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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窓 인사이드] 이청환 공판 방청기3.끝- 독버섯은 선량한 사람들에게 상처와 교훈을 남기고

임종기 / 시온합섬(주) 전무
발행일 발행호수 2337

구속영장이 발부되어 부산연제경찰서 구치소로 연행되는 이청환(오른쪽 사진에서 왼쪽)

이청환에 대한 세 번째 공판은 거의 2개월 만인 5월 11일 오후 2시 부산지법 301호 법정에서 열렸다. 이날은 검사와 변호인이 신청한 증인신문이 예정되어 있는 날이었다.
지난 공판에서 이청환은 자신의 무죄를 입증해줄 사람들이라며 기계 수입사 유대왕 사장, 설계업자 최주태 사장, 오리엔스금속 서울사무소 직원 장은경 등을 증인으로 신청했는데 이들은 하나같이 출석을 거부했다. 이청환의 주장에 동조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검사가 재판부에 제출한 증거서류 중 검사가 김은복을 증인으로 신청하여 이날은 김은복에 대한 증인신문만 하게 되었다. 증인이 한 사람이라 금방 끝나겠거니 했는데, 검사의 신문이 끝나자 무려 3시간 동안 이청환의 변호인 2명이 번갈아 가며 끈질기게 김은복을 물고 늘어졌다. 그들은 사장인 이청환은 아무것도 모르고, 신앙촌과 김은복이 짜고서 분식회계도 하고 횡령도 했다는 지극히 비논리적인 전략으로 이청환의 무죄를 주장하려고 했다.

그러나, 이청환의 오랜 불법행위에 대해 주주들에게 바로 고발하지 못해 오리엔스가 부도가 나는데 일조(一助)한 뼈아픈 잘못때문에 신앙촌 사람들 볼 면목이없던 김은복은 단호한 태도로 사실관계를 증언했다. 김은복은 사장으로 같이 있을 때는 잘 판단하지 못했으나, 법정에서 자기에게 모든 죄를 뒤집어씌우는 것을 보고 비로소 이청환의 본색을 알게됐다고 주위에 말하곤 했다.
이청환의 변호사들은 김은복의 진술 및 증언은 종단의 지시에 의한 것으로서 신빙성이 없으며 김은복이 신도로서 이청환의 횡령 사실을 묵인했다는 것은 믿기 어렵다고 항변했다.

그리고 이청환은 오리엔스금속에 상주하는 시간 보다 대부분의 시간을 서울에서 업무를 봤고, 김은복은 신앙촌에서 경리 업무를 담당했으므로 어떻게 이청환의 지시를 받아 비자금을 조성해서 돈을 빼돌릴 수 있겠는가라고 주장했다. 요컨대 이청환은 ‘바지 사장’에 불과해 아무 실권이 없으며 오리엔스의 자금 관리는 자기 소관이 아니라 신앙촌에서 모두 했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이청환은 자금 및 회계업무를 제외한 회사의 장기비전 수립, 영업관리, 품질관리, 인사관리 등에만 관여했다고 했다.

`나는 자금 관계에는 손을 대지 않았습니다.
모든 것은 신앙촌과 김은복이 한 것입니다`라며
‘눈물 쇼’까지 벌였으나, `대표이사 20년에
모른다는 말은 믿을 수 없다.` 추상같은 심판

그러나 재판부는 오리엔스가 종교재단의 계열사라는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20년 넘게 대표이사로 근무해 온 피고인이 자금 및 회계업무에 관하여 아무런 관여를 하지 않았다는 주장은 납득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피고인이 인정하는 회사의 장기비전 수립, 영업관리, 품질관리, 인사관리 등도 자금및 회계업무와 분리하여 수행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6월 1일 오전 11시에 다음 공판이 속개되었다. 이날 또 하나의 결정적 증거 서류가 재판부에 제출되었다. 소사신앙촌 재개발사업 당시 시행사였던 기양건설 김병량 사장의 진술서인데 거기에는 이청환에게 4억원의 뇌물을 바친 사실이 적혀있었다. 진술서에 의하면 이청환은 자신이 뇌물 받은 것이 들통날까봐 자기 부인 명의의 땅을 김 사장 부인에게 파는 댓가로 돈을 받은 것처럼 서류를 꾸며 줄 것을 요청했다는 것이다. 이청환은 또 한모 사장에게서 서울 르네상스 호텔의 헬스 회원권을 뇌물로 받았는데, 이때도 일단 돈을 한 사장에게 송금하여 자기 돈으로 산 것처럼 꾸몄다. 물론 송금한 돈은 자기 돈이 아니라 한 사장에게 차용한 돈이었다. 자신의 범죄를 은폐하는 이청환의 수법은 항상 이와 같이 용의주도하여 웬만한 수사기관의 눈은 간단히 속일 수 있었다. 그러나 이청환의 교묘한 수법도 날카로운 재판부까지 속일 수는 없었다.

다음 번 공판에서는, 이청환이 회사 법인카드로 사용한 돈을 이중으로 청구하여 횡령한 자료까지 밝혀져 이청환의 혐의를 더욱 무겁게 하였다. 드디어 7월 13일 결심공판이 있었다. 이날 이청환은 사기꾼으로서의 절정의 연기력을 선보여 방청인들을 아연케 하였는데 최후 진술에 나선 이청환은 A4 용지 서너장분의 원고를 써 가지고 나와서 눈물을 흘리며 읽어 내려갔던 것이다. “저 이청환은 청렴 결백하며 오직 회사를 위해 헌신하고 화목한 가정에 사랑하는 아내와 두 딸을 둔 모범적 가장으로서…” 재판장의 동정심을 자극하는 눈물 방울을 원고지에 몇 방울 떨어뜨린 이청환은 그것을 들고 나와 재판장에게 제출함으로써 이청환 쇼의 대미를 장식했다. 과연 선량한 주주들과 종업원들과 거래처들을 20년이나 속인 ‘명연기로구나’ 하는 탄성 아닌 탄성이 방청석에서 흘러나왔다.

그러나 거짓은 진실 앞에 설 수 없는 것, 다음 공판에서 재판부가 3년의 실형을 선고함으로써 이청환의 무죄 항변은 막을 내리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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