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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 강제 북송과 정치 현실

김근식 /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발행일 발행호수 2391

김근식 /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탈북자 강제송환 문제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인권을 내세운 당위의 주장과 현실적 어려움을 강조하는 입장이 공존하고 있는 게 지금의 탈북자 문제다. 탈북자 문제의 해결 자체가 깔끔하게 쾌도난마식으로 나오기 힘든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러나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일수록 원칙으로 돌아가야 한다.

지금 상황에서 우리는 체포된 탈북자의 생명과 인권 보호를 그 무엇보다 앞서는 원칙으로 인정해야 하고 이를 요구해야 한다. 이들 탈북자는 명백히 자유의지에 의해 북한을 탈출한 사람들이고 돌아가기를 원치 않는 사람들이다. 또한 송환될 경우 가혹한 처벌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온전한 의미의 난민에 해당되는 사람들이다. 따라서 체포된 탈북자의 인권과 자유의사를 인정하고 강제북송을 막는 것이 가장 우선적인 원칙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탈북자 문제는 그게 다가 아니다. 인도주의라는 국제적 규범 말고도 국내법과 북중간 협약이라는 다른 규범도 존재하고 있다. 한국뿐 아니라 북한과 중국의 입장이 복잡하게 서로 얽혀 있는 사안이다. 탈북자는 중국에겐 불법월경자로 규정되고 북한에겐 자신의 공화국 공민이고 우리 한국에겐 헌법상 대한민국 주민이다.

각자 다른 입장에서 탈북자를 정의하고 있다는 이 현실 자체가 문제해결의 복잡성을 짐작케 한다. 중국이 주권국가로서 탈북자를 북송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막기 힘들고 북한이 공민의 송환을 요구하는 것도 딱히 부당하다 할 수 없고 또한 한국 정부가 탈북자의 자유의사를 존중해 한국에 입국시키라는 것도 맞는 말이 된다.

이를 감안해 그동안 한·중은 대한민국 영토인 외교 공관에 진입한 탈북자는 조용히 제3국 추방을 통해 한국에 입국시키고 중국에서 경제적 이유로 활동 중인 생계형 탈북자는 송환시키는 관례를 만들어 놓았다. 실제로 중국 내 탈북자는 명백한 정치적 망명의지를 가진 체제 탈출형과 경제적 이유로 일시 중국에 나온 생계형 월경자가 혼재되어 있는 게 사실이다. 따라서 생계형 탈북이 아닌 정치적 망명에 한해 북송반대와 한국입국을 요구하는 현실적 접근이 필요하다.

더 큰 문제는 탈북자 송환을 막을 수 있는 현실적 해법이 아직은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이번 경우도 한국 정부가 목소리를 내서 중국에 공식 요구하고 국회 결의안도 채택했지만 그게 다다. 중국이 강제송환하면 이를 막을 뾰족한 수가 없다. 오히려 조용한 외교 대신 떠들썩한 공론화가 탈북자 송환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송환 반대 시위와 정부의 공식 요구가 속은 시원할지언정 문제 해결은 실제 더 어렵게 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북·중관계에 비해 턱없이 악화되어 있는 한·중관계의 자화상이라는 평가에도 일리가 있다. 중국이 한국과의 관계를 중요시하고 신뢰에 기반한 한중관계가 형성되어 있다면 탈북자 처리가 좀 더 현실적이고 전향적인 방식으로 진행될 수 있음이 당연하다. 탈북자 송환 문제는 우리 모두를 분노케 하고 절망케 하지만 그럴수록 더욱 냉정하고 현실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단순하지 않고 복잡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강제북송을 막지 못하는 안타까움에만 머물지 말고 탈북자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지혜를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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