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종교 탐구
세계 종교 탐구 <29> 신성한 마약에 대하여

세계 종교 탐구 <29> 신성한 마약에 대하여

지난『세계 종교 탐구』에서는 술을 먹는 종교의식에 대해 알아보았다. 술은 신을 만난 듯한 정신 상태를 유발하는 수단으로서, 예로부터 지금까지 종교의식에서 자주 사용되었다. 술을 먹으면 쾌감과 환상, 환각, 현기증 등의 비일상적인 현상이 나타나는데, 이를 종교적 체험으로 이해한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술에 함유된 알코올이 일으키는 향정신성 작용에서 기인한다. 향정신성 약물은 흔히 마약이라 부른다. 알코올은 수많은 마약의 하나이며, 신을 만나게 해주는 수많은 수단의 하나였던 것이다. 어떤 마약은 그 자체로서 또는 술과 함께 음용되며 더욱 강력한 종교 체험을 가능하게 해주었다. 이번『세계 종교 탐구』에서는 술 외의 다른 마약, 신을 만나게 해준다는 신성한 마약들과 이를 사용하는 종교들에 대해 알아볼 것이다. ▣ 마약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 했다 자연에는 버섯, 꽃, 풀, 균에 감염된 보리 등 천연 마약들이 널리 존재해왔고, 인간들은 일찍이 이를 접했다. 마약의 원조라고도 불리는 아편이 2만 년 전부터 의학용, 종교용으로 사용되었다고 알려져 있는데, 고고학적 증거들은 인류가 더 오래전부터 마약을 사용해 왔음을 말해준다. 작년 9월 과학저널 네이처지에 실린 3만 1000년 전 행해진 절단 수술 흔적도 고대 인류들이 마약의 효과를 파악하고 사용했다는 사실을 뒷받침해준다. 2020년 인도네시아에서 3만 1000년 전 인간의 유골이 발견되었는데, 왼쪽 발에서 절단 수술을 받은 흔적이 발견됐다고 한다.<자료1> 연구진은 “절단 수술은 인체 해부학에 대한 광범위한 지식과, 감염과 출혈을 막을 수 있는 의료 기술이 있어야 가능하다. 지금까지는 약 1만 년 전부터 농업이 발달하고 사람들이 한 곳에 정착하면서 의학이 발전했다고 추정됐지만 3만 1000년 전 이미 수술로 인한 출혈과 감염을 막을 정도의 의료 기술을 가진 사람들이 있었음을 보여준다”라며 “당시 식물에서 항생물질을 추출해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마취, 항생작용은 마약 식물에서 나타나는 흔한 효과이다. 예를 들어 고대 잉카 제국에서는 두개골에 구멍을 뚫어 치료하는 천두술을 받을 때 코카잎을 씹어 먹어 마취 효과를 얻었다. 코카나무의 잎사귀에는 진통제 기능과 환각 기능이 있었는데, 잉카인들은 이런 코카잎을 신의 힘을 갖는 신통력 있는 식물로 믿었고 신초(神草)로 추앙했다고 한다. 3만 1000년 전에 외과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쳤다는 것은 그 당시에 이미 마약 식물의 마취, 항생작용을 알고 이를 이용해 왔다는 증거가 된다. 현재까지 인간이 마약을 사용한 가장 오래된 물증은 이라크 샤니다르 동굴에서 발굴된 6만 년 전 고대 인류의 무덤에서 발견되었다. 고인 주위에 꽃 뭉치들을 놓았던 흔적이 발견되었는데, 꽃가루를 분석해 보니 총 7종의 식물 중 6종이 약용 식물이었고, 특히 1종은 환각 효과를 나타내는 마약성 식물인 마황이었다. 미국의 과학저널 사이언스지에 위 연구 내용을 보고한 솔레키 박사는 “이렇게 많은 약용 식물이 사용된 것은 고대 인류의 인간 정신이 어느 정도였는지를 생각케 한다.”고 얘기했다. 전문가들은 이렇게 꽃과 함께 매장하는 장례 의식은 종교적 의미가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고 한다. 고인 주변에 도구와 장신구들도 놓여져 있던 것을 보아 이러한 장례 의식은 고대 인류들이 사후의 삶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는 증거가 된다. 케임브리지대 포머로이 박사는 “최근 몇 년 동안 고대 인류들이 이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더욱 정교한 생활을 했었다는 증거들이 늘고 있다”고 설명하고, “샤니다르 동굴을 죽은 이들을 위해 반복적으로 매장 의식을 치르는 추모의 장소로 사용했었다면, 이들이 높은 수준의 문화적 복잡성을 지녔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얘기했다. 『코스모스』로 유명한 미국의 과학자 칼 세이건은 인간이 농경을 시작한 것은 식량 때문이 아니라 마약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세이건의 친구는 연구차 중앙아프리카의 피그미 부족을 연구했는데, 그들은 현대에도 수렵채집 생활양식을 고수하는 부족이었다. 일정한 삶의 터전을 건설하거나, 계획적으로 농작물을 심고 재배하지 않았다. 하지만 한 작물만 예외적으로 씨를 뿌리고 경작할 만큼 중요히 여겼는데, 바로 종교 의례 때 사용하는 대마였다. 세이건은 고대 인류도 이와 비슷한 생활을 했을 것이라 주장했다. 안정적으로 마약을 공급하기 위해 재배를 시작하다 나중에는 식량까지 재배하게 됐다는 것이다. 즉 인류의 문명이 마약 재배로 시작되었다는 이야기다. 종교 또한 인류 문명의 시작과 함께 생겨났고, 마약과 종교는 불가분의 관계를 이어가게 된다. ▣ 종교에서 신성한 마약이 사용되다 마약으로 인한 이른바 신성한 광기와 최면은 고대의 많은 문화권과 종교 집단에서 나타난다. 마약은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역사가 기록되기 이전부터 사용되어 왔는데, 주로 양귀비(아편), 대마초, 맥각, 코카잎, 광대버섯과 같이 환각을 유발하는 마약들이 종교에서 사용되었다. 인도의 힌두교에는 ‘소마(Soma)’와 ‘방(Bhang)’이라는 환각 음료가 있다. 소마는 환각성 식물인 소마초 즙에 물과 우유를 섞어 발효시킨 술이다. 소마는 신과 소통하게 해주는 성스러운 음료로 여겨지며 힌두교의 고대 의식에 자주 사용되었다. 소마초의 정체는 대마, 마황, 또는 광대버섯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힌두교의 경전 베다에는 다음과 같은 소마에 대한 찬가가 있다. “그의 선물은 그토록 멋지고 경이롭구나. 인간들이 자신의 혈관 속에서, 그리고 크게 부르짖는 환희의 외침에서 신을 느끼노라” (출처: Rovert Evans,『나쁜 짓들의 역사』, 영인미디어, 2017., p.144.) 방은 말린 대마 잎을 우유, 설탕, 향료나 아몬드 등의 견과류와 함께 갈아서 만든 비알코올 음료다.<자료2> 힌두교의 삼주신 중 하나인 시바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료로, 현재에도 인도, 네팔 등 힌두 문화권의 나라에서 음용되고 있다. 힌두교에선 방이 시바신과 영적으로 교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신성한 물질이며, 방을 섭취하면 죄에서 자유로워진다고 믿는다. 인도 대마의약협회의 J. M. 캠벨은 ‘방을 마시는 자는 시바신을 마시는 것이다.(He who drinks bhang drinks Shiva)’라고 할 정도로 방을 신성히 여겼다. (출처: J. M. campbell,『Note on the religion of Hemp』, Report of the Indian Hemp Drugs Commission 1894-1895, Vol.3., p.252.) 중국의 도교에서도 종교 제의에 대마초를 사용했다. 도교의 도사들은 대마초를 인삼과 함께 사용하면 미래를 점칠 수 있는 예지능력이 생긴다고 생각했다. 또 향로에 대마 꽃송이를 태워 향을 피우기도 했는데, 이러한 행위를 통해 명상하는 동안 정신적 고양을 도왔다고 한다. 최초의 기마민족으로 알려진 스키타이인들도 종교 활동에서 대마를 활용했다. 그리스의 역사가 헤로도토스는, “그들은 양가죽으로 천막을 만든 후 빨갛게 달군 돌 위에 대마 씨를 뿌린다. 그러면 강한 증기가 발생하고 이 증기를 마신 스키타이인들은 점차 즐거움에 취해 소리를 지르기 시작한다. 대마 씨를 더 많이 넣을수록 저들의 도취상태도 심해져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른다.”라고 묘사했다. 이 의식은 스키타이인이 신과 교류하는 수단이었다고 한다. 고대 그리스 델포이의 아폴로 신전 여사제인 피티아는 땅의 갈라진 틈새에서 나오는 달콤한 냄새의 연기를 흡입한 후 환각 상태에서 예언을 했다고 한다.<자료3> 지면에서 솟아오르는 가스를 마신 피티아는 곧 월계수 가지를 흔들며 무아지경 속에서 신이 내린 신탁을 전하는데, 로마 시인 루카누스는 피티아가 점치는 장면을 이렇게 기록했다. ‘무녀는 입술에서 광적인 중얼거림을 쏟아내고, 신음하고, 깊고 무겁게 숨을 내쉬다가 이윽고 큰소리로 울부짖는다.’ 고고학자와 과학자로 구성된 연구팀은 역사적, 지리학적 조사를 통해 그 연기가 에틸렌이나 메탄, 혹은 벤젠이나 유황 등의 가스이며, 피티아에게 섬망이나 환각을 일으켰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메탄과 벤젠은 마약으로 분류되는 기체이며 에틸렌과 유황가스는 중독되면 환각을 일으키는 기체다. 마약은 투여 방법에 따라서 뇌에 도달하는 속도가 다른데, 먹는 것보다 향을 들이마시는 것이 4~10배 이상 빠르다. 약물이 뇌에 빨리 도달할수록 효과는 더 크고 강하다. 그래서인지 그녀가 하는 말은 알아듣기 힘들었고, 옆에 있는 다른 사제가 일상적인 언어로 번역해 주었다고 한다. 서기전 1600년경 부터 고대 그리스의 도시 엘레우시스에는 대지와 풍요의 여신 데메테르와 그의 딸 페르세포네 여신을 섬기는 ‘엘레우시스 밀교’가 있었다. 의식에서 보고 들은 것을 발설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기 때문에 비밀 종교라 불리지만, 그리스의 가장 영향력 있는 철학자 소크라테스와 플라톤, 로마의 초대 황제 카이사르 등이 입교할 정도로 규모가 크며 인기 있는 종교였다. 어떤 학자들은 이 엘레우시스 밀교의 큰 영향력과 세력 유지의 비결이 ‘환각제’를 사용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엘레우시스 밀교는 1년에 한 번씩 ‘엘레우시스 제전’을 개최했다. 이 제전은 10일간 진행되는데, 참석자들은 여러 가지 의식을 치르며 9일간 금식을 한다. 그리고 마지막 날 ‘키케온’이라는 술을 마시며 환각 파티를 벌인다. 키케온을 마신 사람들은 신을 만나거나 사후세계를 보거나 진리를 찾는 등의 영적 체험을 했다고 한다. 그리스의 철학자 플루타르코스는 이 의식에 대해 “처음에는 혼란에 빠져 두려움에 떨다가 마침내 ‘밤의 성스러운 환상’을 본 후 다 같이 춤을 추고 거룩한 계시를 받았다”라고 했으며, 소크라테스는 “아래 세계에서 정화되지 않은 사람들은 절망의 구렁텅이에서 살겠지만, 이곳에서 정화 의식을 치른 사람들은 신과 함께 살 것이다.”라고 했다. (출처: 오후,『우리는 마약을 모른다』, 동아시아, 2018., p.25.) 키케온은 보리와 박하를 섞은 술로 알려져 있는데, 이때 환각 효과가 있는 보리의 맥각 또는 데메테르가 인간에게 선물해 줬다는 아편을 섞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자료4> 그리스에서 유행했던 또 다른 비밀 종교인 디오니소스 밀교에서도 ‘디오니소스 축제’에서 포도주에 맥각을 넣은 후 광란의 음주 난교 축제를 벌인 것과 유사하다. 엘레우시스 밀교는 로마에서도 크게 성행하여 철학자 키케로, 로마의 마지막 비그리스도교 황제였던 율리아누스(재위 361~363)까지도 입교했다. 하지만 392년 테오도시우스 황제가 그리스도교 외의 종교를 금지하면서 2천 년 역사의 엘레우시스 밀교는 디오니소스 밀교와 함께 로마에서 사라지게 된다. 지금까지 소개한 여러 종교들은 문명의 쇠퇴 또는 다른 종교의 박해 등으로 대부분 소멸하였지만 마약과 술, 향을 이용한 종교의식은 후대의 종교에서도 여전히 행해지게 된다. 일각에서는 포도주와 향을 사용하는 그리스도교도 마약에 흥미가 있을 것이라는 주장과 증거들이 제기되고 있다. ▣ 환상을 보는 종교 초기 그리스도교가 형성될 당시 로마에서는 아편이나 대마초(마리화나)와 같은 마약이 크게 유행했다. 당시 사회문화적 풍습에 따르면 초기 그리스도교에서 마리화나와 아편을 포도주에 섞어 사용하는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창세기 37장에도 등장하고 마태복음 2장에서 동방박사가 아기 예수에게 선물한 머르(myrrh)도 아편이었고, 마태복음 27장에서 예수가 십자가에 못박히기 직전 마셨다는 갈(gall)을 넣은 음료도 아편을 혼합한 포도주였다.<자료5> 로마 제국에 있어 초기의 그리스도교는 국가에 복종하지 않고, 유언비어를 퍼트리고, 십자가형으로 처형된 정치범을 추종하며 다른 종교는 없애야 한다는 광기에 사로잡힌 미신적 종교였기 때문에 로마로부터 탄압을 받았었는데, 탄압을 피해 지하에 숨어 다니는 힘든 삶을 자초했던 그리스도교인들은 고통을 해소하기 위해 아편을 사용했다. 영국의 고고학자 J.M.알레그로는 자신의 저서『신성한 버섯과 십자가』에서 그리스도교를 비롯한 다른 많은 종교의 뿌리가 다산 숭배에 있으며, 신의 계시를 받기 위해 환각 식물을 섭취하는 관행이 초기 그리스도교 시대까지 지속되었다고 얘기한다. 알레그로는 예수가 역사적 인물이 아니고 광대 버섯과 같은 향정신성 식물의 영향을 받은 그리스도교인들의 신화적 창조물, 예수가 환각 버섯의 의인화된 존재라고 했다. 그의 주장처럼 초기 그리스도교 작품에서는 버섯이 들어가는 작품들이 많으며,<자료6> 성경에는 환상을 봤다는 내용들이 자주 등장한다. 꿈은 잠이 든 무의식 속에서 주어지지만 환상은 의식이 있을 때 주어진다고 한다. 환각도 이와 같다. 눈을 뜬 채로 꿈을 꾸듯, 현실에서 비현실적인 세계를 경험할 수 있다. 성경에는 신이 환상으로 계시를 내리거나 사도들이 천사를 봤다거나 죽은 예수를 봤다거나 예수가 구름을 타고 올라갔다는 등 환상을 목격하는 내용이 자주 등장한다. 예수가 죽은 후 예수의 제자들인 사도들의 행적과 초대 교회의 발달 과정을 기록했다는 사도행전에서도 예수나 신이 환상으로 자신의 뜻을 알리는 일이 자주 나온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구절들이다. 그러나 스데반은 성령으로 충만하여 하늘을 우러러보고서 하나님의 영광과 예수님이 하나님의 오른편에 서신 것을 보고 이렇게 외쳤다. “보라! 하늘이 열리고 예수님이 하나님의 오른편에 서 계신다!” / 사도행전 7장 55~56절 갑자기 하늘에서 빛이 그에게 비쳐 왔다. 그 순간 그는 땅에 쓰러졌는데 그때 “사울아, 사울아, 네가 왜 나를 괴롭히느냐?”라는 음성이 들려왔다. 사울이 “당신은 누구십니까?”하고 묻자 “나는 네가 핍박하는 예수이다.” / 사도행전 9장 3~7절 그때 다마스커스에 아나니아라는 제자가 있었다. 주님께서 환상 가운데 그에게 나타나 “아나니아야” 하고 부르셨다. 그가 “예, 주님” 하고 대답하자 주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너는 어서 ‘곧은 거리’에 있는 유다의 집에 가서 다소 사람 사울을 찾아라.” / 사도행전 9장 10~11절 가아사랴에 고넬료라는 사람이 있었다. (…) 어느 날 오후 3시쯤 되어 그는 환상 가운데 하나님의 천사가 나타난 것을 똑똑히 보았다. / 사도행전 10장 1~3절 베드로는 기도하러 옥상으로 올라갔다. 그는 몹시 배가 고파 무엇을 좀 먹고 싶었는데 사람들이 음식을 준비하는 동안에 황홀경에 빠져들어 갔다. 그는 하늘이 열리고 큰 보자기같은 것이 네 귀가 매여져 땅에 내려오는 것을 보았다. / 사도행전 10장 9~11절 주님께서 어느 날 밤 환상 중에 바울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너는 두려워하지 말고 계속 말하라” / 사도행전 18장 9절 심지어 요한계시록은 유배지의 동굴 속에서 고통스럽게 지내던 요한이 환상으로 계시를 보았다고 주장하는 내용으로, 그가 보았다는 환상의 내용이 주 골자를 이룬다. 성경의 이러한 잦은 환상의 계시는 초기 그리스도교인들의 환각 물질 섭취에 대한 간접적인 증거로 추정할 수 있다. 그런데 그리스도교가 로마의 국교로 공인되면서 마약과 알코올에 대한 태도가 돌변한다. 로마에는 그리스도교 외의 다른 종교들이 이미 자리잡고 있었고 기득권이 된 그리스도교는 다른 경쟁 종교들을 이단이라 칭하며 철퇴를 가했다. 이때 이단을 가르는 기준 중 하나가 마약과 술이었다. 대부분의 종교에서 종교 의식에 마약과 술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마약을 사용한 종교적 엑스터시, 황홀경을 모두 불법화하고 참여자는 최대 사형에 처했는데 이는 마녀사냥의 시초라 할 수 있었다. 그리스도교 이외의 종교가 대부분 사라지고 나서도 술과 마약은 근절되지 않았다. 중세시대에 들어서는 다시 마약이 크게 유행하기 시작하는데, 때는 십자군 전쟁 때였다. 십자군 전쟁은 흑사병 뿐만 아니라 마약도 유럽에 유행시켰다. 전쟁을 거치며 중동에서 유럽으로 대마초, 아편 등의 마약이 유입된 것이다. 또 전쟁이라는 상황에서 두려움과 고통을 잊기 위해 병사들은 전투 전 술과 마약을 했다고 한다. 이슬람은 전쟁에 투입될 암살 집단을 모집할 때 대마초를 활용하였다. 모집할 사람에게 대마초, 음식, 여자, 과일등을 대접하여 천국에 온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하고, 마약에서 깨어난 이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너희가 알라에게 목숨을 바치면, 알라는 너희에게 이런 천국을 주신다.” 그러면 그들은 죽음을 불사하는 암살자가 되었다고 한다. 19세기 중반, 마약 유통과 관련하여 벌어진 전쟁이 있다. 청나라와 대영 제국 사이에서 일어난 ‘아편 전쟁’이다. 영국은 중국에 아편을 수출해 무역적자를 해소하려 했지만, 마약의 폐해를 알게 된 중국은 이를 단속하게 되었고, 영국이 이에 반발하며 전쟁을 일으켰다. 두 차례의 전쟁 모두 영국의 승리로 끝났다. 1858년, 2차 아편 전쟁 후에는 유럽국과 중국 사이에 톈진 조약이 체결되었다.<자료7> 톈진 조약은 전쟁 비용 부담, 항구 개방, 무역의 자유 보장, 그리스도교 포교의 자유와 선교사 보호를 요구하는 조약으로, 아편 무역과 그리스도교 포교를 동시에 합법화하는 조약이었다. 때문에 많은 중국인들은 서양의 그리스도교를 아편과 동일시했으며, 모르핀(아편의 마약 성분)은 ‘예수 그리스도의 아편(耶稣鸦片)’이라 불렀다. 하지만 톈진 조약은 2년간 지켜지지 않았고 1860년, 중국은 영국, 프랑스, 러시아와 다시 베이징 조약을 체결하게 된다. 베이징 조약 때는 거부했던 톈진 조약을 이행해야 했고, 배상금을 지불하고, 외교사절의 베이징 주재를 허용하고, 프랑스에 대해 몰수한 가톨릭 재산 반환을 인정해야 했다. 프랑스는 베이징 조약으로 청국 영토 내에서 프랑스인의 우월함을 인정받고 가톨릭 전파 등 포교 활동의 자유를 인정받게 되었다. 동양으로 아편을 수출할 때, 19세기 유럽에서는 안젤로 마리아니가 만든 ‘뱅 마리아니’라는 상품명의 포도주가 높은 인기를 누렸다. 뱅 마리아니는 코카를 첨가한 포도주였다. 안젤로 마리아니는 개발 후 추천사를 얻기 위해 유명인사들에게 견본을 보냈는데, 그중에는 교황 레오 13세도 있었다. 1898년 1월 마리아니는 교황으로부터 금메달을 받았으며 특별 추천사도 얻어낼 수 있었다.<자료8> 마리아니는 1903년 즉위한 피우스 10세에게도 즉위하자마자 코카가 들어간 포도주를 선물했는데, 피우스 10세는 기뻐하며 교황청을 통해 이렇게 회답했다고 한다. “교황 성하께서 마리아니 선생이 보낸 코카 포도주를 받으셨습니다. 교황 성하께서는 선생이 보낸 헌신적인 경의에 진정으로 기뻐하셨으며, 선생에게 성하께서 누리신 기쁨을 알리는 동시에 감사의 마음도 전하라 하셨습니다. 선생의 그처럼 고결한 소원은 반드시 이루어지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 마약 복용은 불법이다. 2017년, 프란치스코 교황 주요 보좌진의 비서가 마약 복용 혐의로 체포됐다. 바티칸 신앙교리성 소유 아파트에서 마약에 취한 채 동성애 난교 파티를 지속적으로 벌여오다 적발됐기 때문이다. 경찰이 도착했을 당시 현장에선 마약이 다수 발견됐고, 남성들은 성행위를 하고 있었다고 한다. 2021년에는 이탈리아의 로마 가톨릭 신부가 교회 기금과 교구민들의 헌금을 훔쳐 자신의 집에서 동성애 섹스 파티를 벌인 혐의로 체포되었는데, 그는 강간 마약 약물인 GHB 1L를 수입하기까지 했다고 한다.<자료9> ▣ 마약은 정말 종교 현상을 유발할까? 환각성 식물 연구로 평생을 보낸 미국의 민족식물학자 리처드 에번스 슐츠는 대마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추론했다. “최초의 인류는 각종 식물의 잎과 열매를 씹거나 먹어 보는 사이 대마의 잎과 열매, 꽃봉오리도 먹어 보게 된다. 대마 잎을 먹어본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일어나는 행복감, 도취감, 환각을 체험하면서 다른 식물의 잎이나 열매를 먹었을 때와는 전혀 다른 경험을 통해 점차 다른 세계, 종교적인 인식, 신이라는 관념을 갖게 되었을 것이다. 결국 이 식물을 신이 내려준 특별한 선물로 인식하고 영적인 세계와 교류하는 신성한 매개체로 여겼던 경험이 오늘날의 문화나 종교 속에도 남아 있게 되었다.” 그의 추론이 사실일까? 1962년, 미국 보스톤 신학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일명 ‘성 금요일 실험’이 진행되었다. 실험에 참여한 학생들은 모두 신앙적으로 방황하던 상태였다. 당시 학생들은 성직자라는 직업을 가지는 것이 옳은지 자기 회의와 의문으로 가득 차 있었는데, 이들은 환각제가 영적 계시를 더 뚜렷하게 하는지 알아볼 수 있는 이상적인 피실험자들이었다. 성 금요일은 부활절 직전의 금요일로, 예수가 십자가에서 당했다는 고난과 죽음을 기념하는 날이다. 1962년의 성 금요일, 스무 명의 학생들이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축하하고 영적 체험을 하기 위해 채플 예배당에 모였다. 학생들에게는 모두에게 환각 버섯의 마약 성분인 실로시빈을 30mg씩 주겠다고 하고, 사실은 절반의 학생에게만 실로시빈을, 나머지 절반은 환각 효과가 없는 대조약을 나누어 주었다. 그리고는 시간이 지난 후 어떤 영적 체험을 했는지 물어보았다. 그러자 처음 세웠던 가설대로 ‘마약이 진정한 영적 경험을 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진짜 환각 버섯 물질을 복용한 실험군은 거의 모든 학생들이 자신의 삶에서 가장 강력한 종교적 경험을 했다고 털어놓은 반면, 가짜 약을 복용한 대조군의 학생들은 그것이 진짜 마약이라 믿었음에도 겨우 몇 명 정도만 그런 경험을 했다고 답한다. 실로시빈을 복용한 대다수는 환각 체험을 매우 값진 경험으로 여겼고, 6개월 후 다시 같은 질문을 했을 때도 같은 대답을 했다. 이에 연구자 월트 펜크씨는 더 큰 규모의 후속 연구를 계획했지만 그의 사고사로 인해 실험은 이 규모에서 중단되었다. 하지만 25년 후인 1987년, 릭 도블린이란 학자는 성 금요일 환각 체험의 힘이 25년 이후에도 여전히 유효한지 알기 원했고, 원래 참여자 대부분과 다시 접촉하는데 성공했다. 25년이 지난 후에도 피실험자들은 만장일치로 성 금요일의 환각 경험을 진정으로 신비하게 여겼고 자신들의 영적 삶에 있어 가장 좋은 부분 중 하나였다고 기술했다. 놀라운 것은 버섯 환각제 복용자 여덟 명 중 다섯 명이 성직자의 삶을 살고 있었고, 그들은 여전히 그 당시 약물이 불러일으킨 신비한 경험이 자신의 영적 삶에서 가장 사실적인 순간 중 하나라고 여겼다고 한다. 이 실험은 환각 버섯과 같은 환각제가 종교적 숭배를 위한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였다. 이 증명은 다시 새로운 질문을 낳게 한다. “마약을 해야 나타나는 이 신들은 인류를 어떤 길로 이끌고 있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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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종교 탐구 <28> 술을 먹는 종교 의식에 대하여

세계 종교 탐구 <28> 술을 먹는 종교 의식에 대하여

종교가 탄생한 배경에는 신을 영접하게 해주는 영험한 음료가 있었다고 한다. 이 음료를 마시면 쾌감과 환상, 환각, 현기증을 동반하는 신비한 체험을 할 수 있었는데, 고대의 사람들은 이를 ‘신을 접했다’거나 ‘신이 되었다’고 해석했던 것이다. 음료의 정체는 다름 아닌 ‘술’이다. 술에 들어있는 알코올 성분은 인류의 가장 보편적인 마취성 약물로, 향정신성 작용을 해 사람을 취하게 만든다. 고대나 현대 어느 사회에서든 신과 접촉하는 의식을 치를 때는 포도주, 맥주 등의 알코올성 음료가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술은 언제부터 인류의 종교 의식과 접하게 되었을까? 이번 세계 종교 탐구에서는 술과 종교의 역사를 간단히 살펴보고, 술이 사용된 여러 종교의 의식들에 대해 알아본다. ▣ 술을 발견하고 신을 만나다. 과숙한 포도나 딸기를 먹으면 술맛이 나는 경우가 있다. 과일 표면에 있던 효모에 의해 알코올 발효가 일어난 것이다. 이처럼 적당한 수분과 당질이 있다면 술은 자연적으로 만들어지기 쉽다. 때문에 술은 발명되었다고 하지 않고 발견되었다고 한다. 나무에서 떨어진 과일이나 빗물이 고인 벌집 등은 발효가 일어나기 좋은 조건이었고, 사람들은 거품이 보글거리며 달달한 향을 풍기는 액체를 맛보고 그 오묘한 매력에 매료되었을 것이다. 인간이 술을 접하게 된 시기는 까마득히 먼 옛날로 추정되는데, 현재까지 소실되지 않고 남아 있는 물증만 해도 술은 1만 2천 년 전에 이미 존재했다. 1만 2천 년 전이면 돌을 깨서 도구를 만들었다던 구석기 시대, 마지막 빙하기의 끝자락에 해당한다. 그 시대에 이미 술을 담근 그릇이나 지하 양조장이 있던 것으로 보아 더 일찍이 술을 제조해 먹었다는 사실은 자명하다. 술이 선사하는 특별한 기분은 사람들을 신의 세계로 이끌었다. 샤먼들이 접신할 때 무아지경에 빠진 상태에서 느끼는 황홀감은 취기에 동반되는 흥분 상태와 비슷했고, 인간은 술을 먹음으로써 보다 쉽게 신을 만날 수 있게 되었다. 고대의 학자들은 술이 정신에 미치는 작용을 ‘탈속(脫俗)’으로 간주했다. 이성과 자제력이라는 세속적인 고리를 끊고 신과 더 가까워지는 과정으로 여겼던 것이다. 실제로 종교 시설에서 술을 마시는 경우가 많았다. 1만 2천 년 전 지어진 종교 시설인 터키의 괴베클리 테페 신전에서는 돌로 만든 커다란 대야가 몇 개 발견되었는데, 곡물을 담그고 으깨고 발효시키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옥살산칼슘이 검출되었다고 한다.<자료1> 이것은 괴베클리 테페에서 술을 제조했다는 증거로, 그 규모로 보아 여러 부족이 모여 다 함께 맥주를 마시는 연회를 벌였을 것이라 추정된다고 한다. 이와 같은 선사 시대를 비롯하여 고대, 중세, 현대에 이르기까지 어느 시대에나 술을 먹는 종교 의식이 존재했다. 종교들은 어떤 식으로 술을 종교의식에 사용했을까? ▣ 술, 신과 소통하는 수단 사람들은 신과 더 잘 소통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종교의식 중에 술을 마셨다. 예를 들어 고대 수메르 문명 사람들은 풍년을 기원하는 의식을 할 때 반드시 맥주를 마셨다. 중동 지역에 위치한 수메르는 기후가 건조하여 정기적으로 풍년을 기원하는 기우제를 지냈는데, 이때 종교 의식으로서 신전에서 맥주를 마시며 여사제와 성행위를 했다.<자료2> 성행위를 하는 것은 농사에 도움을 주는 비가 신이 흥분해 흘리는 땀방울이라 여겼기 때문인데, 이때 맥주를 마셔야 신을 더 잘 영접하고, 신과 더 잘 소통할 수 있었다고 한다. 고대 이집트에서도 술을 마시며 성행위를 하는 종교 축제가 있었다. 이른바 ‘만취 축제’라 불리는 축제였다.<자료3> 만취 축제는 하토르 여신을 기념하고 맥주의 기적을 통한 인류의 구원을 축하하기 위해 열리는 축제였다. 축제는 해질녘에 시작된다. 여성들은 화장을 하고 머리에 화관을 쓴 채, 모두가 몰약을 바르고 향유로 몸을 문질렀으며 사방에 꽃을 뿌려 축제 장소에서 천국 같은 향기가 나도록 해 축제를 준비한다. 하토르 여신에게 헌주를 한 후 사제와 무희들은 음주무를 추고, 마지막으로 어마어마한 분량의 과실주와 맥주를 들여오며 축제의 진정한 재미가 시작된다. 사람들은 신성하게 만취하는 것이 목표였고, 그러려면 완전히 취한 상태가 되어야 했다. 그리고는 종교적인 열정을 다해 꿀꺽꿀꺽 술을 들이킨다. 사람들이 고주망태가 되었을 때 사제는 이렇게 얘기한다. “그에게 술을 먹이고 그에게 음식을 먹이며 그를 섹스로 이끌라”. 사람들은 이내 집단 섹스를 한다. 역사학자 헤로도토스에 따르면 이 축제에는 70만 명 가량의 사람들이 참여했다고 한다. 밤의 막바지가 되면 무의식이 판을 치며 사람들은 곯아 떨어진다. 다음날 새벽, 술에 취하지 않은 사람들이 북을 치며 사람들을 깨우는데, 이 순간이 축제의 절정이다. 술이 덜 깬 새벽의 몽롱한 상태에서는 평소에 경험하지 못했던 신과의 영접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이집트 사람들은 신과 교감하는 순간에 여신에게 소원을 빌면 무엇이든 이루어진다고 믿었다. 만취 축제의 증거를 처음 발굴한 존스 홉킨스 대학 연구진은 만취 축제를 하는 궁극적인 의도는 ‘신을 보고 경험하는 것’이라 설명했다. 술은 일상에서는 느끼지 못하는 신을 만나게 해주는 수단이었던 것이다. ▣ 술, 가장 보편화된 마약 술이 주는 취기는 쾌감과 환상, 환각, 현기증을 동반한다. 인간의 신경을 일시적으로 흥분시키거나 마비시키는 향정신성 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어떤 종교들은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하여 신의 모습을 보고 신과 소통하려했다. 힌두교에는 초월적인 세계를 경험하게 하는 영적인 음료인 ‘소마’가 있다. 소마는 소마초(草) 즙에 물과 우유를 섞어 발효시킨 술이었다. 사람들은 이 술을 마시면 신비로운 힘이 생겨 신과 소통할 수 있다고 여겼다. 소마의 원료가 정확히 무엇인지는 알려져있지 않은데, 문헌에 의하면 소마초는 누르스름한 빛을 띠고 있으며 산 속에서 발견되고, 꽃이 피지 않고 잎이 없으며 심지어 뿌리도 없다고 묘사되어 있어 ‘에페드라’나 ‘광대버섯’이라는 가설이 유력하다.<자료4> 모두 환각효과가 있는 물질들이다. 소마주는 흥분성이 강한 환각작용을 일으켰는데, 사람들은 이 황홀한 도취감을 신비한 영력이라 여겼던 것이다. 힌두교에 소마가 있다면 조로아스터교에는 ‘하오마’라는 신성한 술이 있었다. 조로아스터교에 따르면, 음식과 하오마라고 불리는 환각성 음료를 바치는 것이 신을 영접하는 의식이었다. 하오마는 하오마풀을 짜서 만든 술이라 전해지지만 실제 하오마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으며, 힌두교의 소마와 이름만 다른 동일한 술로 여겨진다. 고대 그리스에는 부활의 신이자 포도주의 신인 디오니소스가 있다. 포도주를 마시는 것은 디오니소스를 위한 의식에서 가장 중요했다. 디오니소스를 숭배하는 의식의 하나로 포도주를 흠뻑 마시는 광란의 축제인 디오니소스 축제를 벌였는데, 이때 포도주에 밀의 맥각 같은 환각물을 넣어 축제 참가자들이 황홀경에 이를 수 있게 도왔다. 황홀경에 이르러야 신을 영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환각 물질을 넣지 않아도 술에 들어있는 알코올만으로 신을 영접하게 하는 효과는 충분하다. 와인 고고학의 최고권위자 패트릭 E. 맥거번 교수는 “알코올은 가장 보편적인 마취성 약물”이라고 얘기한다. 술은 가장 구하기 쉽고 일상에 널리 퍼져있는 마약의 역할을 했던 것이다. ▣ 포도주, 부활하는 신의 피 포도나무와 포도주는 수많은 종교에서 주요 상징물로 자리잡았다. 말라서 죽은 것처럼 보이지만 봄이 되면 다시 새싹을 내고 잎이 풍성하게 자라는 포도나무는 부활을 상징했고, 선혈과도 같은 포도주의 붉은 색은 부활하는 신의 피를 상징하기 때문이다. 이집트에서 포도주는 부활의 신이자 포도주의 신인 ‘오시리스의 피’를 상징했다. 이집트 사람들은 오시리스의 피인 포도주를 숭배하며 부활과 풍요를 기원했는데, 이는 해마다 범람하는 나일강의 색이 철을 함유한 황토물 때문에 붉은 빛을 띠었고, 범람 후 땅이 비옥해져 풍성한 수확을 거둘 수 있게 되는 것을 보고 오시리스의 붉은 피가 부활과 풍요를 가져다 준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자료5> 부활하는 포도주의 신은 후대에 전파되어 그리스와 로마에서는 각각 디오니소스와 바쿠스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는데, 포도주는 각 나라에서 자신들의 신의 피로 여겨졌다. 그리스에서는 포도주를 디오니소스 신의 피라고 생각해, 부활의 힘을 지닌 디오니소스의 피를 마시면 인간이 건강해지고, 포도가 와인으로 재생되는 소생의 힘을 얻어 풍작이 확실해진다고 믿었다. 때문에 앞서 언급한 디오니소스 축제를 열어 포도주를 마시며 디오니소스를 숭배했다. 로마에는 디오니소스와 동일한 신인 바쿠스가 있다. 바쿠스를 숭배하는 축제도 디오니소스 축제와 유사했다.<자료6> 바쿠스 축제는 밤중에 비밀리에 열렸다. 먼저 바쿠스 신에게 헌주한 후 포도주 연회를 벌였는데, 축제가 절정에 이르면 사람들은 술에 취해 시끄럽게 떠들어대며 산기슭에서 미친 듯이 춤을 추었고, 제물로 바쳐진 짐승, 또는 어린아이를 산 채로 뜯어 먹고 그 피를 마셨다고 한다. 이는 바쿠스 신의 살과 피를 먹는다는 상징적 행위로서, 일종의 신과의 합일이라는 뜻이었다. 뿐만 아니라 축제에 참가한 다른 사람들과 남녀노소를 구분하지 않고 난잡한 집단 성행위를 했는데, 이러한 광란의 제전에는 술이 주는 취기가 반드시 필요했다. 디오니소스 축제와 바쿠스 축제는 현재 사라졌지만 포도주를 마시며 신의 살과 피를 먹는 의식, 난잡한 집단 성행위 등을 하는 종교 의식들은 후대에 생겨난 종교들에서 명맥을 이어갔다. ▣ 신의 몸과 피를 먹는 현대 종교 그리스도교의 경전인 성경에는 창세기부터 요한복음에 이르기까지 포도주가 넘쳐흐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포도와 포도주에 관한 내용만 443회에 달한다. 예를 들어 예수가 디오니소스처럼 물을 포도주로 바꾸는 기적을 행했다는 요한복음 2장의 일화가 유명하다. 어느 피로연에 간 예수가 그곳의 술이 동나자 약 120갤런(약 450L)이나 되는 물을 포도주로 바꿔 사람들에게 대접했다는 이야기다. 사도행전 2장에도 포도주가 언급된다. 사도행전 2장에 따르면 오순절날 예수의 열두 제자들이 모였는데, 성령이 강림해 방언을 했다고 한다. 제자들은 자신들도 방언을 해놓고 신기해하며 서로 “이것이 어떻게 된 일인가”하고 물어보고 있었는데, 이를 보고 어떤 사람들이 “이 사람들은 포도주에 잔뜩 취했군”이라며 조롱한다. 그러자 사도 베드로는 지금 시간이 아침 9시라는 이유로, 취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한다. 실제로 초기 그리스도교 신자들이 포도주에 취하는 일이 많았으며 그리스도교를 박해하는 근거 중 하나로 음주 행위도 포함돼 있었다고 한다. 일반인이 보기에 술꾼 집단인 해괴한 종파였지만 다른 종교에도 비슷한 풍습이 있었기에 경악할 정도는 아니었다고는 한다. 하지만 그리스도교의 평판을 우려한 바울은 취하지 말라거나 더 이상 과음하지 말라는 편지를 계속해서 썼다고 한다. 포도주와 관련한 성경 내용 중 그 절정은 마태복음 26장에 나오는 ‘최후의 만찬’에서 예수가 한 발언이다. 예수는 빵을 들어 축복하고 제자들에게 “받아먹으라. 이것은 내 몸이다” 또 술잔을 들어 기도를 한 뒤 “받아마셔라. 이것은 나의 피다. 죄를 용서해주려고 많은 사람을 위하여 내가 흘리는 계약의 피다. 너희는 이 예식을 행함으로써 나를 기억하라.”라고 얘기하는데, 이 개념은 그리스도교의 교조(敎條)로서 그리스도교 신앙의 중심이 되었다. 예수가 직접 시범을 보인 이 예식은 성찬식이란 이름으로 그리스도교에 자리 잡아 현재도 행해지고 있다. 성찬식이란 예수의 죽음을 기념하며 예수의 몸과 피를 나누어 먹는 의식이다.<자료7> 가톨릭교도들은 이를 상징적 의식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에게 성찬식은 신자가 신과 하나가 되는 사건이고, 빵과 포도주가 정말 예수의 몸과 피가 되는 예식이며, 포도주는 곧 예수의 실제 피로서 성혈(聖血)이라고도 부른다. 이것은 현재까지도 가톨릭 신앙의 주춧돌이며, 논의의 대상으로 여기지 않는 경건하고 뿌리 깊은 의식이다. 당시 일반인들 사이에는 그리스도 교도들이 피를 먹는다는 소문이 퍼져나갔다. 4세기 활동했던 그리스도교의 교부 아우구스티누스는 성찬식을 가리켜 “이성으로 탐구할 수 없는 신비”라고 했고, 이성으로 이해하기 힘든 교리를 설명하기 위해 토마스 아퀴나스를 비롯한 12~13세기 신학자들은 “실체 변화”라는 개념을 발명한다. 빵과 포도주가 그 모습과 맛은 유지하되 신적 능력에 의해 예수의 몸과 피로 실체가 변화되었다는 것이다. 16세기 열린 트리엔트 공의회에서는 “실체 변화 교리를 부인하는 자에게 저주가 있으라”라며 성명서에 단언하기까지 한다. 이탈리아 역사학자 피에트로 레돈디는 실체 변화 개념에 대해 “성찬식의 역사는 길고 복잡하다. 이성과 신앙이 내내 갈등을 빚어온 역사이다. 지동설이라는 천문학적 진실에 대한 반대는 이 문제에 비하면 짧고 주변적인 일화에 분명하다.”라고 의아함을 표현했다. 지동설을 주장했던 갈릴레오는 실체 변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을까? 갈릴레오는 1623년 <시금사(Il Saggiatore)>라는 저서에서 물질은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입자로 이루어졌다는 ‘원자 이론’을 설파했는데, 제일 중요한 대목은 물질이 다른 물질로 바뀔 때 원래의 특징들도 따라서 변한다는 설명이었다.<자료8> 이것은 가톨릭 신앙의 정수인 성찬식의 기적을 정면으로 부인하는 이론이었다. 빵과 포도주엔 아무런 변화가 없기 때문에 예수의 몸과 피라고 주장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갈릴레오는 “의견과 목소리로 어떤 것에 이름을 붙여 그것을 존재하게 만들 수 있다면, 부탁하건대 호의를 베풀어 내 집의 오래된 가재도구들에 ‘금’이라는 이름을 붙여 달라.”고 얘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교황청은 그를 성찬식 교리를 위협한 자로 고발하지 못했다. 갈릴레오같이 저명한 과학자의 주장이 알려지면 교회의 신성(神性)에 논란이 일 것을 두려워했던 것이다. 교황청은 원자 이론이 아닌 지동설을 명목으로 재판을 열었다. 그리고 갈릴레오에게 지동설을 잘못으로 인정하고, 원자 이론을 다시 언급하지 않으면 극형을 피하게 해주겠다는 조건으로 협상을 제안한다. 갈릴레오는 이를 받아들였고 가택연금으로 형을 축소받아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21세기에도 성찬식은 여전히 거룩히 행해지고 있다.<자료9,10> 이전에 과학이 종교재판을 받아 패소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과학은 꾸준히 발달해왔다. 지금도 새로운 진실들이 밝혀지고 있는 오늘날, 이제는 과학이 종교를 재판할 것이다. 무고하다면 두려울 것이 없다. 어느 종교가 과학을 두려워하고 있을까?

세계 종교 탐구
세계 종교 탐구 <27> 죄를 용서할 자격과 용서받을 자격에 대하여

세계 종교 탐구 <27> 죄를 용서할 자격과 용서받을 자격에 대하여

사람들은 종교를 믿으면 마음이 평안해진다고 한다. 리서치 전문 업체 한국갤럽조사연구소에 따르면 종교를 믿는 이유로 ‘마음의 평안을 위해’가 과반수를 차지했고, ‘죽은 다음의 영원한 삶을 위해’가 뒤를 이었다. 하지만 죄를 지은 사람은 마음이 평안치 못한 것이 일반적이다. 죄를 지으면 자동적으로 초자아로부터 문책이 가해져 두려움, 불안, 후회, 수치심 등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른바 ‘양심의 가책’이라 불리는 것이다. 사람들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종교를 찾는다. 각 종교에서는 저마다의 교리로써 죄를 해결하는 방법을 설명한다. 죄를 지은 사람들이 어떻게 죄를 사함받고, 어떤 마음의 평안을 얻는다는 것일까? 이번 『세계 종교 탐구』에서는 세계 5대 종교의 ‘속죄 의식’에 대해 알아본다. ▣ 힌두교의 속죄 축제, ‘타이푸삼’ 힌두교에는 매년 1월 말이나 2월 초에 열리는 참회와 속죄의 축제가 있다. 힌두교의 3대 축제 중 하나인 타이푸삼(Thaipusam)은 전쟁의 신 무루간을 기리는 축제로, 신체에 고통을 주는 고행을 통해 1년 동안 지었던 죄를 신 앞에 사죄하는 참회 의식을 한다.<자료1> 고행자들은 자신의 몸과 얼굴에 쇠꼬챙이나 갈고리 등을 꽂고 카바디라는 화려한 장식의 등짐을 짊어진 채, 바투 동굴 사원에 이르는 272개의 계단을 오른다. 카바디는 인간의 삶에 주어진 짐을 의미하는데, 신도들은 짐을 지고 계단을 오르며 고통을 이겨내는 것으로 참회와 속죄를 할 수 있다고 믿는다. 계단 앞에서 입구를 지키고 있는 무루간 동상 근처에서 신에게 참회의 기도를 하는 신자들도 많다. 272는 인간이 태어나 저지를 수 있는 죄의 수라고 한다. 계단은 3개로 나누어지는데 좌측은 과거의 죄, 중앙은 현재의 죄, 우측은 미래의 죄로 계단을 오르내리며 과거, 현재의 죄는 물론 미래의 죄까지 미리 참회한다는 의미가 있다. 그런데 힌두교에는 타이푸삼처럼 고행하지 않고도 죄를 씻는 방법도 있다. 천국으로 흐른다는 갠지스강을 비롯해 인도의 몇몇 성스러운 강물에 몸을 담그면 모든 죄가 씻어진다고 믿는다. 따라서 인도에서는 쿰브멜라, 마그멜라 등 죄가 씻기길 염원하며 강물에 몸을 씻는 축제들이 주기적으로 열린다. 매년 적게는 수백만 명, 큰 축제에는 2억 명 이상의 힌두교인들이 세계 각지에서 몰려와 강물에 죄를 씻고 간다. ▣ 불교의 속죄 의식, ‘참회’ 불교에는 참회라는 속죄 의식이 있다.<자료2> 불교에서 참회란 과거에 지은 죄업을 진정으로 뉘우쳐 부처 앞에 그 잘못을 고백하고 또다시 죄악을 범하지 않겠다고 엄숙히 맹세하는 것이다. 불교에서는 석가모니가 포교하던 당시부터 포살(布薩)과 자자(自恣)라고 불리는 참회법이 행해졌다. 포살은 보름에 한 번씩 스스로 자기가 범한 죄를 사람들 앞에서 고백하고 참회하는 것이고, 자자는 음력 7월 15일, 주위 사람들에게 자신의 죄를 물어 타인으로부터 지적을 받아 참회하는 것이다. 덕망이 높은 승려인 장로들 앞에서 참회를 하고 훈계를 받기도 한다. 불교에서는 인간이 죄를 짓지 않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죄를 알고 뉘우치는 마음이 더 중요하다고 가르친다. 불교의 경전 <유교경>에서는 “과실로 악을 범할지라도 능히 뉘우치면 선이 되어서 공덕을 잃어버리지 않나니”, <출요경>에서는 “사람이 먼저는 악을 저질렀어도 선한 행으로 그것을 없애면 구름 사라진 뒤의 달과 같아라”, <심지관경>에서는 “백천겁 동안에 지은 모든 불선업(不善業)도 불법(佛法)의 힘으로 잘 수순해서 닦으면 일시에 소멸하는 것이다.”라며 참회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지난 2006년, 불교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승려는 구치소를 방문해 살인 또는 강도 살인을 저지른 사형수를 위한 수계법회를 열었다. 사형수들에게 불교 신도들이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다섯 가지 계율을 주고, 향으로 팔을 태우는 참회 연비를 한 뒤 수계증과 법명(法名)을 주었다. 지관 승려는 참회 연비를 하는 것은 “몸에 고통을 주어 자신이 지은 죄를 참회하기 위한 것이고 그다음은 마음속으로 반성을 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렇게 몸과 마음으로 참회하는 순간, 큰 죄 작은 죄가 다 녹아 없어진다”고 설명했다. 살생을 금하고 참회를 중시하는 불교계는 “사형제는 인간의 생명을 인위적으로 박탈하는 제도적 살인”이라며 현재까지도 사형제 폐지를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 유대교의 대 속죄일, ‘욤 키푸르’ 세계 5대 종교 중 앞서 언급한 두 종교를 제외한 나머지 세 종교는 뿌리가 같다. 아브라함계 종교인 유대교, 이슬람교, 그리스도교다. 하지만 속죄에 대한 교리는 저마다 다른 특징을 가진다. 먼저 가장 먼저 시작된 종교인 유대교에 대해 알아본다. 유대인들은 유일신 야훼를 신봉하면서 엄격한 율법을 지키며 생활한다. 평소에 율법을 어기는 일이 생기면 그때그때 기도 중에 회개를 하는데, 새해 첫 10일 동안은 특별히 모든 유대인들이 의무적으로 함께 참여하여 회개하는 기간을 갖는다. 지난해 잘못한 것을 회개하며 새로운 1년을 시작하는 것이다. 참고로 유대인들의 신년은 양력 1월 1일이 아니다. ‘로쉬 하샤나’로 불리는 유대인들의 신년은 유대력 7월 1일이며, 양력으로 9월 말에서 10월 초에 해당한다. 회개의 종류는 두 가지다. 유대 율법은 이웃과의 관계와 관련한 율법과 신과의 관계에서 지켜야 할 율법으로 나뉘기 때문이다. 가장 유명한 십계명을 예로 들면, ‘살인하지 말라, 간음하지 말라’ 등의 5~10계명은 전자, ‘우상을 섬기지 말라, 안식일을 지켜라’ 등의 1~4계명은 후자다. 이웃과 관련된 법을 지키지 못한 것이 생각나면 그 이웃을 찾아가 사죄 하면 된다. 예를 들어 ‘네 부모를 공경하라’를 어겼다면 부모님께 찾아가서 용서를 빌고, 친구에게 거짓말을 했다면 친구에게 찾아가 사죄하는 것이다. 7월 1일부터 9일까지는 이렇게 이웃에게 잘못한 것을 회개하고, 마지막 날인 10일에는 신에게 지은 모든 죄를 회개한다. 신에게 회개하는 마지막 날은 ‘대 속죄일’로 ‘욤 키푸르’라고 부른다.<자료3> 이날은 유대교의 율법서 토라(=구약 성경 중 모세오경)의 레위기 16장, 23장에 따라 하루 종일 금식을 하며 회개한다. 유대인들은 대 속죄일을 ‘모든 죄를 용서받고 죄가 완전히 사해지는 날’로 믿기 때문에, 유대교에서 가장 중요하며 크고 엄숙한 절기로 여긴다. ▣ 이슬람교의 속죄 기도 ‘이스티파르’ 이슬람교도 사람이 구원을 받으려면 회개와 선한 행위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일부 다른 종교에서 행해지는 별도의 속죄일이나 과정은 없다. 이슬람교에 따르면, 지은 죄가 크든 작든 죄를 지었다고 해서 그 죄를 누군가에게 자백할 필요가 없다. 자백을 했다고 해서 용서받는 것도 아니며, 죄를 정화하는 유일한 방법은 신에게 기도하고 진심으로 후회하는 마음을 전하며 다시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뿐이라고 한다. 그들의 신인 알라에게 용서를 구하며 기도하는 것을 이스티파르(istighfar)라고 하는데, 기도를 할 때 “아스타피룰라(Astaghfirullah)”, 우리말로 “알라에게 용서를 간구합니다”라는 구절을 반복해서 읊는다.<자료4> 그 내용은 신과 자신만 안다. 이슬람에선 진심으로 용서를 구하면 과거의 죄가 없어진다고 가르치며, 이슬람 신자인 무슬림이 되면 무슬림이 되기 전에 지었던 모든 죄는 없어진다고 한다. ▣ 개신교의 회개와 대속(代贖) 그리스도교 중 개신교는 이슬람교처럼 별도의 속죄의식 없이 개인이 신에게 회개 기도를 한다. 하지만 차이점이 있다면 그리스도교에는 대속(代贖)이라는 교리가 있다는 것이다. 대속이란 예수가 십자가에서 못 박혀 죽음으로써 그때 흘린 피로 인류의 죄를 대신 씻어 구원했다는 개념이다. 이에 대해 <회개를 사랑할 수 있을까?>라는 책에서는 “예수 그리스도를 구주로 믿는 우리는 회개하면 용서받을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회개하기 때문에 죄를 용서받는 게 아니다. 우리가 죄를 용서받는 것은 십자가에서 이루어진 속죄 덕분이다.”라고 설명했다. 이것은 인간의 회개만으로는 구원받을 수 없고 예수를 믿어야만 구원 얻는다는 이야기이며, 대속 덕분에 누구든 회개하면 구원 얻을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개신교에서의 용서와 회개의 본질을 묻는 사례로 영화 ‘밀양’이 자주 거론된다.<자료5> 영화에서 여주인공 신애의 어린 아들은 살인범에게 유괴되어 무참히 살해된다. 괴로워하던 신애는 우연히 개신교 부흥회에 나가게 되고, 마음의 평안을 얻은 것 같자 자신에게 끔찍한 죄를 저지른 유괴범을 용서하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면회소에서 만난 살인범은 자신도 감옥에서 개신교를 믿게 되었고, 하나님을 만나 제 죄를 용서받았다며 태연하게 얘기한다. “하나님이… 죄를 용서해 주셨다고요?” 반문하는 신애에게 살인범은 이렇게 얘기한다. “예! 눈물로 회개하고 용서받았습니다. 그러고 나서부터 마음의 평화를 얻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기도하고… 하루하루가 얼마나 감사한지 모릅니다. 하나님한테 회개하고 용서받으니 이렇게 편합니다, 내 마음이.” 살인범은 이미 마음의 평안을 얻고 있었다. 자식을 잃게 한 유괴범을 용서하러 교도소까지 찾아갔던 신애에게 닥친 처참한 현실이었다. 신애는 혼절하여 쓰러지고 만다. 이후 신애를 만난 교회 사람들은 이런 때일수록 우리 주님에 대한 믿음으로 이겨내야 한다며, 하나님께서 용서했으니 신애에게도 용서하라고 설득한다. 이에 분노한 신애는 이들에게 이렇게 소리친다. “용서요? 어떻게 용서해요? 그 인간은 이미 용서를 받았대요. 하나님한테. 그래서 마음의 평화를 얻었대요. 이미 용서를 얻었는데, 내가 어떻게 다시 용서를 해요? 내가 그 인간을 용서하기도 전에 어떻게 하나님이 먼저 용서할 수 있어요? 난 이렇게 괴로운데.. 그 인간은 하나님의 사랑으로 용서받고 구원받았어요.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요?” 밀양은 어떤 죄인이라도 예수의 대속을 믿고 회개하면 구원받을 수 있다는 개신교의 구원관에 대해 많은 논쟁을 불러일으킨 영화다. 하지만 그 교리가 살인자의 마음을 평안하게 만든 사실에는 논쟁의 여지가 없다. ▣ 가톨릭의 속죄 의식 ‘고해성사’ 가톨릭에는 자신의 죄를 고백하며 회개하는 ‘고해성사’라는 속죄의식이 있다. 고해성사의 방법은 자신이 지은 죄를 생각해보고, 진정으로 뉘우치며, 다시는 범죄하지 않겠다는 결심을 하고, 고백기도와 통회기도를 한 다음 신부에게 말로써 죄를 고백하고, 신부가 정해주는 보속을 실천하는 것이다. 보속이란 지은 죄를 적절한 방법으로 보상하거나 대가를 치르는 것으로, 보통 기도, 헌금, 자선 행위, 봉사 등을 하게 된다. 그런데 고해성사에는 지금까지 살펴본 다른 종교의 속죄 의식과 구별되는 매우 큰 차이점이 있다. 개인이 신에게 직접 기도하는 것이 아니라 신부를 통해 죄를 고백하고 사함 받는다는 것이다. 왜 본인의 잘못을 신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얘기해야 하는가? 이탈리아의 유명한 설교가 루이지 주세페 가브리아노 신부는 <영혼의 성약(聖藥)-고해성사의 이해(가톨릭출판사, 2001)>라는 저서에 다음과 같이 해명한다. “고해 사제는 예수의 대리자요, 예수가 신부의 입을 통해 말하는 것이다.<자료6> 신부는 마치 의사가 환자를 진찰하면 그 환자보다 훨씬 병상을 잘 아는 것처럼 우리의 마음속과 결점을 우리보다 더 잘 알고 있다. 어떤 사람이 무슨 죄를 범했든지, 또 몇 번이나 범했든지, 신의 대리자를 찾아가 비밀리에 고해함으로써 간단하게 죄를 용서받을 수 있고, 어떤 대죄일지라도 진심으로 회개하면서 고해 사제에게 고해하면 무조건 용서를 받는다. 신부로부터 명령받는 의무인 보속을 이행해라. 고해 사제의 훈계와 위로를 받아들이는 영혼만이 참된 평화를 마음에 누리게 될 것이다.” 진정한 고해성사를 하기 위해서는 신부가 인간이 아닌 신으로서 고해를 받고 사죄해준다는 교리를 믿을 것과, 고해 사제에 대한 신뢰, 순종, 존경, 애덕, 감사가 있어야 함을 요구한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나 어렸을 때부터 가톨릭 교리를 교육받은 사람들은 이를 진실로 믿고 신부의 말에 절대적으로 순종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가령 신부가 부당한 주문을 한다해도 그 말에 순종하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성직자가 자신의 지위와 교인들의 순종적인 심리를 이용하여 고해성사 도중 성범죄를 저질렀다는 기사들이 숱하게 보도되고 있다. 하지만 심리를 지배당한 피해자들은 당시에 그것이 범죄인지 몰랐다거나 신고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 뒤늦게 신고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2017년, 호주 조사 당국은 5년간의 조사 끝에 아동 성학대 주요 가해 집단으로 가톨릭교회를 지목하며, 아동 성범죄와 관련한 고해성사 내용을 신고하라고 권고했다.<자료7> 왕립위원회 보고서에 의하면 아동 성학대 가해자의 절반이 종교 단체며, 가해 종교 단체 중 60% 이상이 가톨릭교회로, 1,880명의 사제들이 4,029명의 10~14살 어린이들에게 아동 성범죄를 저질렀다. 당국은 아동 성범죄와 관련한 고해성사 내용을 신고하라고 권고했으나, 가톨릭계는 ‘신성불가침’을 이유로 거부했다. ▣ 고해성사와 마피아의 침묵의 계율 가톨릭에서는 고해성사에서 들은 내용의 비밀 유지를 신성불가침한 의무로 삼고 있다. 2019년, 교황청 법원은 “고해성사는 신으로부터 직접 부여받은 임무로, 어떤 정부나 법률도 고해성사의 비밀유지 규정을 위반하도록 강요할 수 없다”는 내용의 문서를 발표한 바 있다. 2021년, 프랑스에서 지난 70년 동안 33만 명의 어린이들이 가톨릭교회 관련자들에게 성학대 당했다는 보고서가 발표되었고, 보고서는 가톨릭교회의 조직적인 성착취 은폐를 지적하며 교회가 프랑스의 법치주의를 존중할 것을 촉구했다. 하지만 프랑스 가톨릭 주교 대표자는 “고해성사의 비밀 유지 의무는 세속법 위에 있으며, 영원한 비밀이다.”라고 발언해 논란이 되었다. 가톨릭계는 고해성사의 비밀 유지법을 침해하는 것은 누구나 신 앞에 자유롭게 죄를 고백하고 씻을 수 있는 권리를 박탈하는 것이라며, 국가가 종교의 자유를 훼손하려 한다 비난했다. 신성불가침한 약속으로 지켜낸 그 종교의 자유는 이탈리아 마피아 단체들도 누리고 있다. 이탈리아 마피아는 대부분 가톨릭 신자다. 그들은 총을 쏘기 앞서 묵주를 만지며 기도한다고 한다. 마피아가 가톨릭의 전통을 유지하면서 교황청과 검은 커넥션을 유지해왔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마피아 단원 사이에는 오메르타(Omerta)라는 침묵의 규약이 있다. 경찰 등에 잡혀도 조직의 비밀에 대해 입을 열지 않고, 협력을 거부한다는 침묵의 맹세다. 밀고자는 죽임으로 단죄한다. 다행히 그들이 믿는 종교는 범죄 사실을 고백하더라도 오메르타를 지켜줄 것이다. 2017년 마피아의 본거지인 이탈리아 시칠리아 섬의 펜니시 주교는 자신이 담당하는 교구에서 마피아 조직원은 대부 역할을 할 수 없다는 지침을 발표했다. 대자나 대녀가 될 아이의 세례식에 입회하여 종교적 가르침을 주기로 약속하는 것을 금지한 것이다. 하지만 펜니시 주교는 이번 지침이 죄를 뉘우치는 사람들에게까지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며 “만약 누군가가 잘못을 인정하고, 죄를 용서받기를 청한다면 교회는 당사자와 개심의 방법을 논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교회에서 용서해 준다면 마피아들도 구원을 얻는 것일까? 비슷한 물음을 던진 사람이 있다. 2차 세계대전 중 나치의 강제수용소에서 생존한 유대인 시몬 비젠탈은 자신이 수용소에서 겪었던 일화를 책으로 냈다.<자료8> 그는 수용돼 있던 중 죽음에 임박한 한 나치 장교의 병실에 불려가 놀라운 말을 듣게 된다. 나치 장교는 자신이 수백 명의 유대인을 좁은 집에 몰아넣은 뒤 불을 질렀고, 온몸에 불이 붙은 채 탈출하려는 사람들에게 총을 난사했다며 범죄사실을 털어놓고 용서를 구한 것이다. 비젠탈은 대답하지 않고 병실을 나섰다. 이후 그는 번뇌에 빠졌다. ‘용서했어야 할까’, ‘나의 용서가 모든 유대인들을 대신할 수 있을까.’하는 고민이었다. 비젠탈은 독자들에게 ‘당신이라면 어떻게 했을 것인가’하는 화두를 남기며 원고를 마무리한다. 그 물음은 독자들로 하여금 용서받을 자격과 용서할 권리를 놓고 많은 상념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나치 장교가 진심으로 뉘우쳤는지, 죽기 직전 마음의 짐을 놓고 싶었던 것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그에게 죄의식이 있었음은 알 수 있다. 죄의식의 기원과 발달에 대한 한 논문에 따르면, 인간이 죄를 지으면 두려움, 불안, 후회, 수치심 등의 다소 부정적인 감정이 발생하지만, 오히려 그 불편함이 도덕적으로 옳은 행동을 유도하는 원동력이 된다고 한다. 죄의식이 들어 마음이 불편해졌다면, 부정적인 정서를 제거함으로써 평안을 찾기보다는 다시는 그런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죄를 짓는 행위를 사전에 차단하여 평안을 찾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방법 아닐까? 그렇다면 이것이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종교보다는 가능하게 이끌어주는 종교가 이상적일 것이다. 기획기사 속 책 소개 1969년. 한 유대인이 강제수용소에서 겪었던 비극적 체험을 담은『해바라기』라는 제목의 에세이가 세계를 뒤흔든다. 책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나치의 죄악이 절정으로 치닫던 1940년대 초반. 온몸에 붕대를 감은 채 죽어가던 나치 장교가 어느 유대인을 병실로 불러 자신의 죄를 고백하며 간절하게 용서를 청한다. “저는 나치 장교였습니다. 저는 유대인 수백 명을 집에 가두고 불태웠습니다. 뛰쳐나오는 사람에겐 총을 난사했죠. 오, 하느님…”, “나는 씻지 못할 죄를 지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곧 죽습니다. 그러니 제발… 저를 용서해 주시겠습니까?” 유대인은 그의 부탁을 거절한 채 병실을 나서버린다. 증오와 연민, 정의와 관용 사이에서 고뇌하다가 끝내 침묵을 선택했던 그 유대인은 훗날 아돌프 아이히만을 비롯한 1,100여 명의 나치 전범들을 추적해 심판대에 세운 전설적 ‘나치 헌터’ 시몬 비젠탈이었다. 글의 말미에서 그는 독자들에게 이렇게 묻는다. “당신이라면 과연 어떻게 했을 것인가?” 1976년. 그의 질문에 대한 전 세계 지식인, 종교인, 예술가들의 답변이 담긴 책이 출간된다. “과연 모든 용서는 아름다운 것일까? 가해자의 참회가 없더라도? 만약 가해자가 참회하면, 당연히 용서해야 하는가? 한 개인이 다른 피해자들의 동의 없이 가해자를 용서할 수 있는가?” 용서란 무엇이고, 용서받을 자격은 어떻게 주어지며 용서할 권리는 누구에게 있는지를 저마다의 근거로 제시한 이 책은 출간과 동시에 전 세계의 주목을 받으며 베스트셀러로 떠올랐다. 1997년에는 전후세대(戰後世代) 필자들의 글이 추가된 개정판이 출간되었는데, 그 번역본이『모든 용서는 아름다운가』다. 제1부 ‘해바라기’에는 시몬 비젠탈의 글이, 제2부 ‘심포지엄’에는 그의 질문에 대한 53명의 답변이 실려 있다. 어떤 이는 비젠탈의 침묵을 옹호하고, 어떤 이는 비판한다. 종교가들의 견해에는 그들의 교리가 녹아있다. 비판하거나 옹호하는 자들의 종교가 무엇인지 살펴보면 주장하는 이의 생각의 바탕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반세기 넘게 지켜온 믿음과 신뢰, 신앙촌간장”

“반세기 넘게 지켜온 믿음과 신뢰, 신앙촌간장”

‘신앙촌’하면 떠오르는 식품은 무엇일까? 젊은 고객들은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에서 익숙하게 접해온 요구르트 런이나 두부를 꼽겠지만, 연세 지긋하신 고객들은 단연 신앙촌간장을 떠올린다. 주부들 사이에서 맛있다는 입소문을 탄 신앙촌간장은 금세 유명해졌고, 지금까지도 할머니가, 또는 어머니가 쓰시던 간장 맛을 잊지 못해 신앙촌간장만 고집한다는 젊은 층도 많다. 세대를 아울러 오랫동안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신앙촌간장의 시간을 함께 돌아본다. 신앙촌간장의 시작 1957년 […]

이슈추적 <다시 보는 미제 사건>  바티칸 소녀의 실종이 알려주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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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 <다시 보는 미제 사건>

범죄 수사는 진실을 파헤치려는 자와 진실을 덮으려는 자들의 싸움이다. 셜록 홈즈, 명탐정 코난 같은 범죄 추리 소설이나 만화, 영화 속에서 완전 범죄는 없다. 범인은 반드시 단서를 남기고, 수사관들은 그 단서와 증언 등을 토대로 사건을 분석하여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다. 수사 과정의 긴박감과 스릴도 흥미진진하지만, 결국 범인이 잡히고 마는 권선징악의 결말은 보는 이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안겨주는 추리 소설의 […]

세계 종교 탐구 <26> 핼러윈의 기원을 찾아서

세계 종교 탐구 <26> 핼러윈의 기원을 찾아서

세계 종교 탐구 <26>

매년 10월의 마지막 날, 세계 각지에서는 ‘핼러윈’이라는 기념일을 즐긴다. 오늘날 일반적으로 떠오르는 핼러윈의 풍경은 다음과 같이 재미있는 축제의 모습이다. “곳곳에는 호박으로 만든 ‘잭 오 랜턴(Jack O’Lantern)’을 장식해 놓고, 사람들은 마녀나 유령, 괴물과 같은 괴상한 분장을 한 채 거리를 활보한다. 아이들은 “Trick or Treat!(과자를 주지 않으면 장난칠거야!)”을 외치며 이웃집의 문을 두드리고,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사탕이나 과자, 초콜릿 등을 나눠준다.”<사진1,2> […]

천부교 역사와 함께 해 온 천부교 체육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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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천부교 체육대회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1998년 ‘신앙촌 소비조합 체육대회’이후로 3년마다 개최되고 있는 천부교 체육대회는 올해로 8회째를 맞았다. 운동 경기를 통해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하고 팀원 간의 화합과 단결심, 인내력을 기를 수 있는 체육대회는 천부교에서 더욱 큰 의미를 지닌다. 우승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온 정성을 쏟아붓는 스포츠 경기야말로 구원을 향해 같은 목적을 가지고 달리는 사람들에게 […]

세계 종교 탐구 <25> 그들은 왜 자발적 순교를 원하게 되었는가

세계 종교 탐구 <25> 그들은 왜 자발적 순교를 원하게 되었는가

세계 종교 탐구 <25>

수많은 종교들이 인류 역사에 출현했다 사라졌으며, 오늘날까지 존속한 종교들도 편안히 살아남지만은 않았다. 처음 발흥할 시기에는 기존 종교나 국가의 견제를 받았으며, 이후에도 타 종교와 대립하는 등 자신들의 종교를 지키기 위해 때로는 목숨까지 걸어야 했던 경우가 빈번했다. 종교들은 이러한 죽음을 ‘순교’라 부르며 이상적인 신앙의 자세로 여겼고, 순교자의 업적을 칭송하고 기렸다. 일반적으로 순교는 불가피한 상황에서 자신의 신앙을 지키기 […]

세계 종교 탐구 <24> 종교와 매춘의 공생관계에 대하여

세계 종교 탐구 <24> 종교와 매춘의 공생관계에 대하여

세계 종교 탐구 <24>

매춘은 돈이나 어떤 대가를 약속받고 남에게 몸을 파는 행위로, 대부분의 나라에서 사회악으로 규정하며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금지가 무색하게도 매춘은 여전히 사회 한쪽에서 버젓이 성행되고 있는 현실이다. 매춘은 인류 문명의 역사만큼이나 오랜 역사를 지녔지만, 역사상 단 한 번도 근절된 적이 없었다. 그것은 흔히 성욕이 인간의 본능이기 때문이라 얘기하지만, 매춘이 수천년간 끈질긴 생명력을 자랑할 수 있는 […]

세계 종교 탐구 <23> 진실한 역사를 찾아서 (2)

세계 종교 탐구 <23> 진실한 역사를 찾아서 (2)

세계 종교 탐구 <23>

우리나라에 6000년 역사를 지닌 도시가 있다. 바로 한강이 관통하는 우리나라의 수도 서울이다. 정확히는 서울에서 가장 동쪽에 위치하는 강동구에 있다. 1925년, 큰 홍수로 한강 변 모래언덕 지대가 심하게 파이면서 유물들이 드러나기 시작했고, 이후 12차에 걸친 조사 및 발굴작업을 거쳐 이곳이 6000년 전 인류가 살던 거주지임이 밝혀졌다. 유적의 생성 연대를 분석한 결과, 서기전 4천 년경으로 측정된 것이다. […]

세계 종교 탐구 <22> 진실한 역사를 찾아서

세계 종교 탐구 <22> 진실한 역사를 찾아서

세계 종교 탐구 <22>

일본은 일제강점기에 대해 이렇게 얘기한다. “대일본제국이 미개한 조선을 통치하여 근대화로 이끌었다.”, “위안부는 자발적 매춘부였다.” 진실을 아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천인공노할 망언이 따로 없다. 이러한 주장은 사실이 아니며, 자신들의 만행을 정당화하려는 전형적인 역사 왜곡이다. 하지만 어릴 때부터 이런 역사 교육을 받은 일본인들은 이를 사실로 알고 있다. 그런데 우리도 누군가에 의해 조작된 잘못된 역사를 배워 왔다면, 어떻게 해야 […]

세계 종교 탐구 <21> 종말론으로 혹세무민하는 자들에 대하여

세계 종교 탐구 <21> 종말론으로 혹세무민하는 자들에 대하여

세계 종교 탐구 <21>

“이 세상의 운명은 얼마 전부터 쇠하고 있다. 세상의 종말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는 징후들이 있다.” 이것은 서기전 2800년경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서판에 새겨진 글이다. 세상에 종말이 임박했다고 믿는 것은 현대 사회만의 일이 아니었다. 종말론은 가장 역사가 오래된 학문 중 하나로, 서기전 고대부터 인류의 역사와 맥을 같이 해왔다. 특히 현실이 극도의 불안이나 위기에 처하게 되었을 때, ‘현존하는 세계와 […]

세계 종교 탐구 <20> 유해를 숭배하는 자들에 대하여

세계 종교 탐구 <20> 유해를 숭배하는 자들에 대하여

세계 종교 탐구 <20>

몸에서 사리가 나오겠다는 말이 있다. 사리는 ‘시신’을 가리키는 인도 고전어 ‘사리라(sarira)’에서 비롯된 불교 용어로, 사람을 화장한 뒤 유해에서 발견되는 구슬 모양의 결정체를 말한다. 불교계에선 반드시 오랜 수행으로 공덕이 쌓인 고승에게만 나온다고 주장하는 종교적 성물(聖物)이다. 지난 2005년, 불교계 최고 성물인 중국 법문사의 ‘불지(佛指)사리’가 한국에 전시된 적이 있다.<사진1> 불지사리를 우리말로 풀어쓰면 석가모니의 손가락뼈 사리다. 불교계에 따르면 서기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