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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넓게 고객과 함께 하고파 (기장신앙촌 소비조합 최정자 씨)

폭넓게 고객과 함께 하고파
발행일 발행호수 2175

 1992년 3월 기장신앙촌 의무실에 입사해서 13년간 신앙촌 주민들의 건강을 책임져왔던 최정자 씨. 금년 초 그녀는 ‘신앙촌 소비조합원’으로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다.  
 
 겉으로 보기엔 180도 달라진 생활이지만 시온을 알린다는 ‘사명감’과 ‘보람’으로 기쁘게 일하던 그전과 ‘달라진 것이 없다’는 게 그녀의 답변이다.
 
최정자 씨는 경찰병원에서 공무원으로 8년을 근무하다 92년 3월 기장신앙촌 의무실에 입사하여 13년간 의무실 실장으로 기장신앙촌 주민들의 건강을 돌봐왔다.
 
20여 년간을 다른 사람들의 건강관리에만 매달리던 그녀가 ‘소비조합’이라는 새로운 영역에 도전을 하기로 결심한 것은 좀 더 어려운 일, 좀 더 창의적인 일에 자신을 던져 시험해 보고 싶은 욕망 때문이었다. 정해진 매뉴얼대로만 시계바늘 같이 생활하던 최정자 씨는 이제 조그맣지만 자기의 책임으로 모든 것을 결정하고 그 결과에 책임을 져야하는 ‘사장(社長)’이 된 것이다.
 
“의무실에서 일할 때는 환자를 돌보는 입장이었지만 지금은 시온제품을 판매하는 반대 입장이 됐어요.”
 
최정자 씨는 병원에서 일 할 때 병을 고치는 의술도 중요하지만 내 가족이라는 생각으로 환자를 돌보는 의사에게 환자를 의뢰했다면서 최정자 씨도 단순히 상품을 파는 사람이 아닌 고객으로 하여금 ‘나의 건강과 모든 것을 관리해 주는 사람’이라는 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모든 것이 처음부터 마음먹은 대로 되는 것은 아니었다. 처음으로 ‘소비조합’으로서 신앙촌을 나서는 날, 그동안 소비조합 선배들을 따라다니면서 고객관리나 제품 설명하는 것을 눈여겨보기는 했지만 막상 혼자 하려니 입도 발도 떨어지지 않고 떨리는 마음은 어쩔 수가 없었다고 한다.
 
시온제품을 홍보할 건물 앞에서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 상상을 하며 자신의 모습을 그려 보았다. 당당하게 앞을 응시하는 눈과 차분하고 신뢰감 있게 시온제품을 전달하는 음성, 프로에게서 묻어나는 여유로운 자세… 최정자 씨는 그렇게 머릿속에 그린 모습이 되고자 노력했다. 그러나 상상과는 달리 냉담한 반응이 나올 때면 뒤통수가 화끈거리고 다리에 힘이 풀렸다. 다시 마음을 굳세게 하고 빨리 상황을 받아들이고 다시금 도전하는 게 최선의 길이라고 생각하며 ‘미소’를 잃지 않고 모든 일을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112개의 근육을 사용해 얼굴을 찌푸리지 말고 13개의 근육만으로 상대방을 환하게 해줄 수 있는 ‘미소’가 전해질 때 상대방의 굳은 마음도 열 수가 있다고 생각해요.” 의료인 출신답게 미소를 짓는 근육의 수까지 밝히면서 미소를 강조한다.
 
“이 일은 내 자신이 사장이자 직원인 ‘1인 사업체’입니다. 환자를 관리해주던 때와는 달리 제품에 대한 자신감과 일에 대한 사명감, 그리고 판매원으로서의 마인드를 가지고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관리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많이 느꼈어요.”
 
최정자 씨의 하루는 새벽 4시부터 시작된다. 부산으로 새벽배달을 하고 오전 9시부터 울산에서 ‘런’을 홍보하고 배달한다. 차로 1시간이나 가야하는 울산으로 방향을 잡은 이유를 물었더니 소비조합들의 활동이 활발한 부산에 비해 그보다 조금은 덜한 울산이 상대적으로 홍보효과가 크고 잠재고객의 숫자 또한 많기 때문이라고 했다.
 
기자와 동행한 날은 봄을 재촉하는 단비가 내려 차창을 적시고 있었다. 울산의 무거동, 옥동, 태화동, 삼산동 등지를 돌며 최정자 씨의 고객들을 함께 만나보았다.
 
요구르트 ‘런’아줌마라는 것을 알고 반갑게 주문을 했다는 미용실 원장님, ‘런’을 홍보하다 힘들면 언제든 와서 쉬다가라는 음식점 사장님, 마트에서 ‘런’이 잘 팔리면 최정자 씨 보다 더 기뻐하는 마트 사장님, 늘 ‘런’이 오기만 기다린다는 꼬마고객, 비 오는데 고생이 많다며 커피를 대접해 준 김묘순 고객, “‘런’맛이 이겁니다” 하며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인 병원 원장님까지 최정자 씨의 고객들은 하나같이 마음이 따뜻해 보였다.
 
요즘 최정자 씨의 욕심은 ‘고객이 살듯 말듯 하는 그 타이밍을 어떻게 하면 잡을 수 있을까’하는, 고객의 예민한 심리 파악에 관한 공부를 깊이 하고 싶다는 것이다.
 
“물론 차가운 시선으로 대하는 고객도 많아요. 하지만 신앙촌 물건 쓰고 싶었는데 어디서 사는지 몰라 그동안 못썼다는 고객들도 많더라구요. 그럴 때면 더더욱 소비조합으로서의 의무와 책임을 느낍니다. 제가 이 ‘사업’을 시작하면서 가장 달라진 것은 진심으로 우러나오는 ‘감사함’이에요. 일을 마치고 신앙촌으로 운전하고 들어올 때 예전에는 당연하다고 느꼈던 모든 것들이 막연한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감사함으로 느껴져요. 철없던 아이가 부모의 심정을 알아가는 것처럼…” 최정자 씨는 가끔 소비조합을 하기 전과 후가 뭐가 다르냐고 질문을 받는다. 겉으로 보기에는 180도 달라진 생활이지만 어떤 일을 하든 시온을 알린다는 ‘사명감’과 ‘보람’을 가지고 일하기 때문에 ‘달라진 것은 없다’는 게 그녀의 답변이다.
 
아직 아는 것도 없고 무언가 이루어 놓은 것도 없다. 하지만 인생의 일대 전환점(Turning Point)을 이룬 새 사업을 시작하면서 최정자 씨는 말한다. 
 
“이제 다시 시작입니다. 어떤 일이든 쉬운 일은 없죠. 하지만 분명 이 일이 너무 보람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바로 이 순간을 감사하며 최선을 다해 살고 싶습니다.” 비록 두려운 도전이지만 어떤 어려움도 극복하고야 말겠다는 야무진 각오가 최정자 씨에게 느껴졌다. 그것은 그녀가 하나님을 의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기자는 생각했다.
송미애기자sma@theweek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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