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비리의 원인과 처방
정기오 / 한국교원대 교육정책대학원 교수인간이 사는 지상의 그 어느 곳에도 부패와 비리는 퍼져 있다. 인간의 불완전성 때문이다. 우리가 생각해야 할 문제는 이 불완전한 인간이 사는 지상에서 어느 곳에 더욱 부패가 쌓이는가? 그리고 어느 곳을 이러한 비리로부터 최대한 보호해야하는가에 있는 것이다.
전자의 질문에 관한 답은 분명하다. 금전과 부(富)를 추구하는 영역일수록 부패가 많이 쌓인다. 시장과 기업이 바로 그러하다. 후자의 질문에 대한 필자의 답은 이러하다. 불완전한 이 지상에도 마음을 갈고 닦는 곳은 있다. 이곳들이야 말로 부패와 비리로부터 최대한 보호되어야 한다. 그러나 바야흐로 교육 분야가 이러한 비리와 부패의 온상으로 지목되어 온 나라와 국민들을 실망시키고 있다.
학교는 왜 부패하는가. 첫 번째 추론은 다음과 같다.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다. 우리나라의 학교는 너무 오래 고인 물 상태로 있었으며 그래서 썩기 시작하였다. 지난 50년간 우리 사회의 모든 부문이 빠르게 변화하고 흘러가는 동안 학교는 가장 느리게 뒤처져 지내왔다.
두 번째 추론은 “통제되지 않는 모든 권력”은 부패한다는 명제로부터 시작된다. 우리 사회에서 학교는 과연 권력인가 하는 질문을 여기서 던져 보아야 한다. 정치학에서 통용되는 용어법에 의하면 “A가 B의 행동에 강한 영향을 미칠 때 A는 B에 대한 권력을 갖는다”라고 정의된다. 학교는 학생 학부모에게 그리고 더 나아가 지역사회 리더들에게 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이 점에서 보면 우리 사회의 학교는 권력을 보유하고 있음이 틀림없다. 그렇다면 우리사회에서 학교를 통제할 수 있는 자는 누구인가? 생각이 잘 떠오르지 않는다. 학교는 통제되지 않은 권력일 수도 있다. 즉 부패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세 번째 추론은 좀 더 단순하다. 청탁이 횡행하는 곳에 부패와 비리가 만연할 가능성이 있다. 우리 교육계에는 과연 어떤 청탁이 있을 수 있을까? 교장 승진을 위한 청탁, 학교입학을 위한 청탁, 전학을 위한 청탁, 학교시설공사를 위한 청탁, 표창장과 상장을 위한 청탁, 생각하면 청탁거리가 무궁무진한 곳이 우리 사회의 학교와 교육계이다. 이 역시 충분히 부패와 비리로 연결될 수도 있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추론이 남아 있다. 자본을 추구하는 곳에는 늘 부패가 따른다. 그렇다면 학교는 자본을 추구하는가? 통상의 답변은 그렇지 않다. 그러나, 이렇게 볼 수도 있다. 즉 한국사회에서는 이미 학력이 곧 황금알을 낳는 자본이 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만약 그렇다면 학교의 부패가 뒤따를 가능성은 대단히 높다. 이에 대하여도 최종 판단은 독자들에게 맡긴다.
지금까지 우리 사회에서 불거진 교육비리 문제의 원인을 이모저모 생각해 보았다. 그렇다면 이 문제를 치료할 처방전은 어떤 것일까? 우리 정부는 검찰 경찰이 동원된 수사와 그에 이은 형사 처분이 해답인 것처럼 서두르고 있다. 다분히 정치적일 수 있는 처방이다. 그러나 모든 처방은 환자의 체질과 형편에 따라 독이되기도 하고 약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종교와 교육은 지상에서 유일하게 인간이 인간의 마음을 다루는 부문이다. 해답은 마음의 치유에서 찾아야 한다. 우리정부가 깊이 유념해야할 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