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초기 모습에 대한 새로운 이해
고립된 초대질량 블랙홀의 발견… 기존 이론에 도전
초기 은하 후보 300개 발견은 은하 형성 시점에 대한 재조명
우주 탄생의 비밀을 푸는 열쇠, JWST의 관측 능력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JWST)은 우주 탐사의 새로운 장을 여는 중요한 도구로, 최근에는 초기 우주에 대한 놀라운 발견을 이어가고 있다. 그중에서도 두 가지 중요한 발견이 우주의 진화와 관련된 기존의 이론들을 재검토하게 만들고 있다.
첫 번째로, 케임브리지대 연구진은 JWST의 관측을 통해 빅뱅 직후 수억 년 내에 형성된 것으로 보이는 고립된 초대질량 블랙홀을 발견했다.<사진①> 이 블랙홀은 주변 은하가 없이 홀로 존재하며, 태양 질량의 수십억 배에 이르는 엄청난 크기를 자랑한다. 특히 이 블랙홀의 주변은 수소와 헬륨만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별이나 은하에서 생성된 더 무거운 원소들은 발견되지 않았다. 이는 기존의 이론과는 상당히 다른 현상이다. 기존 우주론에 따르면, 블랙홀은 별이 연료를 다 소진하고 자체 중력으로 붕괴하면서 생성된다. 즉, 은하와 별들이 먼저 형성되고 그 후에 블랙홀이 생긴다고 여겨졌다.

▲사진① 관측은 130억 년 이상 된 ‘작은 붉은 점’ QSO1에 초점을 맞춘다. 천문학자들은 이것이 고대의 초대질량 블랙홀일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출처: JWST/NASA/ESA/CSA; NIRCam 이미지 처리: Lukas Furtak/Rachel Bezanson
하지만 이 발견은 그 순서를 뒤집을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이 블랙홀이 원시 블랙홀일 가능성이 제기되었기 때문이다. 원시 블랙홀은 빅뱅 직후 아주 짧은 시간 동안 초고온, 초고밀도 상태에서 형성된 블랙홀을 의미한다. 스티븐 호킹이 1970년대에 처음 제안한 이 이론은 그동안 관측적 증거가 부족해 추측에 불과했지만, 이번 발견은 그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이 블랙홀은 우주의 초기, 즉 별과 은하가 태어나기 전에 형성되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론은 우주 초창기의 구조 형성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열 수 있다.
두 번째로, 미주리대학교 천문학자들은 JWST의 적외선 이미지를 분석한 결과, 초기 은하 후보로 보이는 밝은 천체 300개를 발견했다.<사진②> 이 천체들은 우주 초기의 은하일 가능성이 크며, 기존에 예상했던 은하 형성 시점보다 훨씬 이른 시기에 형성되었을 수 있다. 우주가 탄생한 이후 첫 수억 년 동안 은하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는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기존의 이론은 은하가 형성된 후, 그 중심에 블랙홀이 점차 생성되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이번 발견은 은하 형성이 기존 생각보다 훨씬 더 빠르게 일어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미주리대 연구팀은 적색편이(redshift) 현상을 활용해 이 천체들이 초기 우주에 속한 은하 후보임을 추정했다. 적색편이는 천체에서 방출된 빛이 우주를 거쳐 오면서 파장이 길어져 적외선 영역으로 이동하는 현상이다. 이 현상은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사실을 반영하며, 적색편이가 클수록 그 천체가 우리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고, 우주의 초기 단계에 더 가까운 위치에 있음을 의미한다. 이 연구에서는 300개의 천체가 강한 적색편이를 보이며, 따라서 매우 초기 우주의 은하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사진② 우주 물체 식별은 정교한 기술과 모델링을 활용한 철저한 분석이 필요한 긴 과정이다. 연구진은 JWST의 근적외선 카메라와 중적외선 장비를 사용하여 연구를 시작했다. 우주의 신비한 물체를 보여주는 그래픽. 출처: 미주리 대학교
연구팀은 이 천체들이 정말로 은하인지, 아니면 다른 천체들이 은하처럼 보이는 것인지 확증하기 위해 배제법을 사용했다.
즉, 은하로 분류될 수 있는 조건을 충족하지 않는 천체들을 제외한 후, 남은 후보들을 더욱 면밀히 분석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이 천체들이 라이만 돌파구(Lyman Break)를 나타낸다는 점이다. 라이만 돌파구는 중성 수소가 자외선을 흡수하면서 나타나는 특징적인 신호로, 이는 이 천체들이 실제로 초기 우주에서 방출된 빛을 반영하고 있다는 중요한 증거로 작용한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이 천체들이 초기 은하가 맞는지, 아니면 다른 종류의 천체들이 일시적으로 은하처럼 보이는 것인지를 확정 짓기엔 이르다. 연구진은 분광학적 분석을 통해 더 정확한 데이터를 얻고자 하고 있다. 분광학은 빛을 여러 파장으로 나누어 천체의 구성 요소를 분석하는 방법으로, 이를 통해 해당 천체들의 적색편이, 나이, 질량 등을 더 정확히 추정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이 두 연구는 모두 우주 초기 구조 형성에 대한 기존의 이론을 재검토하게 만든다. 첫 번째 연구는 블랙홀이 은하보다 먼저 형성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었고, 두 번째 연구는 은하 형성 시점이 기존 예상보다 훨씬 앞당겨졌을 수 있다는 증거를 제시한다.
JWST는 그동안 추상적이었던 우주의 초기 모습에 대한 답을 구체적인 데이터로 제시하며, 천문학자들에게 새로운 연구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