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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무감과 간절함 사이 (김연수 학생관장/해남교회)

김연수 학생관장 / 해남교회
발행일 발행호수 2218

모태신앙으로 큰 어려움 없이 교회에 올 수 있었던 저는 뜨뜨미지근한 신앙생활로 학창시절을 보냈습니다. 저에게 있어 예배를 드리는 것은 하루 세끼 밥 먹는 것만큼이나 자연스러운 일이었고, 교회에서도 책임감이나 의무감에 쫓겨 반사활동을 해 왔습니다. 우러나오는 심정으로 해보고 싶어서 기도로 하나님께 매달려보기도 했지만 생각처럼 잘 되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고등학교 때부터 교역자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늘 갖고 있던 저는 대학 졸업 후 별다른 고민 없이 교역자의 길을 택했습니다. 그리고 ‘전에는 책임감과 의무감으로 하나님 일을 했지만 이제부터는 그러지 말자. 기도로 하나님께 의지하며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하여 하나님을 모르는 아이들에게 하나님을 알게 하자.’라는 굳은 각오를 다졌습니다. 신규 교역자 교육 기간 중 매립지 너머로 뚜렷한 기둥 모양의 빛나는 이슬성신을 보면서 ‘하나님께서도 내게 잘하라고 응원해 주시는구나!’라는 생각에 더욱 힘이 났습니다.

그런 각오를 가지고 교역 생활을 한지 3년 째입니다. 그동안 가장 크게 깨달은 점이 있다면 의무감이나 책임감으로 하나님 일을 하는 것은 아무런 소용이 없는 것이며 내 힘이나 노력만으로는 하나님 일을 잘 해낼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내 힘만으로 하려고 하면 처음에는 일이 되는 것처럼 보여도 점점 힘들어지고 하기 어려워지는 것을 느꼈고, 도저히 불가능한 것처럼 보이던 일도 하나님께 기도 드리며 간절히 매달릴 때 예상 외로 쉽게 일이 해결되는 것을 경험하였습니다.

학창시절 하나님께 구하는 간절함이 없었으니 늘 의무감과 책임감에 일할 수밖에 없었음을 뒤늦게 느끼게 되었습니다. 지금이라도 일깨워 주심에 하나님께 감사할 따름입니다.

초롱초롱한 눈을 꼭 감고 두 손 모아 정성껏 기도하는 아이, 기도를 많이 했다며 자랑하는 아이, 전도 많이 하겠다며 자신감에 넘쳐 있는 아이들을 보면서 저는 제가 하고 있는 일이 이 세상의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값진 일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됩니다.

앞으로도 하나님을 따라가는데 있어 많은 어려움이 있겠지만 인내와 간절한 구함으로 한 생명, 한 생명을 귀히 여기며 하나님께 바르게 이끌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교역자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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