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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물산(주) 백형덕 계장

`내일은 내 분야의 명장(名匠)...`
발행일 발행호수 2189

“미싱도 그 기계를 사용하는 사람에 따라
다 다른 소리를 냅니다.”
드르륵 박음질을 하는 미싱이
쓰는 사람에 따라 다른 소리를 낸다고
말하는 백 계장은 소리만 들어도
사용자가 그 기계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알 수 있다고 했다.

고교를 졸업하고 한일물산(주)에 입사한지 20년,
그는 이제 이 분야의 명장을 꿈꾸고 있다.

백형덕 계장(39, 한일물산 수예부 기계관리사)이 처음 천부교를 안 것은 큰 형님의 손에 이끌려 교회를 다니던 광주교회 주일학생 시절이었다. 그 후 교회에서 먼 곳으로 이사를 가는 바람에 교회를 못 나가다가 고 2때 관장님들과 신앙토론을 하면서 다시 신앙의 길로 돌아왔다. 그리고 ‘시온에 입사하면 하나님을 더 가까이 뵐 수 있을 테니까, 먼 데서 보다는 은혜를 더 받을 수 있지 않을까’란 소박한 생각으로 입사를 결심했다. 고교를 막 졸업했을 때였다.

수예부로 입사해 ‘기술을 배우고 싶다’란 일념으로 지금까지 수예 봉제관계 기계 관리 분야에서 한 우물을 파며 연구하고, 공부했다.

입사 소년의 소박한 꿈

이 분야 기계에 대해 어느 정도 자신이 있느냐고 묻자 백 계장은 ‘지금도 배우고 있다’고 겸손하게 답변한다. “재봉기 만드는 기술은 항공기 만드는 기술이 있어야 한다고 할 정도로 기술이 까다롭습니다.” 우리나라 이외에 미싱을 만드는 회사는 다 항공기계 계열사일 정도로 기계가 정밀하고 까다롭다는 것이다.

그는 실 하나가 끊어져도 그 기계를 고치는 방법은 다 다르다고 했다. 실이 끊어져도 보풀이 일며 끊어졌나, 똑 끊어졌나… 실이 끊어진 상태에 따라서 그때그때 문제를 해결하는 길이 다 다르다면서 기계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사람이라고 했다.

그의 매일은 아침 5시 기상으로 시작한다. 마음을 준비하고 6시 새벽 청년예배에 참석한다. 찬송을 드리고 하나님 말씀을 듣는다. 처음 듣는 말씀도 있고 반복해 듣는 말씀도 있는데 어느 말씀이나 매일 들어도 새롭기만 하다고 했다. 그리고 순간 순간이 자기와의 싸움이라고 다시 한 번 마음에 다짐한다고 했다.

7시 30분 그는 다른 사람보다 일찍 출근하여 공장을 한 바퀴 돌아보고 40여 대의 ‘까다로운’ 기계가 이상이 없이 잘 돌아가는지 살펴보는 일로 하루를 시작한다. 그가 요즘 주력하는 것은 ‘자수펀칭 프로그램’과 ‘누비 디자인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이다. 프로그램을 구입하려면 엄청난 고가일 뿐만 아니라 시온의 이미지에 맞지도 않기 때문에 그간의 경험을 살려 직접 개발하기 위해 땀을 흘린다고 했다. 그 과정에서 김성희 공장장이나 디자이너들과 수시로 협의를 한다.

12시가 되면 사원식당에서 동료들과 맛있게 식사를 한다. 호텔같이 단장된 사원식당의 메뉴는 뷔페급이다. 사원 한 명 한 명에게 쏟아주는 회사의 세밀한 정성이 마음에 매일 새롭게 와 닫는다.

오후의 현장을 순회하는 백 계장에게 기계 고장이 아닌 자질구레한 일로 여기 저기서 도움을 요청한다. “창문 섀시가 휘었나 봐요. 문이 안 닫혀요.” “이거 나르는데 좀 와서 도와줘요.” 사람 좋아 보이는 그는 싫은 표정 하나 없이 기꺼이 달려간다.

일과를 마치고 저녁 식사를 한 후 그는 남성관악단 악기실로 향한다. 회사 업무를 마치고 그가 택한 자기계발은 악기를 연주하는 것이다. 그는 10년 넘게 트럼펫을 불고 있다. ‘음색이 남성적이고 맑은 것이 좋아서’ 트럼펫을 택했다는 그는 시온 남성관악단의 빠지지 않는 트럼펫 주자로 관악활동에 참여했다. 대개 2시간 정도 트럼펫을 불고 귀가해서는 휴게실에서 동료 선배들과 커피타임을 갖는 것도 백 계장의 즐거운 일과의 하나다. 이 자리에는 기장신앙촌 정태영 관장, 협회 손수영 부장 등이 같이하여 신앙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다.

숙소에 돌아와서는 인터넷으로 자기분야의 정보를 서핑하며 공부하기를 게을리 하지 않는다. 이론과 디자인 자료를 찾는데 거의 2~3시간씩 할애를 하며 공부를 하고 12시 감사의 기도와 함께 백 계장의 하루는 마감된다.

매일 매일 나를 이기며

그는 휴일에는 축구 동호회원들과 함께 축구로 땀을 흘린다. 동호회원은 30명 가량 되는데 최근 유니폼을 새로 맞춰 입고 본격적인 게임에 나섰다고 했다. 얼마 전까지는 기장에 있는 서실에 나가 취미로 낙관을 파는 일, 전각 하는 것도 배웠다. 요즘은 퇴근이 늦어 못 배우고 있는데 붓글씨도 한 1년 배웠다고 했다. 그가 1991년부터 시작한 우슈는 4단이 되었다. 중국 무술인 우슈는 한문으로 쓰면 무술인데 중국의 종합 무술로 우슈 가운데 소림권-권법, 무기술, 권술, 도술, 봉술-을 했다고 했다. 트럼펫에 축구에 전각에 우슈까지 이쯤되면 백 계장의 취미생활은 ‘국제급(?)’인 셈이다.

“지금 당장 제 분야의 최고가 되고 싶다고 말하는 것은 그렇지만 제가 하고 있는 이 분야에서 다른 사람에 지지 않는 최고의 실력을 갖추고 싶습니다.” 그의 말은 소박하지만 그의 꿈은 이 분야의 명장이 되려는 야무진 것임에 틀림없다.

자신의 일을 사랑하는 사람, 백화점이나 마트에 가면 다른 데는 안 가도 침장 쪽에는 꼭 가서 돌아 본다는 이 사람. 그의 말 속에는 바깥 세상에서 실직의 불안감 속에 내몰려 살벌한 삶을 살아가는 30대, 40대를 바라보며 20년간 자기의 꿈을 키워준 회사에 대한 자랑과 감사함이 짙게배어 있었다.

그는 요즘 ‘봉사의 희열’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제가 하고 싶어서 하는 봉사 활동입니다. 지난 번 학생들 캠프에 앞서 장안농장을 청소하고 돌아오는데 참 뿌듯하고 기분이 좋았습니다. 또 신앙촌에서 절기 예배 때 안내를 서면서도 말할 수 없이 감사함을 느꼈어요.”

앞으로 자신의 미래에 관해 진정 ‘실력있는 기술자’가 되고 싶다는 백 계장은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오늘도 열심히 노력할 것이라며 환히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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