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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의 발전과 법치주의

양무진 /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발행일 발행호수 2217

양무진 /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한국은 민주주의 법치국가이다. 그것은 민주주의적 가치를 지닌 법에 의해 국가가 운영됨을 의미한다. 그러나 분단이후 한국의 법치주의는 대북관계를 크게 개선시키지는 못했다. 대북문제와 관련한 법치주의가 대북관계 개선보다 통제의 기능을 했기 때문이다.

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은 대립과 대결의 남북관계를 화해와 협력의 관계로 전환시키겠다는 것이었다. 이후 금강산에는 많은 남측 관광객이 찾아가게 되었고, 개성공단에는 남북근로자가 함께 일하는 경제공동체가 생겨났다. 2006년 남북 왕래인원은 10만 여명을 넘어섰고, 교역액도 13억불을 초과하였다. 그러나 남북관계의 발전은 법치주의의 토대 위에서만 지속적인 발전을 담보할 수가 있다. 남북관계가 통치행위라는 이름으로 종종 법치주의를 일탈한다면 거센 역풍을 몰고 올 수 있기 때문이다. 법치주의와 남북관계발전의 등치는 대략 다음 네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법치주의는 투명한 대북정책을 추진할 수 있게 한다. 법적 근거에 입각한 대북정책 추진이야 말로 그간의 ‘통치행위’ 차원의 모호함을 불식시킬 수 있다.

둘째, 초당적 협력과 국민적 동의를 얻을 수 있다. 초당적 협력과 국민적 동의는 정책추진의 탄력과 모멘텀을 지속시킬 수 있다.

셋째, 중장기적 비젼을 가진 일관된 대북정책을 추진할 수 있다. 대북정책의 기본방향을 법에 명시적으로 규정함으로써, 대북정책이 국내정치적 상황 변화에 영향을 받지 않고 일관된 방향성을 가지고 추진할 수 있다.

넷째, 대북정책의 체계적·종합적 추진을 도모할 수 있다. 기본계획의 수립에서부터 집행과정에까지 수시로 관련부처와 협의케 함으로써, 대북정책이 범정부적 차원에서 통일되게 추진토록 할 수 있다.

남북관계는 ‘통일을 지향’하는 특수 관계로 규정되어 있다. 이 특수 관계는 남측의 국가보안법과 북측의 대남적화노선을 암묵적으로 지속시키고 있다.

국가보안법과 대남적화노선이 지속되는 한 법치주의와 남북관계발전은 긴장 관계를 수반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까지 남북관계에 대한 국내법적 체계는 안보적 측면의 국가보안법과 교류협력 측면의 남북교류협력법 등 두 개의 법으로 지탱하여 왔다. 그러나 이러한 법들은 남북관계의 특정한 입법 목적 때문에 남북관계의 제약이 될 수도 있었다. 이 같은 문제는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향한 변화를 실질적으로 담아낼 수 있는 창조적인 법과 제도의 정립은 남북이 진정한 신뢰관계를 쌓았을 때 비로소 가능하게 된다는 사실을 일깨워주고 있다.

법치주의에 의한 남북관계는 바람직한 것이지만 그것은 상호간의 신뢰에 토대한 교류·협력 및 평화공존의 정신을 요구한다. 우리의 법치주의에 입각한 남북관계 발전의 희망이 아무리 순수해도 북측이 핵을 보유한 상태에서는 그 꿈이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 진정 한민족의 존엄성과 자유를 존중하면서 정의와 남북관계발전을 이행하는 실질적인 법치주의가 확립되려면 무엇보다 남북관계의 신뢰성이 확보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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