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변화로 전 세계 재앙 가속
스위스․이탈리아 해빙으로 국경 조정
사하라 사막엔 폭우로 호수 생겨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와 환경 파괴가 전 세계적으로 심화되면서 그 피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최근 스위스 알프스 지역에서는 2년 사이 빙하의 10%가량이 녹아내려 스위스와 이탈리아 간 국경이 재조정될 상황에 이르렀다.
10월 2일(현지시각) BBC 등 외신에 따르면 스위스과학원(SCNAT)은 보고서를 통해 “지난 여름 동안 알프스 빙하의 2.5%가 사라졌다”고 전했다. 이는 지난 10년 평균치를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또한 빙하 연구단체 글래모스(GLAMOS) 소속 전문가는 “그동안 모니터링해 온 빙하의 절반 이상이 여름 내내 완전히 사라졌다”며, “빙하 최상부 측정 지점 일부에서는 얼음이 1m 이상 녹아내린 곳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빙하의 유실 원인으로는 알프스 지역의 여름 기온이 내려가지 않은 점과 적은 강설량, 사하라 사막에서 유입된 뜨거운 남풍 등이 지목되고 있다. 특히 지난 8월은 관측 이래 가장 많은 빙하 손실이 기록된 달로 나타났다.
빙하가 급격히 녹아내리면서 알프스산맥을 경계로 맞닿은 스위스와 이탈리아는 국경선이 새로운 경로로 재조정될 예정이다. 자연적 경계선 역할을 해온 빙하가 녹은 탓이다.
스위스 발레주와 이탈리아 발레다오스타주 사이의 산봉우리 테테 그히스 등 양국 국경이 지나는 일부 고산 지대에서는 지난해 5월 양국 공동위원회 결정에 따라 국경이 수백m 이내에서 조정됐다.
빙하 감소로 스위스 영토는 확장되고, 이탈리아 영토는 축소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스위스가 변경 사항에 최종 서명한 데 이어 이탈리아까지 서명을 마치면 국경 조정안은 확정된다.
최근 북아프리카 모로코 남동부 지역에는 단 이틀 만에 일 년 치를 웃도는 폭우가 내려 18명이 사망했고, 알제리 국경 인근 타구나이트 마을에는 24시간 동안 100㎜ 이상의 비가 내린 것으로 관측됐다. 아프리카 세계 최대 규모의 사하라 사막에는 비로 인한 호수가 생겨 아이들이 수영을 하는 진풍경이 펼쳐지는 등 최근 몇 년간 극심한 가뭄과 폭우 등 이상 기후가 반복되고 있다. 후신 요아베브 모로코 기상청 관계자는 “이렇게 많은 비가 짧은 기간에 내린 것은 30~50년만”이라며, 이러한 기상 현상이 앞으로 몇 년간 사막의 기상 조건을 변화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23일(현지시각) 다국적 기후 연구단체인 세계기상특성(WWA)은 “사헬(사하라 사막 남쪽 주변) 지역의 니제르와 차드 호수 유역의 폭우가 지구 온난화로 인해 약 5~20% 더 심해졌다”고 밝혔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은 올해 서아프리카와 중앙아프리카 지역에서 계절적 폭우로 1,500명 이상의 사망자와 100만 명 이상의 이재민이 발생했다고 보고했다. WWA는 “아프리카가 세계적으로 탄소 배출량이 적은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기후 변화로 인한 피해가 극심하다”고 강조하며, “조기 경보 시스템 및 인프라 강화를 통해 피해를 줄여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