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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빈민의 아버지로 불리던 사제, 성범죄 사실 드러나

발행일 발행호수 2644

2002년에 촬영한 아베 피에르 사진(왼쪽 하단)과 1954년 파리에서 노숙인들과 함께 있는 아베 피에르 (출처= AFP)

빈민 구제 활동으로 많은 이들의 존경을 받았던 프랑스 가톨릭 사제 ‘아베 피에르’가 생전 최소 24명의 여성에게 성폭력을 저지른 사실이 밝혀져 프랑스가 큰 충격에 휩싸였다.

엠마우스 프랑스와 아베 피에르 재단의 의뢰로 올해 7월에 발표된 보고서는 1970년부터 신부가 사망하기 불과 2년 전인 2005년까지 7명의 여성에게 저지른 성범죄 의혹을 자세히 다뤘다. 이후 재단이 추가 증거 수집을 위해 의뢰한 에가에 컨설팅의 두 번째 보고서에서는 17건의 추가 혐의가 밝혀졌다. 또한 라디오 프랑스 조사팀이 공개한 문서에 따르면 아베 피에르가 1950년대 캐나다와 미국에서 근무하던 시절부터 성학대 스캔들의 중심에 있었음이 드러났다.

1912년에 태어난 아베 피에르(본명: 앙리 앙투안 그루즈)는 18세에 카푸친 수도원에 입회했으며 1949년에 노숙자들을 돕기 위해 최초의 엠마우스 공동체를 설립하였고, 1954년 겨울에는 노숙자 구제를 호소하는 라디오 방송을 통해 유명 인사가 되었다. 아베 피에르의 인기는 한때 TV 시청자들이 역대 3번째로 위대한 프랑스 인물로 선정할 정도였다. 거리, 학교, 공원의 이름이 그의 이름을 따서 지어졌으며, 사후 17년이 지나서도 곳곳에 그의 포스터가 남아있을 정도로 국가적 유명세를 누렸다.

그러나 아베 피에르에게는 대중이 알지 못했던 또 다른 이면이 존재했다. 바로 여성들을 성적으로 학대한 것이다. 그는 피해 여성들을 성추행하고 강간했으며 8세 아동에게도 강제 키스와 신체접촉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자위나 구강성교, 그룹섹스를 요구하는 등 변태적인 행위도 서슴지 않았다. 심지어 92세의 나이로 병원에 입원해서도 여성 간병인의 두 가슴을 움켜쥐는 추행을 저질렀다고 한다.

이러한 사실은 그가 사망한 지 17년이 지나서야 세상에 드러날 수 있었다. 그 이유는 아베 피에르의 사회적 지위와 영향력, 그와 피해자 사이의 종속적인 관계 때문으로 보인다. 피해 여성 대부분이 비영리 단체의 직원이나 자원봉사자, 그가 방문한 시설의 직원 또는 자선 활동을 통해 만난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프랑스 주교회의 현 의장인 에릭 드 물랑 보포트는 공개서한을 통해 “적어도 일부 주교들”은 1955년 초에 아베 피에르의 여성에 대한 “심각한 나쁜 행동”을 알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아베 피에르를 위해 심리 치료와 감시자를 붙이는 등 강력한 조처를 했다고 덧붙였다. 또한 아베 피에르는 사후에 여러 여성으로부터 고발당했으나 워낙 유명한 인물이어서 당시에는 아무도 의혹을 제기하지 않았으며, 이후 교회가 핫라인과 보상 메커니즘을 개설해 사람들이 나서기 시작했다고 물랑 보포트는 말했다.

그러나 라디오 프랑스 방송국 조사팀이 공개한 서신에 따르면 가톨릭교회가 신부의 반복적인 성폭행과 여성 성추행을 대중의 눈에 띄지 않게 하려는 노력을 반복적으로 기울였다고 한다.

프랑스 신학자 앙드레 폴은 1963년 캐나다에서 아베 피에르가 여성을 성폭행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그는 “아베 피에르가 성폭행 혐의로 경찰과 법원에서 조사받았으며, 몬트리올 추기경이 개입하여 아베 피에르가 다시는 캐나다에 발을 들여놓지 않는 조건으로 기소를 피할 수 있게 해주었다”고 폭로했다.

그럼에도 프란치스코 교황은 아베 피에르 사망 이후인 2007년에 바티칸이 그의 성폭력 혐의를 알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에 교회 소아 성애자 피해자를 위한 협회를 설립한 프랑수아 데보는 교황이 교회 내 성적 학대 사건에 대해 연락을 취하려는 최소 12번의 시도를 무시했다며 강하게 비난했다. 데보는 프랑스 뉴스채널 프랑스 인포에 “교황은 신뢰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교황에게 12통의 편지를 보냈고, 그중 최소 2통은 직접 교황에게 전달했지만 교황은 그 어떤 답장도 보내지 않았습니다”라고 하며 전면 조사를 촉구한 교황의 발언을 진정성 없는 이중적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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