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이 그대로 녹아있는 얼굴 모습 (이경민 학생관장/부산 동래교회)
이경민 학생관장 / 부산 동래교회저는 일요일 단에 설 때마다, 아이들을 만날 때마다 아이들의 얼굴을 꼼꼼히 살피곤 합니다. 일부러 살핀다기보다는 조금씩 변해 있는 아이들의 얼굴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고 해야 할까요.
며칠 만에 보는 아이들, 일주일 만에 보는 아이들, 아니면 아주 오랜만에 보는 아이들의 모습들 속에는 아이들의 생활이 그대로 녹아있는 것 같습니다. 얼굴빛과 말투, 행동의 변화가 유난히도 눈에 잘 띄는 어느 아이의 이야기입니다.
이 아이는 친구들을 하나, 둘 전도하면서 연간 전도시상에 목표가 생기게 되었습니다. 시상 기준이 되는 마지막 축복일 아침. 부산지역은 신앙촌과 가깝기 때문에 축복일 예배 전날 미리 와서 준비를 해야 하는 다른 지역과는 달리 주일 아침 일찍 축복일 예배에 참석 할 수가 있습니다. 그날도 아침 일찍 나오기로 철썩같이 약속한 친구를 기다리며 그 아이가 늦잠을 잘 새라, 꾸물거리다 늦게 나올 새라, 마음이 변할 새라 토요일 저녁부터 걱정스런 마음으로 잠시도 긴장을 늦추질 못하고 있었습니다. 다른 때 같았으면 “전화 좀 해봐”라고 해야 그제사 전화 한 통 슬렁슬렁 하곤 했는데 그날은 제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토요일부터 일요일 아침 만나는 시간 직전까지 그야말로 정성이 가득한 목소리로 전화를 했습니다. 결국 두 명의 친구가 축복일 예배에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그 날 저는 평소 가무잡잡했던 그 아이 얼굴이 뽀얗게 피어있는 것을 보고 얼마나 놀라고 마음이 설레였던지 모릅니다. 일주일 내내 예배실에 무릎 꿇고 앉아 진지하게 기도드리던 모습이 떠오르면서 어찌나 예쁘게 보이던지…
이 아이의 얼굴은 변화가 심합니다. 그렇게도 예쁜 얼굴을 하고 있다가도 어느 날은 거뭇거뭇하게 변해 오기도 하고 또 어느 날은 못된 말들을 툭툭 뱉으며 표정도 분위기도 뾰족뾰족해져 오기도 하고… 나중에 알고 보면 ‘죄가 되는 것이니 하지 말거라’하고 주의를 주었던 일들을 어김없이 다 하고 오는 날이 그랬습니다.
어쩌면 그리도 확실하게 구분이 되던지 죄를 짓느냐, 맑게 살고자 노력을 하느냐에 따라 시시때때로 변화하는 그 아이의 모습은 참으로 신통합니다.
관장의 직분을 받은지 8년이 지난 지금, 아직도 초보 관장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는 이유는 그런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매번 당황하고 허둥대고 늘 놀라워하는 제 자신 때문입니다. 그리고 ‘아, 이래서 하나님께서 그런 말씀을 하셨구나, 이래서 하나님께서 안타까워하셨구나, 이래서 그렇게도 기뻐하셨구나’하는 생각이 들 때마다 저는 늘 초보 관장입니다.어설프고 서투른 초보 관장의 모습을 버릴 수는 없지만, 하나님 심정을 이렇게라도, 조금씩 알아가게 되는 관장의 직분이 너무나 감사하기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