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위를 올라 간 하늘이

발행일 발행호수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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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신보 사진

움츠리던 겨울이 저 멀리 사라졌습니다. 그 자리에 하늘이가 서 있습니다. 햇님은 머리위에 얹어져 있습니다. 논길 옆 아지랑이가 친구들과 경쟁을 하며 올라갑니다. 아지랑이 위에는 너풀너풀 날아가는 나비의 날개가 몹시 힘들어 보입니다. 겨울잠을 깬 후 첫 날개 짓인가 봅니다. 이때 보일락 말락한 높은 곳에서 새가 날개짓을 하며 “뛰뤼르르 뛰뤼르르” 소리를 냅니다. 하늘이는 그 새를 올려다보고는 발뒤꿈치를 바짝 치켜세워 양팔을 벌려 새의 날개 짓 흉내를 냅니다. 
 
그러자 발이 서서히 위로 떠오릅니다. 새처럼 두 팔을 더 빨리 저었습니다. 한 마리 새가 된 듯 점점 올라 산보다 더 높게 오르자 이제는 두 팔을 젖지 않아도 불어오는 바람을 타고 날 수 있습니다. 이때 저 멀리서 하얀 구름이 바람을 타고 서서히 다가옵니다. 하늘이는 ‘스카이 점프’를 하듯 구름 위에 뛰어 오릅니다. 푹신푹신한 이불솜을 밟는 것 같습니다. 한참 점핑을 하다 허리를 구부려 발밑의 구름을 봅니다. 구름의 작은 물방울 하나하나 속에는 땅에 있는 물체가 반사되어 보입니다. 하늘이는 과학자가 된 듯 방울방울 들여다봅니다. 
 
물방울 속에는 사람도 아파트 건물도 보입니다. 그런데 사람마다 색깔이 다릅니다. 옷 색깔이 아닙니다. 그 색깔은 마음에서 나오는 색깔입니다. 누나가 가지고 있는 크레파스 색깔 수보다 더 많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검은색입니다. 빨간 색도 많습니다. 회색도 많습니다. 하얀 색이 나는 사람은 조금 뿐입니다. 하얀색인 사람은 얼굴에서 밝은 빛도 함께 납니다. 검정, 빨강, 회색 등의 사람들은 옷과 화장품으로 마음에서 나오는 색깔을 감추려하고 있습니다.
 
건물에도 색깔이 있습니다. 검은 옷을 입은 사람은 검은 건물에 드나들고, 노란 건물에는 노란마음의 색깔이 나오는 사람들이 드나듭니다. 마음에서 나오는 색에 따라 얼굴을 찡그리는 정도도 다릅니다. 검은 색깔이 나오는 사람의 얼굴이 가장 찡그립니다. 보기에도 흉합니다. 이번에는 하얀색이 나오는 사람의 얼굴을 봅니다. 밝게 웃고 있습니다. 그 사람을 보고 있노라니 하늘이의 얼굴도 저절로 밝아집니다.
 
땅의 모습을 그대로 비춘 구름 물방울에서 색깔이 다른 많은 사람 얼굴을 오랫동안 들여다보았습니다. 사람들이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이 꼭 집 앞에서 먹이를 찾는 분주한 개미처럼 보입니다.
 
고개를 돌려 물방울에 비친 마을을 직접 내려다봅니다. 그리곤 하늘을 쳐다보았습니다. 어느새 해가 서산을 넘어가고 밤하늘 별들이 하나, 둘 하늘이를 내려다봅니다. 하늘이는 집에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구름 위에서 내려 왔습니다.
 
그런데 마음에서 하얀 색깔이 나던 먼 곳의 사람들은 계속해서 하얀빛이 나고 있었습니다. 하늘이는 빛이 나는 그곳을 향해 갔습니다. 도착한 곳은 하얀 건물에 문도 활짝 열려 있었습니다. 안을 들여다보니 벽에 “한없는 기쁨과 즐거움과 은혜와 미소를 주시옵소서.”라는 액자가 걸려 있었습니다. 하늘이는 자신도 모르게 두 손을 모으고 “저도 하얀 마음을 주세요”하고 기도를 했습니다.
 
기도를 하고 나오는 하늘이에게 밤하늘의 별들이 환하게 웃으며 비추었습니다. 하늘이도 하얀 집을 향해 오른팔을 높이 들고 엄지손가락 힘을 주웠습니다. “나도 하얀 마음을 가져야지. 그래서 하얀 집에서 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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