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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종교 칼럼&기사 Review] 교실에서 성경을 가르치는 문제로 논쟁-②

[해외 종교 칼럼&기사 Review] 교실에서 성경을 가르치는 문제로 논쟁-②

<자료2> CNN 진행자가 우려한 성경의 내용(강간, 근친상간)을 다룬 기사 다음은 2023년 3월 23일 자 솔트레이크 트리뷴(유타주 일간지)의 기사입니다. 유타주의 한 학부모가 데이비스 카운티의 교육구에 성경에 부적절한 내용이 있는지 검토해 달라는 청원서를 제출했습니다. “근친상간, 자위, 수간, 매춘, 생식기 절단, 구강성교, 딜도, 강간, 심지어 영아 살해까지. 새로운 유타주법 Ann. § 76-10-1227에 따라 성경은 의심할 여지 없이 음란물로 간주됩니다.” 학부모가 인용한 법규는 2022년에 통과된 유타주 법으로, 유타주 학교의 도서관과 교실에서 ‘음란하거나 외설적인’ 콘텐츠가 포함된 모든 책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 법에 따르면, 노골적인 성적 각성, 자극, 자위, 성관계, 남색 또는 애무가 포함되어 있으면 음란한 것으로 간주됩니다. 그러한 행위 중 하나라도 포함된 장면이 있는 경우 즉시 제거해야 합니다. 솔트레이크 트리뷴은 3월 9일에 공공 기록 요청을 제출하여 화요일 늦게 성경에 대한 학부모의 청원서 사본을 입수했습니다. 청원서 사본에 따르면 학부모는 2022년 12월 11일에 이의를 제기했습니다. 또한 학부모는 청원서에 불쾌감을 주거나 검토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성경 구절의 8페이지 분량 목록을 첨부했습니다. 학부모의 요청은 구체적으로 데이비스 고등학교의 서가에서 해당 책을 제거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학부모는 “이 포르노를 우리 학교에서 치워주세요.”라고 적었습니다. 8페이지 분량의 포르노적 성경 구절 목록은 섹스, 술, 나체, 강간, 근친상간을 언급하는 창세기 구절로 시작되며, 다른 인용구들도 ‘창녀’와 ‘젖가슴’, ‘음행’을 언급하는 구절을 포함하여 비슷한 주제들을 강조합니다. 다음은 학부모가 청원서에 첨부한 성경 구절의 일부입니다. 창세기 9장 21절 (공동번역 譯) 21 (노아가) 하루는 포도주를 마시고 취하여 벌거벗은 채로 천막 안에 누워 있었다. 창세기 19장 5, 8, 33~36절 (현대인의 성경 譯) 5 롯을 부르며 “오늘 저녁 네 집에 온 사람들이 어디 있느냐? 그들을 끌어내라. 우리가 강간하겠다” 하고 외쳤다. 8 “나에게 시집가지 않은 두 딸이 있습니다. 그 딸들을 당신들에게 내어줄 테니 당신들 좋을 대로 하시고 이 사람들에게는 제발 아무 짓도 하지 말아 주시오. 이들은 내 집에 온 손님들입니다” 33 그들은 그날 밤 아버지에게 술을 먹이고 먼저 큰 딸이 아버지의 잠자리에 들었다. 그러나 아버지는 술에 취하여 딸이 한 일을 전혀 알지 못하였다. 34 다음 날 큰딸이 자기 동생에게 “어젯밤에는 내가 아버지의 잠자리에 들었다. 오늘 밤에도 우리가 아버지에게 술을 먹이자. 이번에는 네가 아버지의 잠자리에 들어 아버지를 통해서 우리 가족의 혈통을 이어 가자”하고 35 그날 밤도 그들은 아버지에게 술을 먹였다. 이번에는 작은 딸이 아버지의 잠자리에 들었으나 아버지는 작은 딸이 한 일도 알지 못하였다. 36 이렇게 해서 롯의 두 딸은 자기들의 아버지를 통해서 임신하게 되었다. 창세기 29장 21~23, 25~28절 (현대인의 성경 譯) 21·22 이때 야곱이 라반에게 “약속한 기한이 찼습니다. 외삼촌의 딸과 결혼하게 해 주십시오” 하자 라반이 동네 사람들을 다 불러모으고 잔치를 베풀었다. 23 그러나 그날 밤 그가 라헬 대신 레아를 신방에 들여보냈으므로 야곱은 그녀와 첫날밤을 보냈다. 25 야곱이 아침에 일어나 보니 첫날 밤을 함께 보낸 여자가 레아가 아니겠는가! 그래서 그는 라반에게 가서 “외삼촌은 어째서 나에게 이런 짓을 하셨습니까? 내가 라헬과 결혼하려고 보수도 받지 않고 일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어째서 나를 속이셨습니까?”하고 따지자 26 라반이 대답하였다. “동생을 언니보다 먼저 시집보내는 것은 우리 지방의 풍습이 아니다. 27 7일 동안의 결혼 잔치가 끝날 때까지 기다려라. 내가 라헬도 너에게 주겠다. 그러나 너는 나를 위해 7년 동안 더 일해야 한다” 28 야곱이 라반의 말대로 7일 동안의 그 결혼 잔치 기간을 레아와 함께 보내자 라반이 자기 딸 라헬도 그의 아내로 주었으며 창세기 38장 8~9, 15~18절 (새번역, 현대인의 성경 譯) 8 유다가 오난에게 말하였다. “너는 형수와 결혼해서, 시동생으로서의 책임을 다해라.” 9 그러나 오난은 아들을 낳아도 그가 자기 아들이 안 되는 것을 알고 있었으므로, 형수와 동침할 때마다, 형의 이름을 이을 아들을 낳지 않으려고, 정액을 땅바닥에 쏟아 버리곤 하였다. 15 그녀가 얼굴을 가렸으므로 유다는 그녀를 창녀로 생각하였다 16 유다는 그녀가 자기 며느리인 줄도 모르고 길 옆에 앉아 있는 그녀에게 다가가서 말하였다. ‘너와 쉬었다 가겠다’ ‘얼마나 주시겠습니까?’ 18 (중략) 그래서 유다는 그것들을 주고 그녀와 함께 잠자리에 들었으며 그녀는 그를 통해서 임신하게 되었다. 레위기 18장 6~23절 중 발췌 (새번역, 현대인의 성경 譯) 6 너희는 가까운 친척과 성관계를 하지 말아라. 7 너는 네 아버지의 몸이나, 마찬가지인 네 어머니의 몸을 범하면 안 된다. 11 너희는 의붓누이와 성관계를 하지 말아라. 15 너는 네 며느리의 몸을 범하면 안 된다. 그 여자는 네 아들의 아내이기 때문이다. 16 너희는 너희 형제의 아내와 성관계를 하지 말아라. 18 너희는 아내가 살아 있는 동안 그녀의 자매를 또 다른 아내로 맞아 그들이 서로 시기하는 일이 없도록 하라. 20 또 너희는 남의 아내와 간통하여 너희 자신을 더럽히지 말아라. 22 너(남자)는 여자와 교합하듯 남자와 교합하면 안 된다. 그것은 망측한 짓이다. 23 남자이든 여자이든 누구든지 짐승과 음란한 짓을 하여 자신을 더럽히지 말아라. 신명기 25장 11~12절 (공동번역 譯) 11·12 두 사람이 맞붙어 싸우는데 한 사람의 아내가 얻어맞는 남편을 도울 셈으로 손을 내밀어 상대편 불알을 잡았을 경우에는, 그 여자의 손을 잘라버려야 한다. 조금도 애처롭게 여기지 마라. 아가서 7장 3, 7~13절 (현대인의 성경 譯) 3 그대의 젖가슴은 쌍둥이 노루 새끼 같고 7 그대는 종려나무처럼 키가 크고 늘씬하며 그대의 젖가슴은 그 열매 송이 같소이다. 8 내가 그 종려나무에 올라가서 열매를 잡으오리다. 그대의 유방은 포도송이 같고 그대의 숨에서는 사과 냄새가 나며 9 그대의 입술은 제일 좋은 포도주처럼 달콤하구려. 여자: 이 포도주가 내 사랑하는 님의 입술로 부드럽게 흘러 들어가기를 원하노라! 이사야 3장 16절 (새번역, 현대인의 성경 譯) 16 주님께서 말씀하신다. “예루살렘 여자들이 교만하여 목을 길게 빼고 다니며, 호리는 눈짓을 하고 다니며, 꼬리를 치고 걸으며, 발목에서 잘랑잘랑 소리를 내는구나. 고린도전서 6장 9~11절 (새번역 譯) 9 불의한 사람들은 하나님 나라를 상속받지 못하리라는 것을 알지 못합니까? 착각하지 마십시오. 음행을 하는 사람들이나, 우상을 숭배하는 사람들이나, 간음을 하는 사람들이나, 여성 노릇을 하는 사람들이나, 동성애를 하는 사람들이나, 10 도둑질하는 사람들이나, 탐욕을 부리는 사람들이나, 술 취하는 사람들이나, 남을 중상하는 사람들이나, 남의 것을 약탈하는 사람들은, 하나님 나라를 상속받지 못할 것입니다. 11 여러분 가운데 이런 사람들이 더러 있었습니다. 그러나 여러 분은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과 우리 하나님의 성령으로 씻겨지고, 거룩하게 되고, 의롭게 되었습니다. 고린도전서 7장 2절, 9절 (개역개정 譯) 2 음행을 피하기 위하여 남자마다 자기 아내를 두고 여자마다 자기 남편을 두라. 9 만일 절제할 수 없거든 결혼하라. 정욕이 불 같이 타는 것보다 결혼하는 것이 나으니라. 요한계시록 17장 2절 (공동번역 譯) 2 세상의 왕들이 그 여자와 더불어 놀아났고 땅에서 사는 사람들이 그 여자의 음란의 포도주를 마시고 취했다.” 하고 말했습니다. <자료3> 성경이 악한 영향을 미친 사례들 네타냐후,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정당화하기 위해 성서를 인용하다 10. 31. 터키 아나돌루 에이전시 이스라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가자지구에서 진행 중인 전쟁을 정당화하기 위해 또다시 유대교와 기독교 경전을 인용했습니다. 네타냐후는 기자회견에서 “성경은 ‘평화할 때가 있고 전쟁할 때가 있느니라’고 말합니다. 지금은 전쟁할 때입니다.”라며 유대교의 히브리어 성경(타나크)과 기독교의 구약성경에 모두 있는 전도서 3장 8절을 인용하며 말했습니다. 당시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에 대한 공습과 지상 공격을 확대하던 때였습니다. 네타냐후가 성경을 인용해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을 정당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10월 28일에도 성경의 아말렉족의 말을 인용하여 가자지구에 대한 자신들의 행동을 정당화했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공동의 힘으로, 우리의 대의의 정의와 이스라엘의 영원성에 대한 깊은 믿음으로, 우리는 이사야 60장 18절의 예언, 즉『다시는 너의 나라 안에서 횡포한 일이 벌어졌다는 말이 들리지 않을 것이며, 침략자와 파괴자가 침입하였다는 말도 들리지 않으리라. 너는 너의 성벽을 ‘구원’이라 이름 지어 부르고 너의 성문들은 ‘찬양’이라 이름 지어 부르게 되리라.』라는 예언을 실현할 것입니다.” 범죄자들이 가장 악용하는 성경 구절 7. 9. 뉴스앤조이 교회 중직자나 성직자의 범죄 사실이 들통나면 회개를 촉구하는 사람들을 향하여 자주 악용되는 성경 구절이 있다. 요한복음 8장에 나오는 ‘간음하다 현장에서 잡혀 온 여인 이야기’이다. 그 여인을 정죄하며 “모세법에 따라 돌로 쳐 죽여야 하지 않겠느냐” 묻는 무리들을 향해 예수는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한다. 그들은 모두 돌을 놓고 사라져 버린다. 홀로 남은 여인에게 예수는 “나도 너를 정죄하지 아니한다”면서 여인을 돌려보낸다. 범죄자들은 이 말을 인용하면서, 회개를 촉구하는 자들에게 “너희들은 죄가 없느냐, 왜 나를 정죄하느냐”, “예수님도 정죄하지 않는데, 왜 내 죄를 갖고 왈가왈부냐”며 오히려 큰소리친다. 교황청 홍보부 장관, 성범죄자 사제 작품 사용 논란에 “돌을 던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6. 22. 내셔널 가톨릭 리포터 前 수녀들을 포함한 수십 명의 여성들이 루프니크 신부에게 정신적, 성적 학대를 당했다고 고발한 이후, 옹호 단체를 중심으로 이 신부의 작품을 철거하라는 요구가 이어져 왔다. 이에 교황청 홍보부 장관은 루프니크의 작품을 공공장소에서 철거하는 것은 “기독교적 대응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전 세계 여러 교회의 성소에서 루프니크가 만든 모자이크 앞에서 기도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것이 치유의 방법이라고 생각하며, 돌을 던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이탈리아 의 전설적인 예술가 카라바조도 생전에 사람을 죽였다고 덧붙였다. 성범죄를 정당화하기 위해 사용된 성경 구절 7. 21. 뉴질랜드 헤럴드 뉴질랜드 왕거누이의 한 남성이 10대 소녀 성학대 혐의가 합의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성경 구절을 사용했다는 사실이 법원에서 밝혀졌습니다. 와이츠 드 브리스는 고소인 한 명을 6~10회에 걸쳐 음란하게 만진 사실은 인정했지만, 그녀에 대한 성폭행 혐의 2건과 다른 소녀를 12~16세 때 성폭행한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주장했습니다. 목요일 왕거누이 지방법원에서 열린 재판에서 한 지인이 드 브리스가 성경 구절을 인용하면서 혐의에 대해 의논했다고 증언했습니다. 그중 하나는 마을에서 여성이 강간당해도 도움을 요청하지 않으면 그 행위가 합의에 의한 것으로 간주된다는 신명기 22장 23~24절의 내용이었습니다. 원고 중 한 명은 드 브리스가 자신을 기독교인이라고 주장하면서 위선적으로 행동하는 것에 혐오감을 느낀다고 일기장에 적었습니다. 그녀의 일기장에서 ‘탄(tan)’이라는 단어는 “그 끔찍한 밤(that awful night)”의 약자로, 드 브리스가 그녀가 침대에 누워 있는 동안 가슴을 만진 사건을 가리킵니다. 그녀는 2014년 경찰 조사에서 “어느 날 밤 깨어났는데 그 사람이 내 가슴을 만지고 있었고, 나는 그냥 잠자는 척했어요”, “다음날 나는 무엇을 해야 할지, 무엇을 말해야 할지 몰랐고, 그래서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많은 여자아이들이 그런 경험이 있을 것이고, 잊으려고 노력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세계 종교 탐구
세계 종교 탐구<42> 기적은 믿음인가 사실인가-①

세계 종교 탐구<42> 기적은 믿음인가 사실인가-①

‘기적’이란 상식적으로는 납득이 가지 않는 일이 벌어졌을 때 일컫는 말이다. 그런데 기적이란 단어는 종교와 연관이 깊다. 예를 들어 생존확률이 매우 희박한 상황에서 생존한 경우, 우리는 이를 ‘기적’이라 부르면서 ‘하늘이 도우셨다’고 얘기한다. 이를 반영한 듯 표준국어대사전은 ‘기적(奇跡)’의 정의를 두 가지로 등록해 놓았다. 일반적 정의로서 ‘상식으로는 생각할 수 없는 기이한 일’, 그리고 종교적 정의로서 ‘신에 의하여 행해졌다고 믿어지는 불가사의한 현상’이다. 종교들은 기적에 대해 신의 능력이 개입된 현상이라 주장한다. 동서고금을 불문하고 신, 교주를 비롯한 그 종교의 중심인물들은 기적을 행했다고 전해진다. 그들은 신을 만나거나, 불치병을 즉시 치유하거나, 미래의 일을 예언하는 등 인간의 능력과 자연법칙을 초월하는 일들을 행해 보인다. 그 기적이 사실이라면 신의 능력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건일 수 있을 것이다. 정말 기적의 능력이 있는 종교가 있는 것일까? 이번『세계 종교 탐구』에서는 종교들이 주장하는 기적이 사실인지, 기적을 믿는 근거는 무엇인지 검토해 보고자 한다. ▣ 종교가 주장하는 기적들 종교에서는 주로 자연법칙을 거스르는 기적들이 일어났다고 주장하곤 한다. 예를 들어 힌두교의 성자 아디 샹카라는 금화를 비로 만들고, 크리슈나는 자신을 복제하고, 파드마는 물 위를 걸었다고 한다. 이런 수준의 기적들은 종교에서 흔하며, 이 밖에도 접신, 부활, 치유, 예언 등 다양한 형식의 기적들을 주장하고 있다. 불교에서는 기적을 신통(神通)이라고 부른다. 불교 수행을 통해 신통을 얻을 수 있다고 하는데, 신통에는 벽을 통과할 수 있고, 물 위를 걸을 수 있고, 하늘을 날 수 있는 능력, 전생을 기억해 내는 능력, 보통 사람들이 볼 수 없는 것을 보고, 듣지 못하는 소리를 듣는 능력, 다른 사람의 생각이나 마음 상태를 알 수 있는 능력 등이 있다고 한다. 불교에서는 신통을 자랑하지 말라고 가르친다고 하지만, 기적을 내세우는 것이 포교에 도움이 되었음은 인정한다. 불교 기적의 예를 들면, 〈고승전〉제9권 ‘불도징전’에서는 왕의 아들이 죽은 지 이틀이 되었을 때, 불도징(佛圖澄. 232∼348)이라는 승려가 버들가지를 갖고 와 주문을 외우자 죽은 사람이 일어났으며 얼마 후에는 완전히 회복했다고 한다. 〈사분율〉제51권에서는 부처가 15일간 직접 신통을 선보인다. 첫째 날, 부처가 망고를 씹다 등 뒤에 버렸더니 그자리에서 큰 나무가 자랐다고 한다. 둘째 날엔 나무에서 꽃이 피었는데 꽃잎이 떨어져 대중들의 무릎까지 쌓였고, 셋째 날은 과실이 익어 구경하는 대중들이 배불리 먹었다고 한다. 넷째 날, 부처가 물을 뿌리자 맑은 연못이 생기고, 갖가지 꽃들이 피고, 물새, 물고기, 자라 등이 헤엄치고 날아다녔다고 한다. 11일째는 대중 앞에서 한 몸이 여러 몸으로 분신하기도 하고, 여러 분신이 한 몸이 되기도 했으며, 공중을 날고 물 위를 걸었으며, 상반신에서 불을 하반신에서 물을 교대로 뿜고, 해와 달을 손으로 만지며, 몸이 커져 하늘에 이르는 기적을 보였다고 한다. 이 일화들을 ‘쉬라바스티의 기적’이라 부르며, 이를 형상화한 불교 작품들이 많이 있다.<자료1> 아브라함계 종교인 유대교, 이슬람교, 기독교는 공통적으로 구약 성경의 내용을 믿는다. 구약 성경에는 천지창조를 비롯해 기적과 예언이라 주장하는 내용들이 가득하다. 지팡이가 뱀으로 변하고, 이집트에 재앙이 내리고, 홍해가 갈라지고, 예언자가 승천하는 등의 내용이 있으며, 유대인들은 현재까지도 이집트를 기적적으로 탈출한 사건을 기념하여 유월절이라는 절기를 지키고 있다. 무슬림들은 꾸란 자체를 ‘기적’이라 믿는다. 신의 말씀이 적혔으니 기적이고, 문맹이었던 무함마드가 글을 썼으니 기적이라는 것이다. 또 이슬람에서 꾸란 다음으로 권위 있는 서적인 무함마드의 언행록 ‘하디스’에는 무함마드가 많은 기적을 행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하디스에 의하면 무함마드는 동료들을 위해 음식을 늘리고, 메디나에 가뭄이 들자 비를 내리고, 침을 뱉거나 입김을 불어 아픈 사람, 눈먼 사람을 고치곤 했으며, 사람들이 기적을 보여 달라고 요청하자 달이 두 쪽으로 갈라지는 것을 보여주었다고 한다. 기독교는 스스로 ‘기적의 종교’라 칭할 정도로 기적이 신앙의 핵심인 종교이다. 신약 성경에 의하면 기독교의 신이자 교주인 예수는 물을 포도주로 만들고, 5개의 빵과 2마리의 물고기로 5,000명을 배불리 먹이고, 물 위를 걷고, 구름을 타고 승천하는 기적을 보였으며, 귀신을 쫓고, 병든 자를 치유하고, 죽은 자를 살리고, 본인도 부활했다고 한다. 이에 기독교에서는 예수에게 퇴마와 치유, 부활의 능력이 있다고 믿으며 현실에서도 퇴마의식을 하고, 치유기도를 하고, 치유기도 덕분에 병이 나았다는 주장을 한다. 가톨릭에서는 성체성사를 할 때 먹는 빵과 포도주가 예수의 몸과 피로 변한다고 믿는다.<자료2> 상징적 의미가 아니라 실제 살아있는 예수의 몸과 피라고 주장하는데, 아무 변화도 없는 것에 대해 외형은 빵과 포도주 그대로지만 그 ‘실체’는 예수의 몸과 피로 변한다는 ‘실체변화설’을 주장한다. 이밖에도 성모 마리아가 사람들에게 모습을 드러내는 성모 발현이 일어났다던가, 마리아상이 눈물을 흘린다는 등의 기적들을 주장하고 있다. 대부분의 종교에서 성스러운 물이 질병을 치료한다고 주장한다. 힌두교에서는 성스러운 강에 몸을 담그면 모든 죄와 오염, 불길한 징조, 질병 등이 일시에 정화된다고 믿으며 정기적으로 신성한 강물에 들어가 죄와 질병을 씻는 축제를 연다. 가톨릭에서는 프랑스 루르드의 샘에 가서 물을 마시고 몸을 씻으면 병이 낫는다고 믿으며, 성경에는 요단강의 물도 문둥병을 치료할 수 있다고 한다. 이슬람에서는 이슬람 성지 메카 근처에 있는 잠잠 우물의 샘물이 병을 고친다고 믿는다. 무함마드가 이 샘물을 병에 담아 병든 이의 이마에 붓고 마시게 해 많은 사람들의 병을 고쳤다고 전해진다. 이런 치유의 기적을 믿는 이들은 성지를 찾아와 물을 마시고 성수를 병에 담아가기도 한다. 잠잠 샘물이나 루르드의 샘물, 요단강 물 같은 경우는 병에 담아 많은 국가에서 판매되고 있는데, 성지까지 직접 올 수 없는 신자들을 겨냥해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판매하고 있다.<자료3> 상품 후기를 보면 실제로 병의 치유를 기원하며 상품을 구입한 구매자들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기적에 대한 유대교의 오래된 속담 중에는 “이 모든 이야기를 믿는 사람은 바보이고, 믿지 않는 사람은 이단자다.”라는 말이 있다. 또 프랑스의 수학자이자 과학자인 파스칼은 “신앙은 이성을 십자가에 못박는 것”이라고 했는데, 이는 이성적으로 사고하지 않아야 교회의 믿음에 순종할 수 있다는 얘기였다. 사람에게는 이성이 있기에, 직접 목격하고 체험한 게 아닌 이상 대부분의 사람들은 위 소개한 기적들을 신성을 부여하기 위한 서술적 장치로 받아들일 것이다. 하지만 이를 실제 사실이라고 주장하여 논란이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지금부터는 진위 논란 있는 기적들에 대해 살펴 본다. ▣ 기적의 진위에 대하여 기적은 인간의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어야 기적이라 불릴 수 있다. 과학이 발달하여 원리가 밝혀지거나 거짓임이 밝혀지면 그것은 더 이상 기적이 아니게 된다. 예를 들어 원시 시대 사람에게는 불이 ‘기적’ 또는 ‘신이 내린 선물’이었다. 하지만 마찰이 설명되고, 불을 붙이는 여러 조건과 방법을 터득하면서 불은 기적이 아니라 인간의 도구가 되었다. 또 옛날에는 사람들이 죽음에서 돌아왔을 때 그것을 기적으로 여겼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당시 죽었다고 판정했던 사람들이 실제로는 깊은 명상 상태에 있었던 것이며, 그들의 바이탈 사인(vital sign)이 당시 사용했던 원시적인 의료 도구로는 감지되지 않았을 뿐이라고 설명한다. 이와 같이 종교에서 주장하는 기적들도 과학적으로 설명 가능한 것들이 있다. 소를 신성시하는 힌두교에서는 우유도 신성히 여기며 힌두신들에게 봉헌하기도 한다. 그런데 1995년 인도 뉴델리 남부의 한 사원에서 가네샤 신 석상에 바친 우유를 숟가락으로 떠서 입 근처에 갖다 댔더니 석상이 마치 우유를 먹는 것처럼 우유가 점점 사라졌다고 한다. 이 소문은 빠르게 퍼져 일명 ‘밀크 미라클’이라 불리며 전 세계로 확산되었고, 이윽고 전 세계의 힌두 사원에서도 같은 현상이 발견되었다고 보도되었다.<자료4> 이 주장을 설명하기 위해 인도 과학기술부의 로스 맥도월은 밀크 미라클 현상이 일어난다는 사원에 가서 색소를 입힌 우유를 제물로 바쳤다. 석상이 우유를 흡수하자 숟가락이 닿였던 아래부분에 색이 염색되었다. 이 결과를 보고 과학자들은 모세관 현상을 원인으로 제시했다. 석상의 미세한 균열들에 의해 쿠키에 우유가 스며들 듯 모세관 현상이 발생한 것으로, 사이펀 효과(기압차와 중력에 의해 액체가 관으로 빨려나가고 내려오는 현상)도 더해져 액체가 계속해서 흡수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힌두 신상은 우유 말고도 과일 주스나 사탕 주스도 가리지 않고 마셨고, 힌두 신상이 아닌 불상이나 싱가포르의 성모마리아 상도 우유를 마셨다고 보도되었다. 종교에서는 신이나 천사를 보았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많다. 무함마드는 자신이 천사를 만나 알라의 계시를 받았다 주장하고, 기독교의 바울은 죽었던 예수를 만났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연구에 의하면 종교적 환각이나 계시를 경험한 인물들 중 여러 명은 간질을 앓았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간질의 영문명인 ‘epilepsy’의 어원은 ‘악령이 깃들다’라는 뜻의 그리스어이며 순수 우리말로는 ‘지랄병’이라 부르는데, 이는 간질의 주요 증상이 갑작스런 경련과 발작, 의식 소실이기 때문이다. 발작 중에 환자는 자신이 신과 만나는 중이란 확신에 이르기도 하며, 종소리, 바람소리, 사람의 목소리가 들리는 환각성 청각 증상이 동반될 수 있다고 한다. 일부 사람들은 무함마드가 간질 환자였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무함마드는 계시가 곧 일어남을 어떻게 깨달았는지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큰 소음이 들리고나서 나는 세게 얻어맞은 듯한 상태가 된다. 나는 계시를 받을 때마다 내 영혼이 나를 떠나는 것을 의식한다.” 이는 간질 환자가 발작 중 겪는 경험과 유사하다. 바울은 종교적 계시를 겪으면서 한동안 눈이 멀었고 기독교로 개종했으며, 그로부터 14년 후 또 한 번 계시를 받았다고 한다. 이때 그는 ‘세 번째 하늘로 붙들려 올라가는’ 느낌이었고, ‘어떤 인간의 입술도 따라 말할 수 없는 성스러운 비밀들’을 들었다고 한다. 바울의 이런 ‘증상’들을 연구한 학자들은 그가 간질 환자였고 때때로 황홀 발작을 겪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간질 발작은 일시적인 시각 상실을 유발할 수 있는데, 바울이 다마스쿠스로 가는 길에서 예수의 목소리를 듣고 잠시 눈이 멀었던 일도 그렇게 설명할 수 있었다.<자료5> (출처: 윌리엄 어빈, 『아하! 세상을 바꾸는 통찰의 순간들』, 까치글방, 2015., p.54~57.) 기적이라고 주장하는 사건이 거짓임이 밝혀진 경우도 있다. 1949년, 미국의 화학자 윌라드 리비는 방사성 탄소를 이용해 유물·유적의 절대 연대를 측정하는 방사성 탄소 연대측정법을 개발했다. 윌라드 리비는 이 측정법을 개발한 공로로 1960년 노벨 화학상을 받았으며, 미국의 일간지 뉴욕타임즈는 “더 이상 시간을 부풀리는 사기꾼들의 협작에 놀아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과 관련해, 사람들은 윌라드 리비에게 감사해야 한다.”고 평한 바 있다. 기독교에는 예수 부활의 증거라며 예수의 시체를 감쌌던 천이라고 주장하는 수의가 있는데, 이 측정법은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유물의 진위를 증명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었다. 1987년, 수의를 보관하고 있던 토리노 성당의 대주교는 미국 애리조나, 영국 옥스퍼드, 스위스 취리히의 실험실에 수의의 연대 측정을 의뢰했다. 예수가 사망했다고 알려진 시기인 2000년 전에 만들어졌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분석 결과 토리노 수의의 연대는 약 700년 전인 1260년에서 1390년 사이에 만들어진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발견 시기인 1354년과 유사했다. 토리노 수의의 진위는 위조로 드러났지만 이 사건을 계기로 토리노 수의는 유명해졌고 공개되는 해마다 많은 순례객을 모으게 되었다. 토리노 수의는 진위 여부를 떠나 여전히 성스러운 유물로서 믿어지고 있다.

세계 종교 탐구
세계 종교 탐구 <41>탄생설화를 사실로 믿는 이들에 대하여-②

세계 종교 탐구 <41>탄생설화를 사실로 믿는 이들에 대하여-②

▣ 실제로 처녀를 의미하는가? 그런데 처녀가 출산을 한다는 것은 고대의 상식에도 부합하지 않는데, 처녀잉태라 주장하는 신들이 왜 이렇게 많았을까? 심지어 처녀잉태를 했다는 신들 중에도 다수의 자녀들을 가진 자들이 많았다. 그리스의 헤라 여신도 제우스와의 교합으로 전쟁의 신 아레스, 젊음의 여신 헤베, 출산의 여신 에일레이티이아를 낳았고, 크리슈나의 어머니 데바키도 크리슈나를 낳기 전 이미 일곱 자녀가 있었으며, 처녀생식으로 예수를 낳은 것은 물론 553년 제2차 콘스탄티노플 공의회에서 ‘평생 동정’인 것으로 정한 마리아도 ‘야고보, 요셉, 시몬, 유다’라는 아들과 딸들이 있었다고 성경에 기록돼 있다. 예를 들면 “저 사람(예수)은 그 목수의 아들이 아닌가? 어머니는 마리아요, 그 아우들은 야고보, 요셉, 시몬, 유다가 아닌가? 그리고 그의 누이들은 모두 우리 동네 사람들이 아닌가?(마태복음 13장 55~56절)”, “예수의 어머니와 동생들이 찾아와, 바깥에 서서, 사람을 들여보내어 예수를 불렀다. 둘러 앉아있던 사람들이 그에게 말하였다. “보십시오, 당신의 어머니와 동생들과 누이들이 바깥에서 당신을 찾고 있습니다.”(마가복음 3장 31~32절)”, “마리아가 ‘맏아들’을 낳아 포대기로 싸서 구유에 뉘었으니(누가복음 2장 7절)” “이들은 모두, 여자들과 예수의 어머니 마리아와 예수의 동생들과 함께 한 마음으로 기도에 힘썼다. (사도행전 1장 14절)” 등의 구절들이다. 그런데 당시의 처녀라는 표현은 현대 우리가 생각하는 ‘남성과 성관계를 하지 않은 여성’과 다소 차이가 있는 경우도 있었다. 사회 인류학자이자 프랑스 외과의사인 로베르 브리포는 ‘처녀’를 뜻하는 그리스어 ‘파르테노스(Parthenos)’는 생물학적인 처녀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결혼하지 않은 여성’을 뜻한다고 얘기한다. 처녀에게 생물학적 처녀성은 요구되지 않는 것이다. 그의 저서『어머니들』에는 다음과 같이 설명되어 있다. “처녀라는 말은 물론 일차적인 주요한 의미로서 ‘결혼하지 않았다’는 말인데, 보통 사용되는 의미와는 반대의 뜻을 내포하는 칭호들에 사용된다. 이슈타르 성전의 여사제이자 신전 매춘부인 성창(聖娼)은 ‘거룩한 처녀’로 불리어졌다.”, “그리스어 파르테노스(parthenos)는 결혼하지 않은 여성이라는 뜻이다. 결혼에 의해 태어나지 않은 아이들, 즉 혼외 자식은 파르테니오이(parthenioi)라고 불렀는데, 이는 ‘처녀에게서 태어난 자들’이라는 뜻이 된다.” 또한 이탈리아의 고전학자이자 철학자 줄리아 시사는 2세기 그리스 문법학자 폴리데우케스의 말을 참고하여 처녀성을 지칭하는 파르테니아(parthenia)라는 단어가 출산도 포함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출산을 했는데 어떻게 처녀일 수 있는가? 다음은 ‘성행위가 들키지 않았다면 처녀성 상실이 성립되지 않는다’는 그녀의 설명이다. “만약 파르테노스가 그 타이틀을 상실하지 않고 혼외정사를 했다면 그것은 그 사건이 알려지지 않아 사실로서 성립하지 않기 때문이다. 혼외정사가 대중에게 알려지면 그 파급효과는 당사자를 파멸시킬 정도이다. (…) 폴리데우케스는 다음과 같은 설명을 하고 있다. “파르테니아스는 파르테노스에서 나온 말인데 이는 법적으로 동거하지 않는 여성(결혼하지 않은 여성)을 지칭하고, ‘스코티오스’는 드러나거나 또는 비밀스럽게 출산을 한 여성이라는 말에서 입안되었다.” 폴리데우케스에 의하면 파르테노스는 아기를 출산하는 것을 기대하지 않는 여인, 처녀성에 위배되지만 결혼하지 않은 소녀, 즉 ‘가짜 숫처녀’인 것처럼 보인다고 말한다.” 동정녀 출산도 실제 동정녀가 출산했다는 말이 아니었다는 기록도 있다. 처녀신을 숭배하는 신전에서는 참배객들이 여신 숭배에 참여하기 위해 신전에 대기하던 ‘처녀’와 교접을 했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이런 신전매춘으로 태어난 아이들을 동정녀에게서 태어났다 하여 신전에서 키웠으며, 매춘한 여자들은 이후에도 처녀로 간주되었다고 한다. 초기 그리스도교에서는 동정녀 출산이 세상의 비웃음거리였는데, 이는 믿기 어려워서가 아니라 당시 동정녀 출산이 너무 흔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에 의하면 고대 당시 사회에서는 실제 처녀가 아닌 자를 처녀나 동정녀로 칭하는 경우가 흔했다. 앞서 살펴본 처녀신 숭배 전통과 함께 생각하면 당시에는 종교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처녀와 동정녀의 존재가 새롭지 않았던 시대임을 알 수 있다. 일반적으로 처녀생식으로 아들을 낳았다는 비과학적 주장에 대해 ‘그 여신, 또는 신의 아들에 대한 신성을 강조하기 위해 꾸며낸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지만, 마리아의 경우 더욱 구체적인 해석이 많이 존재했다. 2세기 그리스 철학자 켈수스는 저서 「참된 가르침」에서 ‘예수는 로마 군인 판테라와 마리아의 사생아’라고 주장했고, 이 외에도 오빠와 근친상간으로 낳은 아들이라는 등 의견이 분분했다. 이 같은 의견들이 제기되는 것은 혼외 임신을 죄악시하던 유대문화와 처녀생식 개념이 흔했던 사회적 배경에 근거하여, 성령으로 임신했다는 주장보다 남편이 아닌 남성의 아이를 가진 것이라는 설명이 현실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당시 유대법에는 “만일 어떤 남자가 유부녀와 간통하는 것이 발각되면 정을 통한 남자와 여자를 다 죽여서, 이스라엘에서 이런 악의 뿌리를 뽑아야 합니다.(신명기 22장 22절)”, “처녀인 여자가 남자와 약혼한 후에 어떤 남자가 그를 성읍 중에서 만나 통간하면 너희는 그들을 둘 다 성읍 문으로 끌어내고 그들을 돌로 쳐 죽일 것이니(신명기 22장 23~24절)” 등의 법이 있었고, 고대 근동법과 법사상의 뿌리가 된 함무라비 법에도 “타인들한테서 불정의 비난을 들으면, 아내는 남편을 위하여 강물에 뛰어들어 자기의 정절을 입증한다”고 되어있다. 이러한 문화권에서 혼외 임신 사실이 알려지면 큰 비난을 들을 것이며 목숨도 위험해지는 상황이었다. 천사가 예수 임신을 알릴 때 “두려워하지 말라”고 얘기한 것을 보아, 마리아도 그 점을 인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에 마리아가 수치심이나 두려움에 당대 이미 존재했던 처녀생식 개념을 차용해 혼외 임신을 해명한 것이라거나, 예수가 사생아라는 출생의 오점을 감추기 위해 예수의 추종자들이 그의 탄생을 미화시켰다는 주장들이 제기되는 것이다. 혼외 자식을 임신한 마리아가 살아남은 이 일화를 들어 가톨릭은 전통적으로 낙태를 반대하는 입장을 취해 왔다. 마리아와 동침하지 않은 정혼자 요셉 입장에서는 자신의 아기가 아니라는 이유로, 또는 원치 않는 임신이라는 이유로, 당시 상황에서는 얼마든지 낙태시킬 수 있었지만, 마리아와 요셉이 임신을 지속했기 때문에 구세주가 탄생하게 되었다며, 낙태 반대론자들은 “예수님도 2천 년 전에 태아로 우리에게 오셨습니다. 태아의 생명을 지켜주세요”라는 논리를 펼친다. 이들은 산모의 생명과 인권에 차질이 생기더라도 낙태 금지를 엄격히 고수한다. 중세 수녀원에 분만대가 있다는 사실은 당시 “분만대 없는 수녀원은 마구간 없는 농가와 다름없다.”는 속담에 잘 나타나 있다. 아비뇽 종교회의에서는 사제들에게 ‘임신한 수녀들에게 낙태를 위해서 독물이나 독초를 강제로 복용케하는 살인적 행위’를 단호하게 금지시켰고, 이들은 책임질 수 없는 아이들도 낙태하지 못했다.<자료6> 침메른 연대기에 의하면 ‘수도원 부근의 연못에서 함부로 낚시를 하거나 연못 물을 함부로 퍼내서는 안된다’는 이상한 소문이 퍼져있었는데, 이는 갓난아기 유골이 발견되어 수도원에 나쁜 평판이 생기는 것이 곤란했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실제로 중세 한 수녀원 연못의 물을 빼내자 연못 바닥에서 6,000구의 유아 두개골이 발견되기도 했다. 성녀라 불렸던 테레사 수녀도 집단 강간당한 여성들에게 “낙태만은 안 된다”며 가톨릭의 교리를 강요했고, 그녀가 설립한 수녀원이 신생아 밀매 혐의로 기소된 것을 보면 이들이 얼마나 철저하게 낙태 금지를 고수하는지 알 수 있다. ▣ 처녀생식을 사실로 여기는 믿음에 대하여 기독교에서는 처녀출산이 실제 일어난 사실이라고 믿는다. 기독교 신앙의 기준이자 기본적인 교리를 요약한 신앙고백문 사도신경에도 “성령으로 인하여 동정 마리아께 잉태되어 나시고”라는 구절이 있으며, 특별히 이 구절에서만 고개를 깊이 숙이라는 지시도 있다. 기독교에서는 마리아와 요셉의 신앙을 설명하며,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것을 믿은 것에 대해 크게 칭송한다. 교황 프란치스코도 구세주가 잉태될 것이란 천사의 말을 믿었다는 마리아를 ‘신앙의 완전한 표상’이라고 설교했고, 요셉의 일화를 예로 들어 “종종 인생은 이해할 수 없고 해결책이 없어 보이는 상황으로 우리를 몰아넣지만, 기도를 하여 주님께서 우리가 해야 할 올바른 일을 보여주시도록 우리를 내어 맡기자”며 교리 교육을 하기도 했다. 국내의 한 신부도 “요셉은 바로 직전까지 남몰래 파혼하기로 작정한 자신의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문제해결 방법을 버리고, 이해하기 힘들고 받아들이기 어려운 하느님의 요구를 순순히 따랐다. 믿는 것이 힘들다고 말하는 사람은 요셉의 순명을 배워야 한다. 하느님께 대한 요셉의 멍청함이 인류 구원의 초석이 되었다.”며 요셉의 신앙을 본받자는 설교를 가톨릭 언론 특집기사에 기고하였다. (송용환, “복음생각 (704) 순명은 인류 구원의 초석”, 「가톨릭신문」, 2010년 12월 19일., 10면.) 그런데 미국의 천문학자이자 과학저술가 칼 세이건이 그의 저서에 소개한 한 예시를 따르면, 예수의 탄생설화가 적혀있는 마태복음과 누가복음이 예수가 태어난 지 55~60년이 지나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성경 저술가들의 의도와 그 내용의 진위와 진실성이 검토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칼 세이건은 그의 저서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에서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했다. “인류의 역사에는 이것과 비슷한 사례들이 많다. 출처가 의심스러운 문서가 갑자기 발견되고, 발견자의 입장을 강력하게 지지해 주는 중요한 정보가 그 문서를 통해 드러난다. 주의 깊게, 때로는 과감하게 조사하다보면 그 문서가 가짜였음이 밝혀진다. 문서 위조자들의 동기를 이해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며 「콘스탄티누스의 기증서」라는 문서를 예로 들었다.<자료7> “콘스탄티누스 1세(274~337년)는 기독교를 로마의 국교로 삼은 황제다. 그는 337년에 세상을 떠났지만 9세기에 갑자기「콘스탄티누스의 기증서」라는 문서에 관한 언급이 기독교 문헌에 등장하기 시작한다. 그 문서의 내용은 콘스탄티누스 1세가 자신의 나병을 치료해준 것에 대한 보답으로 당시 교황이었던 실베스테르 1세에게 도시 로마를 포함한 서로마 제국 전체를 유증했다는 것이었다. 역대 교황들은 자신이 교회뿐만 아니라, 이탈리아 중부 지방의 세속적 지배자이기도 하다는 주장을 정당화하기 위해 「콘스탄티누스의 기증서」를 주기적으로 들고 나왔다. 이것은 중세가 끝날때까지 이어졌다. 그런데 1440년, 이탈리아의 인문학자이자 언어문헌학자 로렌초 발라는 논문을 발표해 「콘스탄티누스의 기증서」가 엉성한 위조 문서임을 밝혀냈다. 기증서의 라틴어는 4세기 궁정 라틴어와 비교했을 때, 마치 런던 사투리와 표준 영어의 관계와 같았다는 것이다. 이후로 로마 가톨릭교회는 더 이상 「콘스탄티누스의 기증서」를 내세워 유럽 국가들에 대한 패권을 고집할 수 없게 되었다.” 마리아의 처녀 출산이 필요한 자들은 인간의 처녀생식을 믿게 하려는 근거로 성경의 일화를 제시하지만, 그 종교를 믿지 않는 일반인들에겐 상식 이하의 발상일 뿐이다. 2020년 미국의 한 동물원에서 고령의 뱀이 수컷 없이 알을 낳는 사건이 생기자<자료8> “무염시태(원죄 없는 잉태) ? 62세 뱀, 수컷 없이 알을 부화하다” 라는 제목의 기사가 보도되는가 하면, 관련 기사에 “동물계의 성모 마리아”, “성령으로 잉태한 모양이네 누구처럼ㅋㅋ..”, “아뱀 마리아”, “수컷과 접촉 없이 잉태했으면 성경에 올라야겠네” 등 인간이 처녀생식을 했다고 주장하는 성경을 조롱하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우리나라 역사 교육 과정에서도 건국시조들의 난생설화를 가르치지만, 그것을 실제로 믿으라고 가르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그 설화가 사실이 아닌 것이 역사적 사실에 영향을 주진 않는다. 그런데 비현실적 탄생설화를 필사적으로 믿으려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콘스탄티누스의 기증서」의 사례처럼, 사기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탄생설화를 저술한 이들의 의도와 그 사건의 진실성을 검토해보아야 할 것이다.

세계 종교 탐구<42> 기적은 믿음인가 사실인가-②

세계 종교 탐구<42> 기적은 믿음인가 사실인가-②

세계 종교 탐구<42>

지난 2일 멕시코의 한 가정집에 있는 성모 마리아상이 피눈물을 흘린다는 소식이 알려져 화제가 되었다.<자료6> 하지만 기적이라고 인정하는 데는 다소 신중한 모양새다. 작년 4월 이탈리아 로마 북부의 한 마을에서 성모상이 피눈물을 흘리며 예언적 메시지를 주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실은 돼지 피를 이용해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있었다. 이에 대해 프란치스코 교황은 “성모 발현이 항상 진짜는 아니다”라고 답한 […]

세계 종교 탐구 <41>탄생설화를 사실로 믿는 이들에 대하여-①

세계 종교 탐구 <41>탄생설화를 사실로 믿는 이들에 대하여-①

세계 종교 탐구 <41>

지난 5월 15일(음력 4월 8일)은 부처가 탄생한 것을 기념하는 불교의 가장 큰 명절인 ‘부처님 오신 날’이었다. 며칠 전부터 전국 사찰에서는 각종 연등 행사를 진행했고, 거리에는 부처님 오신 날을 알리는 연등이 줄지어 걸려있었다. 연등에는 주로 연꽃 위에 서서 하늘과 땅을 가리키는 아기 부처의 그림이 그려진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는 부처의 탄생 장면을 묘사한 것이다.<자료1> 어머니의 […]

세계 종교 탐구 <40>부활이라는 믿음에 대하여-②

세계 종교 탐구 <40>부활이라는 믿음에 대하여-②

세계 종교 탐구 <40>

▣ 부활을 역사적 사실이라 믿다 예수 부활의 진위에 대해선 많은 논란이 있어왔지만, 기독교인들은 성경을 근거로 예수의 부활을 지지한다. 성경 속 예수의 무덤이 비어있었다는 주장, 죽은 예수가 제자들과 바울 앞에 나타났다는 주장. 예수 스스로 본인이 부활했다고 얘기하는 구절 등을 증거로 내세우며, 성경 안에는 부활에 대한 증언이 가득하다고 믿는다. 그러나 성서학자 바트 어만은 성경의 증언들이 역사적 가치를 […]

세계 종교 탐구 <40>부활이라는 믿음에 대하여-①

세계 종교 탐구 <40>부활이라는 믿음에 대하여-①

세계 종교 탐구 <40>

현실에서 죽은 이가 며칠 만에 다시 살아 돌아오는 일은 없다. 그러나 종교에서는 생명체가 생명을 잃고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는 ‘부활’이 일어난다고 얘기한다. 부활은 고대부터 종교에서 흔히 사용되는 주제였지만, 과학과 지식이 발달하며 현대에서는 보통 신화적·종교적 이야기 정도로 여겨지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인간이나 신이 부활한다고 믿는 종교들이 있다. 이번『세계 종교 탐구』에서는 부활을 주장하는 종교들에 대해 알아보고, 그 믿음에 […]

세계 종교 탐구 <39> 순교는 천국을 보장하는가-②

세계 종교 탐구 <39> 순교는 천국을 보장하는가-②

세계 종교 탐구 <39>

▣ 비자발적 순교자도 천국에 가는가 순교라 하면 ‘자신의 신앙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치는 행위’라는 그 정의처럼 불가피하게 죽음을 불사하는 드물고 특수한 경우를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실제로는 순교라는 표현은 ‘전쟁과 전투, 우발적 살인, 집단 학살’ 등 다양한 상황에서 사용되고 있다. 즉, 본인의 의지로 죽은 것이 아니더라도 종교를 이유로 희생된 경우 순교라 표현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이슬람 […]

세계 종교 탐구 <39> 순교는 천국을 보장하는가-①

세계 종교 탐구 <39> 순교는 천국을 보장하는가-①

세계 종교 탐구 <39>

왼쪽 사진의 저 해골은 왜 금박으로 화려하게 장식된 보관함에 전시되어 있는 걸까? 저것은 17세기의 프랑스 선교사 장 드 브레뵈프(Jean de Brébeuf)의 해골이라고 한다.<자료1> 그는 캐나다 휴런 지역에서 원주민을 대상으로 선교하다 살해당한 인물인데, 가톨릭교회에서는 그를 순교자라 부르며 성인으로 추대하고 있다. 성당에서 해골을 마주친 어린 아이는 무섭다며 엄마에게 달려갈 정도로 일반인들에겐 죽은 사람의 섬뜩한 유해일 뿐이지만, 가톨릭교회에서는 […]

세계 종교 탐구 <38> 홀로코스트의 뿌리를 찾아서-②

세계 종교 탐구 <38> 홀로코스트의 뿌리를 찾아서-②

세계 종교 탐구 <38>

▣ 홀로코스트로 이어지다. 반유대주의적 유대인 학살 사건 중 가장 피해 규모가 큰 것은 독일제국에서 일어난 홀로코스트다. 홀로코스트는 체계적이고 치밀한 계획 아래 수단과 방법을 총동원하여 유대인들을 완전히 말살시키려 했다는 점에서 인간의 광기와 잔인함의 극단적인 면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대규모 학살을 자행한 것은 분명히 히틀러와 나치독일이었다. 그러나 유대인들은 홀로코스트를 가능하게 한 것은 기독교라고 본다. 기독교의 반유대주의가 대학살을 가능케 […]

세계 종교 탐구 <38> 홀로코스트의 뿌리를 찾아서-①

세계 종교 탐구 <38> 홀로코스트의 뿌리를 찾아서-①

세계 종교 탐구 <38>

“하마스를 지구상에서 쓸어버릴 것” “하마스는 사람이 아니다.” “하마스를 완전히 소탕시키겠다.” “하마스는 파괴돼야 한다.” 이는 언론에 표명한 이스라엘 지도부들의 입장이다. 작년 10월 7일 개전한 이래,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본거지가 있는 가자지구에 14만 번 이상 폭격을 가했고, 수많은 하마스 대원들을 사살했다. 문제는 폭격의 피해가 하마스 무장 대원과 민간인을 구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자지구 대부분이 완전히 파괴되며 인구의 85% 이상이 […]

[해외 종교 칼럼&기사 Review] 교황이 히틀러에게 비밀 백채널을 제공하다 (*백채널: 비공식 루트)

[해외 종교 칼럼&기사 Review] 교황이 히틀러에게 비밀 백채널을 제공하다 (*백채널: 비공식 루트)

1939년 8월, 폴란드 침공 계획을 마무리 짓고 있던 아돌프 히틀러는 교황 비오 12세와 협상을 벌이고 있었는데, 교황청 주재 독일 대사조차 이를 알지 못할 정도로 미묘했습니다. 이러한 회담의 존재는 비오 12세가 죽은 지 80년이 지나도록 바티칸이 오랫동안 유지하고자 했던 비밀이었습니다. 1981년에 완성된 12권의 제2차 세계대전 관련 교황청 문서에는 협상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습니다. 이들에 대한 지식은 […]

[해외 종교 칼럼&기사 Review] 바티칸은 또 다른 홀로코스트를 지지하는가?

[해외 종교 칼럼&기사 Review] 바티칸은 또 다른 홀로코스트를 지지하는가?

“바티칸은 아무것도 배우지 못했다.” 이는 10월 7일 하마스가 유대인을 잔인하게 학살한 것에 대한 바티칸의 입장을 제2차 세계 대전과 나치 정권의 관계와 비교하는 12월 10일 자 논평의 제목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바티칸이 유대인의 생명이 위협받는 것을 가만히 방관하던 것으로만 봅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보다 더 나쁘다고 경고합니다. 독일의 권위 있는 일간지 프랑크푸르트 알게마이네 차이퉁(Frankfurter Allgemeine Zeitung) 웹사이트에 게재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