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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약수역 이북 음식점 ‘진남포면옥’ 유성희 사장

'50년 세월 흘러도 고향의 맛은 변하지 않았어요'
발행일 발행호수 2465

서울 약수역에는 3대째 가업을 이어가고 있는 특별한 이북 음식점이 있다. “여기서 장사한 지 벌써 50년이 됐네요. 아버지 따라 온 꼬마손님이 지금은 머리 벗겨진 아저씨가 다 됐어요. 손님들도 2대, 3대째 오시니까.” 이북 음식점 이 오랜 세월 동안 변함없이 손님을 맞을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늘 한결 같은 고향의 맛’ 때문이라고 단골들은 말한다.

50년 전 이곳에 진남포면옥 식당 문을 연 사람은 유성희 사장의 시어머니다. 고향 진남포의 이름을 따서 식당 이름도 진남포면옥으로 지었다. “‘1·4 후퇴’ 때 월남해 서울에서 여러 장사를 하다가 고향 음식이 생각나셨대요. 지금이야 닭고기가 흔한 먹거리지만 그 당시에는 귀한 손님에게만 대접하던 음식이었어요. 어머니가 식당을 열면서 손님들에게 귀한 음식을 대접하겠다는 생각으로 찜닭을 만들어 파셨대요.”
고향에서 만들던 요리법 그대로 만들기 때문에 “손님 중에는 어릴 적 어머니가 해주시던 고향 밥상을 떠올리며 향수에 젖는 실향민도 있다”고 유 사장은 말했다.

50년, 3대째 이어 온 이북 음식의 손맛
이북식 찜닭과 만두, 막국수 인기 많아
전통 요리법 고집, 늘 한결 같은 맛 고수

이북식 찜닭은 그냥 삶기만 하는 백숙과 다르다. 여러 가지 재료를 넣어 만든 육수에 먼저 닭을 살짝 삶은 다음, 찜통에 한 번 더 쪄낸 후 익힌 부추와 함께 손님상에 내 놓는다.

“지금은 닭고기가 다이어트 음식으로 가장 인기가 높잖아요. 기름에 튀기거나 하지 않고 그대로 쪄내기 때문에 요즘은 웰빙 음식을 찾는 젊은 엄마들이 아이들 데리고 많이 와요. 백숙보다 육질이 더 쫄깃하고 찌는 과정에서 기름기가 빠져서 훨씬 담백한 맛이 나요. 닭고기는 지방질이 적고 섬유질이 가늘고 연하기 때문에 소화흡수가 잘 돼요. 기력이 약하고 소화 기능이 떨어져 있는 환자나 산모, 아이와 노인들 영양식으로 손색이 없는 요리죠.”

이북식 찜닭의 인기 비결 중 또 하나는 찍어먹는 양념장에 있다. “고춧가루, 식초, 파, 각종 양념을 신앙촌간장과 함께 넣은 양념장의 인기가 무척 좋습니다. 찜닭의 인기가 양념장에 있다고 보면 돼요. 매콤하고 새콤한 양념장 맛 때문에 온다고 하는 손님들이 많으니까요.”

찜닭 양념장에 신앙촌간장을 넣는 이유를 유 사장은 “무슨 이유겠어~ 맛이지!”라고 설명했다. “신앙촌간장은 옛날부터 전통 있는 간장이잖아요. 다른 간장도 써 봤지만 양념장을 만들어보니까 맛에서 큰 차이가 나더라고요. 작은 차이라면 모를까 맛이 훨씬 깊고 찜닭의 맛을 살려주는데 안 쓸 이유가 없죠.”

이북식 찜닭의 인기 비결은 양념장
신앙촌간장을 넣어 훨씬 깊은 맛이 나
남녀노소 웰빙 영양식으로 각광 받아

이북식 찜닭 다음으로 이북식 만두도 이 집의 인기 메뉴이다. 기자가 찾아간 날, 만두 만들기가 한창이었다. “고기, 당면, 각종 야채가 들어 간 만두소를 만두피에 이렇게 듬뿍 넣어서 빚어요. (그 자리에서 바로 찐 만두를 주면서) 맛 좀 보세요. 담백하니 먹을 만할 거예요. 예전에는 만두피까지 다 밀어서 만들었어요. 지금은 편해졌지.”

진남포면옥의 또 다른 명물은 평안도식 막국수. 동치미 국물과 양지머리로 만든 소고기 육수를 섞은 국물에 직접 뽑아낸 메밀 면을 말아낸 것이 특징이다.
진남포면옥은 주문 즉시 요리 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유는 하나예요. 50년째 고수해 온 이 맛 그대로 손님들께 대접하고 싶은 것. 배달도 안 합니다. 포장을 원하실 경우에는 이런 점이 안 좋다고 설명을 해 드려요. 국내산 건강한 식재료만 쓰는 건 기본이고. 마진이 적어도 그렇게 합니다. 재료가 좋아야 음식이 맛있으니까. 50년 단골손님께 대접하는 음식인데 정성껏 만들어야죠.”

“갈수록 더 맛있어지네요.” 하고 인사하는 손님들 덕분에 모든 피로가 눈 녹 듯 사라진다는 유성희 사장은 연신 하루하루가 감사하다고 했다. “시어머니를 도우면서 이 일을 시작했지만 지금은 천직이 아닌가 싶어요. 일을 하면서 더 젊어지는 것 같고.(웃음) 앞으로 바라는 건 아들이 진남포면옥을 지금보다 더 잘 이끌어주는거죠. 세월이 흘러도 늘 한결 같은 맛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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