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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포용정책의 지속과 변화

고유환 /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발행일 발행호수 2238

올해는 ‘IMF 경제위기’ 이후 10년을 맞는 해이다. 또한 올 연말은 대한민국의 5년의 미래를 결정할 대선을 치른다. 진보 인사들은 그 동안 남북 관계가 질적으로 향상됐다고 평가 하지만 일부 보수 정치권에서는 지난 10년을 ‘잃어버린 10년’이라고 하면서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의 경제정책과 대북정책을 문제 삼고 있다.

IMF 경제위기 이후 10년 동안의 남북관계는 정상회담을 2차례 개최하는 등 남북관계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획기적 진전을 이룩한 것 같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북한이 장거리미사일 시험발사와 핵실험을 강행하여 북핵 위기가 고조되기도 했다. 북핵 실험 등으로 대북 포용정책의 효용성에 대해 국내외에서 의문이 제기된 가운데 6자회담 등을 통해 위기를 수습하고 연내 북핵 불능화(disablement)를 위한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대북 포용 정책은 접촉, 제공, 대화를 통한 북한의 변화와 남북 화해협력, 공존공영을 모색하는 것으로 집약할 수 있다. 김대중 정부가 표방했던 ‘햇볕정책’의 1단계인 분단체제의 평화적 관리정책은 북한을 무조건 지원하는 ‘퍼주기 정책’이라는 논란을 불러왔다. 대북 포용 정책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2단계인 냉전구조 해체를 위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과제와 ‘사실상의 통일’로 나아가는 과업은 노무현 정부의 지속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숙제로 넘겨지게 됐다.

북핵문제를 둘러싼 북한과 국내외의 갈등은 한마디로 북한에 대한 포용 정책이 일방적이었다는데 있다.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의 구애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근본적인 변화의 조짐을 보여 주지 않고 있는 것이다. 대북 포용 정책에 대한 국민의 불만은 북한이 남한을 경제적 지원의 대상으로만 인식하는 이른바 ‘젖소 목장론’ 때문이 아닌가 한다. 그러므로 진정한 남북공동의 평화번영시대를 열려면 대북 포용 정책의 기조도 진화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시혜적 대북지원은 최소한 공동번영의 개발협력으로 바꿔야 한다. 긴급한 인도적 지원은 계속해야 하지만 일방적인 대북지원은 지양하고 남의 자본과 기술, 북의 토지, 노동, 자원 등을 결합한 경제협력을 통한 남북공동 이익의 창출을 모색해야 한다.

6·15 공동선언과 10·4 선언을 이행·실천하기 위해서는 남과 북의 합의이행 의지와 함께 한반도를 둘러싼 냉전구조를 해체해야 한다. 10·4 선언을 이행하고 남북관계의 획기적 진전을 위해서는 북한의 핵·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WMD)문제를 조속히 해결하고, 북-미 적대관계 해소 및 북-일 국교정상화를 이루어야 한다. 따라서 차기 정부는 집권 초기 북핵 폐기를 위한 외교노력과 대북 포용 정책의 재정립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차기 정부는 6자회담과 남북관계 두 축을 활용해서 북핵 폐기를 앞당기기 위해 ‘깐깐한 대북 관계’, 즉 상호 주의에 입각한 포용 정책 구축에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핵을 가진 북한과의 평화 공존은 그야말로 구두선(口頭禪)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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