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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부교 추모의 날 행사를 마치고

<서광주교회 최대규 관장 에세이>
발행일 발행호수 2614

하나님 향한 진실된 마음과
정성은 결코 헛되지 않아

올해도 천부교추모공원에서 추모의 날 행사가 열렸습니다. 저는 3년 전부터 추모의 날이 되면 봉사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그곳에서 추모예배를 드리기 위해 모인 교인들과 유가족분들을 볼 때면 떠오르는 분이 있습니다.

2011년 4월, 제가 수원에 부임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의 일입니다. 수원 교인들로부터 정창교 권사님이 병원에 오래 입원해 계신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정 권사님은 어느 날 갑자기 몸의 균형이 안 잡히면서 똑바로 걷거나 서지 못할 정도로 병세가 심해졌는데, 알고 보니 희귀병인 루게릭병이라고 했습니다.

권사님은 오랫동안 수원교회 장년회 회장을 맡으셨고, 하나님을 의지하는 마음으로 모든 일에 정성을 쏟으셨던 분이었다는 것을 여러 사람을 통해 들은 터라 안타까운 마음이 더욱 컸습니다. 그래서 권사님이 입원하신 병원에 가서 예배를 드리고 오기도 했습니다.

그 후 6월 19일, 정 권사님이 위중한 상태라는 전화를 받고 교인들과 함께 병원으로 갔습니다. 권사님은 의식이 없으신 가운데 맥박만 뛰고 있었습니다. 수건에 생명물을 적셔서 얼굴과 몸을 닦아 드린 후 교인들과 기도를 드렸습니다. 그러자 권사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습니다. 안타까운 마음을 뒤로한 채 인사를 드리고 나왔는데 그것이 권사님과의 마지막 인사였습니다. 교회에 도착하자마자 정창교 권사님이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고 저는 다시 병원으로 급히 가게 되었습니다.

장례식장에 도착하자 정 권사님의 가족들이 모여 장례 방식을 놓고 의논 중이었습니다. 저는 권사님이 다니던 교회의 교역자임을 밝히며 고인의 뜻이 천부교식 장례를 치르는 것이었음을 말씀드렸습니다. 그러자 권사님과 종교가 달랐던 가족들이 반대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너무나 안타깝고 걱정스러운 마음에 권사님을 생각하며 마음속으로 계속 기도드리는 것 밖에는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가족 중 나이 지긋한 어르신 한 분이 앞에 나와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우리가 우리 종교를 믿는 것처럼 고인의 믿음과 신앙 교리도 있는 것이다. 고인이 천부교 신앙을 가졌기 때문에 지금까지 씩씩하게 잘 살지 않았느냐? 신앙으로 따지자면 우리가 천부교인들의 신실한 신앙을 배워야 된다. 그러니까 고인의 뜻을 받들어드려야 한다.”

저는 그 순간 이분이 나서서 말해 주는 것이 참 신기하고 감사했습니다. 그 뒤로 가족들이 모여 한참 의논하더니 정창교 권사님의 뜻대로 천부교회 방식으로 모든 장례절차를 진행하겠다고 했습니다. 저는 모든 일을 아름답게 이루어 주시는 하나님께 깊이 감사드렸습니다.

입관예배 때 저는 정창교 권사님을 기억해 주시길 하나님께 기도드리며 생명물을 입에 넣어 드린 후 생명물로 몸을 닦아 드렸습니다. 시간이 지나자 오랜 병원생활로 검고 어두웠던 안색은 희고 밝게 변화되었고, 뻣뻣하게 굳었던 팔다리 도 부드럽게 움직여졌습니다. 권사님은 생명물로 너무도 아름답게 잘 피어서 편안히 잠든 모습으로 보였습니다. 유가족분들도 입관식이 끝날 때까지 이 모습을 지켜보았습니다.

최대규 관장/서광주교회

다음 날 하관식에서 정 권사님의 조카며느리는 “아픈 모습 하나 없이 편히 잠든 모습을 보니 참 신기하네요. 옛날에 우리 집에 오셔서 진리 이야기하시는 모습을 많이 봤습니다. 지금은 추억으로 남는 것 같아요.” 라고 말했습니다.

저는 권사님께서 지켜오신 신앙심이 가족들에게도 전달이 되는 것을 보며 하나님을 향한 진실된 마음과 정성은 결코 헛되지 않음을 다시 한번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지금도 당시의 일을 생각하면 하나님의 크신 은혜에 감사드릴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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