 관련된 다양한 영역에서 유의미한 개선이 있었다고 답했다. 또한 참가자들은 실로시빈 경험 중 적어도 하나를 자신의 삶에서 가장 영적으로 중요한 경험(96%), 가장 신성했던 경험(92%), 가장 심리적으로 통찰력 있는 경험(83%), 가장 심리적으로 의미 있는 경험(79%)으로 믿는다고 평가했다.
논문에는 통계적 차트와 결과만 공개되어 있어, 실험자들의 경험에 대한 자세한 묘사는 알 수 없다. 그런데 현대 환각제 연구를 대중화한 책『마음을 바꾸는 방법』의 저자 마이클 폴란이 위 논문의 연구자와 실험 참가자들을 직접 만나 논문에서는 볼 수 없던 생생한 경험과 연구 배경을 인터뷰로 기록했다. 그리고 그 내용이 미국의 시사·문화 매거진『뉴요커』에〈이것은 마약에 취한 당신의 사제다〉라는 제목의 칼럼으로 게재되었다. 마이클 폴란의 칼럼에 의하면, 연구자 중 한 명인 임상 심리학자 리처즈 박사는 “환각제는 사람들이 교리의 기원을 이해하도록 도와준다.”, “환각제를 바라보는 한 가지 방법은 현재에 일어나는 계시로 보는 것이다.”라고 연구 배경을 밝혔다. 실제로 실험참여자 중 멕시코 출신의 한 가톨릭 신부는 “예수님으로부터 직접 말씀을 들었다”고 증언했고, 성공회 신부 헌트 프리스트도 신과의 만남을 경험했다고 증언했다. 프리스트는 실로시빈을 복용한 후 모자이크를 연상시키는 아름다운 프랙탈 패턴으로 환각이 시작되었고,<자료1> 생전 처음으로 방언을 했다고 증언했다. “정수리에서 전기가 뿜어져 나오는 듯한 느낌이 들더니, 종교적이고 영적이고 신성한 소리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방언으로 말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는데, 방언은 성공회에서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자료1> <이것은 마약에 취한 당신의 사제다> 메인 일러스트
이것은 마약에 취한 당신의 사제다〉는 지난 5월 19일 미국의 시사·문화 매거진『뉴요커』에 실린 칼럼의 제목으로, 환각제를 복용한 성직자들의 변화를 관찰하는 실험에 참여한 연구자와 피실험자들을 인터뷰한 내용이다. 성공회 사제 헌트 프리스트는 실로시빈을 복용한 후 신을 만났는데, 모자이크를 연상시키는 아름다운 프랙탈 패턴으로 환각이 시작되었고, 생전 처음으로 방언을 했다고 증언했다. (출처: 뉴요커)
또 다른 성공회 신부 그레고리는 “제가 해왔던 일을 정말로 믿지 못했던 것 같아요.”, “전례가 싫었어요. 정말 두려웠어요. 기계적인 거였고, 가면을 쓰고 해야 하는 일이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훨씬 더 의미 있고 만족스럽습니다.” 라며 마약 체험 소감을 밝혔다. 그에게 ‘이 변화가 작은 파란색 캡슐 때문에 일어났다는 사실을 어떻게 이해하는지’ 묻자, 그는 “(이 변화는) 알약을 통해 왔지만, 그 알약은 하느님의 손길, 즉 축복을 받은 것이었습니다.”라고 답했다.
이번 연구는 성직자들을 대상으로 한 최초의 실험이라는 점에서 의의(意義)가 있으며, 이번 연구 이외에도 환각제와 종교 경험의 연관성을 찾는 일련의 연구들은 이전부터 계속되어 왔다. 그리고 대부분 환각 물질이 종교 체험을 유도(誘導,induce)한다는 일관된 결과를 보였다. 그러나 이러한 연구의 결과는 늘 논란의 대상이 되었다. 현대 의학은 마약의 증상과 작용 메커니즘을 대부분 파악하고 있고, 마약이 일으키는 환각이 ‘헛것을 보거나 느끼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따라서 마약으로 유도된 환각은 종교적 경험이 아니라 과학적 결과이며, 결국 헛것에 불과하다는 결론에 이를 수 있다. 종교계에서도 “마약을 신의 능력과 동일시한다”며 신성모독이라 분노하고 연구 결과를 부정하는 경우가 있다. 과학의 입장이든 종교의 입장이든 ‘마약으로 유도된 체험을 진정한 종교 경험이라 할 수 있는가’ 하는 논란이 계속되는 것이다.
위 논란에 대해 진정한 종교적 경험이 맞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종교적 경험의 다양성』의 저자 윌리엄 제임스가 제시한 ‘뿌리와 열매(Roots and Fruits)’ 개념을 자주 인용한다. <자료2> 종교적 체험의 가치는 그 체험이 비롯된 ‘뿌리’가 아니라 그것이 가져온 결과인 ‘열매’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이다. 예를 들어 ‘다마스쿠스로 가는 길에 환상을 본 바울 이야기’의 경우 “의학적 유물론은 다마스쿠스로 가는 길에서 사도 바울이 본 환상을 후두엽 피질의 방전성 병변이라고 부르며, 그가 간질병을 앓고 있다고 설명한다.”<자료3> “바울의 깨달음이 발작 때문인지, 아니면 신과의 진정한 만남 때문인지는 확신할 수 없다. 하지만 그 경험은 바울의 삶을 변화시켰고, 바울은 기독교 박해자에서 초기 교회 지도자로 전향했다. 따라서 체험의 주관적인 경험의 의미와 중요성이 그 생리학적 기원에 때문에 축소되어서는 안된다.”라는 설명이었다. 이는 “신비 체험의 가치는 그 촉발 원인이 약물·질병·명상 중 무엇이든 중요치 않다”는 『신비주의와 철학』의 저자 월터 스테이스의 견해와도 일치한다. 그러나 이러한 해명은 ‘신성모독’이라는 종교계의 불만만 잠재울 수 있을 뿐, ‘명백한 헛것을 믿는 것이 옳은지’ 묻는 과학계의 근본적인 질문에는 여전히 대답을 들려주지 못한다.

<자료2> 윌리엄 제임스 著『종교적 경험의 다양성』책 표지
『종교적 경험의 다양성』의 저자 윌리엄 제임스는 종교적 경험의 진정성에 대해 ‘뿌리와 열매(Roots and Fruits)’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종교적 체험의 가치는 그 체험이 비롯된 ‘뿌리’가 아니라 그것이 가져온 결과인 ‘열매’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마약으로 유도된 환각도 진정한 종교 체험이라 주장하는 사람들은 그가 제시한 개념을 자주 인용한다. (출처: 교보문고)

<자료3> 다마스쿠스로 가는 길에서 계시를 받고 눈이 먼 바울
바울은 다마스쿠스로 가는 길에서 예수의 목소리를 듣는 등 종교적 계시를 겪고 잠시 눈이 멀었다고 한다. 환청을 듣고 일시적으로 시각을 상실한 바울의 증상은 간질 발작 증상과 일치한다. 발작 중에 환자는 자신이 신과 만나는 중이란 확신에 이르기도 하며, 사람의 목소리가 들리는 환각성 청각 증상이 동반될 수 있다고 한다. 윌리엄 제임스의 뿌리와 열매 개념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간질 발작이 일으킨 환각도 종교 경험이라 믿는다. (출처: 위키피디아)
과학계는 오히려 ‘환각제가 잘못된 통찰과 믿음을 유발한다’는 논문으로 스스로 답했다. 2024년 네이처 산하 학술지 「커뮤니케이션즈 사이콜로지」에 발표된 연구『환각제가 유발하는 잘못된 통찰과 믿음에 관한 통합 이론(An Integrated theory of false insights and beliefs under psychedelics)』에 따르면, 환각제는 착각이 진짜처럼 느껴지게 만들어 잘못된 믿음을 낳을 수 있으며, 임상적으로 환각제가 만든 통찰 중 일부는 검증되거나 반증하기 어려우므로, 사실에 합치하는 믿음과 아닌 것을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경고했다.
실로시빈 복용 실험 참가 후 기독교 환각 협회를 설립한 헌트 프리스트 신부는 ‘어떻게 하면 진짜 계시와 약물로 인한 환각을 구별할 수 있는가?’하는 질문에 다음과 같이 답했다. “환각제 사용 후 사람들이 겪은 경험은 실제입니다.”, “제 몸에서 일어난 일과 제가 그것에 부여한 의미는 환각이 아니었습니다. 성경의 많은 부분도 비일상적인 의식 상태에 관한 것입니다. 예를 들어, 요한계시록 전체, 성경에 기록된 꿈, 요한복음에 나타난 예수님의 부활, 모세와 불타는 떨기나무, 다마스쿠스로 가는 길의 바울, 별을 따라가는 동방박사들 등이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왜 사람들은 여전히 하느님께서 우리의 환상, 꿈, 그리고 기묘한 경험을 통해 일하신다고 생각하지 못하는 걸까요?”라 반문하며 답변을 마무리했다.
그런데 그의 의문과 달리, 초기 기독교가 환각 물질을 사용하며 발달했음을 주장하는 다양한 저서와 학자들은 꾸준히 있어 왔다. 그들의 주장이 하나의 가설로만 취급되거나 주류 역사가들에게 비판받으며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