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다 수메르가 원조라고? 최초의 문명, 수메르는 어떤 문명이었을까?
원시 시대, 떠돌아 다니면서 수렵과 채집을 하며 살던 사람들이 언제부턴가 도시를 이루고, 농경 사회를 이루기 시작합니다. 문자를 사용하며 생활 수준과 문화, 학문도 급속도로 발전합니다. 바로 ‘문명’이 시작된 겁니다. 오늘은 인류 역사상 가장 먼저 시작된 문명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 수메르 문명? 메소포타미아 문명?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문명이라면 이집트, 메소포타미아, 인더스, 황하 문명 즉 세계 4대 문명입니다. 그런데 인류 최초의 문명은 ‘수메르 문명’이라고 하는데요. 수메르 문명은 세계 4대 문명이 아닌 새로운 문명일까요? 수메르 문명은 메소포타미아 문명 중 하나입니다. 메소포타미아 문명 중 가장 먼저 발생한 문명으로, 수메르인들이 일으켰다하여 수메르 문명이라고 합니다.
메소포타미아 문명은 단일 문명을 이르는 것이 아닙니다. 유프라테스강과 티그리스강을 중심으로 발생한 문명을 통틀어 이르는 말입니다. 메소포타미아란 그 어원부터 고대 그리스어 ‘Μεσοποταμια’에서 온 말로서, ‘메소(Μεσο)’는 중간, ‘포타미아(ποταμια)’는 강을 뜻하여 ‘강 사이의 땅’이라는 의미입니다. 바다와 사막으로 둘러싸인 폐쇄적 지형의 이집트 문명과 달리 개방적 지형의 메소포타미아 문명은 침략과 전쟁이 잦았고, 여러 민족과 국가들이 흥망성쇠를 반복하며 여러 개의 하위 문명들을 이루었습니다. 수메르가 그 첫 번째 문명인 것이지요.
■ 수메르 문명의 시작, 최초의 농업과 최초의 도시
수메르는 메소포타미아의 가장 남쪽 지방으로 오늘날 이라크의 남부 지역인데요. 이라크라고 하면 건조하고 무더운 중동의 사막이 떠오르는데, 어떻게 제일 먼저 문명이 발생한 걸까요?
다행히 두 강이 만나는 하류는 강물의 범람으로 휩쓸려 내려간 진흙이 쌓여, 영양분 가득한 비옥한 땅이 되었습니다. 덕분에 갖가지 식물과 야생 보리, 야생 밀이 풍부하게 자랐고 사람들은 강의 하류로 모여들었습니다. 사람들은 홍수에 대비해 강가에 둑을 세웠고, 가뭄에 대비하고 경작지를 넓히기 위해 강의 물을 끌어다 쓰기 시작했습니다. 이것은 인류 최초의 관개농업이었으며 농업 생산량을 급격히 증대시켰습니다. 이로써 더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정착하게 되었고, 우르, 우르크, 키시 등 인류 최초로 도시들이 생겨났습니다.
■ 가장 위대한 발명, 최초의 문자
사회가 점차 발달하고 복잡해지면서 서로 간에 전달하거나 소통시켜야 할 정보의 질과 양이 많아졌습니다. 사람들은 전달성과 보존성이 보다 확실한 방법을 찾아 말을 기록으로 남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림으로 시작한 문자는 점차 간소화되어 쐐기 문자의 형태를 갖추게 되었는데요. 수메르에서는 왜 하필 쐐기 모양의 문자를 사용하게 되었을까요?
수메르 사람들은 진흙으로 점토판을 만들고 갈대를 날카롭게 다듬어 펜처럼 사용했습니다. 그림을 그리기 보다는 쿡쿡 찌르는 것이 간편했던 것입니다. 강 주변에 위치한 수메르에는 진흙과 갈대가 많았는데요. 때문에 주변에서 구하기 쉬운 재료이면서 보존성도 좋은 점토판을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햇빛에 잘 말린 점토판은 후대에 등장한 파피루스, 양피지 등의 기록물보다 훨씬 보존성이 좋았습니다. 또한 다른 기록지들은 전란 시의 화재나 자연재해로 소실되기 쉬웠던 반면 점토판은 불에 구워지면 더욱 단단해졌습니다. 덕분에 수천 년 전의 기록이 지금까지도 남아있어 추측이 아닌 정확한 역사를 알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수메르어는 인류 최초의 문자로, 후대의 문자에도 영향을 미쳤으며, 수메르 문명의 지적, 문화적, 경제적 발전에 큰 영향을 주어 수메르의 수많은 발명 중 가장 위대한 발명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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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초의 달력, 천문학, 60진법
농사를 지으려면 날씨와 계절을 예측해야 했는데요. 수메르 사람들은 밤하늘을 관찰해 달의 모양이 약 30일 주기로 달라지고, 이렇게 열 두번 되풀이하면 다시 처음의 계절로 돌아온다는 것을 알아냈습니다. 이것은 오늘날의 달력인 ‘태음력’, 줄여서 ‘음력’의 시초였습니다.
수메르에서는 천문학도 발달하였습니다. 그들은 일식, 월식의 기록은 물론 행성들의 세세한 움직임까지도 알고 있었고 점토판에 별자리 지도를 새기기도 했습니다. 수메르의 이런 천문학 지식은 그리스에 전해져 그리스 천문학의 바탕이 되었습니다.
수메르는 곡식의 양이나 땅의 크기를 재기 위해 수학과 기하학도 발달했습니다. 수메르인은 곱셈과 나눗셈은 물론 원을 360도로 나눠 각도를 재는 방법까지 알고 있었습니다. 덕분에 교역을 하고 큰 건물을 짓는 것도 가능했습니다. 또 수메르 사람들은 오늘날 시간 계산에도 사용되는 60진법을 사용했는데요. 2~6의 숫자로 나눴을 때 모두 정수로 떨어지는 장점이 있다고 합니다.
■ 악기부터 장신구까지, 수메르 왕가의 무덤에서 나온 다양한 유물들
■ 운송 수단의 발명, 최초의 바퀴와 최초의 돛
오늘날을 ‘자동차 문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이 ‘자동차 문명’을 가능케 한 위대한 발명품 중 하나는 바로 ‘바퀴’입니다. 바퀴 역시 수메르에서 가장 먼저 사용되었습니다. 서기전 3500년경 바퀴 달린 수레를 사용한 것이 가장 오랜 기록이고, 서기전 2600년경 우르의 군대는 바퀴 달린 전차를 전투에 사용했습니다. 덕분에 우르는 주변을 석권할 수 있었고, 이후 바퀴는 빠른 속도로 전파되어 육상교통의 혁명이 시작되었습니다.
수메르는 교역이 활발한 나라였습니다. 목재와 석재, 금속 등의 자원이 부족했던 수메르는 다른 나라에서 이를 수입하고 옷감과 곡물을 수출하며 일찍이 교역이 발달했는데요. 필요한 것들을 강과 바다를 통해 가져오다 보니 배 만드는 기술이 발달했고, 인류 최초로 배에 돛을 달아 사용했습니다. 당시 수메르인들은 홍해 주변과 인도양까지 진출해 인더스 문명과도 교류했는데요. 바퀴와 돛 덕분에 거리가 먼 인도까지 교류가 가능했던 것입니다. 수레에 바퀴를 달아 많은 물건을 손쉽게 옮길 수 있었고, 배에 돛을 단 덕분에 바람을 이용해 멀리까지 항해할 수 있었습니다.
■ 최초의 법전, 우르남무 법전
사회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법이 필요합니다. 수메르 역시 법이 존재했고 문자로 적힌 법전도 있었습니다. 인류 최초의 법전인 우르남무 법전입니다. 우르남무 법전은 수메르 우르 3왕조의 우르남무 왕이 제정한 법전으로, 이는 인류 최초의 성문법(문자로 적어 나타내고, 문서의 형식을 갖춘 법률)입니다. 널리 알려진 바빌론의 함무라비 법전(기원전 1755년)보다 약 3세기 앞서 만들어졌으며, 함무라비 법전을 비롯해 오늘날 법체계의 선례가 되었습니다.
우르남무 법전은 살인, 강도, 강간은 사형죄로 다스리고 있으며, 상해, 노비 관계, 결혼, 재판정에서 증인의 의무 등 다양한 영역을 다루고 있습니다. 함무라비 법전이 전반적으로 ‘눈에는 눈, 이에는 이’식의 형벌 체계를 따르고 있는 데 비해 우르남무 법전은 가급적 금전적으로 배상하도록 한 것이 특징입니다. 벌금을 처벌의 한 형태로 간주하는 것은 오늘날에도 적용되는 개념입니다. 약 4천년 전에 기록된 우르남무 법전은 법률의 단순성 말고 그 내용만으로 보면 현대 사회에서 주로 적용되는 불법적인 행위에 대한 처벌과 크게 차이가 없다고 합니다.
수메르의 이런 발달된 문명, 그들의 사상과 기술, 발명품 등은 후대에 발생한 나라에, 또 무역을 통해 전파되며 세계 문명의 요람이 되었습니다. 수메르에서 시작된 것은 또 무엇이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