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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군사적 협박과 우리의 대응

차두현 / 한국 국방 연구원 북한연구실장
발행일 발행호수 2288

차두현 / 한국 국방 연구원 북한연구실장

요즘 들어 우리사회에서 유행하는 신조어로 ‘떼법’이란 말이 있다. 실정법과 공권력을 무시하고 억지를 씀으로써 자기의 일방적 주장을 관철하는 행위이다. 아마 국제적으로 이런 ‘떼법’에 가장 많이 중독되어 있는 체제는 바로 북한일 것이다. 쌍무적 합의든 다국적 조약이든 간에 수시로 위반하면서도 그 책임을 항상 상대방에 전가하는 것이 북한의 고질적인 버릇이기 때문이다. 근자의 상황 역시 이와 다르지 않다.

우리 정부가 기존 남북 합의를 존중하고 남북한 간의 진정성 있는 대화를 희망한다는 뜻을 수차례 표명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인 강변을 펼치면서 남북관계의 문을 닫아 건 것은 북한이었다. 금년에 들어서는 남북한 간의 ‘전면대결’ 선언과 서해 북방한계선의 무효화 주장을 통해 긴장을 점차 고조시켰으며, 지난 4월 5일에는 국제사회의 거듭된 우려와 경고에도 불구하고 장거리 로켓발사 시험을 강행하였다. 국제사회가 북한의 로켓발사가 분명한 기존 결의안의 위반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UN 안보리 의장성명 이후에는 『6자회담』의 불참과 핵시설 재가동을 공언하기 시작했다. 이에 더하여 최근에는 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1994년의 ‘서울 불바다’ 발언을 방불케 하는 위협적 발언을 쏟아내더니 개성공단 문제에 대해서도 과거 스스로 맺은 약속을 뒤집는 요구를 하고 있다.

북한의 반복되는 일탈행위는 그들의 정권 및 체제 속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들이 내세우는 ‘수령’의 유일지배는 곧 독재이며, 독재는 고도의 주민 동원을 필요로 한다. 상시적인 주민동원이 정치·사회적 불만으로 이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국경너머에 고정된 ‘적’이 필요하다. ‘적’이 항상 자신들을 교란하거나 ‘압살’하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는 내부 선전논리는 곧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아무리 고난이 따르더라도 ‘선군정치’ 하에서 ‘강성대국’을 이룩해야 한다는 집단 최면으로 이어진다. 북한과의 실효성 있는 대화나 교류·협력이 근본적으로 어려운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꾸준한 남북대화와 화해를 향한 노력은 분명 지속되어야 한다. 북한 정권이 한반도 이북에서 볼모로 잡고 있는 주민들은 바로 우리와 같은 핏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시에 북한 정권에 대해 주민들을 굶겨가면서 건설하는 그들의 군사능력과 대량살상무기가 결국은 자신들을 향한 비수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점 역시 분명히 각인시킬 필요가 있다. 내부의 건전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물리적 힘만을 키운 체제는 기록 향상을 향해 스테로이드를 상습 투약함으로써 심신이 무너져 내리는 운동선수와 같다.

한국과 같은 다원주의 사회가 가지는 강점은 유연한 듯 보이면서도 필요하다면 단호한 대응능력을 보일 수 있다는 점이다. 1999년과 2002년의 연평해전에서 우리는 일견 자유분방하게 비추어질지 모르는 젊은 장병들이 얼마나 큰 애국심과 열정을 가지고 있는가를 보았다. 한반도 방위를 위한 자체 능력을 확보하기 위한 우리 군의 노력도 꾸준히 진행되어 왔고, 또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최근 북한의 잇단 독한 발언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가 평정심을 잃지 않을 수 있는 힘 역시 이에 대한 신뢰에서 비롯되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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