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종교 탐구 <52> 마리아를 숭배하는 것만 이단, 사이비인가? ②
▣ 인간의 처녀생식은 비상식적이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처녀생식이 일어났을 가능성은 추호도 없다. 영국의 과학 저널리스트 로저 하이필드 박사는 그의 저서『예수도 몰랐던 크리스마스의 과학(원제: The Science of Christmas)』에서 인간을 포함한 포유류에서 보고된 생식 사례와 단성생식 실험, 유전학적 한계 등을 검토하며 처녀생식 가능성을 하나씩 따져보고, 최종적으로 자연적인 인간의 처녀생식은 불가능하다고 결론지었다.<자료9>

<자료9> 예수도 몰랐던 크리스마스의 과학 표지
영국의 과학 저널리스트 로저 하이필드 박사의 저서『예수도 몰랐던 크리스마스의 과학』에서는 인간을 포함한 포유류에서 보고된 생식 사례와 단성생식 실험, 유전학적 한계 등을 검토하며 처녀생식 가능성을 하나씩 따져보고, 최종적으로 자연적인 인간의 처녀생식은 불가능하다고 결론지었다. (출처: YES24)
난자는 정자와 결합해야만 비로소 세포 분열을 시작하고, 배아로 발달할 수 있다. 배아 발생을 시작하게 하는 생물학적 신호가 정자에 의해 제공되기 때문이다. 정자가 없으면 난자는 수정되지 않으며, 수정이 없으면 임신도 시작되지 않는다. 따라서 여성이 혼자 아이를 낳는 ‘처녀생식’은 자연적으로 성립할 수 없다.
처녀생식을 믿고 싶은 이들은 ‘마리아가 여성형 유전자와 남성형 유전자를 동시에 지닌 키메라(chimera)일 가능성’ 등 여러 변수를 제시하지만, 케임브리지 바브러햄 연구소의 월프 레이크는 “처녀 잉태는 생물학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일이다. 가능성이 희박한 사건이 연이어 일어나야 하는데 그렇게 해서 안 될 일이 어디 있겠는가.”라며 희박한 가능성이라도 제안하는 몇몇 가설들에 대해 불신을 표명했다. 런던 국립 의학 연구소의 로빈 로벨-배지도 “처녀 잉태에 관해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설명은 할 수 없다. 그런 설명은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거의 모든 것과 상충할 뿐”이라며 회의적인 견해를 내놓았다.
설령 처녀생식이 성공하더라도 설명할 수 없는 한 가지 문제가 남아있다. 예수의 성별 문제다. 인간의 성별은 수정 순간에 결정된다. 여성은 XX 염색체, 남성은 XY 염색체를 가진다. 수정할 때 난자는 X 염색체만 제공할 수 있지만, 정자는 Y 염색체도 제공할 수 있다. 따라서 남아가 태어나려면 반드시 Y 염색체를 지닌 정자의 개입이 필요하다.<자료10> 그러나 처녀생식으로 태어난 새끼는 모든 유전자를 어머니에게서만 물려받으므로 Y 염색체가 없다. 즉 X 염색체만을 지닌 ‘암컷’만 태어날 수 있다는 것인데, 예수는 ‘암컷’이 아니었다.<자료11> 단성생식 분야의 최고 권위자인 털사 대학의 워런 부스 박사는 “처녀 탄생에 대해 여러 번 질문을 받았지만, 솔직히 말해서 성관계를 갖지 않은 여성이 어떻게 성별에 무관하게 아이를 낳을 수 있는지에 대한 타당한 설명을 찾을 수 없다.”며 한계를 명확히 했다.

<자료10> 인간의 유성생식 인포그래픽
인간의 성별은 수정 순간에 결정된다. 여성은 XX 염색체, 남성은 XY 염색체를 가진다. 수정할 때 난자는 X 염색체만 제공할 수 있지만, 정자는 Y 염색체도 제공할 수 있다. 따라서 남아가 태어나려면 반드시 Y 염색체를 지닌 정자의 개입이 필요하다. 그러나 처녀생식의 경우 모든 유전자를 어머니에게서만 물려받으므로 X 염색체만을 지닌 ‘암컷’만 태어날 수 있다. (출처: 프리픽)

<자료11> 처녀 출산한 도마뱀, 새끼는 모두 암컷이다
지난 9월, 영국 테퍼드의 이그조틱 동물원에서 암컷 투구머리이구아나가 수컷 없이 새끼 8마리를 낳았다. 동물원 측은 “우리는 암컷만 한 마리 키우고 있었는데 갑자기 알을 낳아 상당히 놀랐다”고 밝혔다. 8마리의 새끼 모두 어미와 똑같은 유전자를 지닌 암컷으로 태어났다. 처녀생식으로 태어난 새끼는 대부분 어미와 같은 암컷이 된다. (출처: Exotic Zoo 인스타그램)
과학적 검증에 내몰린 종교는 최후의 보루로써 “신은 전지전능하니 불가능한 것이 없다.” 또는 “당시에 실제 일어났다는데, 이미 지난 일을 과학이 어떻게 검증하느냐?”는 등의 논리를 펼친다. 하지만 이는 ‘무지에 호소하는 논증(argument from ignorance)’, 즉 자신의 주장을 반박할 증거가 없으므로 참이라 주장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지나간 일, 글 속의 사건이라 검증도, 반증도, 재현도 불가능한 것인데, 검증이 불가능한 주장은 학문적으로 ‘사실’이라고 부를 수 없다. 이를 사실로 주장한다면, 전 세계 모든 종교와 신화의 기적, 심지어는 판타지 소설의 내용도 사실이라 주장할 수 있다. 정확한 사실은 현재까지 인간의 처녀생식 사례가 단 한 건도 보고되지 않았으며, 현재에 일어나지 않는 일은 과거에도 일어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 2025년, 마리아의 지위를 격하하다
지난달 4일, 교황청이 가톨릭 신자에게 성모 마리아를 ‘공동 구세주’로 부르지 말아야 한다는 지침을 내리며, 수백 년간의 신학적 논쟁에 종지부를 찍었다. 예수만을 유일한 구원자로 인정하기로 한 것이다. 끊임없는 논란에도 불구하고 마리아 숭배를 유지해 온 오랜 역사에 비하면, 이번 조치는 돌연 마리아의 지위를 격하시킨 것이었다. 작년 4월 프란치스코 교황은 ‘모든 성모 발현이 진짜는 아니다’라고 선언했고, 5월에는 성모 발현 등 초자연적 현상을 신중히 확인하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하기도 했다. 바티칸 전문가 존 타비스는 이 조치에 대해 “만약 어떤 것이 거짓이거나 초자연적인 것이 아닌 것으로 밝혀지면 많은 사람들을 실망시킬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마리아에 대한 믿음이 조심스러워진 가운데, 가톨릭은 ‘공동 구세주’라는 호칭은 금지했지만, 대신 ‘하느님의 어머니’로 대체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성령으로 잉태하사 동정녀 마리아에게서 나시고…”라는 처녀생식에 대한 믿음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이다.
예수가 처녀생식이 아닌 로마 군인 판테라와의 간음으로 태어났다고 밝힌 켈수스의『참된 가르침』은 처녀생식만 부정한 책이 아니다. 켈수스는 처녀수태, 부활 등 전반적 기독교 교리를 철학적으로 조악하고 사회적으로 위험한 신앙임을 알리고자 했다. 참된 가르침이라는 책의 제목은, 기독교는 거짓을 가르치며 기독교의 허구를 밝히는 이성적 비판이 참된 것이라는 그의 주장을 담은 것이었다. 켈수스는 그리스 철학과 비교하여 기독교가 훨씬 더 나쁘다고 판단했다. 켈수스는 그리스 철학의 대표자로 플라톤을 삼으며 “플라톤은 허풍과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기독교 신학자들의 특징은 허풍과 거짓말”이라고 지적했다. 켈수스는 또한 기독교인들을 “맹목적인 믿음”을 가진 자로 비판했고, 이를 기독교가 “거짓 종교”라는 근거로 삼았다. 그리고 기독교의 주요 교리를 “질문하지 말고 그냥 믿으라”와 “너희 믿음이 너희를 구원할 것이다”로 정리했다. 실제로 성경에는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요 보이지 않는 것들의 증거니(히브리서 11장 1절)”, “주 예수를 믿으라 그리하면 너와 네 집이 구원을 받으리라.(사도행전 16장 31절)”, “딸아 안심하라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 하시니 그 여자가 그 즉시 구원을 받으니라.(마태복음 9장 22절)”등 믿음을 강조하는 내용들이 주를 이룬다.
『종교적 경험의 다양성』의 저자 윌리엄 제임스는 그의 또 다른 대표 저서『믿으려는 의지(The Will to Believe)』에서 ‘때로는 종교적 진실성에 대한 충분한 증거가 없더라도 그 믿음을 받아들이는 것이 합리적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미국의 철학자이자 논리학자인 찰스 샌더스 피어스는『신의 실재에 대한 간과된 논증(A Neglected Argument for the Reality of God)』이란 논문에서 믿으려는 의지를 다음과 같이 비판했다.
“논증이란 합리적으로 명확한 신념을 생성하는 데 이르는 사고의 모든 과정을 말한다. 만약 신의 실재와 선함이 전제되고, 종교가 입증되기만 한다면, 그 어떤 것보다도 우월한 선이 될 것이라는 것은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진리다. 그렇다면 우리는 당연히 신의 실재에 대한 어떤 논증이 존재할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다. 그 논거는 진실을 찾기 위해 진지하게 노력하는 모든 이, 지위 높고 낮은 자를 막론하고 누구에게나 명백히 드러나야 할 것이다. (중략) ‘믿으려는 의지’는 사고를 통제하고, 의심하고, 이성을 저울질하는 ‘능동적 의지’를 저해한다. 믿음에 앞서 논증을 거쳐야 할 철학이 사유를 마비시키는 죽음의 씨앗에 오염되는 것을 허용하는 것은 참으로 유감스러운 일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철학의 영역에만 머물지 않았다. 런던 유니버시티 칼리지의 유전학 교수 샘 베리 역시 “근거 없는 믿음은 죄이며, 진리이신 신에 대한 불경이다”라며 증거와 이성을 배제한 신앙을 강하게 경계했다.
위키백과에 의하면 사이비란 “겉으로는 종교의 형태를 띠고 있으나, 내용과 신념 체계가 비과학적이거나 반사회적이며, 교주를 비정상적으로 신격화하고 신도들의 재산을 착취하며 비윤리적인 행위를 저지르는 가짜종교 집단을 가리키는 용어”라고 한다. 그렇다면 여자가 처녀생식을 해서 아들을 낳았다는 비과학적인 신념을 믿는 것은 사이비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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