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원자이야기(3)
미래의 에너지자연의 비밀을 캐는 것이 인류에게 어떤 도움이 될까?
그 비밀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을 만큼 인류는 성숙한가?
“아무리 써도 배터리가 닳지 않는 휴대폰은 없을까?”, “아무리 달려도 연료 보충이 필요 없는 자동차는 없을까?”
한 번쯤 이런 상상을 해보듯, 오늘날 인류에게 내려진 가장 큰 숙제는 에너지 문제의 해결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리 삶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에너지원인 전기를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그리고 끊임없이 안전하게 생산할 수 있느냐일 것이다. 여기서 원자핵의 발견은 이러한 인류의 숙제를 푸는 하나의 단서가 되었다.
그러나 인류가 핵을 통해 선보인 첫 결과물은 전쟁의 수단이 된 ‘원자폭탄’ 이었다. 사실 과학자들에게 있어 원자핵의 개발은 파괴의 목적이 아니었다. 그럼 인류가 원자핵을 유용한 에너지로 활용한 첫 사례는 무엇일까? 바로 핵 추진 잠수함 ‘노틸러스호’였다.
소설 ‘해저 2만 리’에 등장하는 동명의 잠수함 ‘노틸러스호’를 재현한 이 잠수함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맨하튼프로젝트’에 참여했던 미국 해군 제독 ‘하이만릭코버’에 의해 완성됐다.
당시 그는 여러 과학자들과 주위의 부정적인 의견에도 불구하고 거대한 핵 원자로를 잠수함이라는 한정된 공간에 설치하여 소형화와 안전성까지 확보한 과학과 공학의 혁신을 이끌어냈다. 핵원자로에서 발생한 폭발적인 열에너지로 물을 끓여 증기를 데우고, 그 증기가 터빈을 돌려 잠수함의 동력을 얻게 된 것이었다. 이는 우라늄 원소 1g의 핵분열만으로도 석탄 3톤 또는 석유 10드럼을 태울 정도의 에너지(열량)를 발생케 하는 에너지 변환의 대혁신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노틸러스호’의 성공은 곧 육상으로도 이어지며 오늘날 ‘원자력발전소’의 확산을 이끌어 냈다. 그러나 핵을 이용한 원자력 발전에는 위험성도 존재한다.
방사능(radioactivity)이란 말을 처음 사용한 ‘마리퀴리(퀴리부인)’의 사망 원인도 자신이 평생 연구한 라듐, 폴로늄과 같은 방사성 물질임을 통해 알 수 있는데, 이러한 방사선은 오늘날 그 쓰임에 따라 첨단 의료분야 등에서 매우 유용한 에너지가 되지만, 다량의 노출은 생명에 위험을 줄 수 있다는 경각심을 불러왔다.
그 결과 오늘날 원자력 발전은 초기 1,2세대 원자로를 거처 현재는 여러가지 안전문제를 해결한 3세대 원자로를 가동 중이며, 앞으로 4세대 원자로 더 나아가 태양의 원리와 같은 ‘핵융합 발전’까지 차세대 에너지원을 향한 인류의 도전은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원자핵은 미래 에너지의 희망이자 ‘핵폭탄’과 같은 전쟁의 도구로도 사용되고 있기에 그 누구도 인류의 미래는 낙관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마리퀴리의 남편이자 방사선 분야의 선구자였던 ‘피에르퀴리’는 1903년 부인과 공동으로 수상한 노벨 물리학 시상식에서 다음과 같은 말을 남기며 오늘날 인류에게 하나의 숙제를 남겼다.
“자연의 비밀을 캐는 것이 인류에게 얼마나 도움이 될까? 그 비밀을 안다고 하더라도 제대로 활용할 수 있을 만큼 인류는 성숙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