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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좋은 선생님

이효성(동화작가)
발행일 발행호수 2193

‘오늘은 절대로 지각하지 말아야지!’
한데, 봉수는 또 지각하고 말았어요. 허리를 구부리고 복도를 살살 걸어가서 교실 안을 훔쳐보니까 수업 중이지 뭐예요.
지각 대장 봉수는 그럴 때마다 뒷문으로 기어가서 숨어 있다가, 선생님이 칠판에 글씨를 쓸 때를 틈타 쏙 들어가곤 했답니다.
‘됐다!’
오늘도 그렇게 했지요. 한데, 참으로 이상한 일이었어요.
“김봉수 왔구나.”
선생님은 칠판과 마주선 채로 말씀하셨어요.
‘와, 우리 선생님은 뒤통수에도 눈이 달리셨다!’
봉수는 화들짝 놀랐지요.
오늘은 봉수를 내버려 두지 않고 앞으로 불러내셨어요.
“시간이 아무리 늦어도 포기하지 않고 학교에 와 준 김봉수에게 박수를 쳐 줍시다.”
선생님은 뜻밖에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웃음 섞인 박수가 쏟아졌어요.
“오늘은 왜 지각했니?”
“말이에요, 학교에 오는데요, 글쎄, 동네 쉼터 공원에서 다람쥐가 저를 보더니 쪼르르 나타나지 뭐예요.”
“서울에 다람쥐가 살지 말라는 법은 없지. 신기했겠구나?”
“네! 책에서만 보고 실제로는 처음 보았거든요. 그런데요, 다람쥐가 저를 보더니 발딱 서서 두 손으로 요리조리 얼굴을 닦지 뭐예요.”
“다람쥐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앞발로 세수를 한단다.”
“그 바람에 깜짝 놀라서 집으로 뛰어갔어요.”
“왜?”
“세수하는 것을 깜박 잊었거든요.”
교실 안이 웃음바다가 되었어요.
“이는 닦았니?”
“아이구 참!”
안 닦았어요.
“입안이 텁텁하겠구나?”
선생님은 호주머니에서 조그만 비닐 봉지를 꺼내어 봉수에게 주었어요.
“소금이야. 둘째 손가락과 가운데 손가락에 묻혀서 이 닦고 오너라.”
봉수는 화장실로 달려가 손 씻는 데에서 손가락 끝에 소금을 묻혀 양치질을 했어요. 처음에는 찝찔했지만, 물로 헹구어 내니까 개운했어요.
‘소금 양치질이 최고니까 선생님이 이런 걸 싸 가지고 다니시는구나. 선생님이 좋은 공부 가르쳐 주셨다.’
봉수는 얼른 교실로 들어가려고 했어요. 그 때 첫 번째 수업이 끝나서 아이들이 화장실로 왁자지껄 들이닥쳤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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