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의 주치의, ‘수술하는 척’으로 사기 재판에 기소
교황의 외과의사 세르지오 알피에리(58세)가 사기혐의로 기소되었다고 영국 더타임즈가 11월 26일 보도했다. 그는 실제로는 수백 마일 떨어진 곳에서 강연 또는 여행을 하거나 심지어 해변에 있을 때도 수술실에 있는 것처럼 가장해 사기 혐의로 기소되었다.
로마의 한 검사는 알피에리가 부재중에도 수술실에 있었던 것처럼 서류를 위조한 혐의로 그를 재판에 회부할 것을 요청했다. 검사 알레시아 밀레에 따르면 알피에리가 로마의 수술실에 있지 않았음에도 마치 수술실에 있었던 것처럼 진술한 경우가 29번이나 있었다. 검사는 또한 이 사건과 연루된 혐의를 받는 다른 6명에 대해서도 재판을 요청했다.
알피에리에 대한 조사는 병원 기록상 자신의 수술을 알피에리가 집도한 것으로 되어 있었으나 실제로는 그가 수술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한 여성 환자의 불만 제기로 시작되었다.
첫 번째 서류 위조는 2022년 8월에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기록에 따르면 알피에리는 저녁 6시 12분에 수술을 시작한 것으로 되어 있었다. 그러나 전자 기록상 그는 12분 전 병원을 떠났고, 그의 휴대폰이 로마에서 북서쪽으로 약 150km 떨어진 그로세토 마을로 이동한 것이 확인되었다.
한 번은 알피에리가 밀라노에서 로마로 가는 기차를 타고 수백 마일 떨어진 곳에 있는 환자를 수술해야 했는데, 수술 시작 20분 후에 출발했다. 2022년 10월 10일, 그는 1,350유로를 받는 수술을 하는 대신 로마에서 열린 의학 컨퍼런스에서 대장 수술에 관한 강연을 하고 있었다고 수사관들은 밝혔다.
다른 부재 기간 동안 그는 비행기, 기차, 해변에 있었던 것이 드러났으며, 한때는 병원 내 다른 곳에서 개인 환자를 진료하는 동시에 총 5건의 수술에 참여한 것으로 기록되기도 했다.
알피에리는 제멜리 병원 재단과 바티칸 보건위원회의 이사로 2021년 7월과 2023년 6월 두 차례에 걸쳐 교황의 수술을 집도한 바 있다.
한편 알피에리의 변호사 카를로 본자노는 알피에리가 수사관들에게 협조했으며, 자신과 그의 팀은 잘못을 저지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범죄 혐의로 기소된 바티칸의 의사는 알피에리가 처음이 아니다. 교황 비오 12세의 주치의였던 리카르도 칼레아치 리시는 1958년 교황이 임종할 때 사진을 찍어 파리 매치 잡지에 판매하고 교황의 방부처리를 잘못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교황이 서거한 후 리카르도는 교황의 시신 방부 처리를 맡았다. 리카르도는 오레스테 누지라는 또 다른 외과의사와 함께 개발한 방부 처리 기술이 기존 방식과 달리 주사나 피부 절개 없이도 시신을 보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들은 시신을 오일과 레진 혼합물로 덮은 뒤 셀로판으로 감싸면 시신을 냄새 없이 깔끔하게 보존할 수 있으며, 이는 예수의 방부 처리 과정과 비슷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방법은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다. 셀로판이 공기를 차단하면서 시신 내부에 가스가 축적되었고, 이는 화학 반응과 혐기성 분해를 촉진했다. 그 결과 시신의 부패가 급격히 진행되었고, 급히 진행된 두 번째 방부 처리 시도조차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결국 제대로 된 방부처리에 실패한 채 교황의 시신은 카스텔 간돌포에서 로마까지 이어지는 행렬에 나서게 되었다. 청중들은 눈앞에서 썩어가는 시신을 보고 충격과 공포에 빠졌다. 특히 교황의 가슴 부위가 내부 가스의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팽창하다가 급기야 무너져 내렸다.
시간이 지날수록 시신의 상태는 더욱 악화되었다. 교황의 코와 손가락이 떨어져 나갔고, 그의 몸은 병든 에메랄드색으로 변하며 심한 악취를 풍겼다. 시신에서 풍기는 냄새가 너무나 지독해서 냉정하기로 유명한 근위병들조차 악취를 피하기 위해 교대로 근무하며 짧은 시간 동안만 교황의 시신을 지킬 수 있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