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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창출의 조건

박원암 / 홍익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발행일 발행호수 2278

박원암 / 홍익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흔히 성장을 하면 일자리가 생긴다지만 요즘 우리 현실은 그렇지도 못하다. 우리나라 제조업은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나 취업자는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즉 제조업의 경우 이른바 ‘고용 없는 성장’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제조업에서 일자리를 찾지 못한 인력은 도소매, 음식숙박업 등 서비스 산업에서 일자리를 찾았으나 2003년 이후에는 도소매 및 음식숙박업의 취업자도 감소하고 있다.

일자리 사정이 악화된 것은 우리 경제의 성장세가 약화됐기 때문이 아니다. 2006년 이후 2008년 상반기까지 경제성장률은 연 5%수준을 유지했으나 일자리 창출 규모는 매년 줄어들고 있다. 2006년에는 30만명, 2007년에는 28만명의 일자리가 늘어났으나 2008년 상반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19만명 증가에 그쳤다. 이렇게 경제성장률이 낮아지지 않았는데도 일자리 창출 규모가 매년 줄어들고 있으므로 정작 2008년 하반기 이후 경기 침체가 가속되어서 일자리 창출규모는 심각하게 줄어들 게 되었다.

일자리 창출은 우리 경제가 당면한 제일의 과제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정부는 서민층 고용을 확대하기 위해 공공부문에서 3만 4천명을 추가로 고용하는 일자리 창출대책을 발표했고, 일자리 창출에 중점을 두는 2009년도 예산안도 발표했다. 그러나 정부가 예산을 쓰면서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정부가 일자리를 마련했다고 해도 임시직, 일용직이 대부분이고, 정부가 지원을 하지 않으면 곧 일자리가 없어지게 된다.

일자리 창출의 첫 번째 조건은 성장률을 높이는 것이다. 침체된 투자를 살려서 경제성장을 이루면 일자리도 늘어날 것이다. 하지만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제조업의 경우 ‘고용 없는 성장’이 지속되고 있으므로 성장률을 높인다고 될 일이 아니다. 에너지 환경, 수송시스템, 뉴 IT, 융합신산업, 바이오 등 첨단 신산업을 발전시킨다고 해도 일자리 마련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공산이 크다.

일자리 창출의 두 번째 조건은 고용효과가 큰 내수와 서비스 산업을 발전시켜 수출 및 제조업 산업과 균형을 이루도록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제조업 제품의 수출로 고도성장을 이루었던 것은 주지의 사실이며, 최근까지도 성장의 수출의존도가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저가 수출품과의 경쟁으로 우리 수출가격을 높이지 못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과거와는 달리 수출이 내수확대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일자리 창출의 가장 중요한 세 번째 조건은 예전보다 성장률이 크게 높아지지 않더라도 많은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도록 노동시장을 유연화하는 것이다. 기간제 및 파트 타임 근로자, 직무급 제도와 임금 피크제, 직업능력 교육 등을 확대하여 우리 노동시장을 선진국 형의 유연한 노동시장으로 바꿔야 한다. 과거 70-80년대 미국은 유럽보다 생산성이 낮았으나 노동시장을 유연하게 하여 유럽보다 높은 성장과 고용을 이룰 수 있었다. 일자리 부족으로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고 있는 현 시점에서 우리는 미국과 유럽의 경험을 귀감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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