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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마음 속의 세월호 선장

제성호 / 중앙대 법과대학 교수
발행일 발행호수 2461

지난 4월 16일 발생한 세월호 침몰사고는 꽃다운 어린 생명들을 일순간에 앗아갔다. 사고 직후 선장이 좀더 책임감을 가지고 구조에 나섰더라면 인명 손실을 대폭 줄일 수 있었음에도 극도의 무능과 무책임, 직무유기로 피해를 키웠다. 해경 등 정부의 대처 미흡도 한몫을 했다. 날이 밝은 아침에 상당한 시간 동안 배가 수면 위에 있었음에도 무려 300명을 헤아리는 학생들이 사망한 것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세월호 선장이 보여준 일련의 행동은 분노를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선장은 운항의 위험요인을 사전에 파악하고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다해야 한다. 하지만 안전 점검을 소홀히 했고 이런 상황에서 과적 등이 엄청난 참사를 불러왔던 것이다.

사고현장은 맹골수도였는데, 남해안에서 울돌목 다음으로 물살이 세다는 곳이다. 배가 이 해역을 지날 때 선장은 조타실에서 세월호의 현재 침로를 정확하게 확인하면서, 안전하고 정확하게 조타수를 지휘감독했어야 했다. 그럼에도 선장은 조타실을 이탈해 자신의 침실로 가버렸다. 이런 와중에 3등 항해사는 무리한 변침을 시도하다 세월호가 침몰하게 된 것이다. 선장이 제자리를 지키지 않은 것 또한 참사의 주된 요인이었다.

무릇 선장은 선박 사고나 긴급한 위난(危難)이 발생했을 때 승객 대피를 책임져야 한다. 세월호 선장은 최초 신고가 이뤄진 후 10분이 채 지나지 않는 오전 9시께 기관실에 연락해 승무원들부터 먼저 대피하도록 했다. 반면 승객들에겐 구명조끼를 착용토록 한 것 말고는 단지 “객실에서 움직이지 말라”는 안내방송만 반복했다. 착한 학생들은 이 말을 곧이곧대로 믿다가 탈출의 기회를 놓쳤다.

하지만 선장은 탑승객들을 침몰하는 배 안에 남겨둔 채 자기만 구조선에 올라타, 그것도 선장 제복을 벗어던진 채 속옷 바람으로 피신했다. 우리나라 선원법에는 “선장은 승객이 위험에 처했을 때 조치가 끝날 때까지 선박을 떠나서는 안 된다”고 규정돼 있다. 세월호의 선장은 승객의 생명과 안전을 안중에도 두지 않는 무책임의 극치를 보여주었다. 사법당국은 그에게 선박사고도주, 유기치사, 과실 선박매몰, 수난구호법 위반, 선원법 위반의 죄 등 모두 5가지 혐의로 기소했다.

세상에는 세 가지 유형의 사람이 있다. 반드시 있어야 하고 꼭 필요한 사람, 있으나 마나한 사람, 없는 것이 더 나은 사람이 그것이다. 1,513명의 희생자를 낸 타이태닉호 참사 당시 마지막까지 승객 탈출을 지휘한 뒤 배와 운명을 함께 한 스미스 선장은 첫 번째 유형의 사람일 것이다. 세월호 선장은 세 번째 유형의 사람에 해당된다. 이런 사람이 많을 경우 공동체의 안전은 위협을 받게 된다.

이제 세월호 선장의 행동을 비난하는데 그치지 말고,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우리도 얼마든지 제2, 제3의 세월호 선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책임을 다하려는 자세, 남을 나보다 낫게 여기는 마음, 자기 희생의 정신이 절실함을 깨닫는 계기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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