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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 은혜를 깨닫고 장로교회 떠나 전도관으로

이재열 권사(1) / 부천교회
발행일 발행호수 2097

제가 하나님을 처음 뵙게 된 것은 1955년 가을, 제 나이 스물여섯 살 때였습니다. 당시 대구 칠성동에서 살던 저는 칠성 장로교회에 다니고 있었는데, 어느 날 이웃에 살던 김봉화 집사님이 ‘불의 사자 박태선 장로님 집회’가 열린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때까지 부흥집회에 자주 참석해서 유명한 부흥강사를 많이 보았던 저는, 박태선 장로님이라는 분은 어떻게 집회를 하실지 궁금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집회가 마침 저희 집과 가까운 칠성동 냇가에서 열려 집회가 열리는 날 그곳에 가 보았습니다.

칠성동 냇가 모래사장에 수많은 사람들이 빽빽이 모여 있는 가운데, 박 장로님께서 단상 위로 올라오셨습니다. 머리는 기름을 발라 단정히 빗어 넘기시고 새하얀 와이셔츠를 입으신 모습이, 멀리서 보기에도 너무나 깨끗하고 환하게 느껴졌습니다. 말씀 중에 박 장로님께서 단상을 “탁! 탁!” 하고 세게 두드리시자, 사람들이 “단상에서 불이 나온다.”, “저기 불이 나오는 게 안 보입니까!” 하며 소리를 쳤습니다. 저는 단상에서 무슨 불이 나오나 싶어 열심히 단상 주위를 살펴보았지만 그런 것은 전혀 보이지가 않았습니다.

집회가 열린 며칠 동안 저는 거의 끝자리에 앉아 사람들이 예배드리는 것을 구경 삼아 지켜보았는데, 집회장 곳곳에서 벙어리가 말을 한다, 앉은뱅이가 일어섰다 하며 은혜를 받고 병이 나은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것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저마다 불성신을 봤다, 무슨 은혜를 받았다 하며 떠들썩했지만, 그런 것을 전혀 느끼지도 보지도 못했던 저는 은혜가 어떤 것인지 궁금하기도 하고, 혹시 저 사람들이 서로 짜고 거짓말을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집회에 참석하면 할수록 제 마음이 너무나 기쁘고 즐거워지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기분이 좋을 이유가 아무것도 없는데 기쁨과 즐거움으로 제 마음이 가득 차는 것 같았습니다. 칠성동 집회가 끝난 후에도 박 장로님께서 대구에 내려 오셔서 집회를 하시면 저도 종종 참석하곤 했습니다.

1950년대는 우리나라가 몹시 가난해 외국에서 구호물자를 많이 보내 주었는데, 교회에서 그 물건을 받아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기도 했습니다. 그때 저는 구호물자 중에서 좋은 것을 목사님과 교회 장로님들이 먼저 챙겨 가고, 교인들은 누가 봐도 안 좋은 물건을 주는 것을 목격하게 되었습니다. 신앙을 차치하고라도 제대로 된 양심을 가졌다면 좋은 물건을 어려운 사람에게 먼저 줘야 할 텐데, 열심히 믿는다는 사람들이 그런 행동을 하니 여간 실망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던 1956년 여름으로 기억됩니다. 제가 친정집에 다녀오던 길에 큰 짐을 들고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지프차를 운전하던 어느 군인의 배려로 그 차를 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냇가에 세워진 높은 다리를 지나던 중에 그만 제가 탄 차가 다리에서 굴러 떨어지는 큰 사고를 당했습니다. 모래밭에 떨어진 후 간신히 정신을 차려 보니, 운전하던 군인은 차 유리 파편을 맞아 피를 많이 흘리고 있었고, 저는 떨어질 때 허리를 땅에 부딪혀 꼼짝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지나가던 사람들의 도움으로 병원에 옮겨져 응급조치를 하고, 그 후로 병원에 계속 다니며 치료를 받았지만 차도는 전혀 보이지가 않았습니다. 잠시 앉아 있는 것조차 너무 힘들어서 저는 살림도 제대로 돌보지 못하고 몇 달이 지나도록 누워 지내야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김봉화 집사님과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는데, 며칠 후에 박 장로님께서 대구전도관에 오셔서 집회를 하시니 거기 한번 가 보라고 했습니다. 박 장로님께서 오신다니, 귀가 번쩍 뜨일 만큼 반가운 소식이었습니다. 박 장로님 집회에서 병자들이 낫는 것을 보았던 저는 박 장로님 집회에 가면 내 병도 나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생겨났습니다. 거동하기가 너무 힘든 몸이었지만 그 기대하는 마음 하나로 겨우 겨우 발길을 옮겨 대구전도관에 갔습니다.

박 장로님께서 오시는 날 대구전도관은 사람들이 가득 차서 서로서로 무릎 위에 겹쳐 앉을 만큼 자리가 비좁았습니다. 누워 있어도 허리가 아픈 제가 그 좁은 공간에 앉아 있자니, 이렇게 앉아도 아프고 저렇게 앉아도 아프고 어찌할 바를 모를 정도였습니다. 그래도 참고 또 참으며 계속 집회에 참석했는데 집회 3일째 되는 날 놀라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예배드리는 중에, 어느 순간 갑자기 몸이 하나도 아프지가 않으면서 너무나 가벼워지는 것이었습니다.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싶어 비좁은 사람들 사이를 뚫고 밖으로 나와 제단 앞마당에서 걸었다 뛰었다 하며 마음대로 움직여 보았습니다. 아무리 움직여도 언제 허리가 아팠더냐 싶게 전혀 통증이 없었습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앉아 있는 것조차 힘들고 몸이 너무 아파서 죽을힘을 다해 참고 있었던 제가, 펄펄 뛰어다닐 정도로 몸이 가벼워지니 저 자신도 믿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허리 병이 나으면서 저는 하나님의 은혜를 확실히 알게 되었고, 10년 동안 적을 두었던 장로교회에 발길을 끊고 대구전도관에 다니게 되었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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