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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빗물저금통

한무영 / 서울대 교수공학박사
발행일 발행호수 2174

한무영 / 서울대 교수공학박사

가정에서는 돼지저금통을 만들어 자녀들에게 절약과 저축정신을 가르치고 있다. 돼지저금통을 곁에 두면 아이들은 동전을 집어넣으면서 교육적 효과는 물론이고, 돈을 모을 때의 희망과 모은 돈을 유용하게 쓰는 즐거움도 느낄 수 있다. 저축은 부자나 가난한 사람이나 관계없이 모든 사람에게 필요하다.

물도 마찬가지이다. 앞으로 지구에는 물이 부족할 전망이고, 물로 인한 분쟁도 일어날 수 있다는 예측도 있다. 후손들에게 이런 세계에서 살아가는 방안을 가르쳐줄 필요가 있다. 돈의 소중함을 알려주기 위해서 돼지저금통을 이용하듯이, 물의 소중함을 알려주기 위해서는 빗물저금통을 만드는 것이다.

관악구내의 두 가정집에 빗물저금통을 만들어 사용하여 보았다. 민여사 댁에는 4톤, 양선생 댁에는 900리터 규모이다. 여름과 가을에 써 본 결과 정원용수, 화장실용수 등으로 사용하여 아주 큰 성과를 확인하였다.

물론 이와 같은 수돗물 절감효과는 돈으로 따지면 그리 크지 않지만 많은 사람이 빗물저금통을 만들면, 그 전체 절약량은 상당할 것이다. 수돗물의 공급시설을 만들고, 그것을 처리하고 운송하는데 드는 비용과 에너지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두 개의 시범사업에서 성공한 서울대학교 빗물연구센터는 이것을 더욱 확산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빗물저금통을 관내의 20-30 개의 가정집에 무료로 나누어 주는 것이다. 그 비용은 사회봉사를 희망하는 단체의 지원을 받아 시작되었다. 이러한 사업이 외부의 다른 보조 없이도 스스로 확산되도록 하기 위한 방안이 제시되었다.

그것은 빗물저금통 옆에 돼지저금통을 같이 놓아서 매달 아껴진 수돗물 값을 집어넣는 것이다. 어느 정도 모이면 다른 사람이 빗물저금통을 설치할 때 보조금을 주는 것이다. 비용을 갚을 때마다 다른 단체 등에서 기부금을 제공하는 제도를 만들면 더욱 재미있게 확산시킬 수 있다. 그러면 이러한 빗물저금통의 설치 숫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빗물저금통을 써 본 사람은 모두 빗물이용에 대한 긍정적인 확신을 가지게 될 것이며 빗물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전환은 사회 전체적으로 물관리(홍수 및 물부족)를 위하여 부담하여야 할 세금은 엄청나게 줄어들 것이다.

이웃에게 희망의 빗물저금통을 선물해주자. 그러면 비가 올 때마다 수돗물을 절약하며, 윤택한 물생활을 누리는 방법을 알게 된다. 정부에서 주는 보조금과, 기업체에서 제공하는 매칭 펀드, 사용자가 수돗물 비용을 절약하여 갚은 돈을 이용하면 또 다른 집의 빗물저금통을 만들어 줄 수가 있다.

이렇게 배운 사람은 또 다른 사람에게 빗물저금통을 만들어 주고, 또 그 다음 세대에도 계속 전파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전세계적인 물 문제가 예상되는 시기에 지속 가능하고, 가장 값진 선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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