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이기는 것이 구원의 첫걸음
교역일기 조남일 관장편 (1)어릴 때부터 거짓 없이 바르게 살고 싶다는 마음을 갖고 있던 저는 장로교회를 다니며 새벽예배 참석은 물론 주일학교 반사도 열심히 했습니다.
평소 장로교회에서는 박태선 장로님이 세우신 전도관에 대해 안좋게 이야기하곤 했지만 다른 사람의 이야기만 듣고 판단할 것이 아니라 직접 찾아가서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전도관을 찾아가게 되었습니다. 예배를 마친 후 이어진 토론에서 들은 말씀은 장로교회에 열심히 다녔어도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것이었습니다. 성경과 은혜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되면서 그 은혜를 받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해졌습니다. 그래서 바로 다음날부터 새벽예배에 참석을 하였고 일주일 뒤에는 커다란 돌덩이가 마음속에서 떨어져 나간 듯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즐거움을 맛보았습니다. 이런 체험을 하고 나니 전도관을 터무니없이 비방하는 사람, 은혜 받길 원하는 사람들을 전도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겨 교역자 교육을 받고 발령을 받게 되었습니다.
교역자 발령을 받은 저는 어느 곳에 가든 그곳에서 꼭 알찬 열매를 맺겠다는 마음이었습니다.
1964년, 첫 발령지인 충남 원산에 도착해 하나님께서 여기까지 이끌어주셨다는 생각에 밤새 감사의 기도를 드렸습니다. 기도를 드리던 중 겨울인데도 등과 가슴이 후끈해지는 체험을 하였고 바로 다음날부터는 동네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인사했습니다. 개척교회였지만 점차 사람들과 친밀해지면서 많은 사람들을 전도하여 교회도 새로 지을 수 있었습니다.
이후 전도를 가장 많이 할 수 있었던 곳은 마산이었습니다. 학생들이 너무 많아 예배를 여러번 나눠 드려야 할 만큼 항상 바빴지만 전도할 때가 가장 즐겁고 재미있었습니다. 또한 전도를 많이 했을 때 하나님께서도 많이 기뻐해 주셨습니다.
어느 날엔가 중·고등학교 선생님들과 장학사님 35명을 모시고 신앙촌에 방문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앉으시자마자 모시고 간 분들에게 하나님이심을 발표하시는 것이었습니다. 아무것도 모르고 초대받아 온 사람들에게 갑작스럽게 하나님이심을 발표하시니 저는 무척 당황스러웠습니다. 일단 신앙촌에 함께 가자고만 했지, 하나님이 계신 곳이라고는 말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잠시후 사람들의 반응이 궁금해 표정을 살펴보니 모두 눈이 동그랗게 되어 하나님 말씀을 잘 경청하고 있었습니다. 말씀이 끝난 후에는 하나님 말씀이 완벽하다며 은혜받을 수 있는 일을 자신들도 할 수 없겠냐고 묻기도 했습니다. 순간 하나님과 신앙촌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온 저의 모습이 부끄럽고 죄송했습니다. 전해야 할 사람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 채 알맹이 없이 전도를 했으니 얼마나 안타까우셨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날 이후, 전도를 하려면 전도할 사람이 먼저 하나님 말씀을 진심으로 깨닫고 누구에게나 그 말씀을 전해 주겠다는 담대함과 신념이 있어야지 갈팡질팡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습니다.
마산을 거쳐 청주로 발령받은 저는 먼저 젊은 분들에게 신앙을 독려하였습니다. 감사하게도 그 분들이 잘 따라준 덕분에 마음을 모아 재미있게 교역활동을 할 수 있었으며 순천에서는 10년 동안 교회를 쉬고 있던 권사님을 찾아가 교회에 나올 것을 권고하여 지금도 열심을 내고 계신 것을 보면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지난 시간을 돌아보니 저에게는 모두 소중한 제단, 소중한 분들이었습니다.
교역을 하다 보면 교인분들과 마음이 하나가 되지 않을 때가 종종 있습니다. 신앙생활을 오래하긴 했지만 그동안 내가 얼마나 제대로 된 신앙생활을 못하고 시간을 허비했는지 깨닫게 된 계기가 있었습니다.
각자가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을 때 틈이 생기기 마련인데 억울한 일이 생겨도 참아야 한다는 하나님 말씀이 떠올라 화내지 않고 무조건 참아보았습니다. 참는다는 것, 그것도 억울한 일을 참는다는 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생각보다 잘 참아졌고, 그 뒤에는 기쁜 마음이 대신해졌습니다. 나는 잘못이 없는데 다른 사람 때문에 화를 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마음속에서 다 판단하고 계시니 억울해 할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래서 참으라고 하셨구나’ 하고 하나님 말씀을 깨닫게 되니 행복감이 느껴졌습니다.
오랜 세월이 지나서야 ‘나를 이기기 전에는 구원이 없다’는 말씀이 깨달아지면서 교역을 오래 한 것이 잘한 것이 아니라 못된 행실 다 고치고 죄 된 생각이 모두 없어진 후에야 진정한 구원의 첫걸음을 시작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마음속 깊이 새겨졌습니다.
(다음 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