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종교 탐구<44> 예수 탄생의 진실을 찾아서: 빼앗은 탄생일과 빼앗지 못한 진실에 대하여-②
▣ 여전히 예수의 생일로 주장하다
12월 25일이 예수의 생일이 아니며 로마 태양신들의 생일이라는 것은 신학자들과 역사학자들도 인정하는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크리스마스는 예수의 생일로 꾸준히 기념되어 왔고, 앞으로도 계속될 예정이다.
우선 예수의 탄생은 기독교에서 중요한 사건이다. 예수의 탄생이 기독교 역사의 시작이며, 탄생이 없다면 부활도 주장할 수 없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2년 크리스마스 전야 강론에서 예수 탄생의 의미를 설교했다. 교황은 “구유(성경에서 예수가 태어났다는 장소로, 가축에게 먹이를 주기 위해 나무나 돌로 만들어진 여물통)는 작고 하찮아 보이지만 그리스도께서 이 세상에 오셨다는 표징이다.”, “성탄은 하느님께서 우리 가까이에 계시다는 것을 뜻한다”며 “믿음이 다시 태어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크리스마스가 마치 실제로 예수가 태어난 날인 것처럼 설교하는 교황의 태도는, 기독교가 앞으로도 계속 크리스마스를 믿도록 가르치고 기념할 것임을 보여준다.
또한 크리스마스는 종교적으로, 금전적으로 기독교에 많은 이득을 제공한다. 크리스마스 시즌 동안 많은 교회가 다양한 행사를 개최하는데, 이는 교회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고 새로운 신도들을 유치하는 기회가 된다. 이는 기부금이나 헌금의 증가로 이어져 교회의 재정 증대에 도움이 된다. 또 개신교에서는 ‘성탄 감사헌금’, 가톨릭에서는 ‘주님 성탄 대축일 감사금’이라는 이름으로 따로 받는 크리스마스용 헌금도 교회의 큰 수입원이 된다.<자료7> 또 크리스마스는 기독교를 홍보하고 각인시키는 수단이 된다. “크리스마스는 백화점에서 온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크리스마스 특수를 노리는 기업과 상인들의 잇속과 맞물려,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신자들은 물론 비종교인들까지 기독교 문화에 손쉽게 노출되게 된다. 이는 비종교인들에게 무의식적으로 기독교 문화를 익숙하게 만들며, 지속적으로 예수의 탄생을 상기시키는 작용을 한다. 12월 25일을 예수의 생일이라 속인 대가는 이렇게 기독교에 여러 이익을 가져다 준다. ‘사람을 기망(欺罔, 속임)하여 상대방의 착오 있는 의사를 이용,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기타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는 것’은 ‘사기죄’에 해당하나, 믿음은 사기라는 죄의식을 마비시켰다.
종교의 자유가 보편화된 현대사회에서 기독교 문화에 대한 강제 노출은 비기독교인의 종교적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서 문제가 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문제가 제기된 적이 있다. 우리나라는 기독교 문화권이 아닌 비유럽 국가임에도 중국, 일본과 달리 성탄절이 공휴일인 나라다. 이에 한 청구인은 “성탄절을 공휴일로 지정하는 것은 헌법 제20조 제2항의 정교분리원칙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특정종교 기념일에 대해서만 공휴일을 인정하여 다른 종교와 차별하는 것으로서 헌법상 평등권 및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헌법재판소에 위헌 확인을 요청했다. 그러나 청구기간(법령이 시행된 날로부터 1년 이내)이 경과되었다는 이유로 이 심판청구는 각하되었다.
미국과 유럽의 경우, 연말에 “메리 크리스마스” 대신 “해피 홀리데이즈”라고 인사하는 추세다. 특정 종교의 행사인데 이를 연말 인사로 통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으니, 유대인의 축제 ‘하누카’(Hanukkah·2024년 12월 25일~1월2일), 흑인의 축제 ‘콴자’(Kwanzaa·12월 26일~1월 1일) 등을 포함해 ‘해피 홀리데이즈’라고 하자는 것이었다. 이에 교황청은 “서양의 기독교적 뿌리를 부정하지 말라”며 격하게 반발했다. 그런데 크리스마스의 뿌리는 기독교에서 빼앗은 태양신의 탄생축일이다. 뿌리를 부정하지 않는다면, 크리스마스는 태양신의 이름을 넣어
“해피 미트라마스”라고 해야할 것이다.
크리스마스 기념이 계속될 것이라는 확실한 근거는 기독교에서 이날을 예수의 생일로 믿기로 정했기 때문이다. 기독교는 교황이나 권위 있는 교회 지도자의 선포, 또는 교회 지도자들이 모인 회의를 통해 자신들의 교리를 정립해 왔다. 예를 들어 예수의 신성이 논란이 되자 325년, 제1차 니케아 공의회를 열어 투표를 통해 예수를 신이라 믿기로 정한다.<자료8> 성부와 성자와 성령을 같은 것으로 믿기로 하는 삼위일체론을 만든 것이다. 그리고는 예수를 신으로 인정하지 않는 세력은 이단으로 규정하여 추방하였다. 기독교는 예수의 생일을 비롯해 부활절이나 수태고지일 등 여러 기독교의 축일을 정해왔고, 현재까지도 자신들이 정한 날짜를 지키고 있다.
기독교는 믿음을 실상이자 증거라고 가르치는 ‘믿음의 종교’다. 실제로 교황 프란치스코는 위조품으로 밝혀진 기독교 유물에 대해 ‘수의의 진위 여부보다 믿음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으며, 기독교인 중에는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지구가 6,000년 전에 창조됐다거나 에덴동산의 아담과 하와가 인간의 조상이라는 주장을 실제 역사로 믿는다. 예수의 생일 역시 사실에 따라 정정하기보다는 교회에서 정한 대로 믿을 것이다. 그런데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믿음 중에서도 ‘근거가 없는 주관적인 신념’, ‘사실의 경험이나 논리에 의하여 정정되지 아니한 믿음’은 “망상”이라고 정의한다. 이 정의는 믿음의 종교가 ‘어떤 믿음’의 종교인지 구체화시켜 준다.
▣ 예수의 핏줄도 논란이 되다
예수의 탄생과 관련하여 부정확한 것은 탄생일 뿐만이 아니다. 탄생년도와 예수의 혈통, 친부가 누구인지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어 왔다. 마태복음에 따르면, 예수는 헤롯왕(기원전 37~4년) 시대에 태어났다. 그러나 누가복음에서는 마리아가 인구조사 때문에 베들레헴으로 가서 예수를 낳았다고 서술하는데, 아우구스투스의 인구조사는 기원후 6년에 이뤄졌기 때문에 헤롯왕이 죽고 나서도 10년 뒤의 일이라 앞뒤가 맞지 않는다. 학자들은 누가복음의 저자가 나사렛 출신 예수를 다윗왕의 혈통으로 그리고자 다윗의 출신지인 베들레헴과 예수를 연결시킨 창작으로 본다.
예수의 생물학적 아버지가 누구인지도 논란이 되어 왔다. 성경은 마리아의 남편 요셉이 예수의 아버지가 아니었고, 마리아는 결혼 전에 이미 임신 중이었음을 명시적으로 언급한다. 하지만 당시 사회에서 결혼 전에 임신하는 것은 돌로 쳐 죽임을 당해야 하는 중죄였으며, 사회적으로 지탄받을 일이었다. 이에 대해 성경에서는 그녀가 다른 남성과의 관계 없이 임신한 것이라 해명한다. 이러한 성경의 내용을 두고, 2019년 12월 18일 미국의 종합 종교 포털 사이트 파테오스에는 “크리스마스의 공포 – 마리아의 부끄러운 임신”이라는 제목의 사설이 게재되었다. 내용을 요약하자면, “요셉의 아내는 어느 날 갑자기 임신한 채 발견된다. 당시 사회적 배경을 고려했을 때 아내는 돌로 쳐죽임을 당할 위기였고, 요셉은 마을의 바보이자 속은 남편으로 조롱받게 될 굴욕의 위기에 처한다. 하지만 그것을 증명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를 끔찍한 공포 이야기라고 표현했다. 신명기 22장에도 나와 있듯이, 당시에는 신부의 부모들이 ‘첫날밤 잠자리에 깔아 놓은 처녀의 표적(혈흔)이 묻은 겉옷’인 ‘자리옷’을 가족이 보관하였다. 여자가 간통으로 고발당했을 때, 이 처녀의 증표가 없으면 그녀를 끌고나가 돌로 쳐죽여야 했는데, 그 이유는 창녀 같은 짓을 하여 이스라엘에서 수치스런 일을 했기 때문이며, 이런 악은 제거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마태복음 1장에도 요셉이 처음엔 그녀와 파혼하려고 결심한 것을 기록하고 있다. 기독교에서도 이것이 비현실적이고 이해할 수 없는 상황임을 잘 알고 있었고, 이를 받아들인 요셉을 ‘신앙의 표상’이라며 칭송한다. 그런데 기독교에선 신앙의 표상일지 몰라도, 현실적으론 ‘씨 모를 아이를 벤 아내와 이혼하지 않고 사는 남자’라는 것이 객관적인 평가다.
마리아의 혼전 임신에 대해서는 어떤 것이 현실적인 평가일까? 기독교에서는 마리아가 다른 남자와의 성관계 없이 성령으로 잉태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학자들과 비기독교 문헌들에 따르면 증거를 포함한, 보다 현실적인 주장들이 제기되고 있다.
누가복음 1장 39, 48절을 보면 마리아는 황급히 사촌지간인 엘리사벳을 찾아가 자신이 어려움에 처한 것을 호소하며 자신을 ‘여종의 비천함’에 비유한다.<자료9> 학자들은 “이는 당시에 강간을 당한 여자가 쓰는 표현이며 성폭행으로 인한 후유증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2세기 그리스 철학자 켈수스는 그의 저서『참된 가르침』(178년경)에서 예수가 가난한 유대인 여성에게서 태어났으며, “간통죄로 유죄판결을 받아 약혼자 목수에게 쫓겨난 유대인 여성은 ‘판테라’라는 이름의 로마 군인의 아이를 낳았다.”고 적었다. 켈수스의 저서외의 다른 문헌에서도 로마 군인 판테라가 언급되며 기원전 22년경에서 서기 40년까지 살았다고 알려져 있다. 1859년, 독일에서 한 철도 노동자가 우연히 로마 군인 9명의 묘비를 발견했는데, 판테라의 풀네임인 ‘티베리우스 율리우스 압데스 판테라’가 적힌 묘비가 발견되었다. <자료10>
마리아의 임신 사실이 알려지자 유대교 랍비들은 그녀를 소타, 즉 간통녀로 선언했고, 아기 예수가 태어났을 때, 랍비들은 그를 맘제르(불륜 관계에서 태어난 사생아)라고 선언했다. 예수의 삶에 관한 유대교 문헌인 ‘톨레도트 예슈’에서도 예수를 사생아로 묘사했으며, 탈무드에서는 예수를 ‘예슈 벤 판테라(예수, 판테라의 아들)’라고 언급하고 판테라가 실제로 생물학적 아버지라고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성경 문학 및 이스라엘 역사 교수 에소르 벤-소렉이 투고한 이스라엘 타임즈 기사에 따르면(2017년 6월 2일『Pantera’s prodigy』, 2021년 4월 23일『The Father of Jesus』) 로마 군인 판테라는 마리아라는 어린 소녀에게 반했고, 이들이 합의된 성관계를 가진 것인지는 논쟁의 여지가 있지만 어느 쪽이든 상관없이 성관계는 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기독교에서는 예수를 유대인이라 정했는데, 이 기록들에 따르면 예수는 유대인일까, 로마인일까?
최근에는 “교황은 예수가 팔레스타인이라고 생각하는가?”하는 논란이 있었다. 지난 7일, 바티칸에는 크리스마스를 맞아 예수 탄생 장면을 재현한 전시물들이 설치되었는데, 논란이 시작된 것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바오로 6세 홀에 설치된 ‘2024년 베들레헴의 탄생’이라는 전시물의 공개를 축하하는 모습이 보도되면서부터다. 팔레스타인 해방기구와 팔레스타인 관리들이 기증한 이 목조품은 요셉과 마리아 사이에 누워있는 아기 예수의 모습을 재현했는데, 주목할 점은 아기가 팔레스타인의 국가적 상징인 전통 두건, 흑백 무늬 케피예 위에 누워있던 것이다.<자료11> 많은 사람들은 이를 친팔레스타인을 표명하는 교황의 정치적 성명으로 여겼다. 기독교는 예수를 유대인이라 믿기 때문에, 의도적인 결정으로 밖에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느닷없은 교황의 행보에는 단지 정치적인 의미만 담긴 것일까? 믿음의 균열은 의심에서 비롯된다. 그들이 주장하던 마리아의 처녀생식이 과학적으로도 역사적으로도 부정당하는 오늘날, 감춰야할 사실을 드러내는 유대교에 대한 보복일지, 논란의 화살을 돌려 믿음의 균열을 막아보려는 교황의 궁여지책일지는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그의 행보가 어떤 의미였든, 과학과 지성이 진실의 기준이 되는 현대 사회에서 2천 년 전 지어낸 허술한 거짓, 그리고 드러난 진실 가운데 위태롭게 연명하던 믿음의 최후는 정해져 있다.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기독교는 언제나 예수가 유대인이며, 아버지 없이 처녀에게서 잉태되었고, 12월 25일에 태어났다는 믿음을 고수해왔다. 성경에서 예수 탄생에 대한 유일한 기록인 두 복음서의 내용이 판이하게 다르다는 사실, 인간이 처녀생식으로 아들을 낳는 것은 과학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사실, 12월 25일은 예수가 아니라 태양신의 생일이라는 사실은 그들의 믿음 앞에 철저하게 외면되었다. 그러나 믿음은 진실을 외면할 수 있을지언정 바꾸지는 못한다.
올해도 크리스마스를 맞아 전 세계의 교회와 성당에서 예수의 탄생을 기념하는 예배와 미사가 진행되었다. 그런데 바꿀 수 없는 진실을 뒤로하고 전 세계 신자들에게 12월 25일을 예수의 생일이라 믿게 하는 모습은 합리적인 의문을 낳는다. 이 종교에서 진실을 외면한 믿음이 이것뿐일까? ‘근거가 없는 주관적인 신념’, ‘사실의 경험이나 논리에 의하여 정정되지 아니한 믿음’, 그런 믿음은 ‘망상’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