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 바티칸 재정으로 인해 패닉에 빠지기 시작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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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이 추기경단에 보낸 서한에서 교황청의 비용 절감에 대한 새로운 노력을 촉구했으며, 바티칸 각 부서가 자원을 공유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교황청 공보실이 발표한 9월 16일 자 서한은 바티칸이 직면한 지속적인 재정적 압박과 프란치스코 교황이 10년간 추진해 온 개혁 프로그램을 강조하면서 “적자 없는” 지출을 요구했다. 수년간의 바티칸 고용 동결, 고위직 급여 삭감, 로마 추기경들의 임대료 인상에도 불구하고, 교황은 “선교회의 미래를 보장하기 위해” 지출 통제를 위한 “추가 노력”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바티칸을 지켜보는 일부 사람들은 교황의 재정 개혁에도 불구하고 교황청이 파산 위기에 처해 있다고 수년 동안 경고해 왔다. 2013년 프란치스코 교황이 콘클라베에서 선출되었을 때, 베네딕토 16세때 드러난 바티칸 재정 스캔들로 인해 추기경들 사이에서 바티칸 재정 개혁이 주요 우선 순위로 논의되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교황은 “이제 ‘적자 제로(0)’가 이론적인 목표가 아니라 진정으로 달성 가능한 목표가 되도록 모든 사람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라고 했다.

바티칸 관찰자들이 오랫동안 지적했듯이, 재정적 부패를 근절하는 것은 교황청 예산 위기에 대한 부분적 해결책일 뿐이다. 그리고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비용 절감 조치에도 불구하고, 바티칸 재정 문제의 전반적인 상황은 수년간 암울했다.

더 필러가 입수하여 이전에 보도한 바티칸 부서 간 메모에 따르면 프란치스코 교황의 초기 개혁이 한창일 때에도 연간 베드로 성금 모금액은 거의 전액이 바티칸 관료주의에 쓰이고 있었는데, 그 이유는 성직자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메모는 또한 “위험할 정도로 중앙 집중화된 투자 프로세스와 불투명한 포트폴리오 관리 운영으로 인해 비리가 발생하고 사기에 대한 상당한 노출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부는 이전에 연례 임무 예산을 발표했지만 2022년 이후로는 발표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발표된 예산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교황청 운영 비용은 연간 7억 9,600만 유로(한화 약 1조 1,869억)로 예상되며, 베드로 성금 등의 예상 부금을 제외하면 3,340만 유로(한화 약 497억)의 운영 손실이 예상된다.

2023년 10월, 사무국의 현 국무원장 막시미노 카발레로 레도는 수년간의 비용 절감 조치에도 불구하고 교황청이 “연간 5천만에서 6천만 유로의 구조적인 예산 적자”를 겪고 있다고 말하면서 바티칸의 재정 위기의 규모를 설명한 바 있다. 국무원장은 “이 적자를 비용 절감으로만 충당하려면 로마 교황청에 속한 53개 기관 중 43개를 폐쇄해야 하는데, 이는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교황의 업무를 지원하기 위한 연례 모금인 베드로 성금의 관리에 대한 별도의 보고서는 재앙적인 상황을 그려냈다. 2023년에 자발적 기부금이 증가했지만 총수익은 거의 절반으로 줄었고, 기금 또한 전년도에 로마 교황청의 운영을 지원하기 위해 수백만 유로의 부동산 자산을 공매로 처분했다.

교황청, 연간 5천만~6천만 유로의 구조적인 예산 적자 겪고 있어
비용 절감 촉구하고, 바티칸 각 부서의 자원 공유할 수 있음 시사

지난 2월, 경제 사무국과 가까운 한 고위 관리는 더 필러에 “우리 주님께서는 교회가 결코 실패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장하셨지만, 그 보장에는 연금이 포함되지 않았습니다”고 했다.

“모두들 지속 불가능한 상황에서 여기저기 조금씩 개선되는 작은 승리를 환호하지만, 큰 그림을 보지 못하고 있어요. 어느 정도를 넘어서면, 결국 타이타닉호의 케이터링 예산을 줄이는 꼴이죠. 물론 비용 절감을 하고는 있지만, 진정으로 필요한 건 방향을 완전히 바꾸는 겁니다.”

재앙적인 고액 투자(때로는 부도덕하고 심지어 범죄에 가까운)를 제외하더라도, 바티칸 재무 담당자들은 수익 극대화에 대한 문화적 반대가 그들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라고 오랫동안 불평해 왔다. 바티칸은 기업이 아니지만, 수입의 대부분(약 65%)은 로마시와 전 세계에서 상당한 규모의 부동산을 포함한 자산 및 투자 수익에서 상업적으로 창출된다. 그러나 2022년 기준 바티칸의 부동산 중 실제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것은 약 5분의 1에 불과하다.

과거 바티칸 소식통은 더 필러에 프란치스코의 개혁 초기에 경제 사무국이 사용하지 않는 토지와 건물을 파악하여 교황청의 새롭고 보다 안정적인 장기 수입원을 창출하기 위한 계획을 세웠다고 밝힌 바 있다. 계획에는 산업, 주거 또는 복합 용도의 대규모 부지 개발이 포함되어 있었고, 수십 년에 걸친 장기 임대 계약을 체결하면서 부지 및 토지 개발을 위한 외부 파트너십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그러나 반발이 심해 계획은 승인되지 않았다고 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제 그때의 제안을 서랍에서 꺼내 다시 가져올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수익성이 없는 부동산을 지속 가능한 수입원으로 재구성하는 데는 수년이 걸리고 상당한 초기 비용이 수반될 수 있기 때문에 너무 늦었을 수도 있다.

단기적으로 프란치스코 교황은 바티칸 부서의 자산 소유 구조를 해체할 것임을 추기경들에게 보내는 서한에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

“교황청의 각 기관은 다른 모든 기관과 하나의 몸을 이루고 있으므로 … 흑자를 내는 기관은 일반적인 적자를 충당하는 데 도움을 주어야 합니다.”

재정적으로 독립적이고 역사적으로 부유한 교황청이 다른 부서를 위해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제안은 바티칸의 일부에서는 상당한 당혹감을, 다른 일부에서는 노골적인 공황을 야기할 수 있다. 일부 부서에서는 예산 및 회계 조사에서 느슨한 내부 재무 통제를 발견할 수 있다는 우려로 인해 자금만큼이나 재무 정보 공유에 대한 반발이 심할 것으로 보인다.

경제 사무국의 한 관계자는 지난 2월 더 필러와의 인터뷰에서 “사람들은 바티칸이 ‘실패하기에는 너무 크다’고 상상하길 좋아합니다. 특히 바티칸에 있는 사람들은 더욱 그렇습니다. 그러나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라고 그는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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