쌈지 공원의 새로운 친구들 (2)

발행일 발행호수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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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신보 사진

<지난 줄거리>
나무 친구들이 정든 고향을 떠나 아담하게 새로 지은 아파트의 쌈지공원에 이사 왔어요 .오늘은 친구들이 공원에 모여 차례로 자기 소개하기로 하였지요. 그래서 매화 나무도 자기는 겨울에 꽃을 피운다고 하자 갑자기 소란해지면서…
 
<2>
이때 화원에서 이사 왔다는 어린 장미가 가시 줄기를 흔들면서 “그럼 매화랑 동백은 어떻게 열매를 맺을 수 있어요? 얼음이 어는 겨울에는 벌과 나비들이 없잖아요?” 돌 틈에 있던 영산홍과 언덕 위의 댕강 나무도 “그래 맞아!” 하면서 맞장구를 쳤습니다.그러자 향이 좋기로 소문난 금목서가 “ 나도 꽃이 필 때 벌과 나비가 찾아와 주면 좋겠어. 그러나 겨울에는 벌과 나비도 다 잠자고 있으니 올 수 없는 게 당연하지. 그렇지만 우리에겐 항상 운동을 시켜주는 바람이 있잖아? 가지와 꽃들을 살랑살랑 흔들어 주고 가기 때문에 꽃가루가 이 꽃 저 꽃에 옮겨 갈 수가 있거든. 그래서 겨울 꽃도 열매를 맺을 수 있는 거야. 꼬마 장미 친구 알겠니?”
 
마침 이때 아파트 건물 사이로 시원한 바람이 “친구들! 안녕!” 하며  지나가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어요. 금목서는 자기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알고 기분이 매우 흐뭇했어요.
 
이렇게 쌈지공원의 새로운 친구들이 자기소개에 열중하고 있을 때 잔디 위로 아가가 아장아장 걸어오고 있네요. 쌈지공원 친구들은 잠시 소개를 멈추고 모두 아가를 바라보았어요. 아가는 뒤뚱거리더니 그만 넘어지고 말았어요. 조금 떨어진 뒤에서 아가의 걷는 모습을 보던 아빠가 달려와 넘어진 아가를 두 손으로 번쩍 들어 올리더니 “우리 아기 넘어져도 울지 않네. 무릎도 다치지 않았구.” 하며 아가를 잔디에 내려놓고는 “작년에 돌아가신 어머니 모신 자리 잔디도 이렇게 자랐을까?” 하며 잔디를 손바닥으로 좌로 우로 흔들 듯 쓰다듬더니 그 자리에 이내 누었습니다.
 
그리고는 아가를 다시 두 손으로 번쩍 올려 얼굴을 마주 보고 아가 몸을 흔들며 헬리콥터 소리를 냅니다. “ 뚜두두 뚜두두…..”아가의 ‘까르르’ 웃음소리가 아파트 벽을 타고 메아리 되어 하늘로 올라갑니다. 잔디밭에는 언제 나타났는지 하나, 둘 동네 꼬마들이 잔디 위에 뒹굴며 이내 씨름이 벌어집니다. 쌈지공원의 잔디밭이 갑자기 어린이 놀이방이 되었습니다.
 
쌈지공원의 나무 친구들은 놀이방이 된 잔디를 황소눈이 되어 바라보고 있었어요. 공원에서 잔디는 키가 가장 작고 꽃도 열매도 볼품없을 뿐 아니라 항상 낮게 깔려 있어 사람들에게 짓밟혀 측은하게만 보였어요. 그런데 사람들은 편편하고 푹신한 잔디를 찾아 눕더니 아주 기분 좋아하며 즐기는 것이었어요.
 
이때 매화나무 밑에 있던 맥문동이 갑자기 큰 목소리로 “여러분! 잔디도 우리와 같이 친구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좋습니다.” “잔디야 말로 땅을 제일 많이 차지하고 있는 부자입니다.” “비가 올 때도 나무뿌리에 흙이 씻겨가지 않도록 잡아 주고 있는 가장 필요한 친구 아닙니까?”
 
나무 친구들은 언제 잔디에 관심을 두었는지 잔디의 자랑거리를 먼저 꺼내려 했어요. 공원에는 말없는 잔디가 있기에 나무들이 주민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리고 쌈지공원의 나무와 꽃들은 잔디가 쌈지공원에 없어서는 안 될 친구라고 했어요. 그러나 잔디는 새로운 나무와 꽃 친구들 이 잔디 위에서 가지를 쭉쭉 뻗어 저 높은 하늘까지 올라가 쌈지공원이 더 푸르고 활기차며 아름답게 보여지기를 바라면서 살며시 미소를 지을 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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