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벌 금지와 교육 현장
김인회 / 한양사이버대 객원교수요즈음 서울시 교육감이 일선학교에서 체벌을 절대 금지하는 교육정책을 밀어붙이느라 마음고생이 적지 않을 성 싶다. 학교 현장에서의 체벌 문제는 한국교육의 저력과 병폐에까지 연결될 수도 있는 골치 아픈 문제이기 때문이다.
한국교육의 저력은 학교교육 현장에서 나오는 것도 아니고 교육당국자들의 머리로부터 나오는 것도 물론 아니다. 한국교육의 병폐 또한 학교에서의 폭력성 체벌이나 학생들 간의 계층적 차이로 인한 불평등 문화에서 연유하는 것이 아님은 마찬가지이다. 한국교육의 진짜 저력의 원천은 학부모들의 자녀교육경쟁열이다. 요즘의 국가 지도층들이 걸핏하면 들먹이는 것처럼 사교육이 나라 망치는 원흉이 아니라 사교육의 역동성을 선용할 줄 모르는 국가 전략이 우리나라 교육 난국의 원흉인 것이다.
한국교육의 진짜 병폐는 우리교육의 강점 속에 감춰져 있다. 모든 근대국가들에서 학교교육은 관료·군대·산업에 필요한 역군을 훈련하고 생산 공급하는 인적자원 제조공장이라고 보아도 틀리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바로 이러한 근대국가를 지향하는 경쟁과정에서, 특히 교육경쟁에서 남들을 크게 앞질렀기 때문에 놀라운 국가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이다.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학교 체벌 문제는 바로 이러한 근대적 집단교육체제의 불가피한 문화적 부산물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지난 수십 년 동안에는 잠잠하더니 특히 요 몇 년 사이에 학교에서의 체벌이 사회적 문젯거리로 떠들썩해 진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시대가 이미 근대적 사고가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눈을 떠야만 그 이유가 들어난다. 집단주의가 아니라 개인주의가 유행하고, 획일성 보다는 다양성이 존중받는 시대의 분위기가 학교교실에서도 나타날 수밖에 없는 것이 21세기에서는 자연스럽고도 당연한 현상이다. 어린 학생들은 물론 학부모들의 가치관과 사고방식이 이미 달라졌는데도 불구하고 학교체제는 1세기 전 근대국가 시절의 집단적 획일주의를 고집하려니 때로는 지나치다 싶은 체벌도 나타날 수 있고, 설사 그렇지 않다고 해도 옛날 아이들이나 부모들에 비해서 요즘 사람들이 체벌에 더욱 민감한 반응을 보일 법도 한 일이다.
체벌 금지정책을 강압적으로 밀고 나가려 하다보면 아마도 교육일선에서는 교사가 학생에게 오히려 폭행을 당하는 경우가 빈발하는 상황까지 갈 수도 있을 성 싶다. 이미 그런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학교와 교실이 해체되고 붕괴되는 것도 어쩌면 시대의 추세일지 모른다. 어차피 근대식 교육체제는 총체적 변신 과정을 겪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순서가 뒤집힌 것은 유감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생각해 보면 획일적 체벌금지 조치는 그 또한 구시대적 획일주의이고 전체주의적 발상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획일적 학교문화와 교육체제에서 먼저 변화가 나타나면, 그리하여 다양성과 자율성의 존중이 우리나라 교육문화의 한 축을 만들어 가게 된다면 체벌 문제는 획일적 금지나 묵인 사안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자율적 선택 사안으로 정착 될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