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도킨스 신작 《신, 만들어진 위험》 출간
리처드 도킨스의 신작 《신, 만들어진 위험》이 출간되었다. 도킨스는 신의 존재를 전면 부정하며 신과 인간 사이 가장 뜨거운 논쟁의 중심에 서 있는 세계적 석학이자 다윈 이후 가장 위대한 생물학자로 불린다. 이번에 출간된 《신, 만들어진 위험》의 원제에는 도킨스가 얘기하고자 하는 내용과 의도가 잘 요약되어있다.
이 책의 원제는 <Outgrowing God>이다. ‘outgrow’란 성장하고 성숙해지면서 어떤 생각이나 습관을 넘어선다는 뜻이다. 도킨스는 ‘과학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으로 ‘어릴 적의 세뇌, 유전된 믿음’에서 벗어나는 ‘outgrowing’을 하라고 얘기한다.
이것은 도킨스의 어린 시절 경험에서 비롯되었는데, 아홉 살 즈음 이런 생각이 그를 덮쳤다고 한다. ‘내가 만약 바이킹 부모에게서 태어났다면 도인과 토르를 믿었을 텐데. 파키스탄이나 이집트에서 태어났다면 예수가 신의 아들이 아니라 단지 예언자라고 믿었을 텐데. 유대인 부모게에서 태어났다면 예수가 아니라 오래 전에 약속된 메시아를 여전히 기다리고 있을 텐데.’ 각기 다른 나라에서 자란 사람들은 그 부모를 따라 그 나라의 신을 믿는데 이런 신앙은 서로 모순되고 모두 옳을 수는 없다고 생각한 것이었다.
마침내 열다섯 살 때 기독교 신앙을 포기한 그는, 독자들도 어릴 적의 세뇌와 유전된 믿음을 뛰어넘으라는 의도로 이 책을 집필한 것이다.
도킨스는 이 책에서 성경을 바라보는 관점을 그리스 로마 신화에 빗대어서 설명하고 있다. 현대인의 대부분은 그리스 로마 신화가 진짜 사실인지, 고대로부터 내려오는 신화에 지나지 않는지 판단할 지성을 갖추고 있으며, 누구도 그것은 신화일 뿐 진짜 사실이라고 믿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 그리스 로마 신화와 같은 이야기를 사실로 믿고 있다면 그 이유가 무엇일까? 게다가 그 신화의 내용이 인종청소, 심리조작, 살인, 아동학대를 방관하고 조장하는 끔찍한 내용이라면, 종교의 자유를 떠나 그것을 믿지 않도록 필사적으로 말려야 하지 않겠는가?
도킨스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믿는 신화는 다름 아닌 기독교의 성경이다. 도킨스는 이 신화(다시 말해 성경)를 믿는 이유, 그것을 믿지 말아야 할 이유, 믿지 않게 할 방법을 1,2부에 걸쳐 소개하고 있다.
그동안 종교가 불러온 정신 지배, 악영향, 혼란을 오랫동안 성토해왔던 도킨스는 이 책에서 좀 더 단도직입적이고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우리가 신을 믿어야 하는가?” 이 질문의 해답을 풀어나가는 도킨스의 방식을 보라.
도킨스는 “왜 신을 믿는가?”라는 질문에 많은 사람들이 ‘성경 때문에’, ‘성경이 우리가 선하게 살도록 돕기 때문’이라고 답한다고 한다. 그 이유가 왜 합당하지 않은지 성경의 모순, 부정확성, 표절, 부도덕한 가르침 등을 조목조목 밝혀나가는 것이 1부의 내용이다.
1부를 읽고 성경이 구전되고 와전된 소설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는다면, 성경의 가르침이 오히려 부도덕하다는 것을 깨닫는다면, 그런 이유로 신을 믿던 사람들은 신을 믿을 이유가 단번에 없어질 것이다. 도킨스는 이 신을 믿는 것이 옳은지 판단할 수 있는 다수의 성경 구절들을 예시로 든다. 다음은 그가 제시한 구절 중 하나이다.
“너희 하느님 야훼께 유산으로 받은 이 민족들의 성읍들에서는 숨 쉬는 것을 하나도 살려두지 마라. 그러니 헷족, 아모리족, 가나안족, 브리즈족, 히위족, 여부스족은 너희 하느님 야훼께서 명령하신 대로 전멸시켜야 한다.”
_〈신명기〉20장 16절
이런 섬뜩한 신이라면 성경이 소설이라는 것이 참 다행스럽다는 것이 도킨스가 시종일관 주장하는 내용이다.
세상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읽고 있는 성경과, 세상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종교를 보다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관점으로 보고 싶다면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