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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금리차, 대비책은 무엇인가?

이동호 / 서울 시립대학교 명예교수
발행일 발행호수 2553

이동호 / 서울 시립대학교 명예교수

한국도 자금이탈 안전지대 아냐

소폭 금리인상도 부채 상환부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어

트럼프 공화당 정부가 들어서면서 미국은 본격적인 금리 정상화 시대로 복귀했다. 대통령이 새로 임명한 연방준비제도(FRB) 파우엘 신임 이사장은 지난 3월에 개최된 연방 공개 시장 위원회에서 정책금리를 0.25% 포인트 올렸다. 미국 기준 금리는 연리 1.50~1,75% 수준으로 우리나라 기준 금리 1.50%를 넘어서는 한·미 간의 역금리 시대가 시작되었다. 금년 중에 최소한 한 두 차례는 더 미국이 금리를 더 올릴 것을 예상하고, 우리나라도 이주열 한은 총재가 한 차례 금리를 올린다 하더라도 한·미 간 역금리 추세는 계속되고, 그 격차는 더 벌어질 전망이다.

미국 금리 인상은 개발도상국 금융시장에 큰 변화를 보이고 있다. 각국의 통화 가치는 일제히 하락 추세를 보이면서 아시아 개도국들로부터 외화자금이 일제히 미국으로 흡수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이 금리를 올린 이후, 아르헨티나, 터키, 브라질, 인도 등과 아시아 신흥국들도 일제히 환율의 폭등(절하)과 주가 하락 추세를 경험하고 있다. 1908년 금융위기도 바로 이렇게 시작했다. 1913년에도 <버냉키·쇼크>가 발생했지만 새로운 국가 간의 금융 협력체제가 이를 극복했다.

미국은 사상 초유의 호경기를 구가하고 있으나, 인플레이션 가능성에 대비해서 정상적인 시장 금융 정책의 시대로 복귀하지 않을 수 없다. 다만 그 시기를 놓고 논의가 계속되어 왔다. 그렇다고 해도 우리나라는 2017년 수출액 5,739억 달러, 수입은 4,781억 달러였고, 따라서 무역 흑자는 958억 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수출액과 수출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사상 최고 수준이다. 외화보유고도 사상 초유의 4천억 달러를 초과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외 자산 거래의 기반이 견고하고, 수출의 감소 추세는 완만하므로 해외 충격에 의한 금융위기를 염려할 필요성은 당분간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금리 차로 인해 외화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큰 흐름은 오래 계속될 수는 없다. 이러한 가운데서 나라 경제를 지켜나갈 버팀목은 외화보유고와 무역 흑자이다. 수출산업의 기반이 단단하면 기업의 수익률이 주가를 지탱하고 금리 차로 인한 손실을 보상한다. 미국이 금리를 올려도 금리차로 인한 수익률 손실을 기업 경영의 성과로 보상한다면, 자금이 해외로 유출될 유인은 그만큼 줄어든다. 이때 물가의 안정은 재정 건전성과 더불어 매우 중요한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는 것을 핏셔 효과(fisher effect)는 설명한다. 물가의 안정은 실질 금리 차의 충격을 완화시키며, 환율을 안정시켜 경제를 안정성장으로 나아가게 한다.

미국이 금리를 올린다고 덩달아 올릴 필요는 없다. 세계 최대 가계부채를 돌파한 우리나라에서 금리 인상은 최대한 늦추어야 한다. 소폭의 금리 인상에도 부채 상환부담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 또 중소기업의 자금부담은 커지고 가계의 소비지출은 줄어들 것이다.

자금의 유출 원인에서 금리 차가 차지하는 역할을 과대평가할 필요가 없다. 빠져나가더라도 또 언젠가는 역류하지 않을 수 없는 국제 금융시장의 생리도 알아 두어야 한다.

*핏셔 효과(fisher effect): 시중금리와 인플레이션 기대심리와의 관계를 말해주는 이론으로, 시중의 명목금리는 실질금리와 예상 인플레이션의 합계와 같다는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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