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변화로 인한 생태계 불균형 심각
지구 곳곳에서 극단적인 기상이변이 속출하고 있으며 과거보다 강력한 기후 재난이 계속 발생하면서 인명 피해와 사회적 혼란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이 이제는 일상이 되었다고 경고하고 있다.
2월 초부터 미국, 대만, 남미 등지에서는 기상이변이 발생했다. 미국에서는 세 차례의 겨울 폭풍이 예보되었다. 캘리포니아 남부는 재난 비상사태가 선포되었고, 워싱턴 DC와 뉴저지 일대에는 눈이 30cm 이상 쌓였다. 또한, 남부 지역에서는 뇌우와 토네이도의 가능성에 따른 위험 경보가 발령되었다. LA는 대형 산불 피해 한 달 만인 14~15일, 이틀간 내린 폭우가 지난 9개월간의 강수량을 넘어서며 도심 곳곳이 진흙탕 급류에 휩쓸렸다.
비교적 온난한 날씨의 대만에서는 이례적 한파가 몰아치면서 한 달새 1,300명이 훌쩍 넘는 사람들이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11일 대만 언론 등에 따르면 이번 겨울 한파로 약 한 달 만에 1,345명이 사망했으며, 지난 8일 0시부터 오후 9시까지는 모두 78명이 목숨을 잃었는데, 이는 한파로 인한 하루 사망자 수로 역대 최대다.
반면, 남미 지역은 기록적인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 브라질 남부에서는 기온이 40도를 넘으면서 개학이 연기되었고, 일부 지역에서는 체감온도가 50도까지 치솟았다. 이에 따라 가뭄이 심화하며 비상사태가 선포되었다.
호주와 필리핀에서도 폭우와 홍수가 발생했다. 호주 시드니에서는 갑작스러운 폭풍우로 인해 차량이 침수되고, 수십 명이 구조됐다. 필리핀에서는 4시간 동안 150mm의 폭우가 내렸고, 수백 명이 대피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폭우로 인한 피해와 함께 대규모 인프라 파손과 교통마비도 일어났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파리협약의 ‘2℃ 목표’ 달성도 어려워졌다는 연구 결과가 이어지고 있다. 파리협약은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2℃ 이하로 유지하고, 가능하면 1.5℃ 이하로 제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최근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지구의 평균 온도는 이미 12개월 연속 1.5℃를 초과했으며, 이러한 상태가 지속될 경우 2024년에는 1.5℃ 이상 온난화가 진행되는 첫 20년 기간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기후변화의 영향은 남극까지 확산됐다. 장보고과학기지의 1월 기온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며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 극지연구소(KOPRI)에 따르면 지난 1월 1일, 장보고기지의 최고 기온은 영상 8.1도로 기존의 2021년 6.7도를 넘어서며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특히 1월 한 달 동안 일 최고 기온이 7도를 넘은 날이 네 차례나 있었으며, 월평균 기온도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기지 주변의 눈이 급격히 녹고, 물이 고이는 현상도 빈번하게 발생했다. 연구진은 이 현상이 적은 적설량, 맑은 날씨로 인한 지표면 가열, 푄(Föhn) 현상을 동반한 강풍 등으로 인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기후변화는 이제 인간의 생활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 리치먼드대 연구팀은 전 세계 주요 16개 도시에서 쥐 개체수 변화를 분석한 결과 11개 도시에서 쥐 개체수가 급증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기후변화가 주요 원인으로, 겨울 기온 상승으로 쥐들이 먹이를 구할 시간이 늘어나고 번식 기간이 길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쥐 개체수 급증은 도시 인프라에도 큰 문제를 일으킨다. 전선을 갉아 화재를 유발하고, 건축물과 위생에 문제를 초래하며, 미국에서는 연간 약 270억 달러(약 39조 6,000억 원)의 피해를 발생시키는 것으로 추산된다. 서울에서도 쥐 출현 신고와 방역 의뢰가 증가하는 추세다. 연구진은 개체수 통제를 위해 음식물 쓰레기와 도로변 쓰레기 관리 등 예방 조치가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한편, 기후변화로 특정 생물의 개체수가 급증하는 현상은 쥐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서울에서는 폭염과 열섬 현상으로 말라리아 매개 모기가 급증해 처음으로 말라리아 경보가 발령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가 인간과 생태계의 균형에 미치는 영향이 점점 커지고 있으며, 이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와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