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뱅 26억 년 뒤 생성된 ‘막대은하’ 발견…“우주 초기 연구 새 국면”
막대 구조, 보통 성숙한 은하서 관찰
‘우리은하’는 막대나선은하
과학자들은 오랫동안 하늘을 보며 은하를 관측해 왔다. 관측 결과 은하마다 구조와 생김새가 다르다는 것을 알아냈다. 은하는 타원형, 나선형, 그리고 불규칙형 등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원반 모양이 관측되면 나선은하로 분류하고, 그중에서도 은하의 중심부를 막대 모양 구조가 가로지르는 형태면 막대나선은하라고 한다.
지구와 태양계가 속해 있는 ‘우리은하’는 약 130~135억 년 전에 형성된 비교적 나이가 많은 은하로 중심에 뚜렷한 막대 구조가 있고, 휘감긴 네 개의 나선팔로 이루어진 막대나선은하이다.
우리은하처럼 큰 회전원반은하가 출현하려면 빅뱅 이후 적어도 60억 년은 지나야 가능하다. 은하가 주변의 작은 은하를 합병하고 뜨거운 가스 덩어리를 모아 덩치를 키우고 잘 정돈된 원반 형태를 갖추려면 이 정도의 시간이 걸리는 것이다.
은하의 원반 구조는 시간이 지나면서 내부 구성요소의 중력 불균형과 회전 속도 차이로 중심부가 찌그러지면서 가운데에 막대 구조가 형성된다. 이것은 은하 내부가 안정을 찾으며 점차 복잡하고 정교한 막대 구조가 만들어지기 때문에 성숙한 은하에서 발견되는 특징이다. 우주 생성 초기에는 막대나선은하와 같은 규칙형 은하가 있을 수 없다. 실제 젊은 은하에게 막대 구조가 거의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예외가 나타나고 있다.
‘J0107a’ JWST 활용하여 발견
가스 흐름 속도 빠르고 구조 안정적
최근 제임스웹 우주망원경(JWST)을 활용하여 과학자들은 은하 J0107a의 중심부에서 막대 구조를 발견했다. 이 연구는 NASA의 지원으로 진행된 국제 공동연구팀의 결과물로, 중국 난징대와 일본 국립천문대의 협력으로 이루어졌다.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은 빛의 ‘적색편이’ 현상을 통해 J0107a의 나이를 추정할 수 있었다. 우주가 팽창하면 먼 곳에 있는 천체가 방출하는 빛과 관측 지점의 공간도 함께 확장된다. 이때 관측 지점에 존재하는 빛의 스펙트럼은 파장이 긴 쪽으로 몰리고 빛이 붉은색을 띠는 ‘적색편이’ 현상이 일어난다.
기존 어떤 우주 망원경보다도 적외선을 더 민감하게 관측할 수 있는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은 이 적색편이를 관측하는 데 최적화됐다. 이를 통해 연구팀은 J0107a가 우주가 형성된 지 약 26억 년 후에 생성된 은하라는 결론을 도출했다.
젊은 은하는 구조가 불안정해 막대 구조가 잘 생기지 않는다고 여겨졌지만, J0107a의 구조는 매우 안정적이었다. 아울러 이 은하는 여전히 활발하게 별을 생산할 것으로 연구팀은 추측했다. 은하의 형성과 진화는 가스의 흐름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조사를 이끈 일본 국립천문대(NAOJ) 황 슈오 연구원은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은 높은 해상도를 자랑하지만, 적외선 장비의 특성상 은하 내부 가스의 운동까지는 자세히 알아보기 어려웠다”라며 “활발한 별 형성의 메커니즘을 규명하기 위해 지상의 알마(ALMA) 전파망원경을 활용한 교차 관측에 나섰다”라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알마 전파망원경군 관측을 통해 J0107a 은하 내 가스의 운동을 잡아냈다. 이 은하와 현존하는 막대나선은하의 구조, 가스 분포, 운동은 흡사하지만 별의 생산 속도는 확연하게 달랐다. 이 은하의 중심으로 주변 은하보다 가스가 10~100배 빠르게 흘러 들어갔기 때문이다. 이러한 빠른 가스 유입은 J0107a가 내부 구조를 재정비하고 별을 폭발적으로 형성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황 슈오 연구원은 “J0107a의 막대 구조 속 가스의 비율은 현재 은하의 몇 배에 달하며, 초속 수백 km의 가스 흐름이 반경 2만 광년에 걸쳐 휘몰아친다”라며 이 가스의 일부가 은하 중심에 가라앉아 무수한 별이 탄생했다고 언급했다.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에 의한 발광적외선은하 W114 내부의 J0107a 관측 이미지(왼쪽). 오른쪽 이미지는 J0107a를 잡아낸 제임스웹 우주망원경과 알마 전파망원경의 이미지를 합친 결과물이다.
젊은 은하에서 이러한 현상이 발견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이는 우주 초기의 은하들이 생각보다 빨리 복잡한 구조를 가질 수 있음을 시사하며 과학자들은 은하 형성 이론의 일부를 수정할 필요가 있음을 느끼고 있다.
논문과 함께 네이처에 실린 논평에서 호주 스윈번공과대의 디앤 피셔 교수는 “지금까지 젊은 은하에서 막대 구조가 나타났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는 없었다”라며 “이번 발견은 은하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빨리 진화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연구팀의 연구는 은하 하나를 관측한 결과를 기반으로 한다는 한계가 있어 젊은 은하에서 막대 구조가 흔하게 나타났다고는 볼 수 없다”라며 “ALMA와 JWST를 통해 더 많은 관측이 이뤄져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