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보다 무서운 전염병의 공포

바이러스 전파로 사회 문화 지형이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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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신보 사진

역사학자 맥닐(William McNeill)은 『전염병의 세계사』에서 문명의 전파와 함께 전염병이 전파되었으며, 그로 말미암아 여러 번에 걸친 대참사가 빚어졌다고 주장했다. 거대한 제국을 이룩했던 아스텍을 멸망시킨 원인 중 하나는 스페인 군사들이 가져온 천연두 바이러스였다.

천연두의 전파… 아스텍 제국의 멸망
1519년 스페인의 귀족 에르난 코르테스는 500여 명의 병사를 이끌고 아스텍 제국을 정복하기 위해 수도 테노치티틀란으로 향했다. 당시 아스텍의 인구는 500만 명에 달했고, 테노치티틀란은 인구 30만 명의 대도시였다. 스페인 병사들은 거대한 석조 건축물을 보고 전설에서나 볼 수 있는 환상적인 도시라고 감탄했다.

아스텍을 공격한 코르테스와 그 부하들은 목테수마 황제를 인질로 잡았고, 종교의식에 참여했던 귀족들을 포함해서 많은 사람을 죽였다. 또한 도시 곳곳에 있던 우상들을 파괴했으며 그 자리에 가톨릭교회를 세웠다. 그러나 아스텍인의 격렬한 반격으로 스페인 병사들이 막대한 피해를 입고 수도 밖으로 퇴각하면서 정복은 실패로 돌아가는 듯했다. 그때 아스텍인을 속수무책으로 쓰러뜨린 것은 스페인 병사들이 가져온 천연두 바이러스였다.

당시 참전했던 도미니크회 수도사 프란시스코 데 아길라르는 “하느님은 가톨릭 교도들이 전쟁에서 지쳤을 때, 원주민들에게 천연두를 창궐시키는 것이 온당하다고 보았다. 그러자 도시에는 엄청난 역병이 돌았다.”라고 말했다. 어려서부터 천연두에 대한 면역을 가지고 있던 스페인 병사들과 달리, 면역 체계가 없던 아스텍인들은 완전한 무방비 상태였던 것이다.

이 전염병은 70일 동안 지속되었고 이로 인해 아스텍 전체 인구의 4분의 1이 사망하는 결과를 낳았다. 천연두 바이러스는 아스텍 제국을 허무하게 무너뜨린 주요 원인으로 역사에 기록되고 있다.

메르스(MERS)의 전파… 바이러스가 미치는 전방위적 파장
지금 우리나라는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와 전쟁 중이다. 지난 5월 20일 첫 확진 환자가 발생한 이래 6월 17일 현재 격리자가 6천508명, 확진 환자가 162명에 이른다.

당초 메르스가 중동 지역에 국한된 병으로 치부됐던 것은 현격히 낮은 전파력 때문이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메르스의 기초재생산 감염자수(환자 1명이 감염시키는 사람의 수)는 0.6~0.8명으로, 메르스 환자 1명이 감염시키는 사람의 수가 1명 이하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1번 환자가 평택 성모병원에 머물면서 감염시킨 사람의 수는 37명에 이른다. 성모병원의 입원 환자, 환자의 가족 등에게 엄청난 전파력으로 확산되면서 그중에 사망자도 발생했다. 이렇게 시작된 메르스는 사회 문화 경제 전반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KERI)에 따르면 메르스 사태가 6월말까지 종결되면 4조425억원, 7월에 종결되면 9조3천377억원, 8월말까지 가게 되면 20조922억원 규모의 국내총생산 감소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조류 인플루엔자(AI), 중증급성 호흡기 증후군(SARS), 에볼라 바이러스 등 강력한 바이러스 질환이 전 세계를 강타할 때 우리나라는 직접적인 피해를 겪지 않았으나 이번 메르스 사태로 전염병 청정 국가에서 고위험 국가로 순식간에 전락하고 말았다.

바이러스(virus)는 ‘독’을 뜻하는 라틴어 ‘비루스(virus)’에서 유래했다. 크기가 박테리아보다 훨씬 적기 때문에 현미경이 만들어진 이후에도 오랫동안 발견할 수 없었다. 바이러스와 인류가 전쟁을 치르는 지금, 이 작은 바이러스 미치는 파장은 어디까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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