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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깨달음

서유실/입사생 관장
발행일 발행호수 2486

중학교 2학년쯤으로 기억됩니다. 축복일이면 커다란 대접에 야채죽을 가득 담아 주셨던 하나님 모습이 어렴풋하게 기억납니다.
부산 서면교회에 발령을 받은 후 신앙촌 축복일 아침에 죽을 담는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하얀 장갑과 두건, 그리고 하얀 가운을 입고 경건하게 기도를 드렸습니다. 어린 시절 하나님께서 계셨던 곳에 제가 서 있다 생각하니 가슴이 떨렸습니다.

죽을 정성껏 퍼서 아이들에게 한 그릇, 한 그릇 주면서 한 시간이 넘어가자 팔이 정말 아프고 손가락이 잘 펴지질 않았습니다.
학생축복일이라 학생들에게 조금씩 떠서 주는데도 이렇게 손이 아픈데, ‘하나님은 그 많은 사람들에게 가득 담아 주시면서 얼마나 손이 아프셨을까’ 생각하니 코끝이 찡해지고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그 순간 향기로운 냄새가 코로 확 들어왔습니다. ‘이게 뭐지?’ 싶었고 다시 맡아보려고 숨을 들이마셨지만 아무 냄새도 나지 않았습니다.
잠시 후에 다시 박하향 같은 냄새가 확 맡아졌습니다. 그 순간 향취라는 단어가 떠오르면서 동시에 ‘내가 착각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음을 나중에 깨닫고서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항상 우리를 위해서 우리가 알기전부터 보이지 않게 준비해주셨던 한없는 사랑을 깨달을 때마다 마음 깊은 곳에서 감사함이 밀려옵니다.
신앙촌에 발령받아 온 지 한 달이 지나갑니다. 한 달에 한두 번 축복일에 오는 것으로는 느낄수 없었던 감동들이 있습니다.
새벽 산책길을 걸으며, 우뚝우뚝 솟은 나무들, 정성스레 꽃꽂이 하듯 심어진 작은 묘목들… 모든 것이 신기하고 감사할 뿐입니다.
신앙촌 전체를 감싸는 하나님의 사랑을 느끼며 나도 우리 입사생들에게 따스함을 베풀며 묵묵히 내 길을 가리라 다짐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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