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호우·폭염 ‘복합 재난’ 우려 … 극한 기상 철저히 대비를

발행일 발행호수 2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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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집중호우 10배 증가 … 예측도 어려워
열대야, 50년 전보다 4배 늘어
폭염+폭우 복합 재해 대비해야

최근 여름철 집중호우가 잦아지고 있는 가운데 올여름에는 호우와 폭염, 강풍 등이 국지적으로 나타나는 ‘복합 재난’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기상청 장마특이기상센터장을 맡고 있는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손석우 교수는 최근 한반도의 장마철 집중 호우 패턴 분석 자료를 설명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손 교수는 최근 2000년 이후 여름철 시간당 30mm 이상의 집중호우가 크게 늘었으며, 특히 지난해에는 장마철 이후 시간당 100mm 이상 극한호우가 16차례 관측됐다고 밝혔다. 또 최근 국지적으로 호우와 폭염, 강풍 등이 한꺼번에 같이 나타나는 복합 재난이 자주 나타나고 있다며 올해도 이 같은 형태가 반복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손 교수의 말대로 장마철 기상 패턴은 점점 예측하기 어려운 형태로 변하고 있다. 다음 달부터 시작되는 장마철을 앞두고 집중호우 피해에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기상청이 최근 발표한 3개월 전망에 따르면 장마가 시작되는 6월은 강수량이 평년과 비슷하거나 많을 가능성이 각각 40%인 반면, 적을 가능성은 20%다. 기상청은 “우리나라 부근에 고기압성 순환이 강화되면서 고온다습한 남서풍이 유입돼 기온이 상승하고 강수량이 많아질 가능성이 있겠다”고 예측했다. 7월 역시 서울 등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강수량이 평년과 비슷하거나 많을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비의 양보다 더 주목해야 하는 건 비의 강도다. 짧은 시간에 강하게 쏟아지는 여름철 집중호우의 빈도가 동아시아 지역에서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반도와 서일본, 중국 내륙에서는 집중호우의 증가 추세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한반도는 1961년에서 2020년 사이에 하루 100㎜이상의 집중호우 빈도가 10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에는 ‘극한호우’라고 불리는 시간당 100㎜ 이상의 비가 전국에서 총 16회나 관측됐다. 장마의 형태도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장마철인 7월과 가을장마로 불리는 8월 중순에 집중해서 비가 내렸다면, 최근에는 여름 내내 지속적으로 비가 내리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장마 휴지기가 사라지면서 집중호우가 언제든 쏟아질 수 있다는 뜻이다.

또 전통적인 장마전선(정체전선) 형태 뿐 아니라 다양한 기압 패턴에 따른 집중호우가 여름철에 복합적으로 나타나면서 기상 예측도 전보다 더 어려워졌다.

손 교수는 “경기만 일대에서 구름이 급격히 발달하면서 수도권에 1~2시간 만에 집중호우가 발생하기도 하는데 이런 것은 예측하기가 매우 어렵다”며 “특정 지역에만 소낙성 강수가 내리는 현상도 최근에 빈번해지고 있다”고 했다.

폭염도 늘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서울, 인천, 대구, 부산, 강릉, 목포 6개 지점 평균)는 지난 109년 간(1912~2020년) 여름은 길어지고 겨울은 짧아졌다. 과거 30년(1912~1940년)에 비해 최근 30년(1991~2020년)의 여름은 98일에서 118일로 20일 길어졌으며, 겨울은 109일에서 87일로 줄었다. 극한 고온 사례도 증가했다. 전국 평균 폭염 일수는 1970년대 평균 8.23일이었지만, 2020년대에는 16.68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전국 열대야 일수도 1970년대 3.82일에서 2020년대 12.85일로 4배 가량 증가했다.

극한 고온 사례와 여름철 기온 증가는 전력량 사용 증가로 이어졌다. 최근 20년 간 6~8월 평균 최대 전력수요 평균값을 보면 2003년에는 4만 731MW이었으나 2024년에는 7만 9,598MW로 증가했다. 한국냉동공조산업협회에 따르면 한국은 2022년 기준 냉동 공조 기기 생산 세계 4위 국가다. 냉장 및 냉방에서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1997년 140만 톤에서 2022년 2,920만 톤으로 크게 증가했다.

기상 전문가들은 올여름에도 강한 강도의 폭염과 폭우가 동시에 나타나는, 이른바 ‘복합 재해’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 전례 없는 산불 피해를 본 경북 지역은 집중호우로 인해 산사태 등 2차 피해가 발생할 위험이 큰 상황이다.

정부 합동 조사 결과, 경북에서 산사태 예방을 위해 응급 복구가 필요한 지역이 201곳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 등 대도시 지역도 최근 지반침하(싱크홀) 사고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는 만큼 장마철을 앞두고 안전을 점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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