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종교 탐구 <54>과학과 종교는 우주 너머의 진실에 얼마나 도달했는가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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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빅뱅 이론 파괴자’들이 관측되다

2021년, 인류의 새로운 눈이 우주를 향해 열렸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성공적으로 발사된 것이다. 적외선 관측에 특화된 제임스 웹 망원경은 가시광선 중심의 허블 우주망원경이 보여주지 못했던 영역을 포착하며, 먼지에 가려져 있던 별의 탄생 현장, 우주 초창기의 희미한 빛까지 담아냈다. 그런데 2023년 2월 22일 과학저널 ‘네이처’에 따르면,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현재의 표준 우주론에서는 존재할 수 없는’ 6개의 은하 후보를 발견했다.<자료6> 연구진은 이들을 이른바 ‘우주 파괴자(Universe breaker)’라고 불렀다. 왜 이런 별칭이 붙여진 것일까?

<자료6> 기존 우주론에서는 존재할 수 없는 6개의 천체 발견. 이들의 존재는 기존 우주론을 파괴한다.
2023년 2월 네이처지에 따르면, 호주 스윈번 공과대학교의 수석 연구원인 이보 라베와 그의 연구팀은 빅뱅 후 6억 년 이내에 형성된 것으로 보이는 거대한 은하들을 발견했다. 과학자들을 놀라게 한 것은 바로 이 여섯 개의 거대 은하의 크기와 성숙도였다. 연구팀은 우주 탄생 초기에는 작은 아기 은하들을 발견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처럼 거대한 은하들을 발견할 줄은 몰랐다고 한다. 라베는 자신과 팀원들이 처음에는 그 결과가 진짜인지 믿지 않았다고 말했다. 우리 은하처럼 성숙한 은하가 그렇게 초기에 존재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천체들이 너무 크고 밝아서 팀원 중 일부는 자신들이 실수를 한 게 아닌가 생각하기도 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교의 조엘 레자는 이들을 ‘우주 파괴자’라고 부른다. 이에 대해 그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거대 은하 형성이 우주 역사 초기에 시작되었다는 이번 발견은 우리 중 많은 이들이 기정사실로 여겼던 과학적 통념을 뒤집는 것입니다.”, “이번 발견은 너무나 예상치 못한 것이어서 오히려 기존 과학에 문제를 야기합니다. 이는 초기 은하 형성의 전체적인 양상에 의문을 제기합니다.”. 이번 관측은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에서 얻은 초기 데이터로, 수석 연구원 이보 라베는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가르쳐 준 교훈 중 하나는 ‘예상을 내려놓고 놀랄 준비를 하라(to let go of your expectations and be ready to be surprised)’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출처: 폭스 뉴스)

이보 라베 호주 스윈번공과대 교수 등 국제 연구진은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을 이용해 빅뱅 이후 5억~7억 년에 발생한 빛을 관측했다. 이는 우주 전체 역사 138억 년에서 불과 초기 4퍼센트에 해당하는 시기로, 연구진들은 우주가 이제 막 시작된 시대를 관측한 것이다. 표준 우주론에 따르면 빅뱅 초기의 어린 우주에서는 보다 작은 천체가 발견되어야 한다. 작은 은하가 성장하여 거대한 은하를 형성하기까지는 방대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그런데 연구진이 확인한 천체들은 예상보다 질량이 100배나 컸다. 아직 유년기에 불과한 은하가 이미 성숙한 은하에 가까운 질량으로 관측된 것이다. 이 관측이 정확하다면, 비정상적 성장 정도를 보인 이 은하들의 존재는 ‘기존의 우주론을 파괴’하는 것이었고, 이에 ‘우주 파괴자’라는 별명을 붙인 것이다.

그런데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의 발사 이후, 앞선 사례와 같이 초기 우주에 존재할 수 없어야 할 거대하고 성숙한 천체들이 계속해서 발견되기 시작했다. 과학자들은 이를 확인하기 위해 계속해서 더 먼, 더 오래된, 더 초기에 만들어진 우주를 들여다 보았지만, 초기 우주의 천체들이 이론보다 더 크고 성숙할 수 있다는 데이터들만 더욱 쌓이게 되었다. 이런 우주 파괴자의 발견은 최근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 28일 NASA는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지금까지 관측된 것 중 가장 멀고 오래된 은하인 MoM-z14를 포착했다고 발표했다.<자료7> MoM-z14는 빅뱅 이후 불과 2억 8천만 년 만에 형성된 은하로, 약 135억 2천만 년을 날아온 빛이 포착된 것이다. 단순히 가장 오래된 은하라는 점만 충격적인 것이 아니다. MoM-z14는 예상보다 훨씬 밝고, 더 밀집되어 있으며, 화학적으로도 더 풍부했다. 극초기 우주는 중성 수소로 가득 차 있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MoM-z14에서는 더 무거운 원소인 탄소와 질소가 발견됐다. 이에 연구진은 MoM-z14의 존재가 135억 2천만 년보다 더 오래된 은하들이 존재할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자료7> 지금까지 관측된 것 중 가장 멀고 오래된 은하 MoM-z14
MoM-z14는 빅뱅 이후 불과 2억 8천만 년 만에 형성된 은하로, 약 135억 2천만 년을 날아온 빛이 포착된 것이다. 이 발견은 단순히 가장 오래된 은하라는 점만 충격적인 것이 아니다. MoM-z14는 예상보다 훨씬 밝고, 더 밀집되어 있으며, 화학적으로도 더 풍부했다. 극초기 우주는 중성 수소로 가득 차 있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MoM-z14에서는 더 무거운 원소인 탄소와 질소가 발견됐다. 이는 초기 우주의 별 생성과 원소 형성이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되었음을 보여준다. 이에 연구진은 MoM-z14의 존재가 135억 2천만 년보다 더 오래된 은하들이 존재할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출처: NASA)

이 같은 결과에 MIT 카블리 천체물리 및 우주 연구소의 책임자 로한 나이두는 “웹 우주망원경을 통해 우리는 인류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멀리까지 볼 수 있게 되었으며, 그 모습은 우리가 예측했던 것과는 전혀 다르다.”고 말했다. 공동 저자 제이콥 셴 역시 “초기 우주와 관련된 이론과 관측 사이의 격차가 점점 커지고 있으며, 이는 앞으로 탐구해야 할 중요한 질문들을 제기한다.”고 밝혔다.

기존 우주론을 벗어나는 천체들이 발견되는 것에 대응하여, 과학자들은 크게 두 가지 가설로 설명하려 한다. 첫 번째는 초기 우주에서 별과 은하, 블랙홀의 성장 속도가 지금보다 훨씬 빨랐다는 것이다. 우주의 성장 속도가 지금보다 빨랐다면, 우주 나이에 비해 지나치게 성숙한 천체들의 존재를 이해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우주의 나이가 기존 이론보다 더 오래되었다는 것이다. 더 긴 세월 성장하여 지금의 거대 은하가 되었다고 설명할 수 있다. 실제로 우주의 나이가 지금보다 오래되었다는 연구들이 있다. 지난 2023년 7월 7일, 천문학 저널『왕립천문학회 월간 공지(MNRAS)』에는 우주의 나이가 138억 년이 아닌 267억 년일 수 있다는 논문이 발표되었다.(Rajendra P Gupta, “JWST early Universe observations and ΛCDM cosmology”, MNRAS, vol.524, Issue 3, September 2023, pp. 3385–3395.) 오타와 대학의 라젠드라 굽타 교수 연구팀은 기존의 우주 팽창론과 피곤한 빛(Tired Light) 이론을 결합하여, 우주의 나이를 현재의 약 2배인 267억 년으로 추정했다. 굽타 교수는 “우리 연구는 138억 년보다 오래된 것으로 보이는 별이나 은하가 발견되는 모순을 푸는 열쇠가 될지도 모른다”고 얘기했다.

2006년 5월, 과학 저널『사이언스』에는 우주의 나이가 1조 년이 넘는다는 급진적인 이론도 제기된 적이 있다.(Steinhardt, Paul J., and Neil Turok. “Why the Cosmological Constant Is Small and Positive.” Science, vol. 312, no. 5777, 2006, pp. 1180–83.)<자료8> 영국 캠브리지대 닐 투록 박사와 미국 프린스턴대 폴 스타인하트 박사는 우주의 나이가 적어도 1조 년이 넘고 빅뱅이 계속 반복돼 일어난다고 주장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빅뱅은 가장 최근에 일어난 폭발일 뿐이라는 것이다. 기존 이론의 문제점은 우주공간이 가진 에너지를 나타내는 ‘우주 상수’가 계산보다 10의 100제곱 정도만큼 터무니없이 적은 것으로 나타난다는 점이지만 두 사람의 이론에 따르면 우주 상수의 값을 충분히 설명할 수 있다고 한다. 논문의 저자 투록 박사는 “시간은 빅뱅 이전에도 있었다”고 얘기했고, 스타인하트 박사는 “빅뱅이 한번만 있었다는 기존 이론이 옳다는 증거가 없다”고 단언했다.

자료8> 우주의 나이가 1조가 넘는다는 내용의 논문
2006년 5월 6일, 영국 캠브리지대 닐 투록 박사와 미국 프린스턴대 폴 스타인하트 박사는 우주의 나이가 적어도 1조 년이 넘고 빅뱅이 계속 반복돼 일어난다고 주장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빅뱅은 가장 최근에 일어난 폭발일 뿐이라는 것이다. 기존 이론의 문제점은 우주공간이 가진 에너지를 나타내는 ‘우주 상수’가 이론적으로는 상당히 커야 하지만, 실제 관측값은 계산보다 10의 100제곱 정도만큼 터무니없이 작다는 것이었는데, 두 사람의 이론에 따르면 우주 상수의 값을 충분히 설명할 수 있다고 한다. 이 연구 결과는 2006년 5월 26일자 사이언스지에 실렸다. (출처: jstor)

아직은 빅뱅 이론을 대체할 우주 모델은 없지만, 제임스 웹의 발견으로 기존 우주론의 큰 틀이 근본적으로 흔들리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기존 우주론을 뒤흔드는 발견들이 발표될 때마다 과학자들은 “우리가 은하 형성에 대해 아는 모든 것이 틀렸을 수도 있다.”, “이론가들에게는 악몽이지만, 관측자들에게는 꿈이다.”, “이건 우주론의 위기가 아니라 기회다. 뭔가 놓친 게 있다는 뜻이니까.”등의 반응을 보이며 새로운 발견을 환영하는 듯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기존 이론의 오류를 공식적으로 선언하지는 않고 있다.

가톨릭이 천동설의 오류를 인정하는 데 359년이라는 세월이 필요했다면, 빅뱅 이론이 수정되거나 폐기될 경우 교회는 어떤 행보를 보일까? 과거와 같은 해명이 반복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광활한 우주에 대한 최종적인 진실은 신의 지혜 없이 인간의 힘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그럼에도 과학은 스스로 한계를 갱신해가며 진실에 다가가기 위해 부단하게 노력하고 있다. 현재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보다 분광 성능이 더 좋은 거대마젤란망원경(GMT)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한다.<자료9> 김상철 한국천문연구원 대형망원경사업단 책임연구원은 “빛을 모으는 성능이 좋으면 더 먼 우주, 또는 우주 초기 영역을 관측할 수 있다”며 “어떤 천체가 새로 발견되느냐에 따라 기존 우주론을 강화할 수도, 뒤집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미래의 지식이 어느 방향으로 진행될지 예측하기 힘들지만 과거에 보지 못했던 영역을 보는 만큼 인류의 지평을 개척하는 셈”이라고 전했다.

<자료9> 우주망원경 반사경 지름 비교
일반적으로 망원경 반사경의 지름이 클수록 분광 성능이 좋다. 거대 마젤란 망원경이 완성되면 더 먼 우주를 내다볼 것으로 기대된다. (출처: 위키미디어, AI 생성)

사실 관측적으로 검증되지 않았을 뿐, 우주 너머에 더 무한해 보이는 공간이 있는 것은 과학자들도 알고 있다고 한다. 과학은 우주의 크기를 얘기할 때, 그 한계를 제한하는 수식어를 붙이는데, ‘관측 가능한’ 우주라고 설정하는 것이다. 우주의 나이가 138억 년이라는 전제하에 계산할 때, 현재 관측 가능한 우주의 크기는 반지름이 약 465억 광년에 이르며, 그 안에는 수천억 개의 은하가 존재한다고 알려져 있다. 관측 영역을 벗어난 우주 전체 크기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기존 우주론을 벗어나는 관측이 계속 되다 보면, 우주 지평선 너머의 진실에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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