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종교 탐구 <50> 영적 존엄을 논할 권리, 역사의 심판대에 세우다 ②

발행일 발행호수 2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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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민 수용, 신도 수 유지 수단인가

레오 14세 교황 이전부터 교황청은 난민 수용 문제로 비판받아 왔다. 베네딕토 16세 교황이 2008년 미국 방문 당시 이민 문제를 언급했을 때, 당시 공화당 하원의원이었던 톰 탠크레도는 교황을 “종교 기반 마케팅”이라고 비난했다. 베네딕토 16세가 이민자들을 환영한다는 발언은 ‘복음을 전파하는 것보다는 교회의 새로운 구성원을 모집하는 것에 더 가깝다’는 것이었다. 2015년 이민자 가톨릭 신자들에 대한 NPR의 기사도 미국 가톨릭교회가 “신도 수를 채우기 위해 이민자 신도들에게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2015년 프란치스코 교황은 “그들(난민)을 환영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그들에게 그리스도의 따뜻한 사랑을 전하십시오. 과거에도 그랬듯이, 저는 이 사람들이 미국과 그 교회를 풍요롭게 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라고 주교들에게 얘기한 적이 있는데, “풍요롭게 하다”라는 발언이 “헌금 접시를 채우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2015년 9월 시리아 난민 아동의 죽음이 세계 언론을 뒤흔들자 “낯선 자를 환영하라”는 성경 구절을 근거로 들며 전 세계가 이슬람 난민을 받아들일 것을 주장하기도 했다. 바티칸은 국가가 좁다는 이유로 난민을 좀처럼 받지 않는 나라였지만 당시에는 바티칸도 4명의 시리아 난민을 받았는데, 시리아 인구의 90%는 이슬람을 믿지만 그가 받아들인 난민은 모두 가톨릭 신자였다. 2017년 3가족 13명의 시리아 난민을 추가로 받았다는 기사를 끝으로 바티칸에 난민을 수용했다는 소식은 찾아볼 수 없다.

작년 8월,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민자를 거부하는 것은 심각한 죄’라고 얘기했고, 9월에는 “이주민을 버리는 사람은 생명에 반대하는 사람”이라고 발언한 바 있다. 이에 워싱턴 이그재미너의 논평가 크리스토퍼 트레모글리는 교황의 흥미로운 단어 선택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며, 교황의 이런 발언은 이민자들의 곤경에 공감하는 듯 보이지만, 그의 행동은 이 주제에 대한 그의 말과는 상당히 다르다고 지적했다. 그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올해 얼마나 많은 이민자들을 받아들였는지, 바티칸 시국은 얼마나 많은 이민자들을 수용하고 있는지 묻고 곧바로 정답을 알려주었는데, 두 질문의 답은 모두 ‘0’이었다. 트레모글리는 교황은 이민자들을 받아들이겠다고 꾸준히 말하면서도, 그 이민자들이 자신과 가까운 곳이 아닌 다른 곳에 살도록 했다며 “교황은 바티칸 시국이 이민자들을 받아들이도록 승인할 수 없었다고 말하지 마라. 이는 의도적인 선택이며 매우 위선적인 선택으로 보인다”고 일침을 가했다.

▣ 난민 성학대, 존엄성이 유린당하다

하지만 바티칸이 아닌 국가에서 교회와 가톨릭 자선단체 등은 적극적으로 이민자 수용을 돕는 모습을 보인다. 그런데 미국 에모리대학교 캔들러신학대학원 가톨릭학 조교수 수잔 레이놀즈의 논문『“내가 반드시 너희를 추방할 것이다”: 이민자 커뮤니티에서 성직자 성적 학대』에 따르면 주교들은 이민자를 위한 본당을 연쇄 성학대범 성직자들을 버리는 장소로 취급하는 경우가 많았다. 증거에 따르면 가해자들은 가난하고 취약하며 서류 미비 가정의 미성년자들을 표적으로 삼아 추방과 추가 폭력 위협으로 피해자들을 침묵시켰다. 2002년 보스턴 글로브의 “스포트라이트” 보도 이후, 사춘기 이전의 소년들, 백인, 가톨릭 가정 출신의 복사 등은 성직자 성학대의 전형적인 피해자로서 언론에서 그나마 주목받게 되었지만, 이민자 피해자들의 이야기는 여전히 대중의 관심의 사각지대였다. 실제로 이민자의 취약한 위치를 이용해 성당이나 가톨릭 기관에서 이민자를 성학대한 사례들이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2015년 10월, 가톨릭 자선단체 카리타스의 이사인 세르지오 리브리치 신부가 이민자 성학대 혐의로 징역 10년을 구형받았다. 검찰에 따르면, 리브리치는 2009년 이후 최소 10건의 성폭력을 저질렀는데, 피해자는 모두 카리타스를 통해 접촉한 이민자였으며, 이들에게 거주 허가를 대가로 성매매를 강요했다고 한다. 리브리치가 체포되자 그가 속한 교구의 피에트로 프라넬리 주교는 성명서를 통해 “리브리치의 행위는 범죄일 뿐만 아니라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했기 때문에 용납할 수 없다”, “우리 기독교 공동체는 피해자들과 함께 있을 것이며, 하느님께서 그들의 상처를 달래주시기를 기도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미국의 공영 언론사 NPR은 ‘교회가 함께한 것은 가해 사제들’임을 고발하는 기사를 보도했다. “이민자 커뮤니티는 성학대 사제를 위한 ‘지리적 해결책’이었다.”라는 제목의 기사였다. ‘지리적 해결책’이란 성학대 사제를 징계하지 않고 이민자 공동체 본당으로 전근시키는 것이었다. 일례로 카를로스 로드리게스 신부는 사제 서품을 받은 지 불과 1년 만에 LA의 한 교회에서 아동을 학대한 소아성애자였지만, 교회 관계자들은 그를 잠시 소아성애 치료 프로그램 기관에 보냈다가 1년 만에 다시 LA 대교구 가정생활국에서 이민자 가정을 대상으로 사목 활동을 하게 했다. 멕시코 출신 이민자 마누엘 바라간은 이 ‘지리적 해결책’의 희생자 중 한 명이었다. 바라간은 11살때부터 그의 동생과 함께 카를로스 로드리게스 신부에게 수년간 성학대를 당했다.<자료10> “그는 신의 사람으로 보이려고 정장을 입은 사기꾼이었습니다. 그는 어린 소년 소녀들의 바지 속으로 들어가려고 애쓰는 가짜였어요.” 바라간은 고해성사 때 지역 주교에게 학대 사실을 알렸지만, 주교는 바라간에게 “기도하라”고 하고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한다. 바라간이 카를로스 신부에 대해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기까지는 10년이 걸렸다. 하지만 바라간은 곧 피해자가 본인뿐만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자료10> 이민자 본당에서 근무한 소아성애 사제 카를로스 로드리게스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 파울라의 이민자 본당인 과달루페 성모 성당 사진과 LA 경찰국에서 촬영한 전 가톨릭 사제 카를로스 로드리게스(당시 46세)의 머그샷이다. 소아성애 범죄를 저지른 카를로스 신부는 이민자 본당으로 근무지를 옮겨 사제직과 성범죄를 계속 이어갔다. 이 때문에 과달루페 성모 성당에 다니던 마누엘 바라간과 그의 동생은 카를로스 신부에게 수년간 성학대 당했다. (출처: LAist)

2003년 바라간은 508명의 피해자들과 함께 LA 대교구 221명의 사제 등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제기했고, 2007년 LA 대교구는 570건의 학대 사건에 대해 6억 6천만 달러의 합의금 지급과 미성년자 성추행 혐의 사제들의 내부 기록 공개를 명령받는다. 그리고 6년이 지난 2013년, 12,000페이지 분량의 대규모 교회 내부 문서가 공개되었는데, 문서에는 “불법 체류자들은 어차피 신고하지 않기 때문에 학대 문제에 대해 시정 조치를 취할 필요가 없다”, “그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것이다”라는 노골적인 발언들이 포함되어 있었고, 카를로스 신부의 사례처럼 성학대 사제를 이민자 본당에 배치하고 그곳에서 성학대가 일어난 사례들이 많았다. 예를 들어 피터 가르시아 신부는 사제직을 하며 20명이 넘는 소년들을 학대했는데, 피해자들 대부분이 불법 체류자였으며, 추방하겠다고 협박하여 침묵을 지키게 했다. 또 페르난도 로페즈 신부는 이탈리아에서 미성년자에게 반복적으로 성폭력을 가한 혐의로 유죄가 인정되었지만, LA 대교구는 그를 받아들여 이민자 본당에 배정했고, 그는 최소 세 명의 어린이를 성추행했다.

알려지지 않은 난민 아동들의 성범죄 피해 규모는 이보다 훨씬 심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 12월, 뉴욕 시장 에릭 애덤스의 기자회견 내용에 따르면,<자료11> 미국 내 ‘50만 명’의 이주 아동이 행방을 추적할 수 없는 행방불명 상태라고 한다. 뉴욕 시장은 이 아이들이 아동 노동, 성범죄, 착취 등에 노출되어 있을 수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실제로 이주민 아이들은 쉽게 위 같은 범죄의 표적이 된다.

<자료11> 이주 아동 50만 명의 실종 사실을 전하는 뉴욕 시장의 기자회견 장면
작년 12월, 뉴욕 시장 에릭 애덤스의 기자회견 내용에 따르면, 미국 내 ‘50만 명’의 이주 아동이 행방을 추적할 수 없는 행방불명 상태라고 한다. 뉴욕 시장은 이 아이들이 아동 노동, 성범죄, 착취 등에 노출되어 있을 수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출처: Fox News 유튜브 캡처)

지난 9일, 캐나다 새스커툰의 한 가톨릭 신부가 우크라이나 난민 소녀를 성당에서 성폭행한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자료12> 얀코 콜로스냐지 신부는 2023년 성당 청소를 하던 13세 난민 소녀에게 돌연 15~20초간 포옹을 하고 턱을 들어 강제로 입을 맞췄다. 신부는 법정에서 ‘평화의 키스’가 가톨릭 신앙에 대한 지지를 표하는 관례라고 증언했다. 소녀는 법정에서 “고통과 수치심으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세상은 적대적이고 위험해졌다”고 진술했고, 검사 셰리 필로는 콜로스냐지 신부가 ‘그 소녀가 전쟁으로 파괴된 나라에서 온 난민이었고 극도로 취약한 상태임을 알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소녀의 어머니는 “이것은 아이의 신뢰, 존엄성, 영혼을 파괴하는 일이다.(This is the destruction of a child’s trust, dignity, soul.)”라며 울분을 토했다.

<자료12> 우크라이나 난민 소녀를 성학대한 캐나다 신부 얀코 콜로스냐지
지난 9일, 캐나다 새스커툰의 가톨릭 신부 얀코 콜로스냐지가 우크라이나 난민 소녀를 성당에서 성폭행한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신부는 2023년 성당 청소를 하던 13세 난민 소녀에게 돌연 15~20초간 포옹을 하고 턱을 들어 강제로 입을 맞췄다. 그리고는 법정에서 ‘평화의 키스’가 가톨릭 신앙에 대한 지지를 표하는 관례라고 증언했다. 소녀의 어머니는 “이것은 아이의 신뢰, 존엄성, 영혼을 파괴하는 일이다.”라며 울분을 토했다. (출처: CTV News)

‘평화의 키스’라 주장하던 가톨릭 신부는 난민 소녀의 영혼과 존엄성을 파괴했고, ‘신이 원하는 성전(聖戰)’이라 주장하던 십자군은 아이들을 꼬치에 꿰어 구워 먹으며 시리아 아이들의 영혼과 존엄성을 파괴했다. 오늘날 교황이 시리아 아동을 언급하며 영적 존엄성을 논할 때 허락되는 것은 사과뿐이다. 그 사과마저도 용서받지 못할 역사를 알면서도 그 종교의 수장이 ‘영적 존엄’을 논했다는 것은 인류에 대한 명백한 모독이며, 몰랐다면 역사를 꿰뚫어 진실을 볼 수 있는 시야를 길러야 할 것이다.

십자군의 쇠꼬챙이가 시리아 어린이의 몸을 꿰뚫던 그날로부터 천 년이 지났다. 당시 교황은 참전하는 모든 십자군에게 천국을 약속했고, 십자군은 그대로 광기의 살육과 식인의 역사를 써내려갔다. 시간이 지나 그 역사를 모르는 사람들이 생기더라도 과거의 사실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교황이 언급한 가엾은 시리아 아이의 사진은 사라지지 않는 과거의 증거로서, 과거의 진실들이 이미 역사의 증언대 위에 서 있음을 기억하라는 엄중한 경고로 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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