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공놀공
이효성 (동화작가)희경이는 호주머니에서 꺼낸 쪽지를 펴보고 고개를 갸웃거렸어요. 종이에 분명히 제가 ‘손바닥’이라고 메모해 두었던 거예요.‘이게 무슨 뜻이지…’제가 써놓고도 그 뜻을 모르다니, 희경이는 답답했습니다. 어처구니 없었습니다.
평소에 엄마는 입버릇처럼 이렇게 희경이를 나무랐어요. “너는 쥐고기를 먹었냐, 까마귀 고기를 먹었냐? 엄마가 일러주면 잊어먹기를 잘 하니 말이야.”
학교에 갔다 와서 손 닦고 나면 수도꼭지를 물이 안 떨어지게 꽉 잠그라고 했는데도 실행을 하지 못할 때가 많았어요. 공부하고 나면 형광등을 끄라고 했는데도 그냥 두고 나가 놀기 일쑤였어요. 여러 가지 일을 엄마가 신신당부하면 ‘네’ 하고 대답은 큰소리로 하고도 그것을 잘 지키지 못했어요.
때문에 희경이는 요새 이런 결심을 했습니다.‘내가 해야 할 일을 메모해 두면 절대로 잊어버리지 않을 거야!’
오늘은 그 일의 첫 번째 날이었지요. 분명히 해야 할 일을 메모지와 볼펜을 가지고 다니다가 적어서 호주머니에 넣었는데, 펴보고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알 수가 없었습니다.
‘손바닥? 손바닥?’
희경이는 문방구 점 앞을 지나오다가 까르르 웃었어요. 이어, 희경이는 문방구 점 안으로 돌진해 들어가서 주인에게,
“손바닥만한 메모용 수첩 하나 주세요!”하고 외쳤어요. ‘손바닥’이라고 쓴 것은 작은 수첩을 뜻하는 것이었습니다.
그것을 사서 호주머니에 넣고 다니면서 메모를 해야겠다는, 이른바 저 나름대로의 ‘아이디어’를 짜낸 것이었습니다. 물론, 그 이후 희경이는 엄마가 이르는 것을 수첩에 꼭꼭 적기 때문에 ‘쥐고기니 까마귀 고기니’ 하는 말을 듣지 않았어요.“아이구, 착한 우리 딸!”칭찬 또 칭찬의 연속이었습니다.
오늘도 희경이는 손바닥만한 메모용 수첩을 들여다보았어요. 거기에 적은 날짜와 함께 ‘놀공놀공’이라는 말이 씌어져 있었습니다.‘어? 이게 무슨 뜻이지?’
집에 가서야 희경이는 그 뜻을 깨달았어요. 책가방을 내려놓고 밖으로 나가려다가,“호호호, 그래! 놀공!” 하고 외쳤답니다.
그것은 ‘놀지만 말고 공부도 좀 하자’는 결심이었습니다. 희경이는 ‘놀공놀공’을 노래 부르면서 책상 앞에 가 앉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