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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은 잘 해요’ (윤수현 학생관장/서울 마포교회)

윤수현 학생관장 / 서울 마포교회
발행일 발행호수 2201

요리에 관심이 없던 나는 첫 발령지 송탄교회에서 생활할 때 밥이며 반찬이며 무엇 하나 제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대학 때 자취를 했어도 밥은 전기밥솥에 쌀과 물의 양만 계량컵으로 맞춰 버튼만 누르면 되었고, 반찬은 어머니께서 해 주셨기 때문에 있는 반찬 가지고 차려 먹기만 하면 되었다.

부인 관장님께서 밥을 지으면 밥에 윤기가 흐르고, 고슬고슬해서 참 맛있는데, 내가 밥을 하면 설익거나, 질거나, 되거나 해서 식사 준비하면서도 참 민망할 때가 많았다. 하지만 자꾸 밥을 해보면서 물 조절, 불 조절을 잘 하게 되어 내가 밥을 해도 맛있게 되었다. 어느 날 교회에 손님이 오셔서 밥을 지어 상을 차렸더니 부인 관장님께서는 “우리 학생 관장이 밥은 참 잘해요.”라고 하셨다. ‘밥은 잘한다’가 아니라 ‘밥도 잘한다’고 하셨으면 더 좋았겠지만 그때는 정말 밥만 잘했던 기억이 난다. 그 후 나는 부인 관장님께서 찌개를 끓일 때나 반찬을 만드실 때 옆에서 잘 보았다가 해보았다. 실수하기 일쑤였지만 그래도 자꾸 해보니까 지금은 밥이며 찌개며 아이들 간식이며 모두 잘 요리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강릉교회를 거쳐 올해 서울 마포교회에 발령을 받았다. 발령을 받으면 언제나 전도를 열심히 해서 아이들에게 하나님 말씀을 제대로 전해야겠다는 부담이 가장 크지만, 솔직히 복잡한 서울에서 운전을 해야 하는 상황이 나에겐 부담이었다. 송탄이나 강릉에서도 운전은 했지만 안전을 생각하다 보니 웬만하면 걸어 다니고, 차가 다니기 좁은 길은 거의 가지 않았다. 그래서 내 운전 실력은 거의 초보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서울에 와서 자주 운전을 하고 주차도 자꾸 해보면서 등에 땀나는 상황도 많았지만 처음 보다는 많이 좋아졌다.

교역생활을 하는 동안 처음엔 요리도 운전도 잘 못했는데 그 동안 자꾸 해 보고 익혔기 때문에 지금은 익숙하게 할 수가 있게 되었다. 하지만 그에 반해 내 신앙도 그만큼 자라고 성장했는지 돌아보면 죄송스런 마음 뿐이다. 새벽예배, 심방, 말씀공부 등 시간에 따라 바쁘게 살아 온 건 확실한데 그 속에 내 진심과 노력이 얼마나 녹아 있었던가 생각해 보면 부족했음을 느낀다.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신앙인이 아닌 생활인으로 살아 온 것이 아닌가 반성하게 된다. 이제는 형식이 아닌 나에게 주어진 일을 사랑하며 아는 것을 실천하는 신앙인으로 하나님께 더 가까이 가는 내 자신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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