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종교 탐구
세계 종교 탐구 <52> 마리아를 숭배하는 것만 이단, 사이비인가? ②

세계 종교 탐구 <52> 마리아를 숭배하는 것만 이단, 사이비인가? ②

▣ 인간의 처녀생식은 비상식적이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처녀생식이 일어났을 가능성은 추호도 없다. 영국의 과학 저널리스트 로저 하이필드 박사는 그의 저서『예수도 몰랐던 크리스마스의 과학(원제: The Science of Christmas)』에서 인간을 포함한 포유류에서 보고된 생식 사례와 단성생식 실험, 유전학적 한계 등을 검토하며 처녀생식 가능성을 하나씩 따져보고, 최종적으로 자연적인 인간의 처녀생식은 불가능하다고 결론지었다.<자료9> 난자는 정자와 결합해야만 비로소 세포 분열을 시작하고, 배아로 발달할 수 있다. 배아 발생을 시작하게 하는 생물학적 신호가 정자에 의해 제공되기 때문이다. 정자가 없으면 난자는 수정되지 않으며, 수정이 없으면 임신도 시작되지 않는다. 따라서 여성이 혼자 아이를 낳는 ‘처녀생식’은 자연적으로 성립할 수 없다. 처녀생식을 믿고 싶은 이들은 ‘마리아가 여성형 유전자와 남성형 유전자를 동시에 지닌 키메라(chimera)일 가능성’ 등 여러 변수를 제시하지만, 케임브리지 바브러햄 연구소의 월프 레이크는 “처녀 잉태는 생물학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일이다. 가능성이 희박한 사건이 연이어 일어나야 하는데 그렇게 해서 안 될 일이 어디 있겠는가.”라며 희박한 가능성이라도 제안하는 몇몇 가설들에 대해 불신을 표명했다. 런던 국립 의학 연구소의 로빈 로벨-배지도 “처녀 잉태에 관해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설명은 할 수 없다. 그런 설명은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거의 모든 것과 상충할 뿐”이라며 회의적인 견해를 내놓았다. 설령 처녀생식이 성공하더라도 설명할 수 없는 한 가지 문제가 남아있다. 예수의 성별 문제다. 인간의 성별은 수정 순간에 결정된다. 여성은 XX 염색체, 남성은 XY 염색체를 가진다. 수정할 때 난자는 X 염색체만 제공할 수 있지만, 정자는 Y 염색체도 제공할 수 있다. 따라서 남아가 태어나려면 반드시 Y 염색체를 지닌 정자의 개입이 필요하다.<자료10> 그러나 처녀생식으로 태어난 새끼는 모든 유전자를 어머니에게서만 물려받으므로 Y 염색체가 없다. 즉 X 염색체만을 지닌 ‘암컷’만 태어날 수 있다는 것인데, 예수는 ‘암컷’이 아니었다.<자료11> 단성생식 분야의 최고 권위자인 털사 대학의 워런 부스 박사는 “처녀 탄생에 대해 여러 번 질문을 받았지만, 솔직히 말해서 성관계를 갖지 않은 여성이 어떻게 성별에 무관하게 아이를 낳을 수 있는지에 대한 타당한 설명을 찾을 수 없다.”며 한계를 명확히 했다. 과학적 검증에 내몰린 종교는 최후의 보루로써 “신은 전지전능하니 불가능한 것이 없다.” 또는 “당시에 실제 일어났다는데, 이미 지난 일을 과학이 어떻게 검증하느냐?”는 등의 논리를 펼친다. 하지만 이는 ‘무지에 호소하는 논증(argument from ignorance)’, 즉 자신의 주장을 반박할 증거가 없으므로 참이라 주장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지나간 일, 글 속의 사건이라 검증도, 반증도, 재현도 불가능한 것인데, 검증이 불가능한 주장은 학문적으로 ‘사실’이라고 부를 수 없다. 이를 사실로 주장한다면, 전 세계 모든 종교와 신화의 기적, 심지어는 판타지 소설의 내용도 사실이라 주장할 수 있다. 정확한 사실은 현재까지 인간의 처녀생식 사례가 단 한 건도 보고되지 않았으며, 현재에 일어나지 않는 일은 과거에도 일어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 2025년, 마리아의 지위를 격하하다 지난달 4일, 교황청이 가톨릭 신자에게 성모 마리아를 ‘공동 구세주’로 부르지 말아야 한다는 지침을 내리며, 수백 년간의 신학적 논쟁에 종지부를 찍었다. 예수만을 유일한 구원자로 인정하기로 한 것이다. 끊임없는 논란에도 불구하고 마리아 숭배를 유지해 온 오랜 역사에 비하면, 이번 조치는 돌연 마리아의 지위를 격하시킨 것이었다. 2023년 6월 프란치스코 교황은 ‘모든 성모 발현이 진짜는 아니다’라고 선언했고, 작년 5월에는 성모 발현 등 초자연적 현상을 신중히 확인하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하기도 했다. 바티칸 전문가 존 타비스는 이 조치에 대해 “만약 어떤 것이 거짓이거나 초자연적인 것이 아닌 것으로 밝혀지면 많은 사람들을 실망시킬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마리아에 대한 믿음이 조심스러워진 가운데, 가톨릭은 ‘공동 구세주’라는 호칭은 금지했지만, 대신 ‘하느님의 어머니’로 대체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성령으로 잉태하사 동정녀 마리아에게서 나시고…”라는 처녀생식에 대한 믿음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이다. 예수가 처녀생식이 아닌 로마 군인 판테라와의 간음으로 태어났다고 밝힌 켈수스의『참된 가르침』은 처녀생식만 부정한 책이 아니다. 켈수스는 처녀수태, 부활 등 전반적 기독교 교리를 철학적으로 조악하고 사회적으로 위험한 신앙임을 알리고자 했다. 참된 가르침이라는 책의 제목은, 기독교는 거짓을 가르치며 기독교의 허구를 밝히는 이성적 비판이 참된 것이라는 그의 주장을 담은 것이었다. 켈수스는 그리스 철학과 비교하여 기독교가 훨씬 더 나쁘다고 판단했다. 켈수스는 그리스 철학의 대표자로 플라톤을 삼으며 “플라톤은 허풍과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기독교 신학자들의 특징은 허풍과 거짓말”이라고 지적했다. 켈수스는 또한 기독교인들을 “맹목적인 믿음”을 가진 자로 비판했고, 이를 기독교가 “거짓 종교”라는 근거로 삼았다. 그리고 기독교의 주요 교리를 “질문하지 말고 그냥 믿으라”와 “너희 믿음이 너희를 구원할 것이다”로 정리했다. 실제로 성경에는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요 보이지 않는 것들의 증거니(히브리서 11장 1절)”, “주 예수를 믿으라 그리하면 너와 네 집이 구원을 받으리라.(사도행전 16장 31절)”, “딸아 안심하라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 하시니 그 여자가 그 즉시 구원을 받으니라.(마태복음 9장 22절)”등 믿음을 강조하는 내용들이 주를 이룬다. 『종교적 경험의 다양성』의 저자 윌리엄 제임스는 그의 또 다른 대표 저서『믿으려는 의지(The Will to Believe)』에서 ‘때로는 종교적 진실성에 대한 충분한 증거가 없더라도 그 믿음을 받아들이는 것이 합리적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미국의 철학자이자 논리학자인 찰스 샌더스 피어스는『신의 실재에 대한 간과된 논증(A Neglected Argument for the Reality of God)』이란 논문에서 믿으려는 의지를 다음과 같이 비판했다. “논증이란 합리적으로 명확한 신념을 생성하는 데 이르는 사고의 모든 과정을 말한다. 만약 신의 실재와 선함이 전제되고, 종교가 입증되기만 한다면, 그 어떤 것보다도 우월한 선이 될 것이라는 것은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진리다. 그렇다면 우리는 당연히 신의 실재에 대한 어떤 논증이 존재할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다. 그 논거는 진실을 찾기 위해 진지하게 노력하는 모든 이, 지위 높고 낮은 자를 막론하고 누구에게나 명백히 드러나야 할 것이다. (중략) ‘믿으려는 의지’는 사고를 통제하고, 의심하고, 이성을 저울질하는 ‘능동적 의지’를 저해한다. 믿음에 앞서 논증을 거쳐야 할 철학이 사유를 마비시키는 죽음의 씨앗에 오염되는 것을 허용하는 것은 참으로 유감스러운 일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철학의 영역에만 머물지 않았다. 런던 유니버시티 칼리지의 유전학 교수 샘 베리 역시 “근거 없는 믿음은 죄이며, 진리이신 신에 대한 불경이다”라며 증거와 이성을 배제한 신앙을 강하게 경계했다. 위키백과에 의하면 사이비란 “겉으로는 종교의 형태를 띠고 있으나, 내용과 신념 체계가 비과학적이거나 반사회적이며, 교주를 비정상적으로 신격화하고 신도들의 재산을 착취하며 비윤리적인 행위를 저지르는 가짜종교 집단을 가리키는 용어”라고 한다. 그렇다면 여자가 처녀생식을 해서 아들을 낳았다는 비과학적인 신념을 믿는 것은 사이비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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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종교 탐구 <51> 마약과 AI를 찾는 사람들, 드러나는 종교의 민낯 ①

세계 종교 탐구 <51> 마약과 AI를 찾는 사람들, 드러나는 종교의 민낯 ①

21세기, 과학과 이성의 주도 하에 미신은 설 자리를 잃어가는 시대. 종교계에는 현재 수상한 기류가 포착되고 있다. 보다 분명한 종교 체험과 진리를 갈망하던 사람들이 기도와 경전을 뒤로 하고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 나선 것이다. 최근 각종 환각성 마약이 검증된 종교 체험의 수단으로 급부상하고, 세계 각국에서 인공지능(Artifical Intelligence, 이하 AI) 신과 AI 사제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시도는 현대인의 영적 갈증을 해소할 수 있을까? 이번『세계 종교 탐구』에서는 종교계에 번지고 있는 마약과 AI 신을 찾는 흐름이 증명하는 바가 무엇인지 탐구해 볼 것이다. ▣ 현대의 종교인들, 신 대신 마약을 찾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종교인들의 마약 범죄가 잇따라 드러나는 가운데, 이제는 종교 행위라는 명목으로 마약을 합법적으로 사용하려는 시도까지 포착되고 있다. 마약의 해악과 위험성을 깨달은 현대 사회에서, 고의적인 마약의 사용은 비도덕적이고 불법적인 행위로 여겨진다. 더욱이 인류를 바른 길로 인도해야 할 종교에서 마약을 사용한다는 것은 모순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종교가 마약 덕분에 발전했다는 가설이 존재할 정도로 종교는 수천 년 전부터 다양한 마약 식물에 의존해왔다. 마약 식물이란 ‘환각을 유발하거나 정신 상태를 변화시키는 성분을 함유한 식물’을 통칭하며, 대표적으로 대마, 페요테 선인장, 아야와스카, 환각 버섯 등이 있다.<참고 자료1: 마약 식물 토막 상식>이러한 천연 마약들은 현재까지도 일부 종교에서 공개적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심지어 마약이 불법인 국가에서도 ‘종교의 자유’를 내세워 합법적 지위를 확보하는 경우도 있다. ■ 대마 (Cannabis) – 속칭: 마리화나 – 학명: Cannabis sativa – 주요 환각 성분: THC (tetrahydrocannabinol) 마리화나의 어원을 분석한 논문 『‘마리화나’라는 단어의 신비로운 기원』에서는 대마의 스페인어 명칭 마리화나와 성모 마리아의 연관성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마리화나(marijuana) 는 거의 확실하게, 여성 명칭 ‘마리아 후아나(María Juana)’와 비슷한 소리 때문에 생긴 ‘홉슨-잡슨(Hobson-Jobson)’식 차용어로 보인다. (우리나라로 예를 들면 노터치→노다지) 또한 이 이름은 민간어원의 영향을 받았을 수도 있는데, 스페인 아메리카 문화권에서는 여러 약초의 효능을 성모 마리아와 연관시키는 전통이 있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인 예로, 환각 성분을 가진 식물 살비아 디비노룸(Salvia divinorum) 은 ‘스카 마리아 파스토라(ska Maria Pastora, 목자 마리아의 풀)’로 불린다.” ■ 페요테 선인장 (Peyote) – 학명: Lophophora williamsii – 주요 환각 성분: 메스칼린 (Mescaline) 북미 원주민의 종교 의례에서 신성한 식물로 사용되는 페요테는 강력한 환각 성분 메스칼린을 함유한 소형 선인장이다. 페요테는 줄기 상단 부위를 말려 먹거나 차로 마시며, 저녁부터 밤새 진행되는 치유의식 동안 섭취한다. ■ 아야와스카 (Ayahuasca) – 학명: Banisteriopsis caapi (덩굴) Psychotria viridis (잎) – 주요 환각 성분: DMT (N,N-Dimethyltryptamine) 아야와스카는 아마존 원주민들이 오랫동안 영적·치유 의식에 사용해 왔으며, 아야와스카 덩굴과 차크루나 잎을 함께 끓여 차의 형태로 섭취한다. ■ 환각 버섯 (Psilocybin mushroom) – 속칭: Magic mushroom – 학명: Psilocybe semilanceata – 주요 환각 성분: 실로시빈 (Psilocybin) 환각 버섯은 환각 성분 실로시빈을 함유한 버섯으로, 섭취 시 실로신으로 전환되어 환시·지각 변화·강렬한 내적 체험을 유발한다. 예를 들어 아메리카 원주민 교회는 종교 의식에서 향정신성 물질 메스칼린을 함유한 선인장 페요테를 말려서 씹어먹거나 차로 우려내 마신다. 신도들은 페요테를 ‘페요테 정령’으로 인격화하여 기독교의 예수와 상응하는 인디언의 예수, 또는 예수 그 자체로 믿는다. 이 페요테는 미국에서 엄격한 규제등급인 1급(Schedule I) 마약류로 분류되지만, 1994년 미국 원주민 종교 자유법은 페요테를 교회에서 사용하도록 허용했다. 지난 5월에는 미국 워싱턴주의 가이아 교회가 종교 자유 회복법을 근거로 규제등급 1급 마약 아야와스카 사용을 마약단속국에 허가받았다. 이들은 아야와스카를 우려낸 차를 마신 후 신을 보고, 느끼고, 엿보거나 감지했다고 믿으며, 환각제를 ‘신에게로 가는 리프트’라고 주장했다. 지난 8월 미국 유타주에서는 환각 버섯을 사용하는 종교가 마약을 압수하려는 경찰을 상대로 승소했다. 환각 버섯을 우려낸 차를 마시는 것이 진실된 종교 활동이며,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지 말라는 종교 측 주장이 받아들여진 것이다. 종교의 자유라는 무기는 마약의 합법화를 강행시켰고, 덕분에 환각에 취하는 범죄 행위가 종교인에게는 ‘신을 만나는 신성한 행위’로 둔갑할 수 있게 되었다. 한 사례에서는 마약 범죄로 법정에 선 성직자가 마약의 동기로 신앙의 위기를 내세웠다. 지난달 23일, 오스트리아의 한 신부가 마약을 제조하려 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기소장에 따르면, 신부는 사제관에서 1kg 분량의 필로폰을 제조하려다 실패하고는, 구입한 원료와 장비를 사제관에 그대로 보관하다 목격자의 신고로 적발되었다. 신부의 변호인 아스트리드 바그너는 범행 원인으로 “영적 위기(spirituelle Krise)”를 들며 “피고인이 교회에서 더 이상 마음의 평안을 얻지 못했다.”, “어차피 제조에 실패하지 않았느냐”며 선처를 요구했다. 신부 본인도 “당시 저는 영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인생의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었습니다.”, “제가 하는 일이 그저 연극일 뿐이라는 것을 알고, 교회를 떠나고 싶었습니다.”라고 진술했다. 신앙의 길을 택한 성직자가 왜 영적 위기의 상황에서 신이 아닌 마약을 찾았던 것이며, 마약은 정말 신부에게 신앙에 도움이 되는 물질이었을까? 최근 심리학·신경과학 분야에서는 ‘마약이 종교 체험 및 영적 각성을 유도함’을 증명하려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 마약이 보여주는 환각을 종교 체험으로 믿다. “실로시빈과 성스러운 체험에 대한 연구 조사에 참여할 성직자를 모집합니다.” 이는 미국의 한 기독교 잡지에 실린 존스홉킨스대와 뉴욕대 연구팀의 실험자 모집 광고였다. 광고를 본 성공회 사제 헌트 프리스트는 실험에 자원한다. 영적인 삶에 무언가가 부족하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던 참이었기 때문이었다. 프리스트씨를 비롯해 영적으로 신비로운 경험에 목말라 있을 가능성이 높은 사람들이 모집되었고, 2025년 5월, 연구팀의 논문 『다양한 세계 주요 종교 성직자의 종교적, 영적 태도와 행동에 대한 실로시빈의 효과』가 공개되었다. 실험 대상은 세계 4대 종교 성직자 중 이전에 환각제 경험이 없었던 사람들로, 기독교 성직자(가톨릭 신부, 성공회 신부, 개신교 목사 등), 이슬람 이맘, 유대교 랍비, 불교 승려 등이 참여 했다. 참가자들에게 환각 버섯의 마약 성분인 실로시빈을 알약으로 투여한 후 종교적·심리적 변화 등을 조사했는데, 분석 결과 대조군과 비교하여 실로시빈을 투여받은 참가자들은 종교적, 영적 삶과 관련된 다양한 영역에서 유의미한 개선이 있었다고 답했다. 또한 참가자들은 실로시빈 경험 중 적어도 하나를 자신의 삶에서 가장 영적으로 중요한 경험(96%), 가장 신성했던 경험(92%), 가장 심리적으로 통찰력 있는 경험(83%), 가장 심리적으로 의미 있는 경험(79%)으로 믿는다고 평가했다. 논문에는 통계적 차트와 결과만 공개되어 있어, 실험자들의 경험에 대한 자세한 묘사는 알 수 없다. 그런데 현대 환각제 연구를 대중화한 책『마음을 바꾸는 방법』의 저자 마이클 폴란이 위 논문의 연구자와 실험 참가자들을 직접 만나 논문에서는 볼 수 없던 생생한 경험과 연구 배경을 인터뷰로 기록했다. 그리고 그 내용이 미국의 시사·문화 매거진『뉴요커』에〈이것은 마약에 취한 당신의 사제다〉라는 제목의 칼럼으로 게재되었다. 마이클 폴란의 칼럼에 의하면, 연구자 중 한 명인 임상 심리학자 리처즈 박사는 “환각제는 사람들이 교리의 기원을 이해하도록 도와준다.”, “환각제를 바라보는 한 가지 방법은 현재에 일어나는 계시로 보는 것이다.”라고 연구 배경을 밝혔다. 실제로 실험참여자 중 멕시코 출신의 한 가톨릭 신부는 “예수님으로부터 직접 말씀을 들었다”고 증언했고, 성공회 신부 헌트 프리스트도 신과의 만남을 경험했다고 증언했다. 프리스트는 실로시빈을 복용한 후 모자이크를 연상시키는 아름다운 프랙탈 패턴으로 환각이 시작되었고,<자료1> 생전 처음으로 방언을 했다고 증언했다. “정수리에서 전기가 뿜어져 나오는 듯한 느낌이 들더니, 종교적이고 영적이고 신성한 소리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방언으로 말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는데, 방언은 성공회에서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또 다른 성공회 신부 그레고리는 “제가 해왔던 일을 정말로 믿지 못했던 것 같아요.”, “전례가 싫었어요. 정말 두려웠어요. 기계적인 거였고, 가면을 쓰고 해야 하는 일이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훨씬 더 의미 있고 만족스럽습니다.” 라며 마약 체험 소감을 밝혔다. 그에게 ‘이 변화가 작은 파란색 캡슐 때문에 일어났다는 사실을 어떻게 이해하는지’ 묻자, 그는 “(이 변화는) 알약을 통해 왔지만, 그 알약은 하느님의 손길, 즉 축복을 받은 것이었습니다.”라고 답했다. 이번 연구는 성직자들을 대상으로 한 최초의 실험이라는 점에서 의의(意義)가 있으며, 이번 연구 이외에도 환각제와 종교 경험의 연관성을 찾는 일련의 연구들은 이전부터 계속되어 왔다. 그리고 대부분 환각 물질이 종교 체험을 유도(誘導,induce)한다는 일관된 결과를 보였다. 그러나 이러한 연구의 결과는 늘 논란의 대상이 되었다. 현대 의학은 마약의 증상과 작용 메커니즘을 대부분 파악하고 있고, 마약이 일으키는 환각이 ‘헛것을 보거나 느끼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따라서 마약으로 유도된 환각은 종교적 경험이 아니라 과학적 결과이며, 결국 헛것에 불과하다는 결론에 이를 수 있다. 종교계에서도 “마약을 신의 능력과 동일시한다”며 신성모독이라 분노하고 연구 결과를 부정하는 경우가 있다. 과학의 입장이든 종교의 입장이든 ‘마약으로 유도된 체험을 진정한 종교 경험이라 할 수 있는가’ 하는 논란이 계속되는 것이다. 위 논란에 대해 진정한 종교적 경험이 맞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종교적 경험의 다양성』의 저자 윌리엄 제임스가 제시한 ‘뿌리와 열매(Roots and Fruits)’ 개념을 자주 인용한다. <자료2> 종교적 체험의 가치는 그 체험이 비롯된 ‘뿌리’가 아니라 그것이 가져온 결과인 ‘열매’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이다. 예를 들어 ‘다마스쿠스로 가는 길에 환상을 본 바울 이야기’의 경우 “의학적 유물론은 다마스쿠스로 가는 길에서 사도 바울이 본 환상을 후두엽 피질의 방전성 병변이라고 부르며, 그가 간질병을 앓고 있다고 설명한다.”<자료3> “바울의 깨달음이 발작 때문인지, 아니면 신과의 진정한 만남 때문인지는 확신할 수 없다. 하지만 그 경험은 바울의 삶을 변화시켰고, 바울은 기독교 박해자에서 초기 교회 지도자로 전향했다. 따라서 체험의 주관적인 경험의 의미와 중요성이 그 생리학적 기원에 때문에 축소되어서는 안된다.”라는 설명이었다. 이는 “신비 체험의 가치는 그 촉발 원인이 약물·질병·명상 중 무엇이든 중요치 않다”는 『신비주의와 철학』의 저자 월터 스테이스의 견해와도 일치한다. 그러나 이러한 해명은 ‘신성모독’이라는 종교계의 불만만 잠재울 수 있을 뿐, ‘명백한 헛것을 믿는 것이 옳은지’ 묻는 과학계의 근본적인 질문에는 여전히 대답을 들려주지 못한다. 과학계는 오히려 ‘환각제가 잘못된 통찰과 믿음을 유발한다’는 논문으로 스스로 답했다. 2024년 네이처 산하 학술지 「커뮤니케이션즈 사이콜로지」에 발표된 연구『환각제가 유발하는 잘못된 통찰과 믿음에 관한 통합 이론(An Integrated theory of false insights and beliefs under psychedelics)』에 따르면, 환각제는 착각이 진짜처럼 느껴지게 만들어 잘못된 믿음을 낳을 수 있으며, 임상적으로 환각제가 만든 통찰 중 일부는 검증되거나 반증하기 어려우므로, 사실에 합치하는 믿음과 아닌 것을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경고했다. 실로시빈 복용 실험 참가 후 기독교 환각 협회를 설립한 헌트 프리스트 신부는 ‘어떻게 하면 진짜 계시와 약물로 인한 환각을 구별할 수 있는가?’하는 질문에 다음과 같이 답했다. “환각제 사용 후 사람들이 겪은 경험은 실제입니다.”, “제 몸에서 일어난 일과 제가 그것에 부여한 의미는 환각이 아니었습니다. 성경의 많은 부분도 비일상적인 의식 상태에 관한 것입니다. 예를 들어, 요한계시록 전체, 성경에 기록된 꿈, 요한복음에 나타난 예수님의 부활, 모세와 불타는 떨기나무, 다마스쿠스로 가는 길의 바울, 별을 따라가는 동방박사들 등이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왜 사람들은 여전히 하느님께서 우리의 환상, 꿈, 그리고 기묘한 경험을 통해 일하신다고 생각하지 못하는 걸까요?”라 반문하며 답변을 마무리했다. 그런데 그의 의문과 달리, 초기 기독교가 환각 물질을 사용하며 발달했음을 주장하는 다양한 저서와 학자들은 꾸준히 있어 왔다. 그들의 주장이 하나의 가설로만 취급되거나 주류 역사가들에게 비판받으며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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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종교 탐구 <51> 마약과 AI를 찾는 사람들, 드러나는 종교의 민낯 ②

세계 종교 탐구 <51> 마약과 AI를 찾는 사람들, 드러나는 종교의 민낯 ②

▣ 예수와 성경 속 인물들도 마약을 사용했다 고대 종교 의례를 연구하는 보스턴 대학교의 칼 럭 교수는 “성경 속 인물들이 마약을 사용했다는 주장은 놀랍게도 근거가 있다”며 〈예수에게서 대마초 냄새가 났는가?(Was there a whiff of cannabis about Jesus?)〉라는 제목의 칼럼을 영국의 일간지 더 타임즈에 기고하였다. 그는 글의 상당 부분에서 크리스 베넷의 저서『섹스, 마약, 폭력, 그리고 성경』의 내용을 인용했는데, 크리스 베넷은 예수의 사역이 ‘정신을 변화시키는 물질’에 의해 촉진되었고, 눈과 피부 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대마 오일을 사용했으며, 예수를 지칭하는 말인 ‘그리스도(기름부음 받은 자)’는 예수가 대마 오일로 기름부음을 받은 데서 유래되었다고 주장했다. 칼 럭은 인류 역사 대부분의 종교들이 환각제를 사용했음을 지적하며, 기독교만 예외라고 보는 것이 오히려 비합리적이라고 비판했다. 고대에는 중동 전역에서 대마초가 널리 재배되었고, 대마 외에도 고대인들은 약초의 효능과 제조법에 대해 우리보다 훨씬 잘 알고 있었다. 그들은 분명히 마약 식물들의 환각 효과를 알고 있었고. 당시 많은 종교에서 포도주나 맥주에 환각제를 첨가해 섭취하는 의식을 행했다. 칼 럭은 초기 기독교가 세력을 키울 당시, 신도들을 얻기 위해 로마의 다른 종교들과 치열하게 경쟁을 해야 했고, 자신들의 종교 의식과 유사한 기존 종교의 의식을 모방하고 흡수했을 가능성을 제시하며, 훗날 로마 가톨릭교회로 발전하게 될 다양한 종파에서 세례, 서품식, 성찬식에 사용 가능한 모든 종류의 엔테오젠(종교적 환각 유발 물질)을 사용했을 것이라고 적었다. 칼 럭은 또한 이집트에서 발견된 초기 기독교 문서는 신약성서보다 더 정확한 기록으로 여겨지는데, 거기에는 예수를 ‘마법 식물을 이용한 의식을 통해 깨달음을 전파한 황홀경에 빠진 반항적인 현자’로 묘사했다고 덧붙였다.(Early Christian documents found in Eygpt, thought to be a more accurate record than the New Testament, portray Jesus as an ecstatic rebel sage who preached enlightenment through rituals involving magical plants.) 그리고 지금은 ‘성체’라고 부르는 빵이 과거에는 환각 버섯이었을 가능성도 언급했다. 초기 기독교인들이 환각 버섯과 그 버섯이 불러일으킨 영적 환상과 황홀경을 성찬식 식사로 나누었는데,(What we now call the host might have been more than just bread. There are indications that early Christians shared magic mushrooms —and the spiritual visions and ecstasies they occasioned — as their eucharistic meal.) 그 증거로 이탈리아 북부 아퀼레이아의 한 성당에서 발견된 4세기 모자이크에 그려진 버섯 바구니를 제시했다.<자료4> 칼 럭은 “빵을 먹고 포도주를 함께 나누는 것은 기독교의 핵심 의식이며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예수와 제자들이 최후의 만찬에서 정확히 무엇을 먹었는지 우리는 결코 알 수 없다.”고 지적하며, 그렇다면 그들이 그리스도의 피를 마셨다고 믿는 것이 사실 환각은 아니었는가 하는 암시를 남기며 글을 마무리했다.(as they believed they were drinking the blood of Christ, we must accept it was — if not actually hallucinatory —at least fortified by God.) 초기 기독교가 성찬식에 환각 버섯을 사용했다는 주장은 영국의 고고학자 존 알레그로의 저서 『신성한 버섯과 십자가』에도 소개된다. 알레그로는 초기 기독교는 실제로 버섯 숭배 의식이었으며 예수는 실제 인물이 아니라 환각 버섯을 의인화 한 존재였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성찬식의 빵과 포도주도 환각 의식이었으며, 예수의 부활은 버섯의 짧은 수명과 빠른 생장 능력을 나타내는 것이라 주장했다. 그의 주장은 다소 급진적이라는 평가도 받지만, 당시 근동 지역에서 환각제가 종교 의식에 사용되었다는 사실은 학계에서 인정받고 있다. 브라이언 무라레스쿠의 저서『불멸의 열쇠(The Immortality Key)』는 초기 기독교 성찬식 포도주에 환각제가 들어갔다는 가설을 탐구하는 책으로,<자료5> 저자는 고대 그리스의 환각 의례가 초기 기독교로 어떻게 확산되었는지, 약 12년 간 연구했다. 무라레스쿠는 먼저 환각 물질을 함유한 음료를 통해 신과 합일되는 체험은 인류 역사 전반에서 매우 보편적이었음을 설명하고, 기독교가 형성되던 시기 그리스와 로마 전역에서 행해진 신비 의식 사례들을 소개한다. 예를 들어 엘레우시스 신비의식에서는 마약 LSD와 유사한 환각 작용을 보이는 맥각이 들어간 술 키케온을 마셨고, 디오니소스 축제에서도 맥각을 첨가한 포도주를 마셨다. 이때 포도주를 마시는 것은 디오니소스의 피를 마시는 것으로 여겨졌다. 무라레스쿠는 이러한 환각 의례 전통과 기독교 성찬식 사이의 연속성을 추적하며, 초기 기독교 약 300년 동안 성찬식의 포도주에 환각 성분이 포함되었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결론 짓는다. 이와 같이 환각제의 사용으로 기존 종교가 형성된 선례들은 마약을 찾는 종교계의 최근 동향과 맞물려 중대한 윤리적 우려를 낳는다. 실로시빈 추종자가 된 익명의 신부는 “만약 환각제가 사람들을 다시 하나로 모으고 교회로 돌아오게 할 수 있다면, 고대의 방식과 식물성 약물, 현대 기술, 그리고 종교를 조화시키는 것이 사회적 병폐를 치유하는 길이 될지도 모른다”며 마약의 사용을 옹호했다. 그러나 인류는 이미 마약이 사회를 어떻게 파괴하는지 처절한 대가를 치르고 깨달았고,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며 마약을 ‘사회적 병폐’로 규정하는 도덕적 기준을 세운 바 있다. 환각을 ‘영적 체험’이라 부르며, 마약이 보편화 되는 길을 ‘치유’라 포장한다면 인류가 오랜 실패 끝에 세워 온 도덕적 기준을 무너뜨릴 것이다. 종교의 본질은 환각 체험이 아니라 인류의 구원과 올바른 도덕적 방향을 제시하는 데 있다. 환상에 마음을 뺏기면 진실을 잃을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 신 대신 AI에게 진리를 구하다 이제는 종교가 아니라 AI에게 지혜와 진리를 묻는 시대에 접어들었다. 미국에서는 이미 AI를 신으로 예배하는 종교단체가 설립되었으며, 스위스의 한 교회에서는 AI ‘예수’가 고해실에서 신도들을 맞았다. 독일의 한 교회에서는 AI 목사가 예배를 이끌었고, 일본의 불교 사원에는 로봇 승려가 신자들을 맞았다.<참고자료2: AI를 찾는 종교인들> 기존 종교가 충족시키지 못하는 진리 탐구의 요구가 점점 커져 가는 오늘날, 종교계에서도 방대한 지식과 통합적 사고를 갖춘 AI의 도움을 구하려는 움직임이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작년 말, 스위스 루체른의 성 베드로 교회는 약 두 달간 고해성사실에 ‘AI 예수’를 설치해 시험 운영하였다. 이는 루체른 응용과학대학교와 협력해 진행한 ‘기계 속의 신(Deus in Machina)’ 프로젝트 일환이었다. 방문객들은 스크린을 통해 홀로그램 ‘예수’ 아바타를 바라보며 고민을 털어놓았고 두 달 동안 1000명 이상이 방문했다. 230명의 방문객이 피드백을 남겼는데, 피드백 중 약 3분의 2는 AI와의 대화에서 ‘영적 경험’을 느꼈다는 소감을 밝혔다. 루체른 가톨릭 교구가 공개한 프로젝트 요약에 따르면, 방문객 대부분은 기독교인이지만 불가지론자, 무신론자, 무슬림, 불교도, 도교도도 참여했다. 질문의 예시로는 “죽음 이후에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신은 정말 존재하는가?”, “교회 내 학대 사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등이 있었고, 기록된 약 900건의 대화는 ‘우리 시대의 실존적, 종교적, 영적인 요구를 엿볼 수 있게 해 준다’고 평가했다. 2023년 9월 독일 바이에른주의 성 바울 교회에서는 AI가 예배를 인도하는 실험적 예배가 진행됐다. 제단 앞 대형 스크린에 수염을 기른 흑인 남성의 모습을 한 AI 목사가 등장해 신자들과 마주했다. AI 목사는 40분 동안 설교, 기도, 찬송까지 주도하며 예배 전체를 이끌었다. AI가 진행한 예배에 대한 반응은 호불호가 갈렸다. 신자와의 소통 없이 감정 없는 말투로 전달하는 설교에, “마음도 없고 영혼도 없는 예배 경험이었다”며 불쾌함을 토로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말씀이 인상깊다거나 생각보다 자연스럽게 잘 작동했다며 만족하는 사람도 있었다. 미국 빌라노바대의 가톨릭 신학자 일리야 델리오는 “로봇 사제의 최대 장점은 성범죄를 일으킬 수 없다는 점”이라며 AI 사제가 인간보다 나은 점을 분명히 했다. 국내 신학 논문 『인공지능 시대의 예배와 설교』에서는 인공지능도 결국 인간 지식의 한 부분일 뿐이라는 한계를 지적하는 한편, AI 시대에 ‘사람 설교자’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성령과 교통(交通)하고 성령이 주시는 지혜로 설교를 준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런데 ‘성령과의 교통’이 사람 설교자의 우월성 근거라면, 그 소통이 입증되지 않는 순간 사람 설교자는 AI보다 나을 이유가 없을 것이다. 2017년, 전 구글 엔지니어가 AI 신을 개발하고 있다는 기사가 영국 가디언지에 보도되었다. 구글 자율주행차 프로그램을 창립했던 기술자 안토니 레반도프스키는 ‘사회 개선’을 위해 인공 지능을 기반으로 한 신을 개발할 것이라고 밝히며, ‘미래의 길(Way of the Future)’이라는 비영리 종교 단체를 설립했다. 신학 논문『인공지능 시대의 예배와 설교』에서는 AI 종교단체를 만든 레반도프스키의 행보에 대해, 실리콘 벨리의 기존 교회들이 종교의 기능을 상실했기 때문이라는 가디언지의 분석을 인용한 후, 그가 세상의 지식이 아닌, 자신을 지키고 인도해 줄 초월적인 지식을 갈구했고, 성경에 나오는 용어로 표현하자면 인공지능 시대 정보의 홍수와 압력으로부터 자유함을 얻으려고 ‘하늘이 주는 영의 지식’을 갈구하고 있는 것이라 분석했다. 트랜스휴머니즘 운동가 이슈트반은 AI 기반 신이 기존의 신 개념보다 더 합리적이고 매력적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며 “이 신은 실제로 존재하며 우리를 위해 일해주기를 바랍니다.”라고 덧붙였다. 가디언지도 “전통 종교가 답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AI, 적어도 AI가 약속하는 바가 더 매력적일 수 있다.”며 기사를 마쳤다. 마약으로 ‘영적 각성’을 모방하고, AI를 ‘신적 대안의 매개’로 삼으려는 최근의 경향은 단순한 일탈의 범주를 넘어, 현대 종교가 직면한 위기를 극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더욱 분명한 신과의 교감, 더욱 분명한 진리 제시를 원하는 현대인들의 영적 갈증 앞에, 종교가 무기력해졌음을 드러내는 중대한 징후인 것이다. 신과의 만남을 약물의 환각에 기대고, 진리의 탐구를 알고리즘에 맡기는 움직임은 기존 종교가 더 이상 스스로 영적 지도를 제시할 수 없다는 방증이며, 이는 목적과 방향을 잃은 채 성공하겠다는 것과 같다. 신자들의 영적 갈증을 해결하지 못하는 종교가 신도들을 이끌 자격이 있을까? 마약과 AI에 의존하는 안내자가 이끄는 길에 천국이 있을지, 그 길의 종착지가 어디일지 냉정하게 판단해보아야 할 것이다.

세계 종교 탐구 <50> 영적 존엄을 논할 권리, 역사의 심판대에 세우다 ②

세계 종교 탐구 <50> 영적 존엄을 논할 권리, 역사의 심판대에 세우다 ②

▣ 난민 수용, 신도 수 유지 수단인가 레오 14세 교황 이전부터 교황청은 난민 수용 문제로 비판받아 왔다. 베네딕토 16세 교황이 2008년 미국 방문 당시 이민 문제를 언급했을 때, 당시 공화당 하원의원이었던 톰 탠크레도는 교황을 “종교 기반 마케팅”이라고 비난했다. 베네딕토 16세가 이민자들을 환영한다는 발언은 ‘복음을 전파하는 것보다는 교회의 새로운 구성원을 모집하는 것에 더 가깝다’는 것이었다. 2015년 […]

세계 종교 탐구 <50> 영적 존엄을 논할 권리, 역사의 심판대에 세우다 ①

세계 종교 탐구 <50> 영적 존엄을 논할 권리, 역사의 심판대에 세우다 ①

2015년 9월, 한 시리아 난민 아동의 주검 사진이 전 세계 소셜미디어와 신문 1면을 뒤덮었다. 해변에 얼굴을 묻은 채 엎드려 죽어 있는 두 살배기 아이 알란 쿠르디의 사진이다. <자료1> 시리아 내전을 피해 지중해를 건너던 중 보트가 전복되며 익사한 시신이 튀르키예 해변까지 떠내려온 것이었다. 이 비극적인 사진은 국제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키며 세계의 난민 존엄성에 대한 인식을 바꾸었고, […]

세계 종교 탐구 <49> 믿음이 욕망에 포로로 잡힐 때 ①

세계 종교 탐구 <49> 믿음이 욕망에 포로로 잡힐 때 ①

세계 종교 탐구 <49>

“나는 그런 삶을 살려고 수도회에 들어간 게 아니었습니다. 나는 하느님을 섬기고 싶었어요. 거기에서 학대는 철저히 계획되고 조직된 것이었습니다. 내가 아직 견습 수녀였을 때, 영성 지도 신부와 성관계를 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야만 수녀 서약 준비를 도와준다는 것이었습니다. 신부는 나를 도와주는 조건으로 성관계를 요구했습니다. “네가 서약하려면 내가 도와줄게. 대신 넌 구원을 위해 노력해야 해” 내가 […]

세계 종교 탐구 <49> 믿음이 욕망에 포로로 잡힐 때 ②

세계 종교 탐구 <49> 믿음이 욕망에 포로로 잡힐 때 ②

세계 종교 탐구 <49>

■ 피해자를 비난하고 책임을 묻다 논문은 또한 피해 사실을 고발할 때, 오히려 피해자를 비난하고 책임을 묻는 문화를 지적했다. 여성 성직자나 교육 중인 여성이 신체적 폭력, 성폭력, 권력 남용 등에 대한 자신의 경험을 고발할 때, 대부분의 경우 그들은 신뢰받지 못한다. 오히려 사제의 이미지나 명성을 훼손하려 한다고 비난 받을 수 있다. 때때로 피해자들이 사제를 먼저 유혹했다고 취급하기도 […]

해외 종교 칼럼&기사 Review 르완다 집단학살, 벨기에 가톨릭 사제와 대량학살의 신학<2>

해외 종교 칼럼&기사 Review 르완다 집단학살, 벨기에 가톨릭 사제와 대량학살의 신학<2>

A Belgian Catholic priest and the theology of genocide

다음은 르완다 언론 뉴타임즈에 게재된 톰 은다히로의 칼럼이다. 1994년 7월 26일, 르완다 애국 전선(RPF)이 투치족에 대한 대량학살을 종식시키고 민족 통일 정부를 수립한 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은 시기, 벨기에의 가톨릭 사제 필리프 드 도를로도(Philippe de Dorlodot)는 의도적으로 도발적인 제목의 글을 썼다: “르완다 지옥에 대한 몇 가지 진실(Quelques vérités sur l’enfer rwandais)”. 도를로도는 사제로서의 권위를 무기 […]

해외 종교 칼럼&기사 Review 르완다 집단학살, 벨기에 가톨릭 사제와 대량학살의 신학<1>

해외 종교 칼럼&기사 Review 르완다 집단학살, 벨기에 가톨릭 사제와 대량학살의 신학<1>

A Belgian Catholic priest and the theology of genocide

– 이번 해외 종교 칼럼&기사 Review에서는 2025년 7월 24일 르완다 일간지 뉴타임즈에 게재된 ‘벨기에 가톨릭 사제와 대량학살의 신학’을 실었습니다. – 칼럼을 소개하기 전, 칼럼의 배경이 되는 르완다 대학살의 역사와 배경을 간략히 정리하였습니다. 지금으로부터 31년 전, 르완다에서는 약 100일 동안 100만 명이 목숨을 잃는 20세기 말 최악의 대학살이 벌어졌다. 일반적으로 ‘르완다 대학살’이라 불리는 이 집단학살의 정식 […]

세계 종교 탐구 <48> 고해성사, 누가 누구를 용서하며, 누구를 위한 수단인가-②

세계 종교 탐구 <48> 고해성사, 누가 누구를 용서하며, 누구를 위한 수단인가-②

세계 종교 탐구 <48>

■ 고해성사로 범죄를 은폐하다 다음은 10대 초반 시절 본당 신부와 몇 주 동안 여행하면서 성적으로, 신체적으로 학대를 당한 마크 트로포드의 이야기다. “저는 다른 신부들에게 고해성사하며 학대 사실을 알리고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그들이 개입하여 이 학대를 멈추게 해주기를 진심으로 바랐습니다. 어렸던 저는 신부가 하는 일이 잘못된 일이라며 그만두라고 말할 것을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일은 절대 없었어요. 기도 […]

세계 종교 탐구 <48> 고해성사, 누가 누구를 용서하며, 누구를 위한 수단인가-①

세계 종교 탐구 <48> 고해성사, 누가 누구를 용서하며, 누구를 위한 수단인가-①

세계 종교 탐구 <48>

미국은 현재 한 아동학대 방지법의 시행을 앞두고 가톨릭교회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논란이 되고 있는 법은 지난 5월 워싱턴주에서 통과된 ‘성직자의 아동 학대 신고 의무법’이다. 성직자가 아동학대 사실을 알게 된 경우 이를 의무적으로 신고해야 한다는 내용인데, 이는 그동안 신성불가침의 영역이라며 눈감아주던 고해성사의 비밀을 도마 위에 올린 것이었다. 가톨릭 측에서는 자신들의 신성한 종교 의식을 사실상 무력화시키는 것이라며 […]

세계 종교 탐구 <47> 예언, 신의 권능을 가장한 기만의 역사-②

세계 종교 탐구 <47> 예언, 신의 권능을 가장한 기만의 역사-②

세계 종교 탐구 <47>

▣ 신의 권능에 대한 갈망과 현실 예언뿐만 아니라 종교에서 배운 기적이 현실에서도 일어난다고 믿고싶어 하는 다른 사례들이 많다. 지난 4월, 미국 인디애나주의 한 가톨릭교회에서는 성찬용 밀떡에서 붉은 액체가 흘러나왔다며, 밀떡이 예수의 피로 변한 것이라 주장했다. 이들은 성체의 기적이 일어난 것이라며 감격했고 기적의 증명을 기대하며 생화학적 분석을 의뢰했다. 그러나 분석 결과, 인간의 손에서 흔히 발견되는 곰팡이와 […]

세계 종교 탐구 <47> 예언, 신의 권능을 가장한 기만의 역사-①

세계 종교 탐구 <47> 예언, 신의 권능을 가장한 기만의 역사-①

세계 종교 탐구 <47>

지난 4월, 로마 가톨릭교회의 교황 프란치스코가 88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세간의 관심은 자연스레 차기 교황과 가톨릭의 미래에 옮겨갔고, 이를 내다보았다는 옛 예언들이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 예언들은 실제로 미래를 맞췄을까? 이번 『세계 종교 탐구』에서는 최근 언급된 몇 가지 예언들을 알아보고, 21세기인 오늘날에도 이런 예언들이 사라지지 않고 끊임없이 언급되는 현상이 방증하는 것은 무엇일지 탐구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