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에서 잇따른 성당 화재 … 방화 가능성 높아
美 샌 가브리엘 성당, 강제 개종 논란 수도사가 세워 표적
佛 낭트 대성당 화재 원인도 방화 가능성에 무게 실려
작년 4월 발생한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 떠올리게 해
■ 오르간 불타고, 창문 완전히 부서져
프랑스 북서부 낭트의 대성당에서 7월 18일(현지시간) 오전 화재가 발생했다.
로이터 통신에 의하면 이날 오전 8시께 대성당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신고가 들어와 소방관 100명이 현장에 출동했고, 현지 TV 등은 낭트 대성당에서 화재로 인해 연기가 솟아오르는 모습 등을 중계했다.
이번 화재로 대성당 내 그랜드 오르간이 불타고, 정문 쪽 스테인드 글라스 창문이 완전히 부서졌다.
아직 정확한 화재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방화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검찰은 이번 화재가 대성당 내 세 곳에서 시작된 것으로 파악했으며, 범죄 행위로 다루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낭트 대성당은 1434년 공사를 시작해 457년 뒤인 1891년 완공됐으며, 2차 세계대전 때 폭격으로 일부가 파괴된 뒤 1972년에도 불이 나 지붕이 소실되기도 했다.
■ 인종차별 시위로 방화 가능성
249년 역사를 자랑하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샌 가브리엘 성당에 7월 11일(현지시간) 불이 나 하루아침에 잿더미로 변했다.
소방당국은 이 성당을 설립한 스페인 출신의 선교사가 최근 인종차별 철폐 시위로 촉발된 식민주의 역사 청산 운동의 표적이 돼왔던 만큼 방화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화재 원인을 조사 중이다.
AP통신에 따르면 샌 가브리엘 성당 화재는 이날 오전 4시께 발생했고, 이로 인해 목재로 된 성당 지붕은 완전히 무너져 내렸고, 내부 시설 대부분도 불에 탔다.
이 성당은 스페인이 캘리포니아를 식민통치하던 1771년 설립됐다. 스페인 출신의 프란체스코회 수도사인 후니페로 세라가 캘리포니아 전역에 세운 가톨릭 수도시설 가운데 하나다. 세라는 미국 땅에 가톨릭을 처음으로 전파했다는 공적을 인정받아 2015년 로마 교황청이 성인으로 추서했지만, 인디언 원주민에게 개종과 노역을 강제했다는 비판도 끊이지 않았다.
식민주의 역사 청산 운동을 벌이는 캘리포니아 활동가들은 최근 샌프란시스코와 새크라멘토, LA에 설치된 세라의 동상을 잇달아 철거하기도 했다.
■ 노트르담의 악몽 다시금 떠올려
이 같은 성당 화재는 작년 4월 발생해 지붕이 무너지고 첨탑이 붕괴된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를 떠올리게 했다.
노트르담 대성당의 화재원인은 여전히 불분명하다. 프랑스 검찰은 방화보다는 실화에 무게를 두고 조사하고 있다고 했다. 당시 성당이 보수 중이었고, 첨탑 보수를 위해 세워진 비계 부분에서 불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첨탑 공사 업체인 ‘유럽 에샤포다주’는 전기 장치에 대한 안전 수칙을 철저하게 지켰다고 주장했다. 또한 공사 인부들이 화재 당일에는 전기 장치를 사용하지 않았고, 더욱이 불이 난 시점은 공사 인부들이 이미 퇴근한 뒤였기 때문에 공사 업체가 범인이 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공사 업체가 화재 가능성을 일축하고 나서면서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의 원인은 또다시 미궁 속으로 빠진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