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통방통 지갑

시온어린이를 위한 동화 - 이효성(동화작가)
발행일 발행호수 2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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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신보 사진

향순이는 학교에 가다가 무엇이 착착 접힌 것이 길바닥에 떨어진 것을 보았어요. 집어보니까 천 원짜리 지폐였어요.‘어떡하지?’가슴이 막 두근거렸습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이런 말을 하며 눈을 흘기는 것 같았어요.“남의 돈을 왜 네가 슬쩍해?”그렇다고 주운 돈을 도로 길바닥에 버리면 다른 사람이 주워 가질 것 같았어요. 키가 작달막한 향순이는 근처에 있는 파출소로 갔어요. 순경 아저씨에게 주인을 찾아 주라고 부탁하려고요. 한데, 파출소 정문에 ‘지금은 순찰 중’이어서 문을 잠갔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어요. 향순이는 무슨 죄를 지은 사람처럼 돈을 꼭 쥐고 학교로 갔어요.첫수업이 끝나자, 향순이는 교실을 나서는 선생님 앞으로 뛰어갔어요.“선생님!”“왜?”“학교에 오다가 천 원짜리 한 장을 주웠는데요, 파출소 문이 잠겨서 그냥 가지고 왔어요.”어떻게 해야 좋으냐고 여쭈었더니, 선생님은 향순이의 머리를 쓰다듬으시고 속삭였어요.“일단, 네 지갑 속에 잘 모셔 두어라. 순경 아저씨가 그렇게 적은 돈을 임자에게 찾아줄 만큼 한가하지는 않으니까.”“남의 돈을 제 지갑 속에 넣어두기만 하면 어떡하나요?”“그러면 임자가 나타날 거야.”선생님은 싱글벙글하며 교무실로 가셨습니다.‘아, 여러 선생님들께 말해서 돈 잃어버린 아이를 찾으려나 보다.’향순이는 이런 생각을 했지요. 그렇지만 일주일이 지나도 돈 임자가 나타나지 않았어요.어느 날, 향순이가 교문을 들어서는데 선생님이 홀짝홀짝 우는 1학년 꼬마와 함께 서 계셨어요.“천 원짜리 아직도 네 지갑 속에 잘 있니?”선생님이 향순이에게 물었어요.“네!”“이 아이가 학교에 오다가 천 원짜리를 잃어버려 울면서 오더구나. 네 지갑에게 한 번 물어보아라. 그 돈 주어도 되느냐고.”향순이는 지갑을 꺼내어 뭐라고 종알종알하고는,“네, 신통방통 제 지갑이 된대요!”하고 외쳤어요. 이렇게 하여 주운 돈이 우는 아이의 차지가 되었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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