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사태 국가책임 “늑장 대응, 부실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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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 지연으로 메르스 확산
1천만 원 배상, 국가책임 인정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에 감염됐던 환자가 국가의 초기 방역 실패 책임을 묻는 소송에서 처음으로 이겼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4부(재판장 송인권)는 2015년 ‘메르스 30번 환자’로 확진 판정을 받았던 이 모 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패소 판결을 한 1심을 깨고 “국가는 1000만 원과 이자를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지난 2월 18일 밝혔다.

60대 남성 이 모 씨는 2015년 5월 22일 대전 대청병원에서 발목 치료를 받다가 메르스에 감염됐다. 같은 병실을 쓴 16번 환자로부터 옮았다. 16번 환자는 이 병원에 오기 전 메르스 최초 감염자인 ‘1번 환자’가 입원해 있던 평택성모병원 8층의 다른 병실에 있다가 메르스에 옮았다. 1번과 16번 환자는 모두 슈퍼전파자로, 각각 28명, 23명을 감염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한 달 만에 완치된 이 씨는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지만 1심은 국가의 책임이 없다고 봤다.

하지만 항소심 판단은 달랐다. 국가가 초기 방역에 주의했다면 1번→16번→30번 환자 순으로 이어진 감염 경로를 충분히 차단할 수 있었다고 판단했다. 그 근거로 1번 환자에 대한 보건당국의 늑장 대응을 꼽았다.

재판부는 “1번 환자가 바레인을 다녀온 사실을 진료과정에서 확인한 삼성서울병원이 2015년 5월 18일 강남구 보건소에 메르스 의심환자로 신고하였고, 강남구 보건소는 곧바로 질병관리본부에 메르스 의심환자 발생신고 및 진단검사 요청을 하였으나 질병관리본부는 1번 환자가 방문했던 바레인이 메르스 발생 국가가 아니라는 이유로 검사 요청을 거부하였다. 위와 같은 사실을 강남구 보건소로부터 전해 들은 삼성서울병원 의료진은 질병관리본부에 연락하여 재차 진단검사를 요청하여 의심환자 신고 후 약 33시간 뒤에야 검체를 채취하게 되었다”고 했다.

또 “신고 후 약 31시간 뒤에 2시간가량 이루어진 역학조사에서 접촉자 등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였다”며 “질병관리본부의 공무원들이 1번 환자에 대한 메르스 의심환자 신고를 받고도 지체없이 진단 검사와 역학조사를 하지 않고 지연한 것은 현저하게 불합리하다”며 국가의 책임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또 “평택성모병원은 1번 환자가 2박 3일간 입원하였던 장소이므로 가장 중요하고 충실하게 접촉자 조사가 될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평택성모병원 역학조사팀은 1번 환자가 병원에만 머물렀다는 가정으로 의료진 외에는 같은 병실 환자 및 보호자만 밀접접촉자로 설정하였고 일상적 접촉자에 대하여는 아무런 조사를 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평택성모병원 역학조사가 부실하게 되지 않았더라면 1번 환자가 입원한 기간 8층 병동의 입원환자는 1번 환자의 접촉자 범위에 포함되고 그에 따라 원고의 감염원으로 추정되는 16번 환자도 조사될 수 있었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16번 환자는 그해 5월 30일에야 발견됐고, 이 씨는 다음 날 확진 판정을 받았다.
재판부는 “만일 1번 환자가 최초 신고됐던 시점에 곧바로 역학조사가 이뤄졌다면, 5월 22일 낮까지는 16번 환자가 추적될 수 있었던 상황”이라며 “그랬다면 이씨가 감염되기 전에 미리 16번 환자를 격리 치료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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