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종교 칼럼&기사 Review <1> 뉴올리언스 가톨릭교회, 파산이 어떻게 범죄의 온상이 되는가?
해외 종교 칼럼&기사 Review <1>지난 10월 9일, 미국의 한 파산 전문가가 FBI 조사를 받는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모신 메그지라는 인물이 제약업체의 파산 과정에서 부패 관련 의혹을 받게 됐다는 언론 보도였다. 그런데 이 보도에 가톨릭 성학대 피해자들과 그의 변호사들이 촉각을 곤두세웠다. 메그지가 뉴올리언스 가톨릭교회의 파산에도 관여해 배상금 결정에 중요한 역할을 했기 때문이었다.
뉴올리언스 가톨릭교회의 파산은 단순한 재정적 문제가 아니다. 성학대 피해자들의 사활이 걸린 사회적 법률적 문제이자, FBI와 아동 성매매 조직, 부패한 판사들과 파산 전문가, 변호사까지 얽히고설켜 8억 달러(한화 약 1조 958억)를 두고 벌이는 의혹의 온상이다.
가톨릭교회는 파산을 통해 여러 피해자들에게 공평한 배상이 가능하다고 주장하나, 실제로는 누구도 제대로 된 배상을 받지 못한 채 또 다른 범죄를 양산하고 있다. 뉴올리언스 대교구 사건을 통해 그 실체를 들여다본다.
가톨릭교회는 왜 파산할까?
가톨릭의 성학대로 고통 받은 피해자들은 그동안 ‘공소시효’에 걸려 법적인 구제를 받기가 어려웠다. 미국의 경우, 많은 주에서 아동 성학대 공소시효는 28세로, 이 나이가 지나면 소송을 제기할 수 없었다. 보통 피해자들이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소송에 나서기까지 수십 년이 걸린다는 것을 고려하면, 공소시효는 피해자의 발목을 잡는 족쇄였다.
그런데 2019년부터 뉴욕과 캘리포니아 등 여러 주에서 ‘룩백 윈도우(look-back window)’ 법안을 통과시키며 반전이 일어났다. 이는 학대가 얼마나 오래 전에 발생했는지 관계없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법적 구제의 창구였다. 피해자에게는 족쇄가 풀리는 희소식이자, 가톨릭교회에는 천문학적인 배상금 청구서가 투하되는 재앙이었다.
룩백 윈도우 이후로 뉴욕은 2,800건 이상, 캘리포니아는 2,000건 이상의 소송이 제기되었고, 이들을 포함해 16개 대교구가 재정적인 부담을 이유로 파산을 신청했다.
사전적으로 파산은 재산을 모두 잃는다는 뜻이지만, 법적으로 파산은 교회의 막대한 재산을 보호하고 채무 조정으로 책임을 회피하게 해 주는 방패막이 된다. 파산 법원의 판사가 교회의 재산과 채무를 주도적으로 관리하기 때문에, 교회가 피해자의 청구를 직접 받는 것이 아니라 판사가 청구를 받아 ‘재조정’할 권한을 가진다. 이는 피해자 입장에서 청구한 만큼 배상을 못 받는 ‘불확실성’을 안는 것이기도 하다.
뉴올리언스 대교구의 경우, 파산 이후 4년 5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법원의 길고 복잡한 조사가 계속되고 있다. 대교구는 파산을 진행하며 4천만 달러의 거액을 변호사 비용 등으로 지출했지만, 피해자에 대한 배상금은 범위조차 결정되지 않았다. 성학대 피해자들은 한 푼도 받지 못한 채 고통만 가중되고 있다.
FBI는 왜 파산 담당자를 조사할까?
지난 10월 9일은 뉴올리언스 성학대 피해자들에게 중요한 날이었다. 배상금의 범위를 결정하는 보고서가 완성되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이 보고서를 맡은 담당자가 바로 모신 메그지였다.
메그지는 유명한 파산 전문가로서, 파산 법원의 메러디스 그래빌 판사가 그에게 뉴올리언스 대교구의 재정 능력을 검토하는 보고서를 맡겼다. 피해자들은 배상금으로 8억 달러를 요구하고 대교구는 10분의 1도 안 되는 6,250만 달러를 제안했기 때문에, 재정 능력을 어떻게 인정하느냐에 따라 배상금은 10배 이상 차이가 날 수 있었다. 메그지의 보고서가 배상금 결정의 열쇠인 셈이었다. 그런데 보고서가 완성되는 날, 전해진 것은 메그지가 FBI의 조사를 받는다는 보도였다.
FBI가 처음 메그지를 주목한 것은, 그가 2022년 맨해튼의 최고급 레스토랑에 파산 법원 판사들을 초청한 연회 때문이었다. 파산 업무를 맡은 그가 판사와 개인적으로 특별한 관계를 맺는 것은 부적절한 로비였다.
초호화 연회가 벌어지고 얼마 후, 소렌토 테라퓨틱스라는 제약업체가 메그지에게 파산 관련 업무를 맡겼다. 메그지는 이를 담당하며 엘리자베스 프리먼이라는 여자 변호사와 긴밀하게 협력했는데, 메그지와 프리먼 변호사가 함께 진행한 일이 있었다. 제약업체의 파산 사건을 데이비드 존스 판사의 법정으로 가져가는 것이었다. 이 파산 사건은 원래 존스 판사의 관할이 아니었지만 법적 절차를 이용해 그에게 신청했는데, 존스 판사는 메그지가 연회에 초대한 판사이자, 프리먼 변호사와 내연관계에 있는 인물이었다.
파산을 진행하면서, 메그지는 자신을 비롯한 전문가의 급여를 위해 제약업체가 3천만 달러의 대출을 받도록 요청했다. 업체는 높은 금액과 비싼 이자 때문에 반대했으나, 채무 관리의 최종 권한을 가진 존스 판사는 이 대출을 승인했다.
회사가 감당키 어려운 대출을 승인한 것은 판사와 메그지의 관계를 의심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또 존스 판사와 프리먼 변호사의 내연 관계가 폭로돼 판사가 사임하면서, 메그지는 이익을 위해 내연 관계까지 활용했다는 의혹을 받게 되었다.
존스 판사의 후임으로 크리스토퍼 로페즈라는 판사가 임명됐는데, 그 또한 메그지가 연회에 초청한 판사였다. 업체는 파산을 기각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로페즈 판사는 파산 신청이 합법적이었다며 파산을 계속 진행시켰다. 결국 부채를 감당하지 못한 회사는 회생 불능에 빠져 해체의 길을 걸었고, 그 과정에서 메그지는 고액의 보수를 챙길 수 있었다. 메그지가 판사들과 부적절한 관계를 형성해 이익을 취한 것은 부패 등의 연방 범죄와 연관되었고, 이것이 FBI가 메그지를 조사하는 이유였다.
메그지의 보고서에 따라 배상금이 좌우되는 성학대 피해자들은 이 보도를 접하고 메그지의 직업윤리와 신뢰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피해자의 변호사들이 아이러니를 느낀 부분이 있었는데, ‘FBI의 조사 대상인 메그지가 FBI의 조사를 받는 대교구의 재산을 검토한다’는 것이었다.
FBI는 왜 가톨릭교회를 조사할까?
최근 형사 법원 문서가 공개되면서, 성학대 피해자 변호사들은 FBI가 대교구를 조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지난 4월 경찰이 영장을 발부받아 뉴올리언스 대교구를 대대적으로 수색할 때 FBI 요원이 함께했지만, 그동안 기밀로 처리되어 공개되지 않았던 것이다.
당시 경찰은 은폐된 범죄를 파악하기 위해 교회 지도자들과 바티칸 사이의 교신 내용을 요구했으며, 금고에 보관된 모든 파일을 찾아내는 고강도 수색을 벌였다. 교회가 “수십 년에 걸쳐 광범위한 미성년자 성학대를 저지른 아동 성매매 조직을 운영”했는지를 조사한다고 했다. 대교구는 미성년자 성학대와 아동 성매매 알선 혐의까지 받고 있었던 것이다.
이 소식을 접한 피해자들은 “어떤 기관도 법 위에 있을 수 없다. 교회를 수색하는 영장은 아동을 보호하기 위한 필수적인 수단”이라며 반겼다. 이 같은 수색은 오랫동안 은폐된 범죄를 밝히는 데 꼭 필요했고, 이것이 실제로 집행된다는 소식은 피해자들에게 희망을 주기에 충분했다. 그런데 이때 FBI 요원이 투입되었다는 것은 뜻밖의 사실이었다. 경찰의 조사 기간 동안 한 명 이상의 FBI 요원이 동행했으나 그동안 보고되지 않았다고 한다. 미성년자 성학대와 아동 성매매는 연방 차원에서 처벌하는 중범죄로, 뉴올리언스 대교구 조사에 FBI가 관여하는 것은 그 혐의의 심각성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메그지와 대교구의 관계를 비유하자면, 범죄자가 범죄조직의 재산을 검토하는 셈이라고 할 수 있었다. 즉, 자신의 이익을 위해 부패를 일삼는 범죄자가 아동을 성매매한 범죄조직의 재산을 검토하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왜 부패 혐의자에게 파산 업무 맡겼을까?
그래빌 판사가 메그지를 영입할 때 특기할 만한 일이 있었다. 원래 리 이건이라는 인물이 대교구의 파산 관리를 담당했는데, 그가 부적절하다는 피해자들의 항의가 있었고, 이 항의를 받아들인 판사가 메그지를 파산 관련 전문가로 임명한 것이다.
리 이건은 대교구가 파산 신청 시작부터 담당자로 임명했지만 파산에 관한 지식과 경험이 전무한 사람이었다. 그의 무능력은 대교구가 파산 관련으로 변호사에게 과도한 비용을 지출하면서 드러나게 되었다. 파산 관리자가 지출을 승인할 때 검토해야 하는 세부 규정이 있다는 것조차 모른 채 그는 비용 청구가 들어오는 대로 승인한 것이었다.
더욱이 2년 전 당한 교통사고로 매주 만나는 지인의 이름도 기억하지 못할 만큼 심각한 인지 장애를 겪고 있다는 것이 밝혀지자, 피해자와 그 변호사들은 격분할 수밖에 없었다. 파산이 진행되며 피해자들은 한 푼도 못 받고 대교구의 변호사들은 고액의 수수료를 받아가는 상황에서, 이 비용을 관리해야 할 담당자마저 검토할 능력이 전혀 없다는 것은 충격적인 사실이었다.
피해자 측의 격렬한 항의에도 불구하고 대교구는 이건을 교체할 수 없다고 맞섰다. 극한 대립 속에 판사가 내놓은 대안이 바로 메그지 영입이었다.
그래빌 판사는 메그지에게 대교구의 재정적 능력과 더불어, 관리 구조와 절차가 적절한지 평가해 달라고 요청했다. 피해자들이 대교구가 파산 관리를 제대로 못한다고 주장하는 상황에서 메그지에게 평가를 맡겨 검토하겠다는 것이었다. 이로써 메그지의 평가 보고서에 따라 피해 배상금과 파산 관리까지 좌우되어, 메그지는 파산 절차의 키맨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래빌 판사는 외부 인사가 필요하다는 발언을 한 지 하루 만에 신속하게 메그지를 임명했다. 그는 메그지를 어떻게 알고 이토록 중요한 역할을 맡긴 것일까.
FBI가 메그지를 조사한다는 언론 보도는 메그지와 그래빌 판사 사이의 연결고리를 짐작하게 만들었다. 그 보도에서 메그지와 데이비드 존스 판사의 밀접한 관계가 나오는데, 존스 판사는 그래빌 판사와도 가까운 사이였던 것이다.
여기서 존스 판사는 성학대 피해자들이 눈여겨볼 만한 인물이었다. 그래빌 판사가 성학대 피해자의 변호사인 리차드 트라한트에게 40만 달러(한화 5억5천만원)라는 무거운 벌금을 내릴 때 존스 판사와 상의한 것이 드러났기 때문이었다. 변호사가 벌금을 부과받는 것은 그 자체로 이슈일 뿐 아니라, 그가 변호하는 피해자들에게 큰 충격을 주는 일이었다.
왜 피해자 변호사에게 벌금을 부과했나?
2021년 대교구 파산 서류에서 성범죄 정보를 검토하던 피해자 변호사 트라한트는 충격에 빠졌다. 17세 여학생이 신부에게 성추행당한 사실을 대교구에 알렸으나 대교구는 이를 은폐한 채 가톨릭 고등학교에 신부를 재배치한 것이었다. 신부는 여가 활동 담당으로 학생들과 밀접 접촉하고 있었기 때문에, 트라한트는 추가 피해를 막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성추행 신부를 고등학교 교장에게 알리는 한편, 지역 신문 기자에게 신부를 “레이더에 올려놓으라”고 조언했다. 교장은 대교구에 요청해 신부가 학교를 떠나게 했고, 기자는 다른 출처를 통해 신부의 성추행 사실을 취재한 후 기사화했다. 트라한트 변호사가 나선 덕분에 학생들을 보호한 다행스러운 일이었으나 그에게는 불행의 시작이었다. 그래빌 판사가 ‘비밀 유지 명령’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그를 조사하라고 명령한 것이었다.
판사는 ‘비밀 유지 명령’으로 파산 관련 정보를 봉인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그래빌 판사는 성추행 신부를 파산 정보로 보호하고, 이를 유출한 트라한트가 명령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사실 트라한트가 성추행 신부를 알린 후 몇 달이 지나도록 그래빌 판사는 문제 삼지 않았다. 대교구 변호사 마크 민츠가 판사에게 조사를 제안하자 그제서야 트라한트의 정보 유출을 의심하고 조사를 명령했다.
트라한트는 비밀 유지의 범위에 성추행 신부가 포함되어서는 안 되며, 이 정보를 공개한 것은 피해자 보호를 위한 것이라고 항변했으나, 판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판사는 트라한트가 “법정을 모독”했다며 40만 달러라는 이례적으로 높은 벌금을 부과했을 뿐 아니라, 트라한트가 변호하는 피해자를 ‘피해자 위원회’에서 제외하도록 명령했다.
피해자 위원회는 대교구를 상대하며 요구 사항을 관철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는데, 피해자에게서 그 역할을 박탈한 것이었다. 이는 변호사에게 안겨준 불명예스러운 벌금과 더불어, 피해자에게도 고통이 되었다.
판사가 비밀 유지 명령을 광범위하게 적용시키는 방법으로, 가해자를 보호하고 피해자와 그 변호사를 배척한다는 것을 이보다 더 선명하게 보여 줄 수는 없었다. 특히 트라한트 변호사는 성학대 피해자 변호사 중에서도 언론과 활발히 소통하며 피해자의 입장과 심정을 강력하게 대변하고 있었다. 이러한 변호사에게 내린 벌금 결정은 공정한 법 절차에 대한 희망을 산산조각내고 성학대 피해자들을 더할 수 없이 위축되게 만들었다.
트라한트 변호사는 이 사건을 연방법원에 항소했으나 여기서도 패소하고 말았다. 그런데 그 후 뜻밖의 사실이 보도되었다. 항소심에서 패소 판결을 내렸던 연방법원의 그렉 기드리 판사가 뉴올리언스 대교구에 수만 달러를 기부했으며, 파산 사건에서 대교구에 유리한 판결을 내렸다는 것이었다.
파산으로 밝혀지는 범죄들
기드리 판사는 연방법원 판사로서, 대교구의 파산을 관리 감독하는 위치에 있었다. 그는 2020년 대교구가 파산을 신청하고 본격적으로 연방법원에 관련 소송이 쏟아져 들어오는 바로 그 시점에, 대교구 산하의 가톨릭 단체에 거액을 기부했다.
판사로 재직하면서 받은 기부금을 교회에 헌납한 것으로, 그의 공정성을 의심케 하기에 충분한 시점과 행동이었다. 이 기부 사실이 알려지자, 애리조나 대학의 법률 윤리학 교수인 키스 스위셔는 “그가 내린 모든 판결에 혼란과 의심의 구름이 생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비난이 빗발치는 상황에서도 기드리 판사는 “나는 공정하다고 확신한다”며 맞섰다. 그러나 그가 내린 판결은 다른 사실을 말해 주고 있었다.
기드리는 피해자 위원회에서 여러 명을 제명시켰는데, 그들은 대교구의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피해자 배상금을 최소화하려고 파산을 진행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었다. 대교구가 지급 여력이 충분함에도 파산을 신청했다는 것은 신용평가 회사 무디스가 내린 결론이기도 했다.
위원회에서 이 피해자들은 대교구가 배상금 지급을 외면하고 파산에만 매달린다는 사실을 날카롭게 지적했는데, 이들을 제명시킨 것은 피해자들에게서 목소리를 빼앗는 것과 다름없었다. 이는 대교구에게 유리한 쪽으로 파산의 방향을 바꾼다는 언론의 지적을 받기에 충분했다. 여론의 압력에 밀린 기드리 판사는 결국 기피 신청을 하고 대교구와 관련된 사건은 더 이상 담당하지 않게 되었다.
뉴올리언스의 역사를 연구하는 작가 제이슨 베리는 가톨릭교회가 법원 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이
“정말 역겹다”고 표현했다. 이는 정의를 훼손하고 수많은 피해자의 삶을 약탈하는 문제지만, 많은 사람들이 알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가톨릭교회와 엮인 판사, 변호사, 전문가의 커넥션은 그들끼리의 결속을 강화하며 피해자 구제를 어렵게 만들어 왔다. 이제 갖가지 범죄가 뒤얽힌 파산이라는 방패막을 파헤치면서 그들의 은밀한 커넥션까지 드러나고 있다.
뉴올리언스 대교구를 처음 수색한 것은 FBI였다. 아동 성매매 조직을 운영했는지, 은폐된 범죄를 파헤치기 위해 대교구의 금고 문서까지 수색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다음 FBI가 대교구의 파산 전문가인 메그지를 조사하고 나서면서 파산으로 얽힌 커넥션이 차례로 모습을 드러내게 되었다. 판사들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으며 이익을 취한 메그지가 존스 판사와의 연결고리를 통해 대교구의 파산에 결정적인 역할을 맡았던 것이다. FBI는 메그지의 윤리적 문제가 파산 사건의 공정성에 영향을 미쳤는지 조사하고 있다.
또한 파산 법원의 그래빌 판사가 피해자 변호사 트라한트를 ‘비밀 유지 위반’으로 의심하고 조사한 것은 대교구 변호사인 민츠의 제안 때문이었고, 이는 트라한트 변호사의 추적으로 드러나게 되었다.
트라한트에게 벌금을 유지한 연방법원 기드리 판사가 가톨릭교회에 거금을 기부했다는 사실은 언론 보도를 통해 밝혀지게 되었다. 수사기관과 피해자 변호사, 언론이 파산의 불공정성을 파헤치다 보니 뱀이 똬리를 틀 듯 들어앉은 그들 사이에 커넥션이 드러나게 된 것이었다.
그들에게 짓밟혀 수십 년간 외면당했던 성학대 피해자들이 이제야 비로소 목소리를 내고 있다. 몸과 마음에 상처 입은 피해자들이 숱한 아픔을 거쳐 마침내 치유를 위한 첫걸음을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파산이라는 법체계가 그들 앞을 가로막고 있다. 정의를 상실한 채 가해자들의 방패막이 되고 피해자들의 절박한 목소리를 묵살한다면, 그 법체계가 과연 올바르고 정의롭다고 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