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재앙인가 범죄인가, 화마(火魔)에 무너져 내린 십자가

노트르담 성당 화재 사건
발행일 발행호수 25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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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4월 15일 오후 6시 50분경(현지 시간) 노트르담 성당에 시커먼 연기가 솟구쳐 올랐다. 엄청난 화재로 노트르담 성당은 처참한 몰골이 됐고 예수의 분신과도 같은 십자가 첨탑은 완전히 붕괴되었다. 그러나 사건 발생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화재 원인은 밝혀지지 않고 있다.
이 같은 대규모 화재가 원인이나 범인을 찾지 못하는 것은 유례를 찾기 어려운 일이다. 노트르담 성당은 850년간 프랑스 가톨릭의 총본산이었는데 그것이 무너져 내린 사건은 수많은 의문을 남길 수밖에 없다. 본지는 노트르담 성당의 역사적 이중성과 함께 이번 화재가 남긴 의문점을 심층 취재하여 싣는다.
2019.4.15. 노트르담 성당의 화재 모습

2019.4.15. 노트르담 성당의 화재 모습(출처 : www.allurekorea.com)

노트르담 성당은 파리 센강의 한 가운데 있는 ‘시테 섬’에 세워졌다. 프랑스왕 루이 7세 때인 1163년 공사를 시작해 1345년 완공됐다. 특히 성당의 핵심인 96m의 십자가 첨탑은 19세기에 새롭게 세워졌으며 예수 제자 12명의 동상으로 장식돼 있었다. 신도들은 하늘을 향해 높이 치솟은 십자가 첨탑을 가톨릭의 신과 연결되는 통로라고 여겼다.

사람들은 노트르담이 가톨릭의 신에게 경배하는 경건한 공간인 줄 알지만 실제 내부에 들어서면 섬뜩하고 불길한 기운을 느끼게 된다. 건축가들은 그 이유가 고딕 양식 때문이라고 한다. 높은 돌기둥이 줄지어 서 있는 침울한 내부가 인간에게 공포와 전율, 불안을 일으키도록 설계됐다는 것이다.

노트르담 성당 벽면 가고일

노트르담 성당 벽면에 설치된 악마 형상의 빗물받이 ‘가고일’

노트르담에는 스테인드글라스로 장식된 ‘장미창’이 있지만 그 화려한 창문 뒤에는 악마가 노트르담 성당의 주인처럼 당당하게 서 있다. 성벽에 빗물을 받기 위해 설치한 ‘가고일’이 기괴한 악마의 모습으로 당장 사람들을 잡아먹을 듯 입을 벌리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노트르담의 이중성을 적나라하게 묘사한 작가가 빅토르 위고(1802~1885)였다. 그는 소설 ‘노트르담 드 파리(1831년작)’에서 프롤로라는 가톨릭 신부를 통해 위선과 극악을 한 몸에 지닌 악마를 생생하게 그려냈다.

노트르담 성당의 부주교인 프롤로 신부는 가톨릭의 신을 향한 찬양으로 매일을 사는 신부였다. 그러나 집시 여인 에스메랄다를 범하려는 욕망에 눈이 멀어 연적(戀敵)을 칼로 찌르고 이렇게 외친다. “악을 행할 때는 모든 악을 행해야지! 흉악한 일을 중간에서 멈추는 건 어리석은 일이야.”

프롤로 신부는 노트르담 성당에서 에스메랄다를 범하려다가 극렬한 저항에 부딪히자 분노와 광기에 사로잡힌다. 그리고 자신이 저지른 살인죄를 에스메랄다에게 뒤집어씌워 결국 죽게 만든다. 에스메랄다는 노트르담 성당이 안전한 곳인 줄 알았지만 거기서 살인마를 만난 것이었다. 가톨릭 신부가 가공할 악마로서 1인 2역을 한 것처럼 노트르담은 가톨릭의 신과 악마가 함께 사는 곳으로 묘사되었다.

2019년 4월에 일어난 노트르담 화재 사건에서도 이중성은 극명하게 드러났다. 처참하게 불타는 노트르담을 바라보며 어떤 사람들은 가톨릭의 신을 찾았고 어떤 사람들은 방화범을 지목했다. 논란은 페이스북에 올린 가톨릭 신도의 글에서 시작됐다.

레슬리 로완이라는 스코틀랜드인은 노트르담이 불탈 때 불길 속에 예수의 형상이 나타났다며 ‘슬픔에 빠진 사람들에게 예수가 위로를 줄 것’이라고 적었다. 레슬리의 글은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됐고 그에게 동조해 예수가 노트르담을 보호한다며 감격하는 가톨릭 신도들도 있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광신분자를 조롱하듯 “예수가 방화범이네. (moll****)” “예수 안 믿으면 지옥불에 던진다더니 방화했구나. (dark****)” 하며 완전히 다른 반응을 보였다.

이 같은 독설에 가톨릭 신도들이 제대로 반박을 못한 것은 화재 원인이 방화인지 아닌지 밝히지 못하고 미궁 속에 빠졌기 때문이었다.

노트르담 성당의 ‘십자가 첨탑’ 화재 전 모습

노트르담 성당의 ‘십자가 첨탑’ 화재 전 모습과 2019.4.15. 화재로 인해 무너져 내리는 모습(출처 : lemauricien.com)

노트르담 화재가 일어났을 때 화재 원인은 초미의 관심사였다. 발화 지점이 지붕 중앙이었기 때문에 마침 지붕을 보수 공사하던 업체가 범인으로 지목됐다. 공사를 위해 설치한 비계에 간이 엘리베이터가 있는데 엘리베이터에 전기를 공급하는 장치의 과부하로 화재가 일어났다는 것이었다.

오래된 건물의 화재 원인은 공사로 인한 실화(失火)가 많기 때문에 노트르담의 화재 원인도 공사 업체의 실수로 결론 나는 듯했다. 그러나 비계를 설치한 업체는 화재 가능성을 일축하고 나섰다.

공사 업체인 ‘유럽 에샤포다주’의 주장은 전기 장치에 대한 안전 수칙을 철저하게 지켰다는 것이었다. 또한 공사 인부들이 화재 당일에는 전기 장치를 사용하지 않았고 더욱이 불이 난 시점은 공사 인부들이 이미 퇴근한 뒤였기 때문에 공사 업체가 범인이 될 수는 없었다.

그래도 수사를 맡은 파리 검찰청이 노트르담 성당의 신부 등 관계자를 상대로 조사에 나서고 노트르담의 정밀 조사도 약속했기 때문에 빠른 시일 내에 화재 원인이나 방화범이 밝혀질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기대는 어긋났다.

검찰이 속 시원한 수사 결과를 발표하지 못하는 와중에 느닷없이 프랑스 언론이 담배꽁초로 인한 화재 가능성을 제기했다. 발화점 인근에서 꽁초 7개가 발견됐다고 보도한 것이다.

노트르담 성당의 지붕은 1300그루의 참나무로 이루어졌는데, 타다 남은 담뱃불로 참나무가 불탔다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었다. 참나무는 산불을 방지하는 ‘소방수’라고 불릴 만큼 대규모 산불 속에서도 잘 타지 않는다.

담배꽁초를 화재 원인으로 제시한 언론조차 “집에서 불을 피워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꽁초를 참나무 장작에 갖다 댄다고 불이 쉽게 붙진 않는다.”고 언급했다. 게다가 기사 말미에 “전기 장치의 결함이 유력한 원인일 것이다.”라며 전기를 다시 지목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화재 발생 두 달 만인 6월 26일, 프랑스 당국은 화재 원인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방화는 아니지만 정확한 화재 원인은 밝히지 못했다.” 그리고 다시 심층 조사를 하겠다면서 “담배꽁초나 전기 장치의 결함이 원인일 것”이라고 했다. 두 달 전과 똑같은 말이었다.

노트르담 첨탑이 불에 타서 허망하게 스러지는 장면은 한국인들에게 기시감(旣視感)을 안겨 주었다. 2008년 숭례문 화재로 불에 탄 누각이 스러지는 모습을 생중계로 지켜봤기 때문이었다.

당시 숭례문도 전기 누전으로 인한 화재라고 추측하다가 발화점인 2층 누각에 전기 시설이 없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방화에 무게를 두었다. 화재 당일 60대 남성이 출입 통제된 숭례문을 사다리를 이용해 넘어 들어간 후 불꽃과 연기가 솟아올랐다는 제보가 있었다.

곧바로 경찰은 수사본부를 설치하고 범인 추적에 나섰다. 첫 공식 브리핑을 한 지 불과 하루 만에 유력한 용의자의 자백을 받아 냈고 구속 영장을 신청했다. 화재 발생 3일 만의 일이었다.

프랑스 당국도 가톨릭 관계자를 비롯한 100여 명의 목격자 진술을 들었다고 하는데 왜 화재 원인을 밝히지 못할까. 방화는 아니라고 극구 부인하면서도 왜 근거는 제시하지 못한 채 애꿎은 담배꽁초와 공사 업체만 들먹일까. 조사 당국이 공개하지 않으니 알 수가 없다.

다만 단언할 수 있는 것은 발화 지점인 성당 지붕은 일반인의 출입이 철저히 통제됐다는 점, 성당 지붕에 올라갈 수 있는 사람은 공사 인부와 가톨릭 관계자라는 점, 그리고 노트르담의 발화 시각(오후 6시 40분)은 공사 인부들이 전부 퇴근한 시점이라는 것이다.

불타는 노트르담 성당을 바라보며 아베 마리아를 부르는 사람들(출처 ; EPA)

불타는 노트르담 성당을 바라보며 아베 마리아를 부르는 사람들(출처 ; EPA)

노트르담 화재 당시 파리 시민들은 화염에 휩싸인 성당을 바라보며 ‘아베 마리아’를 불렀다. “성모 마리아여, 우리를 보호하소서(Ave Maria! Jungfrau mild O Jungfrau, sieh der Jungfrau Sorgen.)” 십자가 첨탑이 무너질 때도 가톨릭의 신이 보호해 주기를 간청했다. 그러나 그들의 신은 재앙에서 구해 주지 못했고 또 다른 재앙을 그들에게 안겼다.

9월 14일자 뉴욕타임즈는 안전 기준치의 1300배가 넘는 납이 노트르담 성당 근처에서 검출됐다고 보도했다. 노트르담의 첨탑과 지붕은 목재와 납이 주재료였는데, 화재 당시 460톤에 달하는 납이 녹아내렸고 납은 곧 엄청난 양의 유독성 먼지가 되었다. 성당이 내뿜는 죽음의 먼지가 눈물을 글썽이며 아베 마리아를 부르던 시민들을 덮쳤던 것이다.

이 사실을 알게 된 파리 시민들은 충격과 공포에 빠졌다. 납은 인체에 축적되면 경련과 근육 마비, 신경쇠약 등을 일으키고 심하면 사망에 이르게 한다. 특히 어린이의 경우 뇌에 영구적인 손상을 남길 수 있다.

죽음의 먼지는 이미 무고한 어린이 6,000명 이상을 제물로 삼아 버렸다. 이 어린이들의 납 수치가 정상보다 높게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또 거리와 공원 등의 공공 시설물은 60배 이상 납 수치가 높았다. 성모 마리아라는 뜻의 노트르담(Notre-Dame) 성당이 선사한 것은 납 중독과 토양 오염인 셈이었다.

2019.9.14. 뉴욕타임즈 홈페이지에 게재된 노트르담 성당 주변의 납 오염 그래프. 성당 주변의 납 오염 수치가 안전 기준치보다 1,300배 높게 나타났음을 보여 준다. (출처 : www.nytimes.com)

2019.9.14. 뉴욕타임즈 홈페이지에 게재된 노트르담 성당 주변의 납 오염 그래프. 성당 주변의 납 오염 수치가 안전 기준치보다 1,300배 높게 나타났음을 보여 준다. (출처 : www.nytimes.com)

“저는 주님의 사랑 안에서 아이들을 키우고 싶습니다.” 파리에서 재무전문가로 일하는 알렉상드르 게랑은 소년 시절 가톨릭 신부에게 성폭행을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가톨릭 신앙을 놓지 않고 있다. 여전히 신을 믿고 의지하고 싶다는 소망이 있었다. 그러나 18세가 된 그의 아들은 가톨릭이 저지른 범죄를 알고 이렇게 질문했다고 한다. “아버지, 아직도 신을 믿어요?”

가톨릭의 사랑을 믿다가 성폭행을 당한 사람들, 아베 마리아를 부르다 유독성 납에 오염된 사람들, 거룩한 성당에서 악마의 실체를 보게 된 사람들도 같은 질문을 던질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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